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3 클럽 함락(1) (17/271)



〈 17화 〉#3 클럽 함락(1)

[클럽이 연락이 안 된다고?!]

“예…… 예고 됐던 3시가 되어도 폭탄은 터지지 않았습니다만… 클럽 씨도 전혀 연락이  돼서….”

7번대의 기지 안, 기지에 남아있던 애플은 초조함에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클럽과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다. 테러는 훌륭하게 막아낸 것 같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히어로 1명이 투항할 것’이라는 상대의 요구를 전해 듣고 나니 불안함만이 무럭무럭 커져갔다.

상대가 ‘그’ 13호니까 문제 없으리라 생각했던 건데….


예기치 못한 사태에 결국 비번인 스페이드에게 연락하게 되었다.


[위치 추적 기능은?! 대원복에 GPS 달려있지 않아?]


“그림자인형들이 사라지고 안을 수색했더니, 클럽 씨의 옷만 달랑 버려져 있었대요. 뭔가 일이 생긴 게 분명해요.”


[하아, 진짜 큰일이네… 일단 기지로 돌아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뭐라도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고. 대장한테는 알렸어?]


“아직이요.”

[지금 당장 전화해줘. 대장이라면 뭐라도 해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어쩌죠… 클럽 씨……흐윽.”

[울지 마! 괜찮아! 그 녀석도 히어로고, 유망한 녀석이고, 절대로 쉽게 당하거나 하는 녀석 아니니까!]

“…….네.”

통화를 마치고, 애플은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제발, 제발 무사하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다시 기지의 전화가 울렸다. 이런, 우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을 수는 없다. 심호흡을 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화를 받았다.

“네, 히어로협회 7번대의 히어로 애플, 전화 받았습니다――”


[안녕하신가요. 빌런 조직 【어비스】의 참모를 맡는 사람입니다.]


빌런 조직에서 온 전화였다.


* *



“……어나. 일어나라, 클럽.”

“응학?!”


“너는 적진에서 태평하게 잘도 자는구나. 심줄이 뭘로 되어먹은 거야….”


아지트의 한 방. 조명은 어두웠지만 평범한 주거용 방처럼 보였다.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침대 옆에 잔뜩 늘어선 성기구들일까.

클럽은 아지트에 끌려오고서도, 침대 위에 한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팔다리를 묶인 채라 꼼짝도 할 수가 없어, 몸을 꼬물거리며 13호가 돌아오길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거기다 백화점을 종횡무진 돌아다니고 마력은 잔뜩 쓰고. 그리고 이렇게 방치… 잠 좀 자라고 애원하는 수준의 상황이었는걸!

억울한 감은 있었지만 클럽은 애써 태연하게 물었다.

“……여기가 당신네 아지트인 거군요.”


“그래. 원래는 이곳저곳에 스페어가 많았지만, 너희가 전부 검거해버려서 쓸 수가 없게 되버렸지. ……너, 침 흐른다.”

엑. 손은 뒤로 묶여있으니 서둘러 이불에 자신의 뺨을 문댔다.

“저 기계에서 나오는 향, 아까 영화관에서 맡은 것과 똑같은 냄새가 나네요. ……대충 저에게 뭘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가는 군요, 쓰레기 씨.”


“그러면 이야기가 빠르겠네. 가능하면 클럽 네가 순순히 우리에게 따라줬으면 좋겠어. 히어로라는 걸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명령하면 언제든 돌아설  있는 그런 편리한 말 정도.”

“누가 그런…! 하늘이 뒤집혀도 그럴 일 없으니 일찌감치 포기하시죠!”

“하지만 너, 아까 영화관에서도….”

“Fuck! 그것과 이건 달라요. 지금은 모든 트릭을 알고 있습니다. 세뇌든 최면이든, 사람의 인격을 기계처럼 개조할  없는 이상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정신공격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빌런도 있으니, 그런 훈련 정도는 받았습니다.”

대부분 그런 훈련은 단기간 그런 능력에 노출되었을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만, 그때 받은 교육을 응용하면 어떻게든 대응할  있을 거라고, 클럽은 스스로를 고무시켰다.


분명 상황은 패했지만, 정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굴복하지 않겠다. 절대로.

여전히 반항적인 눈빛의 클럽을 내려보고, 13호는 빙긋 웃었다.


