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1 몰락한 빌런이지만 포기는 없다(5)
스페이드는 둥실둥실 떠오르는 듯한 감각 속에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다. 몸이 가볍다. 이대로 푹 잠들고 싶다.
“――――”
잠결에 누군가 말을 건 것 같은데, 누구였을까.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따뜻한 목소리였다. 진실만 말하는 목소리였던 것 같다. 누구려나.
『하앗, 하...... 거기, 거기요오......!』
『여기가 좋은 거야? 아니면 여기?』
『거기! 방금 거기잇...!』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이 깼다.
기분 좋았는데. 남의 단잠을 방해하다니 천벌이나 받아라.
“?!”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스페이드의 의식이 각성했다.
“오, 드디어 일어났나보네.”
“하아, 흐으...... 스페이드, 씨이....”
뿌옇게 흐리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지고, 드러난 눈 앞의 광경에 스페이드는 경악했다.
“13호...... 애플?!”
아까 전까지 애플이 구속되어 있던 의자, 그 위에 걸터앉은 13호. 그리고 그런 13호에게 등을 기댄 자세로 올라탄 애플이 있었다.
애플의 블라우스 앞섶은 훤히 벌려져 있었고, 그 사이로 들어간 13호의 왼손이 그녀의 모양 좋은 가슴을 주물렀다. 나머지 한쪽 손은 스페이드와 같은 디자인의 스커트 아래로 들어가, 허벅지를 어루만지거나 팬티를 젖히고 은밀한 곳을 마구 희롱하거나 하고 있었다.
“으윽...! 스페이드 씨... 보지, 말아주세요... 하윽!”
13호가 목 아래 쪽을 살짝 깨물자, 애플이 요염한 교성을 흘렸다.
그 목소리에 스페이드는 같은 여자인데도 욕정을 느껴,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13호! 이런 비열한 짓을...!”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 했지만, 깨달았다. 스페이드의 양 손, 양 발목은 밧줄로 단단하게 묶여있었다.
애플을 묶었을 때 사용한 밧줄인가...!
“어허, 스페이드. 일단 상황부터 파악하자고. 이건 애플이 원해서 하고 있는 거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누가 그딴 개소리를――”
“스, 스페이드 씨... 13호 씨 말이... 맞아요... 응...!”
“뭐라고?!”
스페이드는 경악하며 눈을 크게 떴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
“스페이드, 난 거짓말 같은 거 안 한다고? ‘진실만 말하잖아?’”
“읏.......”
웃기는 소리!
그렇게 외치려 했으나, 문득 ‘그런 것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거 없는 생각이지만, 확실히 그랬던 것도 같다. 그 사실이 왜 갑자기 지금에야 떠오른 걸까?
“맞네...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
맞다. 그랬던 것 같다. 근거는 없지만.
그런 스페이드의 반응을 보며 13호는 히죽 웃었다. 암시는 잘 먹힌 것 같았다.
‘자신의 말은 모두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외 이것저것 암시를 걸어두었다. 너무 노골적인 암시보다는,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은근한 암시를.
그 암시가 어디까지 걸렸는지는 이제부터 시험해 봐야한다.
“그래, 스페이드. 네가 아는 것처럼 나도 되고 싶어서 빌런이 된 게 아니라고. 악의 조직한테 개조당해서, 어쩔 수 없이 빌런이 된 거다.”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고, 스페이드는 머릿속에서 기억을 끄집어 냈다.
그렇다. 13호는 빌런이지만, 악의 조직에게 개조되었다. 악의 에너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악의 에너지를 빼내려면.
“13호... 씨...... 이제 슬슬....”
“아아. 그럼, 부탁할게.”
애플이 13호의 허벅지에서 내려오자, 13호는 슈트 하의의 지퍼를 끄르고 물건을 꺼냈다.
잔뜩 발기해 우뚝 솟아오른 성기가 끄덕, 끄덕 흔들렸다.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악의 에너지를... 어서 배출해주세요.......”
“그래. 그럼 힘내줘.”
애플은 드러난 음경을 조심스레 손으로 잡고, 음낭을 부드럽게 애무했다.
천천히 끝에서 배어 나오는 쿠퍼액을 혀끝으로 살짝 살짝 핥더니, 이내 음경의 끝을 대담하게 입으로 물었다.
악의 에너지를 빼내려면, 이처럼 음란한 짓을 통해 사정시켜야 한다.
분명 그랬었다. 그렇지 않다면 히어로인 애플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런 일체의 광경을, 스페이드는 숨쉬는 것도 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호기심에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보게 된 적은 있다. 지식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그것도 자신의 동료가......
“성급하게 하지 말고. 단순히 빼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야. 기분 좋게 가지 않으면 ‘악의 에너지’도 나오지 않는다고?”
“예에... 알겟슙니다....”
츄릅, 츄릅.
대담하게, 때론 조심스럽게 조신한 히어로는 빌런의 물건에 봉사했다.
13호의 손이 브라 너머로 그녀의 가슴을 자극하자, 그녀는 입에 물건을 문 채 요염한 한숨을 내쉬었다.
음란한 소리. 음란한 광경. 음란한 냄새.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스페이드는 침을 꼴깍 삼켰다. 어느 샌가 호흡은 가빠져 있었고, 얼굴은 붉었다.
애플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그 자리에서 봉사하는 것 같았다. 애플의 가슴이 희롱당하면 꼭 자신의 가슴이 희롱당하는 것만 같았다.
팔이 묶여져 있지 않았다면, 어쩌면 두 손으로 자기 몸을 위로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자, 잠깐만! 애초에 애플은 이런 짓을 하는 담당이 아니잖아! 빌런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서무를 담당하는 게 네 임무인 걸! 네가 하지 않아도 돼!”
