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8 히어로는 고난 중에 있습니다(2)
울컥, 울컥...!
“으응......!”
자궁구를 관통하는 뜨거운 감각. 스페이드는 13호의 몸에 올라타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고 봉사한 끝에, 사정액을 주입받았다.
하아......이제 끝이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안이한 판단이었다.
입으로 깨끗이하라, 라는 명령으로 13호의 물건을 입으로 청소한 것은, 굴욕적이지만 예상한 대로였다. 자신의 애액과 미끈한 정액으로 더럽혀진 13호의 자지를, 스페이드는 혀와 입으로 뿌리까지 구석구석 깨끗이 하며 봉사했다. 완벽한 노예의 모습이었지만 이건 세뇌 때문일 뿐이라고, 스페이드는 열심히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 어......? 잠깐, 설마 또...?”
“조금 달라. ...조금쯤 각오해둬라, 스페이드.”
13호는 스페이드의 몸을 끌어올려, 그대로 자신의 품에 끌어안듯 안았다. 모양좋은 가슴이 13호의 가슴팍에 눌렸다.
“뭐 하려는 거야...?”
“신세계를 경험시켜주려고.”
그렇게 말하곤, 13호는 양손으로 스페이드의 엉덩이를 원을 그리듯 주물렀다. 아, 뭔가 느낌이 안 좋다.
원을 그리던 손이, 어느 순간 천천히 다가오더니 엉덩이 사이의 골을 훑었다.
“................설마?!”
단순히 골을 훑듯이 움직이던 손이, 이내 목표를 찾은 듯 그녀의 항문 주위를 쓰다듬고, 구멍을 손톱 끝으로 살짝살짝 자극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묘한 자극에 스페이드의 안에 불안감이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저, 저기, 나 그런 각오는 안 되어 있는데, 주인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보다 앞에 엎드려. 크림 안 바르면 아프다.”
“주, 주인님? 13호? 이 자식아?”
빨리 움직이라고 엉덩이를 찰싹 때려주자, 스페이드는 부정하고 싶다는 듯이 창백한 얼굴로 순순히 그 말에 따랐다. 13호의 앞에 손과 무릎으로 몸을 지탱하며 엎드리자, 달콤한 냄새가 날 듯한 새하얀 둔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수치스러움과 굴욕감에 스페이드는 몸을 떨었다.
13호가 테이블에 올려놨던 크림의 뚜껑을 열어, 내밀어진 스페이드의 항문에 발랐다.
“아날섹스 전용 크림이야. 이쪽은 윤활유가 되는 애액 같은 게 나오지 않으니까, 그냥 하면 아프거든.”
“하, 하지마... 지, 진짜 싫어.......”
“처음엔 다 그래. 해보면 좋아질 거야.”
크림을 다 바른 후, 13호는 국화꽃 모양의 항문에 조심스레 손가락을 넣어보였다.
그저 그 뿐, 손가락의 끝마디만 들어갔을 뿐인데, 스페이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얼굴이 더욱 붉어지고, 수치심으로 신음소리를 흘린다. 무언가를 참듯,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그나마 경험했고 나름의 지식도 있던 보지를 통한 성교는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항문, 아날이라고 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으니, 수치스러움보다도 두려움이 더욱 컸다.
“이렇게 하면 불편하네.”
“하윽!”
13호는 스페이드의 몸을 억지로 돌려, 위를 바라보게 했다. 그대로 가슴을 애무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천천히 항문에 꽂은 손가락을 움직여, 자극하고, 조금씩 더 깊숙이 삽입해간다.
잔뜩 묻혀둔 크림으로 인해, 손가락은 저항감없이 빨려들어가듯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보지보다 더 조이고, 따뜻해.’
13호는 감탄하면서도, 손가락을 조금 더 움직였다. “흥, 흣, 읏.......” 손가락의 움직임에 맞춰 스페이드가 서로 다른 음색의 신음소리를 흘리는 게 즐거웠다.
