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6 이어지는 조교의 나날들(1)
‘……연성한 인형들이… 사라졌나…….’
“포. 괜찬습니까? 이제 안심하세요. 걱정마세요.”
“대…장님………………두, 사람은….”
“걱정마세요. 둘 다 문제 없습니다. 용케도 두 사람을 데리고 숨어있었어요. 잘했습니다. 이 이상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은 히어로의 귀감입니다.”
“당……해서, 죄송……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안대를 쓴 단발머리의 B급 히어로, 포는 정신을 잃었다.
이곳은 【시궁쥐】의 ‘전’ 아지트. 히어로들이 돌입했을 때는, 이미 【시궁쥐】의 단원들은 모두 떠난 뒤였다.
일부 떠나간 흔적이나 자료들이 남아있어서, 여기가 분석반의 말대로 【시궁쥐】의 아지트였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히어로들이 출동한 것을 알고, 한 발 먼저 떠난 것이다. 얼마나 급하게 도망쳤는지 중요한 자료도 일부 보였고, 감시카메라의 영상이나 여러 단서들을 조합하면 다음 잠복지도 금방 찾아낼 수 있으리라.
히어로들은 혹시 모를 단서나 흔적을 찾기 위해 아지트를 샅샅이 뒤졌다.
그러던 중, 묘한 마력의 흐름을 느낀 3번대의 대장이 벽을 ‘뜯어’내자, 뒤에 숨어있던 포 등 3명의 히어로가 나타난 것이다. 뜯어낸 벽은 곧바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포. 그녀의 능력인 ‘물질연성’으로 ‘가짜벽’을 만들어, 다른 두 사람과 함께 숨었던 것이다.
“잘했어요, 포. 정말 잘했어요. 무사해서 다행이야….”
3번대의 대장은 정신을 잃은 그녀를 껴안으면서도, 그녀를 이렇게 만든 【시궁쥐】에 대한 전의와 분노를 불태웠다.
13호와 참모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들이 히어로들에게 보호받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음침한 계획은 상당히 꼬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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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어지는 조교의 나날들
“……뭐야, 갑자기 불러내선.”
【어비스】의 아지트.
변함없이 몸에 맞지 않는 와이셔츠 하나만 걸친 차림의 스페이드는 13호의 호출에 영문도 모른 채 한 방에 들어와 있었다. 방 호수는 11호. 그런데 문 앞에는 대충 굴러다니던 이면지에다 ‘조교실’ 따위의 이름표를 붙여놨다. 센스가 마음에 안 들어.
함께 호출된 클럽은, 참모에 의해 ‘고문실’이라는 다른 방에 데려가졌다. 고문이라니, 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이 녀석들 치고 제대로 된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걱정되었다.
“이제 슬슬 세뇌심도를 높일 때가 된 거 같아서. 지금까지는 상태를 살피던 시간.”
최근 이틀, 13호는 스페이드에게 별 다른 걸 강요하지는 않았다. 청소를 시키거나 가끔 엉덩이를 만지는 등의 성희롱을 할 뿐이었다.
“……웃기지 마. 세뇌 따위, 당할 것 같아? 당신한테?”
13호는 아무 말 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에 되레 열 받아, 당장에라도 걷어차주고 싶어졌다.
“보면 알겠지. 어디 보자….”
느닷없이 13호가 불쑥 스페이드의 앞으로 다가왔다. 무심코 밀쳐내려 했지만,
“가만히 있어, 스페이드.”
귓가에 속삭이자, 몸이 멋대로 멈춰섰다.
“그러고 보면, 너한텐 당한 게 참 많았지.”
“흥. 이럴 줄 알았으면 다신 내 눈도 못 쳐다볼 만큼, 철저히 박살내 버릴 걸 그랬어.”
“……거기다가, 여러 농밀한 시간들도 가졌었지.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13호가 손을 내밀자, 스페이드는 반사적으로 움찔 떨었다. 그는 상냥하게, 어깨까지 내려오는 스페이드의 다홍색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듯 매만졌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눈동자가, 13호의 시선을, 그 손짓을 의미 없이 따라붙는다.
