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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10 히어로들의 아지트 탈출기(1) (43/271)



〈 43화 〉#10 히어로들의 아지트 탈출기(1)

두 사람에게 걸린 암시 자체는 많지 않다. 다만  중에 ‘명령에 반드시 따른다’라는 암시가 너무 성가셨다. 이 암시 때문에 13호나 참모의 말에 거스를 수도 없고, 밖으로 도망치는 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일단 서로에게 걸린 암시를 풀고 다음 행동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럼, 먼저 할게?”


“예. 바로 해주세요.”

먼저 스페이드가 클럽의 암시를 해제하고, 다음으로 클럽이 스페이드의 암시를 해제해주기로 했다. 암시를 거는 ‘키워드’가 서로 다른 것이 천만다행이다.

잠깐의 현기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끝났습니다”라는 클럽의 간결한 말이 들려왔다.

이렇게 손쉽게 해제되는 걸까. 정말이지 허무해서 어이없을 정도다.


“다음은 수갑이에요. 이대로 도망치는 것도 괜찮겠지만, 가능하면 수갑을 해제하고 가는 편이 좋으니까요.”

“수갑을 해제하면 다시 능력을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도망이고 뭐고 바로 이 녀석들을 체포해버릴 수도 있어.”


거기다 13호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로 마력을 다 썼다고 했다. 참모의 능력은 성가시지만, 두 사람이 함께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수갑의 열쇠는....”

“그 바보 같은 실험실이지? 청소하면서 본 적 있어.”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실험실로 향했다.






열쇠가 있는 장소는, 정확히는 실험실 뒤의 창고였다. 도로시가 만든 온갖 도구들이며 발명품, 그  재료들이 좁다고 할 수 없는 창고 안에 가득 들어차 있다. 덕분에 두 사람은 창고 청소를 할 때마다 상당한 고역을 겪어야 했다.


“소리 안 내게 조심하고....”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스페이드 씨.  아지트, 쓸데없이 넓어서 어지간히 소란피우지 않는한 들키지 않을 거예요.”


그 말도 맞다. 스페이드는 어깨에 조금 힘을 뺐다.

도착한 실험실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레시를 켰다. 이것도 몰래 빼돌린 거다. ......우리 어째, 이것저것 참 많이 훔치고 있네.

“창고는... 여기네.”

열쇠가 필요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창고로 통하는 문을 여는 패널에 손을 댔다.
그러나 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어......?”

원래라면 패널에 손만 대면 열려야 하는데?

이상하게 여기며 클럽이 손을 대보려 하자, 문이 열리는 대신 기계음으로 이뤄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정된 시간 외엔 허가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침입자를 확인, ‘자율사고 파수 프로그램’ 기동합니다.]

파수 프로그램?!

“스페이드 씨! 도망쳐요!”

클럽이 조급해하며 뛰쳐나가려 했지만 들어왔던 실험실의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갇혀버렸나...!


“어, 어쩌죠 스페이드 씨?”


“잠깐만. 아직 소동이 일어난 것도 아니니까....”

[그 말대로입니다.]


느닷없이 들려온 기계음에 두 사람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안녕하십니까. AI 파수 프로그램 ‘파수군’입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AI?”

[그렇습니다. 도로시 님이 만들어주신 자율사고형 프로그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두 분은 이 발명품 창고에 볼일이 있으십니까?]


“그런데.”


[그렇군요. 이 시간엔 등록된 사람 외에는 출입을 허가할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분은 등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들여보낼 수는 없겠습니다.]

역시나인가. 뛰어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천재 과학자의 실험실치고는 너무 보안이 허술한  아닌가 싶었다. 전혀 방비가 없었던  아니었구나.


그럼 이제 어쩌지. 스페이드가 초조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만, 그래도 들여보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응?”


[이따금 데이터가 누락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인증을 진행한 후, 바로 들여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증하시겠습니까?]


그거 낭보다!

“응! 할게! 바로 인증할게!”


[그럼 바로 인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이다!


 사람이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리자,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무언가가 내려왔다.

[신체 데이터를 측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려온 건 기계손과 줄자.


기계 손은 능숙하게 움직이며 옷 위로  사람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했다. 가슴 둘레, 허리 둘레, 팔뚝이나 발목까지도. 그 외에도 새로운 기계가 내려와 홍채라던가 지문 등도 검사한 후, 만족했다는 듯 천장으로 되돌아갔다.

“이제 끝이야?”

[다음은 생체 인증입니다.]

위이잉-하는 기계음과 함께, 기계 팔이 아닌 다른 것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바이브레이터였다.

““뭔데 이건?!””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생체 인증에 사용할 도구입니다.]

“아니, 이건 바이브――”


[생체 인증에 사용할 도구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생체 인증에 사용할 도구입니다.]

“진정하세요, 스페이드 씨. 아무리 말해봐야 기계, 소용 없어요. ...그래서,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하라는 거죠, 파수군씨.”


[인증을 위해 두 분의 체액을 묻혀주십시오.]


체액.......

내밀어진 바이브레이터는 두 개. 각각 하나씩 맡아서 체액을 묻혀야 했다. 체액, 체액이라... 생각나는 건 땀이나, 침, 눈물이다. 지금 상황이면 침이 가장 현실적이겠네.

‘뭐...... 그래, 이 정도야....’

스페이드는 한숨과 함께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쓸데없이 리얼한 형상의 바이브레이터를 고정하고 있던 홈에서 빼낸 후, 입에 물었다.

하읍...... 음....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클럽도, 마지못한 듯 바이브레이터를 입에 물었다.

