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11 연약한 빌런에게 폭력 히어로는 위험하다(5)
“애플, 오늘도 차가 맛있네요. 아로마 향도...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리는 기분이에요.”
“에헤헤, 대장님께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에요.”
7번대의 기지 안, 사무실에서는 언제나처럼 티타임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애플이 준비해온 다과를 먹으며, 마찬가지로 애플이 준비한 아로마 향에 코끝을 기울인다. 그러고 있자면 몸이 둥실둥실 뜨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서, 어느샌가 푹 잠에 들 때도 있었다.
그런 대장의 모습을 볼때면 애플은 말로 할 수 없는 만족감에 휩싸였다. 오늘도 주인님들의 명령을 잘 수행했다, 그토록 강한 대장도 이렇게 되면 속수책이지, 이대로 데려가서 나와 같은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몽골몽골 올라와서, 애플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이다.
확실히 말하자면, 애플은 자만하고 있었고, 방심하고 있었다.
“애플.”
“네~ 대장님~.”
“당신은, 스파이인가요?”
쩌적, 하고. 공기가 굳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애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뇌약이 포함된 아로마향에 몽롱한 눈을 하던 라헤 대장이었지만, 지금은 그 붉은색에 가까운 다갈색 눈동자가 또렷하게 애플을 노려보고 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우리 7번대의 적입니까?”
* * *
화려하게 조수를 뿜던 체크의 몸이, 탈진한 듯 13호에게 기댄 채 축 늘어졌다.
단숨에 몰려온 지나친 쾌감에 정신이 왔다갔다 오락가락했다.
“자, 체크. 맹세해. 네 몸도 마음도 우리에게 바치겠다고. 그렇다면 지금 얻은 쾌락을, 매일 같이 얻을 수 있어. 우리라면 네가 매일 쾌락으로 몸을 떨게 만들 수 있어....”
“하으..... 으..... 닥치라... 육갑아.......”
당장 눈에 초점도 맞지 않지만, 최소한의 이성을 붙들어 매 가까스로 대답했다. 어디 네놈들 뜻대로 될까보냐.
13호는 그런 체크의 태도가 우습다는 듯 코웃음치더니, 그대로 그녀의 몸을 확 밀쳐 소파 위에 엎드리게 했다. 여성의 페로몬이 감도는 달콤한 비부가 13호의 눈앞에 내밀어졌다.
꽃잎을 벌리고 손가락을 찔러보니, 조금 빡빡한 질 안은 질척한 애액으로 젖어있었다.
“아, 안 대... 하지마래이..... 하으으응.......”
꼬인 혀로 그렇게 말하는 게, 지금의 체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이었다.
손가락을 빼내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비부를 핥았다. 때때로 혀끝을 살살 밀어 넣어 질 안으로 넣을 때마다, 체크가 가쁜 신음소리를 흘렸다.
적당히 무르익었을 무렵, 13호는 상반신을 살짝 일으켜 세운 체크의 가슴을 등 뒤에서 주무르며, 유두를 난폭하게 잡았다. 그대로 페니스를 체크의 비부에 가까이 가져가 애를 태우듯 주변을 문지른다.
“체크... 이제 내 물건이, 네 안에 들어가. 기대되지 않아?”
“으흥...... 누가아... 기대 같은 거....”
“옆에 봐봐. 네 후배는 저렇게 기뻐하는데?”
힘없이 고개를 돌리니, 아까 절정을 맞았던 클럽은 지치지도 않고 또다시 참모와 얽혀 쾌락을 탐하고 있었다. 참모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움직이는 클럽의 하복부에는, 체크에게 그려진 것과 같은 문양이 그려져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햐앗... 앗, 읏, 히얏......!』
저리도 좋은 걸까. 저리도 기쁜 걸까. 나도 삽입되면, 저런 표정을 짓게 되는 걸까. 그렇게 될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있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잠든 사이에 주입된 ‘욕구에 솔직해진다’, ‘여자의 몸은 어쩔 수 없이 남자의 물건을 바라게 된다’는 암시 때문이라는 건 알 도리가 없었다.
꿀꺽, 침을 삼켰다. 이대로 꿰뚫리면 채워지는 걸까.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안 되겠다... 머리가 멍하다...... 지금은 그냥....
“뭐야, 이제 겨우 솔직해졌구만... 이렇게나 내 걸 조르고.”
