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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12 빌런은 씁쓸히 패배를 곱씹는다(3) (55/271)



〈 55화 〉#12 빌런은 씁쓸히 패배를 곱씹는다(3)

뭐, 뭐야아?!

코코는 다급하게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녀를 주저앉힌 이물감의 정체를 알  없었다.

“흐, 흐으으으으읏?!”


아무도 없는 출입문 앞에서 코코는 홀로 주저앉은 채, 아랫배에 닿는 섬뜩한 감각에 등골을 쫙 폈다. 이상한 목소리가 나올  같아서, 손으로 다급하게 입을 막았다.


그러나 그녀를 덮친 섬뜩한 감각은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 연속해서 그녀에게 밀려왔다. 다른 것이 아닌, 여성의 은밀한 부분,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거기에 난폭한 쾌감이 엄습한다.

뭐지, 뭐야, 뭐냐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째서......!

어째서 내 거기에, 뭔가가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냐고?!

* *



하앙...... 히응..... 흣......

“흐읏...! 흐...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잡히기도 한다고... 하앙... 가르쳐 준 게... 코코 씨거든요....”

달콤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클럽은  뒤에서 찌르는 참모의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무릎으로  클럽의 앞에서 오똑 솟은 그녀의 유두를 만지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구나?”


“네에... 히웃... 그래서... 코코 씨가 잡힌  보자마자... 표식을 해뒀어요... 언제든 링크할 수 있도록... 하응....”

클럽의 표정이 달콤한 쾌락으로 일그러졌다. 정면에서 그 얼굴을 마주한 나는, 그녀의 입술을 살짝살짝 핥으며 옆구리나 하복부를 문지르듯 애무했다.


“그래서, 갑자기 섹스를 해달라고 한 이유는 뭐야? 링크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마력 공급을 위해?”

뭔가 조치를 취했다며 당당하게 말한 직후, 클럽은 우리에게 섹스를 요구해왔다.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참모는 “그렇군요! 과연! 잘했어요!”라며 바로 그 바램대로 해주었다. 뭐가 ‘그렇군요’냐. 너만 알지 말고 나한테도 가르쳐주지.


조금 소외된 기분을 느끼며 나는 클럽의 유두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하응...... 이번 건 마력이 별로 안 들어서... 충분해요.......”

“그럼 왜?”

“그게...... 이번에 쓴 건 【감각동조】라서....”

아, 하고.

그 말을 들으니 바로 이해가 갔다. 그녀가 뭘 하려는지.

“성감을 공유하는 거구나? 원격으로.”


클럽은 가슴과 음부를 점하는 쾌락에 잔뜩 헐떡이면서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히이이잇...! 햐앙...!

창고의 출입문 앞에서, 코코는 여전히 웅크리고 앉은 채 아래에서, 위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쾌감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었다.

‘【감각동조】...... 성감을 공유한다고...? 클럽 요 녀석이.......’

링크된 오감을 통해 어렴풋이 들려온 목소리에, 그제야 코코는 이 이물감의 정체와 원인을 파악했다. 하지만 파악했다고 해서 자신이  수 있는 건 없었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려오던 목소리도 점차 선명해져 갔다. 그럴수록 자신을 찌르고 자극하는 감각도 배가 되었다.

클럽이 세뇌당한 건 알았지만, 그래봤자 단순한 말 같은 느낌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명령에 따라서만 움직이며, 명령이 없으면 아무 것도  수 없는, 플레이어가 없으면 움직일  없는 게임의 캐릭터 같은 느낌이라고.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고, 클럽은 본래 사용하던 능력을 100%,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자주적으로 판단, 어비스의 두 사람에게 봉사하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만드는 ‘세뇌’라는 능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제야 깨달아버렸다.

단순한 ‘장악’이 아닌,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세뇌’는 틀림없는 위협이 된다.

‘반드시 전해야 해....’

자신이 전해야 할 정보의 중요도가 올랐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녀는 눈에 힘을 주었다.


이를 악물고서라도 창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멀어져야 한다. 클럽의 【동조】 범위는 함께 수차례 임무를 수행하면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거리만큼만 멀어지자.


코코는 뿌득,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씨이... 원래 동조율이 높아서... 클럽이랑은  좋은 콤비였는데....’


