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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11 연약한 빌런에게 폭력 히어로는 위험하다(3) (49/271)



〈 49화 〉#11 연약한 빌런에게 폭력 히어로는 위험하다(3)

“【동조개시】.”


울려 퍼진 건 문을 여는 주문.

동시에, 체크의 눈앞이 이지러졌다.


* * *

“됐다!”

참모가 감시 영상을 비추는 패널을 손에 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야말로 밧줄을 타고 건너는 듯한 위태위태한 순간들이었다. 만약 나이프라도 사용했다면 13호가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클럽에게 일부러 노출이 많은 옷을 입혀 체크로 하여금 옷을 벗어주도록 유도했지만, 벗고보니 긴 소매 블라우스 였을 가능성도 있다. 붙잡힌 클럽을 의심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을 수도 있다.


실패할 가능성은 무궁무진. 그러나 그 외의 방법이 있던 것도 아니라 참모는 애를 태우며 지켜보고――마침내, 바라던 대로 클럽의 손이, 체크와 접촉했다.

참모는 간절히 바라듯 두 손을 꼭 마주쥐었다.


“더이상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나머지는  사람에게 달렸습니다... 제발, 실패하지 말아라...!”

* * *




‘클럽?! 이게 무슨 짓이지?!’

체크는 당황했다. 이지러진 시야 속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감각과 기억이 방대한 해류처럼 그녀에게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 능력으로, 과거의 제가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들을 체크 씨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일그러져가는 시간 속에서, 클럽의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클럽의 능력은 대상과 【동조】함으로써 대상이 인식한 것을 자신의 것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미리 세팅한 여러 대상의 인식을 공유해,  다른 능력인 【사격】의 정밀도를 높인다.

동시에 척후병의 역할로써, 자신이 동조하여 인식한 내용을 동료들에게 전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동조 대상이 보고 있는 걸 실시간으로 전달할 때도 있고, 자신이 오랜 시간 정탐한 내용을 기록으로서 단번에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건 ‘동조’라면, 기록으로서 공유하는 건 ‘동기화’에 가깝다.


지금 동조하여 보내주는 건 후자, ‘동기화’다.


――‘응으으으으...! 간다! 간다앗! 그거, 그거 또 와버려엇......!’

――‘뭐든...... 할 게요... 졌습니다... 완패예요...... 노예가 될 게요... 인형이  게요...... 하라는 대로 할 게요... 그러니 제발, 이 이상은...... 죽어버려... 내가 아니게 되버려......’


공유하는 건 1주일간의 기억. 클럽이 느꼈던 쾌락과 굴복의 기억들.

단순한 정보가 아닌, 당시 클럽을 지배하던 오감을 당사자의 시점에서 똑같이 경험한다.


자신의 피부를 매만지는 손. 쓰다듬는 손의 따뜻함. 온몸을 지배하는 열기와 열락. 뜨거운 한숨을 내쉬는 입.


――‘하앗, 힛, 하악......!’

한 장면이 지나갔다 싶으면 또 다음 장면이 이어진다.

어느샌가 자신은 누군가의 아래에 깔려서, 뜨거운 불기둥 같은 것이 음부에 삽입되고 있었다. 자궁구에 그것이 닿을 때마다, 쓸릴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은 쾌감이 뇌를 쾅쾅 두드린다.

――‘히약... 윽... 더, 더 해주세요오...... 흐아아아~~......!’


이번에는 배경이 바뀌었다. 바뀐 방 안에서, 자신은 양손이 쇠사슬로 묶인 채 비부를 뒤로 내밀고 있었다. 온몸을 주무르고 유린하는 손, 음부를 범하는 살덩이. 자신을 지배하는 쾌락에 부들부들 떨며 음탕한 한숨을 연신 내뱉고 있다.

――‘그만...! 그마안! 더는, 더 하면 죽어버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버려... 히, 히윽~~~?!’