그렇게 그녀의 항문을 희롱하다, 드디어 손가락이 빠져나왔다.
끝은 아니었다.
부우우웅- 하고, 지금 막 13호가 손에 든 도구가 진동했다. 손가락 정도 크기의 작은 도구였지만, 어디에 넣을지는 명백하다.
“있잖아, 내가 잘못했어, 그, 그러니까 그건 제발 참아주면 안 될까? 응? 부탁해 주인님”
“조금쯤 참아봐. 금방 기분이 좋아질테니....”
“싫어, 싫어~~~~~~~~~~~!”
스페이드의 항문으로 13호가 밀어 넣는 바이브레이터가 어렵지 않게 삽입해, 그대로 진동하며 스페이드를 유린했다.
사, 살려.......
“으흐..................”
처음에는 그저 차갑고 꺼림칙한 감각만 들 뿐이었다. 그러나 진동이 더해져갈수록, 단순한 감각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순간, 묘한 쾌감이 항문의 진동을 통해 올라왔다. 원래라면 그 쾌감마저 무서워서 당장에라도 쳐내려 했겠지만, 명령 때문에 지금은 순순히 쾌락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아아, 그렇다.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다....
13호가 항문에 삽입한 바이브레이터를 조금씩 각도를 달리하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스페이드는 몸을 뒤틀며 귀여운 교성을 냈다.
처음 경험하는 자극, 처음 경험하는 감각.
그런 것들을 접해갈 때마다, 13호의 손에 의해 절정을 반복하고 그 후 탈력감에 빠질 때마다 점점 자신이 변해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불안했다. 이것이 과연 세뇌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원래 이런 것일까. 이런 감정을 늒니는 게 맞을까. 이런 식으로 점점 자신이 사라지고, 전혀 모를 인경으로 개조되는 건 아닐까....
“아흣...... 흐읏.......”
스페이드는 몸을 부르르르 떨며, 가버렸다.
원래는 절정을 참기 위해 노력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에 한해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쾌락을 쾌락대로 물 흐르듯 받아들였더니, 단숨에 절정에 달한 것이다.
“하아....... 우....”
무섭다. 이러다 정말 내가 변해버릴 것 같아서.
그 무섭다는 감각마저 점점 희미해져가는 것이, 너무도 무섭다. 더 이상 바뀌는 게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을 자신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무섭다.
“안심해, 스페이드.”
그런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본 듯, 13호는 스페이드의 귓가에 상냥하게 속삭였다. 그 모습이 마치 파리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스페이드는 몽롱한 머리로 생각했다.
그 뒤, 13호는 나름 개발되기 시작한 스페이드의 뒷구멍을 이용해 한 차례 사정한 후,
“아날 섹스는 세균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까, 성교 후에 반드시 깨끗하게 씻도록 해. 나도 콘돔을 끼는 게 안전했을 테지만... 각성자가 되고 나선 병도 잘 안 걸리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묘하게 신경 써주는 말을 하며 스페이드와 함께 샤워실에 들어갔다. 직장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며 전용 세제로 그녀의 후장을 헤집고, 그대로 스페이드의 몸을 희롱하며 한 차례 더 가게 한 뒤 만족스럽게 샤워를 마쳤다.
“이대로 있으면 위험해....”
저녁시간 전의 자유시간. 스페이드는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턱을 괸 채 생각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질리지도 않고 13호가 자신을 ‘개발’하기 위해 부를 것이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될 것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절정 후의 탈력감 때문인지 뭐 때문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차츰 13호의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필사적으로 싫은 척을 하면서도 몸은 발정난 것처럼 그의 물건을 원한다. 오늘의 ‘봉사’도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것인데, 어째선지 오늘은 솔선수범해 움직일 정도로 변해버렸다.
변화한다.
그런 자신의 이상(異常)을 느낀 스페이드는 이 순간 다시 한 번 결심했다.
