〈 68화 〉#15 히어로 아리아는 누구인가(4)
“――그러니 홀로 절망해라, 암퇘지야.”
만약의 세계.
그러니까, 실제로 일어나진 않았지만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if의 미래에서, 보스도, 도로시도, 참모도 죽여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조금쯤 마음이 불편했다고 할 수 있었다.
살짝 토라졌다고 할까.
슬펐다고 할까.
어떤 감정이든 잘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나는 어른스럽지 못하게 눈 앞의 여자에게, 히어로에게 화풀이를 해버렸다.
솔직히 이런 나, 조금 멋져, 같은 생각도 해버렸고.
나쁜 남자가 인기 있던 세대를 거쳤거든.
개쓰레기 같지만 아무 여자나 덥석덥석 무는 것보단 멋진 남자 같다고 생각하고 우쭐했거든.
그런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 저기, 진짜 울어?”
“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그러니까, 그게, 미안하다고 할까.”
“후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이렇게나 서럽게 울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할까, 생각을 안했다고 할까.
울려버렸습니다. 헷★ ......이 아니잖아. 어쩌냐, 진짜.
* * *
“나는, 나는 오빠가 죽지 않게 지~~~인짜 열심히 노력했는데에~~~~~!”
“그래, 그래... 그랬구나.......”
“그런데 오빠는 심술만 부리고오오오오~~~~~~~~!”
“미안해... 잘못했다니까.......”
“으엉엉엉~~~~! 나빴어, 나빴어나빴어나빴어나빴어나빴어어어어~~~!”
“맞아맞아... 내가 나쁜 놈이야... 아주 잘 알고 있어.......”
피곤하다.
좁은 탈의실 안에서 엉겨붙은 채, 아리아는 내 몸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마구 두드리며 서럽게 울어재꼈다.
펑펑 흘러넘치는 눈물이, 뺨을 타고 또르륵또르륵 쉴 새 없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평생 울 걸 지금 다 울어버리는 느낌이다. 이렇게나 우는데 안 지치는 걸까.
그보다 탈의실에 걸었다는 주술, 풀려버리진 않겠지...? 이렇게 우는 소리가 그대로 밖에 나가는 것도 민폐고, 혹시나 누군가 안에 들어와서 지금 이 광경을 봐버리면 여러모로 끝장이다.
“진짜......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울어....”
한참을 울다 지친 듯 앵겨 붙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그제야 아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모습이 참으로 안쓰럽다.
“조금 진정 됐어?”
“쿨쩍...... 못 됐어....”
“그러게. 못 됐네, 나.”
뭐지 이 여자.
정말 짧은 시간에 너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니 당황스럽다.
처음에는 무표정, 그 뒤에는 집착증, 다음에는 어린애 같은....
아마 지금은 세뇌약 때문에 이성이 날아가서 그런 거겠지. 어린애처럼 감정만으로 움직이는 느낌으로. 평소에 무표정의 가면으로 가려졌던 만큼, 이성이 없어진 반동이 훨씬 큰 모양이다.
아이고, 골이야....
“미안해, 조금 심술을 부렸어. 아까 한 말도 진심이 아니야.”
“......진짜지?”
“응. 진짜.”
“그럼 나, 오빠 것 해도 되는 거지?”
“물론이지. 아리아는 내 것. 언제까지나 내 것이야.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줘.”
빤~히 내 얼굴을 올려다보던 아리아가, 이내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럼 약속.”
“.......”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나이 먹고 이래야 돼?
하지만 내 잘못도 있고, 거절하면 또 울 거 같다. 애초에 요 모양으로 만든 것도 내가 세뇌약을 먹게 시켜서....
한숨과 함께, 내밀어진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얽었다.
“약속.”
“헤헤헤.”
아리아는 만족스러운 듯 꽃처럼 활짝 웃었다.
...이게 어떻게 아까 그 무표정 여자랑 동일인물이냐.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무표정보다, 뭔가 숨기는 게 있던 답답한 미소보다, 서럽게 울던 얼굴보다 훨씬 낫다.