그거 참.


좋은 소식이다.

“너 정말 지는  싫어하는 구나.”


“Fuck! 빌런 따위에게  수는 없습니다.”

“벌써 져버려서 이 곳에 있는 거지만.”

“…시민을 인질로……아니, 됐습니다. 졌다는 걸 인정하죠. 하지만 이 이상의 패배는 없습니다. 더 이상 저는 당신들에게 지지 않습니다. 치졸한 방법으로 한  이기고 기고만장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 멍청한 fucking 빌런 씨!”


“일단 넌  입부터 좀 어떻게 해야겠다.”

13호는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그럼, 게임을 해보자. 네가 이기면 구속은 풀어줄게. 아지트 밖으로 나가게 할 수는 없지만 좀  자유로울 거다. 대신 지면 너한테 거는 암시를 추가하겠어.”


“……암시 같은 거, 저 도구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주입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네가 말한대로 정신력 문제라서, 반발이 큰 암시는  먹히지 않아. 패배를 인정하는 거로 순순히 걸려준다면 이득이지. ……야, 그 기고만장한 표정 은근 짜증난다.”


“흐흥. 정신력이죠. 흥흥.”

그렇구나. 역시 세뇌라는 것도 만능은 아니야!

“그래서, 무슨 게임을 하려고요?”

“남자와 여자가  방에 있다면, 그거 밖에 없지.”


“장기? 체스? 오셀로? 카탄? 부루마블? 어몽어스?”

“놀러왔냐….”

 녀석, 보드게임 좋아하는 구나. 그보다 부루마블은 둘이서 하기는 좀.


“룰을 설명하지. 지금부터 너와 나는 섹스를 한다. 내가 먼저 3번 사정하면 내가 지는 거고, 네가 먼저 3번 가버리면 네가 지는 거야.”


“노골적이야….”

“성감을 자극해주면 세뇌 심도가 높아지거든. 그러니 너도 너무 느끼지 않는 게 좋아.”


“안 느끼거든요! 당신 같은 실좆에다 더럽게 못할 것 같은 남자한테 누가 느낀다고요!”

“누구게 작다는 거야?! 본 적도 없으면서!”


“여자의 감이에요!”

짜증나는 여자의 감이다. ……어, 나 작아? 아니지? 아닐 거야. 당장 바지 벗고 보여주고 싶어졌다.


“단, 게임이니까. 너도 인정하는 한에서  가지 암시를 추가할게. 너도 이건 절대 안 된다 싶은 건 말해.”


“흥. 무슨 암시죠?”


“일단 ‘욕할 때마다 감도가 2배가 된다’…… ‘fuck’ 같은 거.”


“Fu……윽! 왜 저의 아이덴티티를 침범하는 거죠?!”

“산뜻한 20대 아가씨의 아이덴티티가 ‘fuck’이라니, 그래도 되는 거냐?”

“취소! 취소해요! 절대 싫어! 당신이랑 몸을 섞는데 욕도 못하다니, 말도  돼요!”

“다음, ‘거짓말  때마다 감도가 2배가 된다’.”


“횡포입니다! 7번대의 비밀을 캐내려고!”

“말하면 안 되는 내용은 그냥  다물고 있으면 되잖아…. 바보냐, 넌. 어쨌든 내 암시는 이걸로. 세뇌향이 효과를 보고 있으니까, 네가 승낙하기만 하면 바로 몸에 반응이 올 거다.”

“저는 절대로――”


“승낙, 할 거지?”

13호가 클럽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자, 묘한 위압감에 클럽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는 적진, 자신은 패배자다. 훨씬 터무니없는 요구라도 받아들여야겠지. 차라리 이 정도라면, 양호하다.


“좋, 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절대 안 된다 싶은 건 말하랬죠?”


“그래, 말해봐.”


“첫번째. 당신, 설마 노콘으로?”


노콘, 즉 콘돔 없이. 위험일은 아니라지만… 혹시나 행위가 ‘거기’까지 치닫고, 정자를 받아버리게 되었다 임신이라도 하면….


“걱정하지 마. 별자리한테 선택 받은 사람은 쉽게 임신하지 않으니까.”

별자리의 능력은 자식에게 유전으로 계승된다. 그렇기 때문에 별자리가 인정하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라면, 임신을 하는 일은 없다. 별자리의 마력이 사용자의 임신을 막는 것이다.