체크는 꾸물꾸물 허리를 움직여, 13호의 물건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13호는 도망가듯 슬쩍 움직여, 체크의 비부에 페니스의 끝만을 닿은 채, 들어가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했다. 꾸물거리는 둔부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때리자, 체크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아...... 왜 안 넣는 거냐... 문디야....”
“뭐야 너. 그런 태도면 박아줄 마음이 사라지는데.”
“에...... 그럼 우째야 하는데....”
“부탁해야지. 이럴 때는.”
부탁.... 멍한 머리로 체크는 그 의미를 생각했다. 부탁, 부탁. 그렇다면 어떻게 부탁하면 될까.
“부탁...... 합니데이... 넣어, 주이소.......”
“뭐를, 어디에?”
체크는 멍한 머리로 갈등했다. 그러나 지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미 부끄러운 꼴이면 충분히 보였다. 이제와서 한 둘 쯤... 이라고 멍한 머리로 생각한 체크는, 꾸물꾸물 허리를 움직이며 말했다.
“금마... 니... 자지를... 내, 보지, 에... 찔러주이소...... 쫌....”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좋아, 오늘은 이 정도로 봐줄까. 그럼 간다, 체크!”
찔걱!
애를 태우던 13호는, 단단하게 발기한 육봉을 체크의 질 안으로 단숨에 찔러넣었다. 환희의 비명을 지르듯, 애액으로 질척하던 체크의 질이 13호의 페니스를 받아들였다.
쯔억, 찌걱, 찌걱, 찌걱, 하는 소리와 함께 13호의 물건이 체크의 비부를 출입했다.
“아, 아아, 하아...... 하.......으응......!”
체크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넋을 잃은 얼굴로 헐떡였다. 체크의 입에 손가락을 밀어 넣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물고 쪼옥쪼옥 빨았다. 차츰 13호의 움직임이 격해지자, “흐아...”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뱉었다.
“하응, 응, 아, 으... 시, 싫대이, 후앙, 이, 뭔가, 하으...! 아, 안 돼... 가버려... 간다, 간데이... 아, 아, 으....”
13호의 물건이 출입할 때마다, 자신의 자궁을 찌를 때마다 그 쾌감이 그대로 뇌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밀려오는 쾌감에 어떻게든 저항해보려 했지만 속수무책. 13호의 혀가 체크의 귀에서 목덜미까지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녀의 몸에 더욱 더 불을 지폈다. 13호의 움직임에 화답하듯, 체크도 허리를 움직여 13호의 움직임에 맞춰간다. 하복부에 그려진 문양은 선명한 빛을 뿌리며, 체크의 쾌감을 몇 배나 부풀린다.
“체크, 이제 간다.”
체크의 머릿속에, 13호의 목소리가 하얗게 튀었다.
“아, 아, 아, 으, 가, 간다, 간데이, 크, 가, 간다앗!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후, 후아아아아아아~~~~.......!”
체크의 몸에서 힘이 빠지며, 온 몸이 맥없이 축 늘어졌다. 그런 그녀의 질 안에서 13호의 물건이 맥동하듯 부풀어오르며, 울컥울컥울컥울컥... 뜨거운 사정액을 내뱉었다. 자신의 안에 들어온 이질적인 감각에, 체크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하아, 하아, 하아, 아......”
체크는 그대로 힘이 빠진 채 소파 위에 축 늘어졌다.
“자, 체크......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해――”
공허한 눈의 체크의 귓가에 13호가 뭔가 말을 한 것 같았지만, 피로에 절은 그녀는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그 말은 분명 체크의 안에, 깊숙한 곳에 스며들고 새겨졌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새하얀 민소매 블라우스 하나만 걸치고, 그마저도 앞섶이 완전히 풀어헤쳐진 요염한 반라 상태의 체크는, 소파에 힘없이 엎드린 채 그저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의 시야 속에서, 참모와 결합하고 있던 클럽이 또다시 절정하며 몸을 떨고 있었다.
‘우와, 이 여자, 마력이....’
체크의 몸 안에 마음껏 정(精)을 불어넣고, 탈진해버린 체크를 내려다보던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녀의 교접을 통해 마력은 순환되고, 궁합에 따라 마력의 질이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며, 배로 불어나기도 한다.
체크와의 궁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의 교접을 통해 체크에게서 전해져온 마력은 한 눈에 느끼기에도 ‘상질’임을 알 수가 있었다.
양이 많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페이드와의 교접에서 전해받았을 때보다 양은 적다. 그러나 100을 1로 압축한 것처럼, 마력의 질이 높았다.
단순한 재능이 아니다.