“츄웁, 츄웁...... 푸하. 스페이드 씨... 그치만 저도 히어로고... 곤란한 사람을 그냥 둘 수는....”
“그러게. 스페이드는 곤란한 사람을 보고서도 그냥 넘어가는 거구나, 정의의 히어로인데도.”
“윽!”
그 말도, 맞지만...!
“그럼 계속 해줘, 애플. 이러다가 내가 악의 에너지에 삼켜지면, 너랑 저기 잡힌 스페이드에게도, 시민들에게도 몹쓸 짓을 할 수 밖에 없어.”
“예에.......”
애플이 다시 자신의 입술을 13호의 물건에 가져다 댔다.
붉어진 얼굴에는 수치심이 엿보였지만, 또한 성적인 흥분에서 온 쾌락도 섞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봉사를 재개하려는 애플을 보다 못한 스페이드는,
“그만! 그만해! 내가 할 테니까!”
호소하듯 그렇게 외쳤다.
“응? 네가?”
“그 녀석은 서무 담당이야! 너 같은 빌런을 상대하는 건 나라고! 그렇다면 너한테 봉...사하는 것도, 악의 에너지를 빼내는 것도 내가 할 일이야! 그 애를 놔줘!”
“흐음.”
“스페이드... 씨.......”
13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그 쪽에 맡기도록 할까. 하지만 그 전에.”
애플의 귓가에, 13호는 뭔가를 중얼거렸다. 거리가 있어서 스페이드에겐 들리지 않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애플의 몸이 크게 튀어올랐다.
“히익?!”
애플의 온 몸이 퍼득 튀어오르나 싶더니, 전신에 땀이 솟구치고 숨도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빠졌다.
13호는 잔뜩 달아오른 애플의 몸을 끌어당겨, 가슴을, 그리고 스커트 아래의 음부를 난폭하게 애무했다.
“으꺄앗!?”
“애, 애플?!”
애플의 몸이 다시 한 번 퍼득 튀어오르며 활처럼 휘었다. 그리고는 힘이 다한 듯 13호에게 안긴 채 축 늘어졌다.
“달아오른 채로 그냥 두는 것도 미안하니까. 자, 이제 잠들도록 해. 푹 쉬렴.”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내쉬는 애플의 귓가에 13호가 상냥하게 속삭이자, 애플은 순순히 눈을 감았다. 차츰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애플을, 13호는 조심스레 의자에 앉히고 슈트 상의를 벗어 덮어주었다.
빙글 돌린 13호의 시선과, 컨테이너 벽에 기댄 채 주저앉은 스페이드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마치 사냥감을 바라보는 듯한 짐승 같은 시선.
스페이드는 긴장하며 꼴깍, 침을 삼켰다.
* * *
“애플이라고 했지? 이 녀석, 조신하게 생겼으면서 알 것도 다 알고, 할 것도 다 했던데. 청순한 외모와 갭이 장난 아니었어.”
“그럴 리가 없잖아.”
“진짜야. 난 진실만 말한다니까?”
읏, 하고 스페이드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이 건에 한해, 13호의 말은 사실이었다.
여러 가지 도구를 시험하며 최면 심도를 높여가는 와중에, 에고(Ego)로 잘 감싸 놓은 그녀의 본성에는 13호도 식겁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행위에 익숙하지 않을 스페이드에게 본보기를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히어로로서 너를 돕는 건 동의하는데, 난 그런 거 잘 몰라.”
“그래? 하지만 조금 전에 그건 봤지? 어땠어?”
“어땟, 냐니....”
스페이드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거, 보기 민망했을 뿐이다.
“흥분했어?”
“......누가!”
과민한 반응에 13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팔다리가 묶여 자유롭지 못한 스페이드에게, 터벅터벅 다가갔다.
스페이드의 눈 앞에, 미지의 생물과도 같은 남성의 성기가 내밀어졌다. 애플의 타액으로 젖은 물건은 아직까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우뚝 선 채로 끄덕, 끄덕 흔들린다.
우와아...... 남자의 거기, 실제론 이렇게 생긴 거구나....
“지금 중간에 끊긴 바람에 상당히 불만이거든. 스페이드 네가 이어서 해주겠어?”
“크.......”
스페이드는 몸을 꼼질꼼질 뒤틀더니, 이내 결심한 듯 눈 앞의 물건을 앙 물었다. 거슬거슬한 털이 그녀의 고운 얼굴에 닿아 눈썹을 찌푸렸으며,
그리고 13호는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팟?! 야, 잠깐! 잠깐만!”
“헤?”
“이! 이 세우지 마! 그렇게 무는 거 아니라고!”
“헤, 헤후......!”
스페이드는 당황하며 입을 뗐다.
다시 한 번 끄덕끄덕 흔들리는 성기는, 어쩐지 방금 전보다 기세가 죽은 것 같았다. 놀라서 그런가?
그러고 보면 자신도, 유두 같은 성감대는 민감한만큼 조심스레 만져야 한다는 걸 기억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다. 남자의 성기도 비슷한 걸까.
“츄.......”
이번엔 조심스레 혀를 내밀어 음경의 끝을 핥았다.
“츄웁, 츄웁.”
응...... 이상한 맛.
쿠퍼액을 내는 음경은 애플의 달콤한 타액과 섞여 야릇한 맛과 냄새가 났다.
“그렇지. 그렇게 이를 세우지 않고. 귀두부터 뿌리까지 핥고, 끝부분부터 조금씩 입으로 물어봐.”
“웅, 우응(알, 겠어)....”
지시대로, 스페이드의 분홍빛 혀가 물건의 귀두를, 그리고 천천히 뿌리까지 핥아가기 시작했다. 그 미숙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려는 혀놀림에, 무심코 흥분한 13호의 물건이 단단함을 더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