다음 장면에선 양 손, 양 발이 벌려진 채 구속되어 끊임없이 고문을 받고 있다. 아무리 애원해도, 각종 도구와 애무로 저항할 수 없는 쾌락에 절여진다. 연신 이어지는 절정에 몸이 튀어 오르고 조수를 내뿜는다. 머리가 새하얗게 튀어 오를 때마다 미쳐버릴 것 같아, 눈물과 함께 수치스런 굴복의 말을 흘려도, 상대는 그만두지 않는다. 더욱 더 그녀의 몸을 주무르고 질 속의 약점을 쿡쿡 쑤시며 절정시킨다.


――‘아응...... 주인니임... 더,  쑤셔주세요... 제 안에 뜨거운 거어.......’

음탕한 창녀처럼, 완전히 암캐가 된 자신이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조르듯 남자의 물건을 자극한다. 손과 입으로도 봉사하며, ‘주인님’에게 아양을 떤다. 몸을 지배하는 건 뇌가 저릴 정도의 쾌락. 마음을 지배하는 건 굴복과 열락.


몇 번이나 절정하고, 몇 번이나 조수를 뿌리고, 몇 번이나 굴복한다. 그럴수록 그녀는 확고하게 ‘노예’가 되어간다.

그 과정을, 체크는 지금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경험하고 있었다. 농밀하고 밀도 높은 쾌락에 뇌가 녹아버릴 것 같다.


‘아, 아, 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니야.

이건 내 기억이 아니야!


체크가 부정하며 거절하려 해도, 클럽이 느꼈던 쾌감, 클럽의 기억이 막힘 없이 밀려들어 체크의 정신을 혼탁하게 오염시켰다.

“클럽,  어비스에게... 큭...!”


“한 번 더 갈게요.”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방금과 같은 기억이, 일주일 분량의 쾌락이 다시 한번 단숨에 밀려 들어온다.

‘아, 안 돼...! 이대로느은......!’

희미하게 빛을 잃어가려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고, 손에 낀 장갑에 마력을 부어 넣는다. 이대로 클럽을 뿌리쳐야한다. 팔을 꽉 붙들고 있으니 적당히 해서는 떼어놓을 수 없다. 시간을 들여서 떼어놓으려 한다면 또다시 ‘동조’시킬 것이다.


단번에 복부를 쳐서 기절시키고, 그대로 팔에서 떼어내야한다. 기회는  번. 다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죽지만 않을 정도로 조절하면...!

“잡았, 다!”

“익?! 이, 이 육갑이?!”


그러나 체크의 계획은 13호의 개입으로 무산됐다.


기절한 척하던 13호가, 어느샌가 다가와 뒤에서 체크를  붙들고 사지를 얽어매 구속한 것이다.

체크는 떨쳐내려 했지만, 있는대로 흐트러진 지금 상태로는 스페이드와 관계하며 모아 둔 마력을 전부 ‘신체강화’에 쏟아부은 13호의 완력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런 체크의 상태를 냉정한 눈으로 올려다 본 클럽은, 다시 한번 체크에게 마력을 집중한다.

“한 번  갑니다.”


“그마... 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뇌를 범람하는 쾌락의 물결. 체크의 입이 벌어졌다. 어떻게든 뿌리치기 위해 13호의 명치를 팔꿈치로 찍는다. 그러나 맨살이라 아무것도 ‘강화’할 게 없이 내질러진 공격으로는, ‘신체강화’에 몰빵한 지금의 13호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한 번 더.”

“끄으으으으으으으으~~~~~~?!”

다시 한번 마력이 집중하고, 체크의 머릿속에 쾌락의 기억이 범람한다.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 듯 발버둥 치지만, 사지에 들어간 힘은 확연히 빠져있었다. 동작도 지금까지의 절도 있던 것이 아닌, 단순히 도망치기 위해 대충 팔다리를 휘젓는 어린애 같은 몸부림 뿐이다.


“한 번 더.”


“야흐으으으으응~~~~~~~~~! 그, 그마안~~~~~~!”

그리고 클럽은 주저 없이 【동조】를 반복한다.

체크의 몸이 튀어오르고, 뿜어져나온 조수가 팬티를 적시고, 전투복 스커트 아래로 흘러나왔다.

“한 번 더.”

“꺄아으으으으으으으으~~~~~!”

눈이 빙글 돌았다. 지나친 쾌감에 온 몸에 힘이 빠진다.