――우는 여자보다 싸우는 여자가, 싸우는 여자보다 웃는 여자가 더 매력적이다.
그게 내 지론이다.
아니, 우는 여자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긴 한데.
역시 마지막엔 웃어주는 게 좋다. 새드엔딩보단 우여곡절이 많아도 해피엔딩이 좋아. 아무리 내가 개쓰레기라지만 여자를 울리고 맛있게 밥을 먹을 자신은 없다.
‘......스페이드는 울리면 즐겁긴 한데.’
아니, 그 여자는 왠지 괴롭히면 즐겁고. 그 여자한텐 당한 것도 많으니까 그 정돈 해도 괜찮겠지? ...그런 거겠지?
아무튼.
“13호 오빠.”
“응...?”
“섰어. 단단해.”
아리아의 손이 딱딱하게 발기한 내 물건에 닿았다.
그도 그럴 게 묘령의 여자가, 그것도 아리아처럼 얼굴도 귀엽고 매력적인 여자애가 천 쪼가리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여성스런 몸의 부드러운 감촉이라거나 달콤한 향기라거나 따뜻한 체온이라던가, 당연하지만 흥분될 수 밖에 없다.
“아리아는... 13호 오빠 거지...?”
“응. 그렇다니까?”
“그렇다면 봉사해도, 되는 거지? ......봉사, 하도록 할게요....”
기대에 가득 차 반짝이는 두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녀를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아.... 응... 츄웁.......
‘13호 오빠의 자지... 맛있어....’
아리아는 자지를 내민 13호의 앞에 무릎 꿇은 채, 귀두에 혀를 휘감아 타액을 발랐다.
검붉게 발기한 13호의 물건에, 아리아의 혀가 엉겨 붙는다. 얇은 입술 사이로 빠져나온 핑크색 혀는, 마치 별개의 생물 같이 복잡하게 움직이며 13호의 물건을 자극했다.
“아리아, 즐거워 보여.”
“추릅... 츄웁... 하아...... 네에... 아리아는 기뻐요오... 13호 오빠에게 봉사하는 건....”
아리아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자, 아리아는 혀를 일심분란하게 움직이면서도 기분 좋은 듯 13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13호는 발을 내밀어, 엄지발가락으로 아리아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했다. 그럴 때마다 아리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벌어진 입 사이로 달콤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아는 히어로인데도, 이렇게 상스러운 모습으로 음란한 일을 하는 걸 기뻐하는 변태구나?”
“후릅... 에... 그치만...... 아리아는 13호 오빠 것이니까... 변태가 아니라... 오빠라서 그런 거예요.......”
“글쎄, 벌써 이렇게 추잡한 액이 나오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변태라서 그런 거 아냐?”
“히응~......!”
꽃잎을 자극하는 13호의 엄지발가락에, 촉촉한 애액이 닿았다.
아으..... 거기는.... 그치만... 부족해애.......
“아리아, 설마하는데, 나한테 제대로 봉사하기도 전에 가고 싶어하는 건 아니지?”
“......! 아, 으....”
13호의 물건에서 입을 뗀 아리아는 고개를 휘휘 저어 털어버리고, 이번에는 음낭을 어루만지며 입으로 쪽쪽 빨았다.
동시에 여성스러운 가녀린 손이 13호의 육봉을 자극한다. 그 손길도 혀놀림도 숙련된 창부의 그것처럼, 남자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아는 듯이 움직인다.
모든 것은 예지를 통해 13호를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래 봐왔던 그녀가 몇 십, 몇 백 번을 반복하며 습득한 기술이었다.
13호를 위해서라면, 오빠를 위해서라면 아리아는 어떤 형태로든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깊이 만족시켜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고양감으로 다가와, 그녀에게 열기를 더해주었고, 볼을 상기시키며 좁은 밀실에 그녀의 페로몬을 채워나갔다. 비부가 애액으로 잔뜩 젖어있는 걸 느꼈다.
츄릅... 츄... 츄....
음란한 소리가, 탈의실에 울려퍼졌다.