단련에 단련을 거듭하고 자신의 마력을 압축하고 정제해서 만들어 낸 성과인 게 분명하다.
‘예전의 나는 마력양으로 밀어붙였는데.’
전성기 시절, 아직 별자리가 변덕을 부리지 않아서 마력을 충분히 공급받았을 때는, 정말 어떤 기적이든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마력을 공급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멀었다. 아마 이 마력을 이용해 능력을 일점집중한다면, 자신의 얄팍한 기적 따위 단숨에 찢겨버릴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상질의 마력이다.
‘단순히 강하고 오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한 노력가였구만.’
정말이지, 어떻게 그녀를 포획할 수 있었는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대단해. 그리고 적으로 두면 분명 귀찮아질 여자다.
이 기회에 철저히 세뇌시켜야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세뇌약에 적신 손수건을 체크의 입가에 가져다 대려던 순간, 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 * *
“......예, 대장. 보내드린 위치데이터로 와주시면 돼요. 아톡 프리챗으로 보내진 위치는 더미예요. 아마 애플을 통해서 체크에게만 따로 보낸 것 같아요... 네, 네.”
13호와 참모, 체크와 클럽이 있던 방의 바깥에, 새카만 후드를 쓴 여성이 벽에 기댄 채 나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화는 귀에 꽂은 인이어(in-ear) 이어폰과 작은 마이크로 하고 있으며, 통상적인 히어로들의 전투복과는 달리 큼지막한 후드티를 입고 있다. 입에는 츄파O스 막대사탕을 문 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다.
7번대 소속 서브멤버인 코코다. 히어로협회 소속이긴 하지만 정규 히어로들과는 조금 방향이 다른, 【첩보부】에 소속되어 있다. 주 업무는 지금처럼 은밀한 추적 같은, 이름 그대로 첩보원 같은 일이다.
'...애플이 배신을 때리다니.'
이게 무슨 일인지. 무슨 사정이 있었던 건지 애플은 7번대의 배신자였다! 라헤 대장은 그걸 꿰뚫어봤지만, 일단은 빌런 조직 어비스의 책략에 걸려주기로 했다. 대신 코코 자신을 붙여서, 되려 그들의 허를 찌른다는 계획이다.
......체크는 단순해서, 혹시 계획이 누설될까 싶어 따로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너무하다고 생각해.
코코는 은밀히 행동하거나 추적하는 데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능력 또한 그쪽 계열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곳까지 몰래 쫓아올 수 있었다. 그래도 체크 정도의 달인이라면 어느 시점에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은 인지했을 테지만, 첩보원인 그녀의 역할을 알고 있을테니 이 상황에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그녀에게 구출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설령 자신이 능욕을 당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도 말이지.
‘나 전투계가 아니니까 말이야. 체크가 당한 상대한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저 어비스의 두 빌런들은 단순히 조잡한 책략으로 체크를 휘둘렀을 뿐이고, 실질적인 전투능력은 둘 다 체크의 발 밑에도 못 미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녀가 관찰하기론 그렇다. 애플... 그리고 아마 클럽의 배신이 없었으면 이렇게 될 일도 없었다.
배신. 아무래도 저들은 '세뇌' 같은 걸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럴 수가. 무시무시하다. 모르고 있다간 뒤통수 맞기 딱 좋잖아.
‘하지만 참모는 능력의 다양성 면도 있고... 13호는 지금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고 보고 받았는데 여전히 뭔가 쓰는 것 같고.’
변수가 너무 많다.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만능 전투계 능력을 가졌다면 몰라도, 자신은 들키는 순간 붙잡힌다. 무엇보다 저 참모와는 능력의 상성이 안 좋다.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그러니 미안해, 체크. 네 요염한 모습을 훔쳐보고 나도 조금 흥분하긴 했어. 나중에 대장님 데려와서 꼭 구해줄 테니까, 조금만 더 참아. 너도 기뻐보이니 괜찮지? 지금은 일단 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니까. 조금만 더 살펴보다가 대장한테 고자질할테니까, 좀만 더 힘내. 우리 대장 화나면 무섭지롱.
코코는 마음속으로 변명하며, 벽에서 떨어졌다. 혹시 이 상황에서 문을 벌컥 열거나 하면 위험하다. 능력을 사용해도 괜찮겠지만, 이 임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모르니 가능하면 아끼는 편이 좋다.
그렇게 숨을 곳을 찾아다니려던 때였다.
“뭘 그렇게 찾으시나요?”
“.........................에?”
갑작스레 들려온 친절한 목소리에 코코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상하다,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들린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