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15 히어로 아리아는 누구인가(3)
“너...... 뭐야?”
“아리아입니다.”
“그런 걸 물은 게 아니야...! 너, 뭔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무슨 생각이라뇨... 단지 13호 오빠를 도와드리고 싶은 것 뿐인데요.”
조금 전의 무표정한 얼굴은 어디 갔는지, 지금의 아리아는 볼에 빨갛게 홍조를 띈 채, 색기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이 여자의 본성인 걸까.
아리아는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짧은 길이의 막대기를 뽑아, 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변태인 13호 오빠가 저를 세뇌하려면, 야한 짓을 해야하잖아요.”
그러자 아무 것도 없던 공간에, 주먹만한 상자가 나타났다.
상자 안에는 익숙해보이는 물건들이――세뇌도구들이 들어있다!
“저번에 오빠의 아지트에 쳐들어갔을 때, 제 ‘도깨비 방망이’로 숨겨놨답니다. 분명 필요할테니까.”
도대체 이 여자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혼란이 가중된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이 여자가, 다른 세계의 마물처럼 보일 것 같았다.
그러나 안심하라는 듯, 아리아는 살풋 웃으며 손으로 내 뺨을 감싸안았다.
“13호 오빠는 역시 귀엽네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리아는, 저 신예린은 오빠의 편이니까... 그러니 저를 세뇌해주세요. 오빠의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 * *
“제【예지】가, 어느 날 한 미래를 보여줬어요. 어비스의 보스가 죽어버리는 세계의 미래를요.”
기지개도 쭉 펼 수 없는 갑갑한 탈의실 안에서, 아리아는 나를 벽으로 끌어당긴 채 달뜬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본래의 미래에서, 저는 예지를 이용해 아지트 위치를 알아내고 스페이드 씨와 탈출하죠. 그 뒤에 애플 씨를 구속하고 쫓아온 라헤 대장에게... 바이올렛 님도, 도로시 님도 죽어버려요.”
이어서 이상을 알아차리고 아지트로 되돌아온 나와 참모도 기다리고 있던 라헤에게 습격당한다.
“결국 참모님도 중상을 입지만, 마지막 남은 목숨을 이용해 자폭하죠. ...... 13호 오빠는 혼자 살아남게 되요.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서, 무시무시한 복수의 화신이 되어서요.”
장황하게 이어진 아리아의 말대로면, 그 후의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히어로들에게 복수하기 시작했다.
7번대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고, 인질을 잡거나 속입수를 쓰는 것도 개의치 않고, 온갖 비인도적인 방법을 구사하며 히어로들을 차례차례 세뇌해갔다.
결과, 내의 손길은 당연하게도 아리아에게도 미쳤으며,
“13호 오빠의 손에 몸도 마음도 완전히 넘어갔어요... 그 예지를 보게 된 순간, 짜릿한 무언가가 제 영혼 깊숙한 곳에 새겨진 거예요. 오빠의 세뇌가, 미래에서 과거까지 제 영혼을 옭아매고, 오빠의 색으로 물들여버렸어요... 이제 오빠의 것이 아니라면, 저는 살 가치가 없어요... 오빠의 것이 되고 싶어요... 오빠의 물건을 삼키고 싶고, 오빠로 인해 쾌락으로 울고 싶어요...... 제 모든 것을 바칩니다... 히어로 따위도 버렸어요... 저는 그저, 오빠의 것이에요....”
아리아는 기쁜 듯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두루마기 옷의 끈을 풀었다.
* * *
한창 당황하고 있던 나는, 천천히 냉정함을 되찾았다.
바이올렛이, 보스가 죽었다――그 말이 생생하게 다가 온 것이다.
이번에야 아리아의 요행으로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그녀가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았다면 그 날, 라헤가 어비스의 아지트에 찾아온 날 보스도, 도로시도, 참모도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야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리아라는 피스를 알고 나니, 이 모든 상황이 어떻게 이어진 것인지 알게 된 것이다.
