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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5 그리고 빌런들은 나아아아아아쁜 놈들이다(3) (27/271)



〈 27화 〉#5 그리고 빌런들은 나아아아아아쁜 놈들이다(3)

“7번대의 라헤, 체크 도착했습니다.”


“아, 라헤 왔네. 이제 1번대만 도착하면 되는데.”


“...메르. 1번대도 피해가 있었나요?”

“습격은 당했는데,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네. 그치만 그쪽 대장님이 화가 단단히 나셔서….”

나른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3번대의 대장이다. 라헤와는 동기라, 편한 사이이기도 하다.

나른해 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감정적인 사람이라, 3번대의 포와 마치가 납치되었을 때는, 분노에  이겨 거리 하나를 날려버리려 했을 정도다.

과연, 히어로 협회의 요주의 인물 TOP3 중 하나….

“그런데 라헤 대장, 그 얘기 어떻게 생각해? 그 더러운 쥐새끼들의 아지트.”

“...? 뭔가 문제가 있나요?”


분석반에서의 설명을 듣기로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3번대의 대장은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나도 그냥 전해 들은 얘기지만… 어제 본부에 직접 전화가 걸려왔었대. 【시궁쥐】의 아지트를 알려주겠다고……. 그 제보가 있어서 이렇게 빨리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제보라니, 누가?”

“글쎄. 완전한 익명. 그러니  석연치가 않아.”

라헤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이라면 상당히 이상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돌입을 포기할 수도 없다.


‘일단은 한   조심하자.’


짙은 남색과 흰색의 제복을 입은 히어로들의 무리가 속속들이 B시에 모여들었다. 항구도시인 B시, 그것도 외곽인 이곳은 상당히 한산한 분위기였지만, 화려한 제복을 입은 그들이 들으서자 단숨에 거리가   듯한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그들이 향하는 7층짜리 건물은 무역회사로 가장한 유령회사였다. 회사의 이름은 있지만, 조금만 조사해 봐도 알맹이가 없는 이름뿐인 회사라는 걸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정황과 단서를 통한 확인 결과, 히어로협회의 분석반은 이곳을 【시궁쥐】의 아지트로 특정했다.


결연한 표정, 분노한 표정, 유쾌한 표정. 다양한 표정과 생각을 가진 히어로들이, 거침 없이 문제의 건물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우와. 히어로들 모인 것  봐. 흰 제복이 저렇게 많아.”


“흰 제복은 대장이란 뜻이었죠. 대장 한 사람 한 사람이 대전차 급의 파괴력이라 생각하면… 어우, 무섭습니다, 13호 님.”


그리고 문제의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건물의 옥상에서, 13호와 참모는 망원경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대장이 이렇게까지 모일 필요가 있어? 스페이드 한테도 쩔쩔 매는 녀석들인데. 그 ‘벌레’ 때문에 당하긴 했다지만.”


“그 때 그게 전력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궁쥐】는 의외로 규모가 큰 조직이니까요. 거기다 다른 누구도 아닌 히어로를 납치한 사건이니까요.”

“그래서 엄청 위험한 놈들이라 판단하고 대장들이 저만큼 모였다는 거야?”

“아뇨. 규모가 크다고 해도 위험한 각성자가 있는 조직도 아닌걸요. 대장  사람이면 10분도 필요 없겠죠.”


“……대장급 히어로들은 괴물들이니까.”

그런데도 굳이 저렇게 모였다는 건, 대원들을 납치당해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일 것이다.

문짝을 때려부수고 건물 안으로 돌입하는 히어로들을, 13호는 망원경 너머로 유쾌한 듯 쳐다봤다.

“불쌍해서 어쩌냐.  아지트는 벌써 비었는데.”


“그러게나요. 13호 님의 계략에 놀아나는 모습을 보니, 멍청하게 뛰어드는 망구스 무리를 보는  같아서 유쾌하네요.”


“이 음침한 책략은 네가 짰지만.”


“이토록 야비한 생각은 13호 님이 하셨지만요.”


후후후, 하하하.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항구도시의 짠내음 섞인 바람에 섞여들었다.