원격에서 이렇게나 생생한 감각을 전달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자리에 있는 게 체크나 라헤 대장, 하다못해 스페이드였다 해도 지금의 그녀처럼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평균보다 마력의 양이 적은 코코는 다른 이의 마력에 쉽게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상태이상을 일으키는 능력자를 상대로는 손쉽게 호구가 되어버리지만, 클럽의 능력으로 【동조】하는 것도 손쉬웠다.


대장이나 체크 같은 경우는 감각을 공유하는데 꽤 많은 마력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녀만큼은 대단히 적은 마력으로도 생생한 감각을 공유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콤비를 이루었다. 한 빌런 조직은 코코 자신이 거점에 잠입하고, 공유받은 시야를 이용해 클럽이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것으로 하루아침에 궤멸시킨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역이용 당할 줄이야!


‘끄으으으... 어쨌든, 이제  문만 열면... 밖이야...... 조금만 더 버티면... 대장이 도착할 테니까....’


조금  붙잡혔을  통신기 부류를 전부 빼앗긴  뼈아프다. 하지만 조금만 더 버티자. 밖으로 나간다면 지나가는 통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정 아니면 택시라도 탄다면....

필사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질질 끌며 가까스로 출입문 코 앞까지 나아갔다.

좋았어. 이제 손잡이를 잡고, 저 문을 밀어내기만 하면 돼.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수갑을 찬 양팔을 부들부들 떨며 내뻗은 그녀였지만,
탁, 하고.


불쑥 내밀어진 인형의 손에, 내뻗어진 그녀의 가녀린 팔이 붙잡혔다.


“하, 하하하.......”

끼기긱, 소리가 나지 않을까 싶은 뻣뻣한 움직임으로 돌아보니, 여전히 암기가 여기저기 꽂혀진 인형이, 그리고 뒷머리가 반쯤 박살난 인형이 그녀를 둘러싸듯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아아, 이건 그거다.


망했다는 거다.


하응......! 힛......! 아핫......!


창고의 차가운 맨바닥에 드러누운 코코는, 양 손목  발목을 인형들에게 붙잡힌 채 쾌락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점하는 자극은 단순히 음부를 찌르는 것만이 아니었다. 가슴과 유두를 비롯해 옆구리, 배꼽, 하복부, 목덜미나 쇄골, 입에나 귓불, 심지어 머리카락까지도 점한 게 아닐까 싶은 자극이 그녀를 괴롭게 지배하고 있었다.

“하앗...... 하아... 그만....... 이흑?!”


그녀가 애타게 말해봐야 들을 사람은 없었다. 인형들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건 애초에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묵묵히 그녀를 붙잡고 그 치태를 내려다  뿐이다.

인형들은 그녀의 양팔 양다리를 구속하고서도 남는 네 쌍의 팔로 그녀의 후드와 치마를 벗기고 블라우스 앞섶을 뜯어내, 이곳저곳을 애무했다.


“하아아아아악~~~~~!”


파도처럼 밀려오는 자극에 코코는 등골을 활처럼 휘며 절정한다.

이번으로 벌써  차례나 절정했다. 그것도 이렇게 단시간에.


‘이, 이, 이, 이거... 이상해... 이렇게나 느낄 리가 없는데엣......!’


“으흣... 흑...?! 아직도 더 해?!”


벌써 두 번이나 갔는데도 자궁을 찌르고 온 몸을 범하는 이물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클럽은 현재 하복부에서 빛나는 【성감강화】의 문양의 영향 아래 있다. 그런 그녀와 링크된 코코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배나 증폭된 쾌감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물감이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비강을 찌르는 비릿한 냄새.


‘싫...... 이번엔 입으로...? 거기다 이 맛... 설마.......’

『코코라고 했지? 지금은 이렇게 맛 보는 걸로 참아줘. 나중에 직접 맛보게 해주겠지만.』


이 자리에 없는 13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럽의 귀를 타고 링크되어있는 그녀에게 전해진 것이다.

“이, 이...... 그마안......!”

저쪽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이쪽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들렸다고 해서 들어줄 13호나 참모가 아니지만.