“모든 미래를 아는 건 아니지만... 이 아리아의 예지, 분명 13호 오빠의 도움이 될 거예요...... 될 게요... 그 미래에서도, 13호 오빠가 쓸모 있는 암퇘지라고 해줬어요...... 사랑해요... 13호 오빠.......”
나는 냉정한 눈으로 아리아를 내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본래 바이올렛을 죽이는 데 일조한 히어로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아지트의 위치를 알아냈고, 라헤로 하여금 그녀를 죽이게 만들었으니까――
한숨과 함께, 숨을 고르고, 눈을 감았다 뜨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아, 좋아. 내 것으로 삼아주마, 아리아.”
나는 발치의 상자에서 세뇌약이 든 병을 꺼냈다.
“마셔.”
“네.......”
아리아는 순순히 병을 받아들고, 안의 내용물은 단숨에 마셨다.
“아.......”
툭, 손에 들려있던 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몸에서 살짝 떨어져, 그녀의 모습을 품평하듯 위에서 아래로 지켜봤다.
커다란 붉은 꽃이 달린 갓은 목 뒤로 넘겨, 새카만 묶음머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힘없이 풀어진 두 눈은 신기하게도 금색이었다. 각성자가 된 영향일 뿐이지, 원래라면 눈도 머리와 같은 검은색이었을 것이다.
조금 전 스스로 끈을 풀어 연 두루마기 앞섶에서는, 새하얀 맨살과 순백의 속옷이 드러났다. 원래 무복이라는 건 색도 더 화려하고 이것저것 입어야될게 많은 텐데, 실용을 추구한 건지 개인의 취향인지 그녀가 입고 있는 건 색상도 얌전하고 기장도 무릎 위로 올 정도로 짧았다.
두루마기를 살짝 밀어서 벗기자, 새하얀 어깨가 드러난다.
“자, 질문에 대답해라. 넌 누구지?”
“특수배속실 소속... 7번대의 서브 멤버... 아리아입니다... 본명은 신예림이고.......”
아리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뺨을 상기시키며 말을 이었다.
“13호 오빠의...... 노예입니다....”
아무래도 완벽하게 세뇌되어 있는 모양이다.
다른 미래의 나는 어떻게 그녀를 세뇌했길래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아무렴 어떻든 좋았다.
정말로 아무렴 어떻든 좋다.
그러나 다른 미래에서 보스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나자.
이 세계에선 아무런 죄도 없을 터인 그녀에게, 저도 모르게 분노하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옷을 벗어, 아리아.”
13호는 아리아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아리아는 그 말대로, 아직 애매하게 걸려있던 두루마기를 완전히 벗어버렸다. 그대로 등 뒤로 팔을 돌려 브래지어의 후크를 망설임 없이 풀어 벗어버리고, 팬티도 순순히 벗어내렸다.
온전한 나신이 눈 앞에 드러났다.
탄력 있는 가슴은 스페이드와 비슷한 정도일까. 키는 스페이드보다 좀 더 작은 게 명백했다.
“내게 키스해라.”
“네에....”
아리아는 13호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황홀한 표정으로 13호의 목에 팔을 얽고, 발돋움을 하며 스스로 입술을 붙여왔다. 능숙하게 혀를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혀를 얽는다.
13호는 무심하게 선 채, 그런 그녀의 혀를 받아들이고, 그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츄웁... 츄웁.......
“아.......”
“이제 됐어, 아리아.”
그냥 두면 언제까지고 키스를 해댈 것 같아, 13호는 제지하며 그녀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아리아, 다음 명령이다. 내 발을 핥아라.”
“네... 13호 오빠.......”
그녀는 조금도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쁜 듯이 그 발치에 개처럼 엎드려, 13호의 발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겼다.
그대로 엄지발가락부터 입안에 넣고 열심히 빨기 시작한다.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 발뒤꿈치, 복사뼈를 정성스레 혀로 핥으며, 봉사한다.
그 무표정하던 히어로가, 지금은 나신으로 자신에게 봉사하고 있다. 가녀린 등과 달콤할 것 같은 둔부가 적나라하게 보여, 13호의 물건이 점차 딱딱해졌다.