지금 저 아지트는 비어있다. 【시궁쥐】의 아지트였던 것은 맞지만, 어젯밤부터 부랴부랴 이사를 시작해 히어로들이 B시에 도착할 때 즈음 완전히 도망친 것이다.

“히어로 녀석들, 정보제공자가 우리라고는 전혀 모르겠지.”

“【시궁쥐】에게는 은혜를 입혀 두었고요.”


어제 13호는 직접 히어로협회의 본부에 전화를 걸어 【시궁쥐】의 아지트에 대해 알려주었다. 아지트의 위치는 참모가 알아두었다.

그리고 이어서 참모는 【시궁쥐】 측에 연락해, 그들의 아지트가 히어로들에게 알려졌다는 것을 알렸다. 【어비스】가 7번대를 공략하고 있다는 건 ‘연합’을 통해 알려져 있어, ‘붙잡은 7번대의 대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었다’는 식으로 설득한 것이다.

애초에 저 아지트는 오래 가지 못한다. 히어로협회의 분석반은 우수해서, 참모의 예상으로는 약 이틀이면 들통나게 될 거라고 한다. 이틀이라니, 스페이드와 클럽을 완전히 세뇌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억지로 아지트를 이동시켰다.


이렇게 되면 【시궁쥐】가 잡히기까지 조금  유예기간이 생길 것이다. 히어로협회는 우수하니 영영  잡지는 않을테고,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시간을 벌테지.

“그럼 확인했으니, 돌아갈까.”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13호 님.”


“응?”


참모는 뭔가 걸리는 표정으로 히어로가 돌입한 【시궁쥐】의 아지트를 쳐다봤다. 그러다 아니라는  고개를 홰홰 저었다.

“아닙니다, 아무 것도….”

“뭐야, 싱겁게.”

괜히 불안하게 하지 마라, 부탁이다.

“그냥, 【시궁쥐】는  하려는 걸까… 해서 말이죠.”


* * *

“닥터, 이건 여기 두면 돼슈?”


“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실험실을 옮기는 것도 고되네요. …처음부터 세팅하려면… 아이고.”


“많이 늦어질 것 같슈?”

“아마도요. 적어도 일주일은 더 걸리겠네요.”


닥터는 막 옮겨진 도구와 기계들을 세팅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히어로들한테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이야. 이틀만  있었으면 아지트야 어찌 되든 상관 없었을 텐데.


“방금 대기시켜 놓은 부하 놈한테 연락 왔는데, 원래 아지트에 히어로들이 돌입했대슈. 긴가민가 했었는데,  놈들 말이 맞았슈.”


“……어비스말이죠.”


닥터는 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른 ‘시궁쥐’들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 것 같은데, 닥터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제껏 거의 연도 없었던 빌런 조직이 갑자기 연락했다 싶더니 ‘어서 도망가라’고 권유하다니.


‘……히어로한테 아지트를 알려  거, 그 녀석들 아니야?’


그런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지나친 생각이다. 그들의 아지트를 알고 있엇을 리가 없으니.


정말 단순히 빚을 지기 위해서일까.

“보스는 그쪽에 대해 별 말씀 없으셨습니까?”


“이상하다고는 했슈.”

“호오? 어떻게요?”

“그 쪽은 AA도 B도 D도 전부 평등한 여성으로 본대슈. 미친 게 아니면 그럴  없지. 덕분에 대판 싸웠다는  같슈.”

“…….”

“그치만 요즘 보스가 폰으로 빈유 관련된 이미지들을 모으기 시작했슈. 나한테도 빈유 잡지들을, 그런 혐오스런 것들을 사오게 시키고 말이슈. 빈유가 실린 잡지를 돈을 주고 사다니, 일생일대의 수치와 고통이였슈. ……어비스 고 놈들, 보스한테 무슨 바람을 불어넣은 건지….”

안 되겠다.  바보들한테 뭘 바라겠나.


닥터는 한숨과 함께 세팅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닥터, 이 실험이 끝나면 정말 가능한 거슈? ‘각성자’가 되는 거.”


누구든지 ‘각성자’로 만드는 것. 그게 똘마니가 알고 있는 닥터의 연구목적이었다. 그리고 보스의 바람은 닥터의 연구로  단원들을 ‘각성’시키는 것이다.