“일단 깨끗하게 씻고 왔으니 위생적인 문제는 됐고, 성병 같은 건 없어. …혹시나, 정말 만에 하나 네가 이번 일로 임신한다면…… 내가 네 운명의 사람이라는 거네. 그땐 책임질게. 결혼하자.”

“결――Fuck! 미쳐, 미쳤어요?! 절대 임신하지 않을 거거든요?! 절대로, 절대로 당신은 아니야!”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더 있어? 절대 안 되는 거.”

“……그, 이 상태로는 하기 싫은데요. 땀도 많이 났고, 흙냄새도 나고. 씻게 해줘요.”


“그건  돼.”


“어째서요?!”

“내 취향. 지금처럼 살짝 체취가 나는 쪽이 좋아. 양보할 수 없어.”

“변태새끼! 머리 박고 죽어! 혀 깨물고 죽어버려! 백 번 죽어어어어어~~~!”

“뭐, 대충  것 같으니.”


“안 됐어! 전혀  됐다고!  부탁은 전혀 들어주지도 않았잖아!”

“된 것 같으니.”


13호는 옷을 벗으며 선언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한다.”




클럽은 백화점에서 상의와 브래지어를 몽땅 잃었다. ‘그림자인형’들이 가져간 것 같은데, 결국 찾지 못하고 13호에게 찾아갔었다. 반나체 상태로.


지금도 당연히 위에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반나체 상태다.

상반신 알몸으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작은 가슴도, 매끈한 배와 귀여운 배꼽도, 끌어안고 싶어지는 가녀린 어깨도, 양 손이 뒤로 돌려 묶여 있어 조금도 가려지지 않고 적나라 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땀냄새와 희미한 페로몬… 여성으로서의 체취를, 13호는 줄곧 맡고 있었다. 태연한 척했지만, 대화하는 내내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흑……?!”


13호가 옷을 벗으니, 단단해진 자지가 우뚝 솟아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조금 전까진 작다고 말했었지만, 애초에 클럽은 평균 사이즈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적어도 신체 사이즈가 동 나이대보다 작은 그녀에게 있어서 저 정도 크기면….

‘작은 건 아니었나보네.’

그 반응에 13호는 무심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침대 위에 앉은 클럽에게 다가갔다.

“처음은, 키스야.”

“……알겠어요.”

두 사람의 입술이 겹친다. 처음에는 단순히 입술을 이리저리 맞물리던 키스에서, 단숨에 입을 벌려 서로의 입을 삼키려는  탐하는 모양새로, 그리고 혀를 밀어넣어 자극하는 식으로.

영화관에서의 키스와는 달리, 클럽도 수동적인 키스가 아니라 입을, 혀를 움직였다.
이것은 게임. 어떤 종류든, 악에게 질 수도 없고, 지지도 않을 테다. 그러기 위해 반드시 먼저 가게 만들어주겠다.

‘……순진하네,  아가씨.’

13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바로 앞에 눈을 감은 채 키스에 열중하는 클럽의 얼굴이, 티 없는 고운 피부가 보였다.

이 게임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그녀가 알고 있는 암시만이 아닌, 그녀가 잠들었을 때 몰래 걸어둔 또 다른 암시.

반발이 있어 깊은 암시는 걸 수 없었지만, 유도 가능했던 몇 가지는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안에 뿌리를 내려, 금방 효과를 보일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이길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키스에 열중하는 그녀를 보며,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져――13호의 자지가, 조금  단단해졌다.



* * *



“아응, 웅… 푸하…….”

체감상으로 5분은 했던 것 같다. 긴 키스를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입을 떼니, 두 사람의 혀 사이에 타액으로 이루어진 가느다란 실이 스윽 이어졌다.
뭘까…… 키스,  것 뿐인데….

클럽은 묘하게 사고가 느린 몽롱한 머리로, 필사적으로 다음 행동을 생각했다.


‘이기려면… 이 남자를 사정시키려면….’


“클럽, 다음은… 빨아줄래?”

“에?”


클럽의 눈 앞에, 덜렁덜렁 흔들리는 자지가 내밀어졌다. 끝에 투명한 쿠퍼액이 찔끔 맺혀있다.

남자의 성기가, 이렇게 가까이….

“아……응.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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