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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2 일상이 패배인 빌런, 패배가 싫은 히어로(6) (13/271)



〈 13화 〉#2 일상이 패배인 빌런, 패배가 싫은 히어로(6)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드러난 모습에, 스페이드는 눈을 크게 떴다. 잘못 봤을 리가 없다.


“너…… 13호!”


“잠깐, 잠깐. 너무 열 올리지 마, 스페이드. 난 아직 아무 짓도 안 했다고?”


“웃기지 마!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체포한다!”

“그건 곤란한데. 무척이나 곤란해.”


전혀 곤란해보이지 않는 얼굴로, 13호는 태연히 스페이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 그럼 네 '키워드'는...「스페이드는 나의 스페이드」였지, 잠들어라, 스페이드. ”

그것은 마치 주문처럼.


13호가 중얼거린 말을 듣자, 스페이드는 움직임을 멎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긴장하고 있던 몸에서 힘이 빠지고, 눈이 빛을 잃는다.

그곳에 서 있는 건 빌런을 상대하는 히어로가 아닌, 단순한 인형 뿐이었다.

“……걸렸구만. 안 먹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엄청 쫄았네.”

그리고 얼빠진 혼잣말과 함께, 13호는 스페이드의 손을 잡아 창고 안으로 이끌었다.


* * *

『……곳이……이렇……. 여…… 해?……』

‘……뭐지? 무슨 소리…….’

스페이드는 혼탁한 의식의 바다에 잠겨 있었다.


누군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기분이 좋다. 뭘까. 굉장히 따뜻하고, 단단한 것에 감싸인 것 같다. 의지가 된다. 기분이 좋다. 그런데 뭔가 안타깝고, 부족한 것도 같다.


“하아….. 흑, 햐악……!”

‘이건….. 내……?’


잘 모르겠는데, 숨결이 거칠어져 있는 것 같다. 격하게 호흡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도 몰랐다.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귀까지 울리는 기분이다. 아아, 이러다 심장이 귀로 나와버리는 건 아닐까.


온 몸이 뜨겁다. 그런데 차갑다. 따뜻하다. 열이 오른다. 그런데 부족해. 더 따뜻하게.


“아윽……! 거기요…… 거기, 좋아……!”

거친 숨결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뭐야, 내가 한 거야? 그런 걸까….
혼탁한 의식의 파도에 휩쓸려, 다시금 가라앉는다.

자신은 지금 어디에 있고,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안심이 된다. 만족스럽다. 둥실둥실 떠오르는 기분이다….

기분 좋아…… 그러면 됐어…….




* * *


“하아… 윽, 흑, 으흣~~~~!”

창고의 안, 희미한 불빛 아래서 스페이드는 음란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달콤한 냄새가 나는 향이 주변의 공기를 물들었다. 향의 출처는 근처에 놓인 주먹만한 기계로, 세뇌약과 같은 효과를 가진 향이라는 것 같다. 조금 희석해서 부담을 줄이긴 했지만.

13호는 항생제를 먹었기 때문에 효과가 없지만, 스페이드는 흡입을 통해 지속적인 세뇌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상황과 감정, 여러 가지 조건이 맞추어졌을 때 지정한 【키워드】를 통해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는 해두었지만,   깊은 암시를 위해 세뇌심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그냥 둔다면 기껏 심어둔 암시도 말짱 사라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은 스페이드는 검은색의 낙낙한 추리닝 티와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러나 그 티는 가슴 위로 말려 올라가 있고, 스포츠 브라에 감싸인 가슴은 13호의 손에 의해 부드럽게 주물러지고 있었다.


“좀 더 힘을 빼도 좋아, 스페이드…… 이렇게 해주는 것, 좋아하지?”

“아, 아응……♥”


민감해진 귓가에 숨을 훅 불어넣자, 스페이드는 달콤한 교성을 흘리며 몸을 뒤틀었다. 땀냄새에 뒤섞여 음란한 페로몬을 뿌리는  모습에, 13호는 무심코 침을 삼켰다.

13호는 스페이드를 뒤에서 껴안는 자세로, 스페이드의 가슴을 애무하길 계속했다.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아래에서 위로, 원을 그리듯 주무르는 움직임은 차츰 달아오른 스페이드에게는 지나치게 감질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따금씩 브라 위로 유륜과 돌기를 자극하면, 좀  해달라는  허벅지를 비비며 13호의 몸에 파고들었다.