인형도 손을 적극적으로 움직여 코코의 몸을 희롱했다. 실제 사람의 것과는 달리 온기도 부드러움도 느껴지지 않는 손이지만, 유륜에 손가락을  채 손목을 360도로 빙글빙글 회전시키거나 바이브레이터처럼 부르부른 떨리며 주는 자극은 인형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심지어 네 개나 되는 손이 있으니, 그녀의 온 몸을 빠짐없이 구석구석 자극하고 있다.

‘인형의 감촉과... 클럽의 감각이 동시에엣...... 으이잇......?!’


“하읏, 하앗, 하응~......! 부, 분해......! 또, 또 간다앗~~~......!”


또다시 절정했다. 이번에는 안을 채우는 뜨거운 사정감과 함께. 동시에 혀와 목을 타고 씁쓸하고 비릿한 것이 흘러들어왔다.

클럽은 분명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마시고 있겠지. 그렇기 때문인지 그녀가 목을 움직이지 않고도 정액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목을 타고 흘러 떨어지는 걸 느꼈다.


“아...... 그만...... 설마 또... 하는 거야......?”

잠깐 쉬나 했더니, 이번에는 클리토리스에 자극이 닿았다. 동시에 질 안을 휘젓은 이물감이 다시금 활동하기 시작한다.


이렇게나 갔는데도, 한 번 사정을 해놓고서도 끝은 나지 않은  같았다....




인형들에게 억눌린 채 달콤한 교성을 흘리던 코코는, 이후 13호가 다가올 때까지 쾌락에 몸부림칠 수 밖에 없었다....



* *

“아헤...... 후우...... 후....”


출입구 앞에 구속되어 있던 코코를, 인형들에게 업게 만들어 방으로 데려왔다. 그녀는 정신이 반쯤 가출한 듯 멍하니 열정적인 한숨을 토할 뿐,  이상 도망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흐음, 이쯤되니 안심할 수 있겠네.


혹시 몰라 앞섶이 벌어진 블라우스와 무릎 부근에 걸려 있던 스커트도 벗겨버렸다. 안에 입던 블라우스도 벗겨 속옷 차림으로 만들었다. 더이상 무기는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다리와 팔꿈치 위에 숨겨놓았던 암기들도 벨트와 함께 빼버렸다.

그런데 참모 말을 듣고 요염한 분위기의 검은 속옷을 기대했는데, 브래지어랑 팬티색이 달랐다. 팬티는 검은색, 브래지어는 하늘색 스트라이프. 여자들은 승부날이 아니면 굳이 색을 맞춰입지는 않는다는 얘길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조금 깼다.


‘다른 히어로들은 맞춰 입었던데. 스페이드나, 클럽이나 애플이나....’

이 여자가 다소 털털한 성격인가 보다, 하고 납득했다. 어쩌면 처음에 보였던 덜렁거리는 맹한 인상도, 단순히 얕보이기 위한 연기가 아닌 진짜 성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무력화 시켰으니 상관없겠지. 어쨌든 생각 외의 소득이다. 7번대 함락까지 본의 아니게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니.


세뇌약이 듣질 않는다고 하지만, 일단 데려가서 이것저것 찬찬히 시도해보자.

“그럼 참모, 슬슬 돌아갈까. 이 여자가 7번대에 연락했다는 것 같으니까, 더 있다간 진짜로 대장님이랑 맞닥뜨릴 수도 있겠어.”

“아, 예...... 그보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데 참모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어딘지 멍한 얼굴로 휴대폰을 보더니, 나를 향해 화면을 내밀었다.


“도로시 양에게서, 이만큼이나 전화가...... 무음이었던 터라 몰랐습니다....”

참모가 띄운 휴대폰의 전화내역 목록에, 도로시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한가득 떠있었다.


순간  몸에서 식은땀이 왈칵 솟은 기분이 들었다. 서둘러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내 건 꺼져있었어! 하필 이런 때...!”

저도 모르게 상스런 육두문자가 입을 뚫고 튀어나왔다. 심장이 꽉 조이는 기분이다. 기지에 무슨 일이 생겼나?! 도로시한테, 보스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참모! 마력은 충분해?! 바로 이동할  있겠어?!”

“텅 빌 때까지 쥐어짜면... 지금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참모도 심상치 않은 상황에 불안함을 느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마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참모, 클럽과 기절한 히어로 둘이 발밑의 그림자에 삼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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