“스페이드, 지금부터는 기억해내는 시간이야. 하나씩 하나씩, 나와의 시간들을 기억해보자.”
“뭐…….”
“하나, 씩. 하나, 씩. 네 안에 새겨진 쾌감을 기억해내. 나를 원했던 네 자신을 기억해 내. 네 안에 새겨진 ‘마법의 단어’를 기억해 내.”
“무슨, 소리를….”
스페이드의 머릿속에, 이상한 기억들이 찬찬히 떠올랐다. 마치 수면 아래에 감춰진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기억하지 못한 것들이…….
스페이드의 눈이 크게 뜨였다.
“기억했니, 스페이드?”
“……아, 아냐…… 이런…….”
“너와 나의 기쁨의 나날들을, 기억해 내는 거야.”
“아니야!”
스페이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머릿속에 떠오른 건, 13호가 자신을 희롱하던 장면들. 그리고 자신은 고분고분 그의 말에 따라 몸을 섞었다. ……말도 안 된다. 이런 게 내 기억일 리가 없어!
스페이드의 눈이 표독스럽게 13호를 노려봤다.
“이딴… 짓을. 넌 반드시… 죽이겠어. 죽여버릴 거야.”
“자, 다음은 ‘키워드’야. 네가 기억해 낸 ‘마법의 단어’를 들으면, 너는 내 명령에 순종적인 인형으로 변한다. 알겠지?”
“누가 너 따위에게!”
움직이지 않았던 팔에 억지로 명령을 보내, 13호의 몸을 밀쳐냈다.
드디어 몸이 움직인다!
“네 키워드는 ‘스페이드는 나의 스페이드’였지?”
13호의 말을 무시하고, 스페이드는 긴장하며 방 안을 살폈다. 뭔가 무기가 될만한 것을 찾는 것이다.
‘이대로 때려주겠어. 마력은 쓸 수 없지만, 물건, 뭐라도 들고서 때리면. 그래, 저기 있는 의자로 힘껏 때리면… 아니다, 저기 있는 재떨이가 좋겠다!’
“그럼 스페이드, 지금 바로 그 셔츠를 벗고 나신이 되어라. 벗을 때는 내가 음미할 수 있도록, 천천히.”
‘죽지는 않을 거야. 죽지는 않을만큼만 때리자. 마침 녀석도 무방비 해. 놓치면 안 돼. 한 방에 보내지 못하면 반격당할지도 모르니까, 신중하게… 어라…… 그런데 재떨이로 때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더라…… 왼손으로? … 그럼 오른손은…….’
그렇게 하는 동안, 스페이드는 묘한 시선을 느껴 고개를 돌렸다.
13호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얼굴이 아니라, 좀 더 아래를.
풀썩, 와이셔츠가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나…… 이 녀석 말 대로…?’
“이건 뭐지?”
13호의 뜻밖이라는 듯한 목소리. 와이셔츠를 벗자 드러난 건 기대했던 나신이 아니라, 다홍색 속옷이었다. 13호가 따로 주지 않아서, 아지트 한구석에 처박혀있던 자신의 속옷을 몰래 빨아서 입은 것이다.
“뭐, 뭐 어때서! 벗은 채로 돌아다니기…… 허전했단 말이야, 나쁜 자식아……!”
“하지만 나는 입지 말라고 명령했던 것 같은데?”
“내가 네 말 따위 들을 리 없잖아!”
“후우…….”
13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머지도… 아니, 팬티는 남기고, 위에만 벗어라, 스페이드.”
“큭…….”
스페이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인 손이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파삭, 소리를 내며 손에 걸려 있던 다홍색 브래지어가 떨어졌다. 드러난 가슴을 팔로 가리려 했지만, 13호는 그조차도 허용하지 않고 팔을 내리도록 했다.