“이제, 내 몸에서 옷을 벗겨줘.”
아리아는 헌신적인 자세로 13호의 옷을 벗겼다, 그러자 남자다운 몸이 굵은 선의 몸이 드러났다. 부풀어 오른 사각팬티를 보고, 아리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양손으로 살그머니 팬티를 끌어내리자, 그녀의 코 끝에 이미 잔뜩 발기한 자지가 튀어 나와, 코를 찌르는 냄새를 풍겼다.
“아까 핥던 곳부터 시작해서... 이번엔 천천히 올라오는 거야... 내 온몸을 핥아서 깨끗하게 해주렴....”
“네......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그녀는 13호의 발치부터 천천히 핥아가기 시작했다. 정강이의 털의 거슬거슬한 감촉이 아리아의 얼굴을 자극했다.
13호의 몸에서는, 땀이 섞였는지 약간 짠맛이 났다.
핥아 올라가던 아리아는 이윽고 13호의 사타구니 닿았다. 봉사를 받으며 여전히 달달하게 발기한 물건을, 아리아는 정성스레 입에 담고, 깨끗이 핥아나갔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체취와 남성기를 물고 있다는 자극에, 아리아는 아릿한 흥분을 느꼈다.
음낭까지 깨끗하게 하자 이제는 상반신을, 유두를, 이어서 목덜미까지 핥아갔다. 헌신적이게 봉사하는 아리아를, 그녀의 새카만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듯 매만지던 13호는,
“거기까지. 됐어, 아리아.”
“헤에......아...?!”
아리아를 떨쳐내며, 벽에 세게 밀어붙였다.
“윽... 아.......”
“대답해라, 아리아. 너는 정말 나의 노예냐.”
“그렇습니다... 저는 13호 오빠의... 노예입니다.... 미래에서나... 과거에서나... 어디에서나.......”
“그렇다면 너는, 내 것일 때 기쁨을 느끼는 거냐?”
“네에... 그렇습니다... 13호 오빠의 것일 때만... 저는 기쁨을 느끼고... 13호 오빠의 것이 아니라면...... 저는 가치가 없습니다... 13호 오빠만이 제 기쁨입니다... 모든 것이고...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듯... 오빠가 없으면 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렇구나, 아리아. 착한 아이구나.”
13호는 빙글빙글 웃으며, 아리아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명한다, 아리아. 「너는 지금부터 내 것이 아니다」.”
* * *
“........................................에?”
아리아는, 한순가 머리에 공백이 찾아온 듯, 사고가 멈췄다.
* * *
“저기, 방금, 뭐라고....”
“네가 내 것이기 때문에 기쁨을 누린다고? 그렇다면 말해주마, 네가 기쁠 일 따위, 절대로 해주기 싫다.”
“13호 오빠...... 안 돼요.......”
“네가 나의 노예이기 때문에, 나의 것이기 때문에 기쁨을 누린다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지금은 절망을 느껴줬으면 좋겠네. 지금 기분이 어때? 조금쯤 내가 바란 대로 절망하고 있어?”
“아, 아, 으, 아......!”
아리아는 13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나 13호는 매몰차게 손을 쳐냈다.
“달라붙지마라, 암퇘지. 내 것도 아니고 히어로이기도 포기한 너에게는, 무슨 가치가 남았을지 모르겠지만.”
아리아는 망연한 표정으로 13호를 올려다보았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공포와 무수한 절망의 감정으로 가득해 있었다.
그 얼굴을 13호는 차가운 얼굴로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네게선 터무니없는 거짓의 냄새가 나. 잘 숨긴 것 같지만 나 같은 개쓰레기 한테는 그런 걸 감지하는 쓰레기레이더 같은 게 있거든. 숨긴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는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어. ......그러니 홀로 절망해라, 암퇘지야.”
아리아는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세뇌약의 효과로, 13호의 말은 아리아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퍼져――절망의 구렁텅이, 그 깊은 곳으로 그녀를 떨어뜨렸고,
“흐윽.......”
“응?”
“흐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별안간, 그녀는 대성통곡하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