‘……슬슬.’

애를 태우듯, 십몇 분이라는 시간 동안 브라 위에서 애무하던 손이, 차츰 브라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스페이드의 유방을 직접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손길은 민달팽이가 기어가듯 지나치게 느려서, 스페이드는 초조함에 몸부림치며 뜨거운 한숨을 흘렸다. 기대고 있는 13호의 몸에 스페이드는 잔뜩 달아오른 몸을 비볐다.


좀 더,  더, 좀 더, 좀 더!


마치 그렇게 애원하는 것 같았다.

“스페이드, 스페이드? 내 말이 들려?”


“아……응…… 녜에…….”


“스페이드는 뭘 하는 아이더라…?”

“칠……번대의……A……히어로…….”

“7번대는 몇 명이나 있지?”

“다섯……아니… 일곱……?”

원래 7번대의 정식 부속 인원은 다섯명이다. 그러나 입장 상 협력관계에 있으며 반쯤 7번대에 속해있다고  수 있는 서브멤버 또한 존재한다.


정상적인 상태의 스페이드라면 7번대는 다섯명 뿐이라고 하겠지만, 인식의 벽이 희미해진 현재 저도 모르게 말하기 애매한 인원까지 포함해 일곱이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서브멤버를 포함하면 일곱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13호는, 그 대답으로 스페이드의 세뇌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지금의 그녀라면 7번대 내부의 좀 더 깊은 정보를 끌어낼 수 있겠을 것이다.

“7번대엔 누가 있더라…?”

“에……. 대장이랑…… 나……. 클럽…체크……. 애플이랑…. 글구…… 응…….”


두어명의 이름을 더 말하자, 상이라는 듯 유륜을 쓰다듬어줬다.


“스페이드는 보통 뭘 해?”


“순찰이랑… 싸우거나…….”

횡설수설 두서없이 이것저것 말한다.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까지 술술.


13호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했다. 전부 알고 있는 내용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들로, 그러면서 좀 더 많은 말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참모에게서 강약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다. 도로시도 약하게 시작해서, 점차 심도 있게 깊이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주의 받은 내용을 본 받아, 13호는 애를 태우는 듯한 애무로 스페이드의 세뇌심도를 높여나갔다.

이성을 거치지 않다보니 지리멸렬, 횡설수설한 문장이 되긴 했지만, 스페이드의 대답은 확연히 길어지고, 장황해져 갔다.


“앗, 아으으읏……!”

브라 아래로 지금껏 손대지 않고 있던 유두를 자극하자, 한층 높은 교성을 낸다. 목덜미 아래를 핥아주자, 신경을 자극하는 감각에 스페이드의 몸이 떨렸다.

“다음은, 동료에 대한 거야… 대답할 수 있지, 스페이드…?”


밀회의 목적은 단순히 개발만이 아니다.

다음 작전에 쓸 수 있을 정보를 끌어내는 것 또한, 이번 밀회의 목적이었다. 성과가 없다면 성과가 생길 때까지, 생기고 나서도, 이 당찬 아가씨가 완전히 함락될 때까지 이 개발과 조교의 시간은 계속 될 것이다.

한동안  사람의 문답이 계속되었다. 스페이드는 연신 열락의 한숨과 함께 장황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의식 중에 희미하게 저항하는 그녀의 의식이, 정작 필요한 정보를 누설하는 걸 막기도 했다. 그럴 때면 13호는 난처함을 느꼈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났을까.


슬슬 시간에 가까워져갔다.


“스페이드. 이제 갈 시간이야.”

“응…앗! 더, 더해줘어…… 뭔가… 따뜻한 거어……..”

“안  스페이드, 이제 집에 갈 시간인걸.”


“시, 시러어… 시러시러시러시러어!”


13호가 이제 끝이라는 듯 손을 떼자, 스페이드가 어리광부리듯 달라붙었다. 13호에게 몸 여기저기, 가슴을 중점적으로 애무당한지 몇 십 분, 한 번도 가지 못한 것이다. 안 그래도 암시로 인해 욕구불만에 빠져 있던 그녀는 놓칠 수 없다는 듯 13호에게 파고들며 매달렸다.