“한 번 더.”


“아햐으아아아아아아아아~~~~~~?!!!!”


체크는 파들파들 온 몸을 떨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러나 13호가 꽉 붙들고 있어 쓰러지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한 번 더.”

“아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머리가 새하얗게 튄다. 벌써 몇 번째일까.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기분이다. 머리가 빙글빙글. 유두를 만지던 손을, 몸을 더듬던 손을, 음부를 찌르던 페니스를, 자궁을 범하던 뜨거운 사정액의 감각만이 그녀의 머리를 지배했다.

“한 번 더.”

“크우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한 번 더.”


“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읏~~~~!!”


“한  더.”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체크를 지배하며 자비 없이 퍼부어진 농밀한 쾌락의 물결은, 클럽의 마력이 다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 * *



“주인님, 마력이  떨어졌습니다.”


클럽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팔을 얽고 있는, 원래는 동료이자 선배였던 여성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아니, 약간 뺨이 상기된 게 엉망진창으로 당하던 그녀의 모습에 흥분한 걸지도 모르겠다.

“잘했어, 클럽.”

“헤...... 칭찬, 받았어요....”


클럽은 몸을 비틀며 기뻐했다.


 몸에 힘이 빠진 체크는, 지금  품에 인사불성인 상태로 내 품에 안겨 있다. 뺨은 상기되어 있고 입에선 침이 흐르고 있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만한 여유도 없는  같았다. 공허한 눈으로,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몸은 십수 차례 이어진 절정의 여운으로 부들부들 떨렸다.  몸이 잔뜩 민감해졌는지, 그녀를 붙든 손이 조금만 움직여도 몸을 떨며 “햐응....”하는 교성을 흘렸다.

“응? 이런.”


아래에서 쉬이이이-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 액체가 흘렀다. 지나친 절정에 실금해버린 것 같았다.


어쨌든, 체크메이트다. 위험천만했지만, 어찌어찌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으니.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13호님. 아라 양도 잘했습니다.”


“참모냐.”


“헤, 헤헤...... 다른 주인님께도... 참모님께도, 칭찬....”


“그래요, 그래요. 참 잘했습니다.”

일이 끝난 걸 확인했는지, 참모도 그림자를 통해 이동해왔다. 이 자식, 나를 사지로 내몰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베개 아래에 BL책을 숨겨놓겠어.  때마다 BL의 악몽이나 꿔버려라!

어쨌든 참모까지 도착했으니 이제 다음 단계다. 마무리 공정을 해야한다.

주머니에서 찰랑이는 세뇌약이 담긴 병을 꺼내어, 손수건에 적셔――체크의 입과 코를 덮었다.

“읍.......”하는 소리와 함께 미약한 저항감이 있었지만, 팔다리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반항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체크의 눈에서, 완전히 빛이 사라졌다.

자, 그럼  여자를 어떻게 세뇌하면 좋을까... 나는 가볍게 혀를 핥았다.

* * *




추읍..... 츕..... 헤에.......


체크가 깨어났을 때는,  몸을 나른한 권태감이 짓누르고 있었다. 어쩐지 머리가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하다.

‘......여긴?’

차츰 의식이 깨어나면서,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인지한 건 눈앞에 보이는 클럽의 추태. 그녀는 안경 쓴 남성의 몸에 올라타,  입에 달라붙듯 입을 맞추고 있었다.


“에......클럽?”


“츄으.......”

입을 맞추고 있던 남성이 이쪽을 눈치챈  눈을 가늘게 떴지만, 다시 키스에 열중했다.

분명 저 얼굴은 어비스라는 빌런 조직의 참모가 분명한데, 클럽과 체크의 적이어야 하는데, 클럽은 억지로가 아닌 자발적으로 열심히 입술을 맞추고 봉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니, 그보다 나는 어째서 잠들었던 거야...?


깨달은 순간 자신의 몸을 덮치는 위화감도 눈치챘다. 몸이 뜨겁다. 거기에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더듬고 있다. 커다란 가슴을 장난감처럼 멋대로 주무르고 희롱하고 있었다.

“체크, 이제 일어났네.”


“하아, 윽...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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