13호는 드러난 스페이드의 몸을 찬찬히 감상했다. 크지는 않지만 적당한 크기의 형태 좋은 가슴은, 브래지어를 벗었는데도 형태가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다. 가는 어깨선과 목, 갸름한 선의 턱이나 매끈한 피부, 시선을 끄는 뺨의 스페이드 문양에 앙 다문 입술, 굳센 눈빛…… 스페이드라는 여자는 단순히 ‘예쁘다’라는 말로는 다 정의할 수 없는, 정의하기 아까운 뭔가가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며, 13호는 스페이드의 가슴에 손을 댔다. “읏…”하는 신음소리를 흘렸지만, 스페이드는 저항하지 않았다.
“스페이드, 이제부터 너는 단순한 노예이자, 나의 인형이다. 주인인 내 말을 듣고, 내 말에 따르고, 내 허가가 없이는 갈 수 없는, 그런 인형.”
“웃기지…… 마.”
“유감이지만.”
13호는 스페이드의 머리를 잡아, 억지로 고개를 내렸다. 그녀에게 과시하듯 자신의 왼손을 그녀의 유방에 대고, 유륜을 자극하고, 유두를 만진다.
“이미 너는 내 것이야, 사랑스러운 스페이드.”
스페이드의 어깨가 수치로 떨렸지만, 여전히 몸은 그녀의 의지를 무시하고 가만히 따를 뿐이다.
“원래는 좀 더 상냥한 조교를 하려 했지만, 계획을 바꾼다. 오늘은 말을 듣지 않는 인형에게 벌을 주도록 하겠어.”
그녀의 가슴을 희롱하던 13호는 분위기를 바꾸듯 그렇게 선언했다.
“벌, 이라니.”
“주인인 내 말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속옷을 꺼내입었으니, 벌을 받아야지. 다시는 그러지 않도록.”
“속옷 정도는 입어도 되잖아!”
“내 말에 거역했다는 게 문제야. ……그 쪽의 벽에 양손을 대, 스페이드. 엉덩이는 이쪽으로 내밀고.”
팬티 너머로 스페이드의 엉덩이를 찰싹 두드려 재촉한다.
스페이드는 거부하려 했지만, 몸은 멋대로 움직여 벽을 양손으로 짚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다홍색 팬티에 감싸인 엉덩이를 13호에게 들이밀었다.
“이렇게나 망설임이 없으면, 여자로서 좀 그렇지 않아?”
“다 네가 명령해서 그런 거잖아! 변태 자식…!”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벌타임이다.”
“히윽?!”
내밀어진 엉덩이를, 13호는 손바닥으로 때렸다. 찰싹! 소리와 함께 스페이드가 몸을 움츠렸다.
“이, 이, 이, 이게 무슨 짓……!”
찰싹-! 찰싹-! 찰싹-!
“아앗!”
연달아 3발, 팬티 너머로 스페이드의 엉덩이를 때린다.
스페이드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 그만……!”
“스페이드, 이건 벌이다. 제대로 반성하도록 해.”
“누, 누가….. 반성 따위 할 거 같애…?!”
“그렇다면 계속해서 벌을 줄 뿐이다. 이 속옷 때문에, 말이지.”
찰싹-! 찰싹-! 찰싹-!
스페이드의 몸이 들썩인다. 맞고 있는 엉덩이는 아프지만, 그렇게 아프지도 않았다. 참을 수 있다. 이 정도는….
‘그런데…… 몸이 이상해.’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이상한 자신의 몸이었다. 엉덩이를, 그것도 빌런에게 맞고 있는데도, 비부가 멋대로 반응하며 욱신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왜…… 맞고 있을 뿐인데….’
‘키워드’로 인해 지금까지 새겨놓은 암시가 활성화 된 그녀는 13호와의 접촉만으로도 느끼도록 세뇌되어 있었다. 아직 군데군데 기억해내지 못한 기억들 속에도, 13호에게 ‘벌’이라는 형태로 엉덩이를 두들겨진 적이 있기도 했다.
그러한 사실을, 지금의 스페이드는 전혀 모른채――그저 의아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찰싹-! 찰싹-! 찰싹-!
“응, 으으으으읍…!”
“반성해. 반성해라, 스페이드.”
13호의 손이 용서없이 스페이드의 모양 좋은 엉덩이를 두드렸다.
그럴수록 찌릿찌릿한 쾌감이 전해져, 그녀의 비부에 욱신거림을 더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