뭐, 13호 본인도 그냥 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럼 잠시 실례.”


추리닝 티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반바지를 허벅지 중간까지 질질 끌어내리자, 운동성을 중시한 스포츠용 속옷이 드러났다. 그 위를 만져보니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아응~~~~...!”

“애가 많이 탔나 봐.  젖었잖아. 스페이드는 음란하구나....”

“만져…… 만져 주세요… 넣어줘어…… 퍼득퍼득 하는 거어…….”

“그래그래. 그건 간다고 하는 거야, 스페이드.”


“가……아? 갈래애…….”


“알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공주님....”

13호는 스페이드의 스포츠 브라를 끌어올려, 가슴을 드러냈다. 답답하게 갇혀져 있다 해방된 유방은 브라 없이도 단단하게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 끝의 유두는 꼿꼿이 선 채 터질  잔뜩 충혈되어 있었다.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유두를 꼬집는다, 다른 한 손으로는 팬티 아래로 손을 넣어, 잔뜩 젖은 꽃잎을 매만지고,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뜨거운 꽃잎은 찌걱, 하는 물기 어린 소리를 내며, 저항감 없이 13호의 손가락을 맞아들였다. 스페이드가 환희의 한숨을 내쉬며 찌르르 몸을 떨었다.

땀에 젖은 새하얀 목덜미를 핥자, 짠맛과 달콤함이 뒤섞인 묘한 맛이 났다. 중독될 것 같은 맛이다.

그리고 그대로, 13호는 꽃잎에 찔러넣은 손가락에 움직임을 더했다.

“자, 그럼 이걸로, 가는 거다 스페이드...!”

“응, 앗, 앗, 앗, 앗, 가, 간다, 간다간다간다아아――!”

안 그래도 당장에라도 터질 듯 잔뜩 달아오른 몸이었다. 한껏 뜨거워진 보지가 맥동하며 13호의 손가락을 꼭 죄었다. 뜨거운 액체가 왈칵 쏟아진다. 동시에 스페이드의 몸이 다시금 찌르르르 경련하더니, 힘이 빠진 듯 13호 위로  늘어졌다.


공주님은 만족한  같았다.

“완전히 젖어버렸네.”

속옷에서 손을 빼내자, 손가락이 애액으로 잔뜩 젖어있었다. 스페이드의 얼굴에 가져다대니,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담고, 힘없이 살짝 깨물었다.

“아응… 읍…….”


만족한  축 늘어진 스페이드의 속옷을, 13호는 남은 한 손으로 반바지와 함께 무릎까지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바지도 내려, 잔뜩 부풀어 오른 자신의 성기를 드러냈다.


그리곤 여전히 자신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스페이드의 고개를 돌려, 손가락을 빼내고,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한편으론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자신의 물건을 끼웠다.


츄웁― 추읍― 츕….


혀가 얽히고, 타액이 뒤섞인다. 동시에 13호는 뜨거운 음순의 감촉, 스페이드의 보드라운 허벅지의 감촉을 느끼며, 자지를 미미하게 앞뒤로 왕복시켰다. 13호도 스페이드를 애무하는 동안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3호 또한 백탁액을 흩뿌리며 사정(射精)했다. 스페이드의 허벅지와 다리에 끈적한 정액이 묻어버렸다.


사정  잠깐 입술을 떼었으나, 각자 절정의 여운으로 거친 숨을 내쉬던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맞추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혀와 혀를 얽는 농후한 키스가 얼마간 다시 이어졌다.

자, 오늘의 시간은 이걸로 끝이다.


“스페이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들어. 듣고 잊어. 하지만 네 안에 새기는 거야. 스위치를 켜면 언제든 기억나도록,  몸도, 네 영혼도, 전부 내 것이 되도록…….”


“네에…….”


키스를 마치고 입술을  13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몇 가지 암시를 더했다.  번이나 반복하고, 반복해서. 절대로 잊지 않도록. 영혼에 새겨지도록…….


두 사람의 정사(情事)의 밤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깊어져 갔다.



* * *


“대강 준비는 된 것 같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참모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전히 몸 여기저기에 붕대를 매고 있는 만큼 직접 임무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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