내일 밤, 클럽이 아직 이 아지트를 떠나기 전에――이곳에서 탈출하겠다!
* * *
“......Fuck. 오늘은 손길이 평소보다 더 음흉한데요.”
“평소보다 더 상냥하게 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오늘은 ‘고문실’이 아닌 참모의 방. 참모는 푹신한 소파에 앉은 채, 클럽을 끌어안고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애무하고 있다.
“어제 그만 울려버렸으니까요. 오늘은 사죄의 의미로, 제가 봉사해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귀 아래를 핥자, 클럽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참모의 말대로, 오늘의 그는 과격한 애무는 하지 않았다. 그저 입으로 바람을 부는 듯한 미적지근하고 자극이 적은 애무를 즐기고 있다. 무엇보다 유두나 음순처럼, 노골적인 성감대에는 손끝도 대지 않았다.
‘......이 사람, 언제까지 이러려는 걸까요.’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거부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암시의 힘이겠지. 일찌감치 체념한다.
“아라 양.”
“.......”
“조용하네요?”
그다지 말을 섞고 싶지 않으니까 말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따금 그녀의 몸 여기저기를 살짝 깨물면 “앗...”이라며 귀여운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애를 태우는 듯한 미미한 애무가 계속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30분? 어쩌면 1시간일지도 모르고, 밤이 샜을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클럽은 단 한 번도 갈 수 없었다.
뺨은 붉게 물들어 있고, 입에서는 음란한 한숨소리가 연신 새어나오고, 눈은 안개가 낀 것처럼 완전히 흐릿해져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흘러, 가슴까지 떨어져 내리고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그녀는 교태를 부리듯 몸을 뒤틀었다.
“아으... 하읏.....가, 가게 해주세요.......”
“아직입니다, 아라 양.”
“그, 그러지마요. 제발, 거기도.......”
그 뒤로 또 다시 지겨울 것 같은 애무가 계속 되었다. 미미하지만 그녀를 슬금슬금 지배해가던 쾌락은, 이미 그녀의 안에 검붉은 욕망의 불꽃을 활활 태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단 한 번도 갈 수가 없었다.
“시, 싫어! 살려줘! 가, 가게해줘요! 제발!”
“아직입니다, 아라 양.”
“안 돼, 안 돼안돼안돼안돼!! 왜, 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거야?! 가, 가게 해줘요!!!!”
소파에 클럽을 앉히고, 그녀의 허벅지를 잘근 깨물면서도 참모는 그녀의 중요한 부위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애원했지만, 참모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듯 단조로운 애무를 계속할 뿐이었다.
이제 뭐든 좋다, 스스로 위로해야겠다.
그렇게 결심한 순간에, 그제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거기를 만지며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데, 그 조차도 할 수가 없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그녀의 초조함이 극에 달했다.
“아, 아으으으으으! 제발, 제발요....! 이대로면 안 돼...! 제발, 제 거기를 찔러줘요! 마구 범해도 되니까, 빨리......!?”
“참을 성이 없네요, 아라 양은.”
후욱, 후욱, 후욱, 후욱....
400m달리기를 전력으로 달린 후처럼, 클럽은 미친 듯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가슴은 단단하게 서있고, 유두와 보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충혈되어 있고, 허벅지에선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실금한 것 마냥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아직도 갈 수가 없다니!
더 이상은,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이대로면, 온 몸이 터져버릴 것 같아!
그 곳이 욱신거려서, 참을 수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참모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을 벗었다. 남성답게 힘차고 단단하게 선 자지가, 클럽의 눈 앞에 다가오자 그녀는 무심코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나 물건을 꺼내놓고서도, 그는 가만히 선 채, 그녀를 범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대화를 시작해볼까요. 대화가 끝날 때까지, 가는 건 참아주세요.”
이어진 건, 그녀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떨어뜨리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