‘아아, 그랬지.’
오늘 내내, 13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이미 그녀는 다가올 쾌락에 몸을 떨며 비부를 적시고 있었다.
‘후릅, 추릅’하던 움직임이, 이제는 13호의 물건을 완전히 입에 머금고 ‘쪼옥, 쪼옥’하는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그런가, 나는 지금, 13호 오빠의 물건을 물고 있다... 아리아는 기뻐서 목구멍이 찔릴 정도로, 물건을 그 근원까지 입 안 가득 물었다. 혀가 살아있는 생물 같이 격렬하고, 또 부드럽게 핥아간다.
빨면 빨수록,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 언제까지나 빨고 싶다....
아리아의 허리는 자연히 무언가를 요구하듯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봉사하기에 여념이 없는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그녀를 내려다보던 13호는 그 모습에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렸다.
“히응...!”
아리아는 몸을 파득 떨었지만, 물건을 놓지는 않았다.
혀를 멈추는 걸 쉬지 않고, 또한 강약의 조절도 완벽하며, 동시에 음낭과 그 아래의 전립선까지 쓸고 매만지며 자극하는 손길에, 13호에게도 금방 사정감이 찾아왔다.
“...간다, 아리아...!”
“후읍......!”
아리아의 머리를 붙잡고, 13호는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맞춰 아리아도 얼굴을 상하로 왕복한다.
“으......윽!!”
입에 물은 자지로부터, 무언가가 입 안으로 쏟아졌다. 미지근하고, 씁쓸하다. 아리아가 그토록 고대했었던, 몇 번이나 되돌려 본 미래가 아닌 현실에서는 아직 한 번도 맛보지 못한, 13호의 정액.
아리아는 한 방울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13호의 자지를 입에 문 채 꿀꺽꿀꺽 삼켜나갔다.
“......켈록, 콜록... 하아아아....”
그러나 흰 백탁액이 입술 사이로 살짝 흘러나왔다. 그러나 아리아는 입가를 닦을 생각도 못 한 채, 여운에 잠겨 축 늘어져가기 시작하는 13호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세뇌약의 영향일까, 아니면 지쳐서일까... 머리가 멍했다. 하지만 몸은 여전히 달아올라 있다....
“하아...... 후........”
“쿡쿡쿡... 장관이구나. 히어로 아리아가, 이렇게나 음란한 여자였다니.”
13호는 키득키득 웃으며 멍하니 응시하는 아리아의 유두를 꼬집었다. 그러자 아리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아앗...!”하고 고운 한숨을 흘렸다.
13호는 아리아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세웠다. 새하얀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13호는 품평하듯 아리아의 가슴을 조물조물 만지고, 유두를 잘근 씹었다.
그럴 때마다 아리아는 기쁨으로 몸을 움찔 떤다.
“아리아, 부끄럽지 않아...?”
“에... 부끄......러워?”
“이렇게 몸을 드러내고, 야한 짓을 하고, 야한 짓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게.”
“아.......”
멍한 머리로 생각한다. 부끄러운가. 부끄럽다? 뭔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 같다. 아니, 분명 부끄러웠다. 얼마나 미래를 봤든, 현실에서는 처음으로 내보이는 알몸이니까.
아직 몸에 남은 세뇌약의 영향일까, 한 번 생각이 들어버리니, 아리아의 온 몸은 단숨에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 얼굴이 불이 나는 것처럼 뜨겁다. 팔을 움찔움찔 움직여, 드러난 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싶어졌다.
아리아는 어째선지 눈물이 날 것처럼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시, 13호 오빠니까... 괜찮아요.......”
라며 일부러 팔을 등 뒤로 돌려, 자신의 나신이 더욱 잘 보이게 했다.
13호는 그 모습을 빙글거리며 바라보고, 아리아의 앞에 쪼그려 앉아 그녀의 비부를 관찰했다. 애액으로 젖어 달콤한 페로몬의 향기를 풍기는, 고상한 도끼자국이 보였다.
“그럼 아리아, 너와 나, 다시 한 번 계약을 맺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