“으으읍.......”


바이브를 입에 물자, 고무 특유의 냄새가 비강을 자극했다. 묘하게 자극적인 냄새가 뇌를 마비시키는 듯, 머리가 멍하게 물들어간다. 아까 전 자위하며 달았던 몸에, 다시 한번 열기가 올라왔다. 이상하게도 이런 상황에 반응해, 비부가 축축히 젖어가는 걸 느꼈다.


[기록보존을 위해 사진을 찍도록 하겠습니다.]

찰칵-!

촬영음이 들려왔지만, 일일이 반응할 여유는 없었다.


“푸하~....”

 사람이 바이브레이터를 입에서 꺼낸 건 거의 동시였다.

[원격으로 점검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데이터 부족. 아직 인증을 허가할 수 없습니다.]

“뭐?!”

“이 고물 AI! 얼마나  빨라는 거예요!”

[침만으론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좀 더 농밀한 체액을 묻혀주십시오.]


“농밀한 체액이라니....”

침만으로 부족하다면 땀이나 눈물인데, 그게 과연 ‘더 농밀한 체액’인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이 상황에 바이브에 묻힐 만큼 내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 뿐인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하는  똑같을 것이다. 생체인증이란 걸 하려면, 남은 길은 하나 밖에 없다.

“13호,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참모...... 가죽을 벗겨서 페니스 케이스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두 사람 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중얼거리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상의의 단추를 풀거나 지퍼를 내렸다. 그래봤자 기계다. 자위는 아까 전에도 했으니, 이 정도야... 문제 없다.......

브라의 후크를 풀고, 유방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유두는 바로 만지지 않고, 유륜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손가락으로 긁듯이 자극한다. AI 파수 프로그램이 튼 최소한의 조명 아래서, 단아한 두 명의 히어로가 주저앉아 가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녹음 되었던 목소리... 요염했지.’


두 사람이 하는 생각은 비슷했다. 둘 다 조금 전 녹음기를 통해 들었던, 서로의 달콤한 신음소리를, 행위의 뜨거운 열기를 기억해내고 있었다. 눈앞의 그 목소리의 주인이, 가슴을 드러내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심코 흥분되었다.

스페이드 쪽이 먼저 손을 움직여 바지와 팬티를 내렸다. 손가락으로 꽃잎을 벌리고 손가락 마디를 살짝 넣어보니, 충분히 젖어있었다.

이제 충분하다... 바이브레이터를 손에 들고, 천천히 보지에 찔러넣엏다. 뜨거운 꽃잎에 차가운 바이브레이터가 닿으니, 오싹한 느낌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

아래의 스위치를 넣자, 부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바이브레이터가 꾸물꾸물 그녀의 질내를 휘저었다. 스페이드는 무릎으로 선 채, 신음소리를 참기 위해 손등을 깨물었다. 미처 참지 못한 신음소리가, 이따금 새어나온다.

으.........아응..........

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페이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신의 꽃잎에 바이브레이터를 삽입하고 스위치를 넣은 클럽이, 지나친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벽에 쓰러지듯 기댄 것이다.

클럽은 몸을 가눌  없는지, 벽에 기댄 채 하복부에서 밀려오는 쾌감을 견뎠다. 상기된 뺨으로, 뜨거운 신음소리를 흘린다.

이힉...... 하윽.......


흐응......... 하앙....


실험실 내부에, 두 히어로,  여자의 음란한 신음소리가 흘렀다. 이따금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그 적나라한 모습을 찍기도 하고, 렌즈에 비친 그대로를 녹화하고 있기도 했지만 열중해있는 두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원격 점검 중...... 인증 완료. 사용자 ID ‘스페이드’, 사용자 ID ‘클럽’ 등록하겠습니다.]

“이제...... 슬슬...으응.......”


“된 거 같......죠?”


조심조심 바이브레이터를 빼내자,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바이브레이터가 두 사람의 눈 앞에서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렸다. 표면에 묻은 미끈한 애액이, 빛을 반사해 꺼림칙하게 번들거린다.

[창고의 문이 열립니다. 손이 끼이지 않게 주의하십시오.]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바이브레이터를 원래 꽂혀있던 홈에 도로 끼우자, 실험실 창고의 문이 열렸다.

갖가지 모양의 도구들이 늘어선 선반 사이를,  사람은 휘청이며 걸어나갔다.

“리모콘, 여기 있지 않았어?”


“......없네요.”


 사람이 매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수갑이 잔뜩 늘어선 선반,  리모콘을 모아놓은 테이블을 살펴봤지만 두 사람이 찾는 건 없었다.


초조한 마음에 한탄하듯 중얼거리며 찾고 있는데, 바로 위에서 위잉-하는 소리가 들렸다. AI 파수 프로그램? 아직 작동하는 거야?

[찾고 있는 물건 있으십니까? 전 이곳 물품의 관리도 맡고 있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에, 진짜? 이 수갑 리모콘 어딨는지 찾아줄 수 있어?”

[수갑을 내밀어주십시오. 스캔하겠습니다... 스캔 완료.]

프로그램은 기록을 검색하듯 잠시 침묵하더니, 금방 답을 내었다.


[등록 넘버 G144. 해당 물품의 단말기는 17시간  등록 ID ‘13호’님 께서 가져가신 후 아직 반납하지 않았습니다.]

“그 망할 놈이이이이이이이!!!!!!!”

“소, 소란 피우면  돼요! 진정하세요, 스페이드 씨...!”

분노해서 날뛰려는 스페이드를, 클럽이 필사적으로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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