이 두 이해의 일치로, 닥터는 조직의 원조를 받아 실험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거의 끝에 다다라있다.

“물론입니다. 그러기 위한 연구, 그러기 위한 실험이니까요. 제가 이곳에 있는 것도 오로지 그것 때문이에요.”

“흐응.”

똘마니는 재미없다는 듯 콧숨을 내쉬었다.

“고작해야, 그것 뿐?”

“뭔가 문제라도 있나요?”


“……딱히, 없는데. 아니, 있나?”


잠깐 내 이야기를 해볼게, 라며 운을 떼었다.


“나는 가슴이 큰 여자가 좋슈. 그 부드러운 가슴이며, 보기만해도 포근해지는 그 느낌이 좋슈. 여자의 냄새가 좋슈. 내 모든 인생은 여자의 가슴을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슈. 바보 같긴 하지만, 그게 나슈. 그게  바람이고, 그게  욕망이슈.”

“…….”

“그렇지만 닥터, 단순히 ‘각성자’를 만든다는 게 닥터의 욕망이슈? 그걸로 만족해? 솔직히 속마음을 모르는 아군은 강력한 적보다  무섭슈. ……닥터, 닥터의 바람은 뭐슈?”


“……내, 소원이라….”

닥터는 쓰게 웃었다.

“걱정마세요. 이번 실험이 끝나고 보스와의 계약을 지키면, 저는 이 조직을 떠납니다. …그 때까지는 배신도 뭣도 없을 테니, 기다려주시기 바래요.”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없슈. 보스와 계약한 사람한테 할 말도 아니었고. 무례했다면 미안하슈.”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그 정도로 가슴을 좋아했군요. 좋아하는 건 알았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데려온 히어로들 중에 포라는 여성이 가슴이 크던데, 잠깐 데려가실래요?”

“참말이슈?!”

“마력은 충분히 뽑아냈으니까요. 회복하려면 시간도 걸릴테고, 남녀간의 교합은 마력의 질과 양을 높여주니까요. …아, 마침 호랑이도  말하면 온다고.”
때마침 실험실의 문이 열리고, 【시궁쥐】의 단원들이 여성을 들쳐맨 채 들어왔다. 붙잡혀 온 히어로들, 총 4명이다.


납치한 히어로는 여섯이지만, 두 사람은 같이 있었기 때문에 데려온 것뿐 마력을 짜내는  쓰이지는 않았다. 일단은 방에 감금해 놓았고, 이따금 단원들이 손을 대거나 하고 있었다. 너무 심하게 하지는 말라, 는 보스의 지시가 있어 나름 절제하고 있을 터다.


마력을 짜내기 위한 슬라임을 준비하는 동안, 단원들은 데려온 히어로들을 차례차례 실험대 위에 눕혀갔다.

“오오, 이 여자! 포라고 했던가? 역시 좋은 가슴이슈! 저기, 닥터, 그럼 지금 바로 데려가도 되겠슈?”


“예. 다만 조금 지쳐있을 테니 행위는 조금 쉬게 한 후에――”


닥터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무서운 얼굴로 누워있는 포에게 다가갔다.


“응? 닥터? 왜 그러슈?”


“……잠시.”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고, 살펴보던 닥터는, 이내 험악한 얼굴로 근처의 메스를 집어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잠들어 있는 포를 내리찔렀다.


“닥터?!”

똘마니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 그러나 이내 눈에 들어온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메스에 찔린 포의 몸은, 찔린 부위부터 시작해 천천히 은색으로 물들어 가고, 그러다 가루처럼 변해 무너져 간 것이다.

“‘무기연성’이 아니라 ‘물질연성’이었나… 착각했군요.  여자의 능력을.”

“설마…… 아지트를 옮기는 틈에 도망을?!”


“큰일났습니다!!”

실험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다급한 분위기의 단원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뭐, 뭐슈? 무슨 일 있슈?”

“예! 그게… 감금해놓았던 두 명이 갑자기 은색으로 변한다 싶더니, 먼지처럼 변해버려서…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똘마니는 그 보고를 듣고는, 망연하게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하, 하하…… 완전히 당해버렸슈… 역시 가슴  여자는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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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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