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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339화 (340/344)

Chapter 339 - 339화- 승자들을 위한 둥지

라미드 섬과 로세움 왕국 사이에는 작은 섬 하나가 존재한다.

아무도 살지 않는 섬이며,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섬이었다. 거센 물살로 유명한 해역에 있기에 누구도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언제나 거센 파도가 수시로 섬을 덮쳤으며, 언제나 거친 바람이 섬을 강타했다. 도저히 육지에선 집을 짓고 살아갈 수가 없었다.

이러한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섬 내부에 있는 동굴뿐이었다. 하지만 그 동굴도 마냥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동굴 입구가 바다와 이어져 있으니까. 그래서 언제나 동굴 바닥은 바닷물이 고여 있기 일수였다. 만약 폭우가 쏟아져서 해수면이 높아지면 동굴은 그대로 물에 잠겨버렸다. 즉, 지하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지리적으로 보면 요충지로 사용해도 괜찮은 섬이나, 섬을 둘러싼 환경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병사를 배치해도 얼마 못 가 전원 전사했다는 급보가 날아오고도 남을 거다.

그래서 라미드 섬도, 로세움 왕국도 이 섬을 건들지 않았다. 그냥 없는 섬으로 취급했다. 그렇게 이 작은 섬은 오랫동안 방치되었고,

현재 테리스의 손에 의해 고기 둥지로 개조되었다.

"그 용병왕이 이 섬에 눈독을 들이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지. 눈치챘다면 정말 큰일 났을 거야."

라미드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 고기 둥지. 그 둥지를 이루는 것은 바로 갈색 촉수다.

그 촉수를 테리스는 이용했다. 갈색 고깃덩어리를 한 움큼 떼어낸 테리스는 동굴에다 덩어리를 풀었다. 작은 촉수 덩어리는 바닥에 고인 바닷물을 영양분으로 삼아 증식했다. 증식된 촉수 덩어리는 섬 내부를 잠식하는 고기 둥지로 변모했고,

지금 아르웬이 갇혀 있는 벌집을 만들어냈다.

“녀석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특급 둥지를 만들 수 있었지.” “특급 둥지?” “결투에서 승리한 자들을 위한 둥지지. 잘 들어봐.” “…?” "여기에는 너만 있는 게 아니거든."

테리스의 지적에 아르웬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우끕, 우끕, 우끕, 우끕!

-푸끅, 푸끅, 푸끅, 푸끅!

-후끕, 후끕, 후끕, 후끕!

벌집에 갇힌 수많은 여성의 신음이 들려왔다.

-우끙, 우끙, 우끙, 우끙!

-푸끙, 푸끙, 푸끙, 푸끙!

-후끙, 후끙, 후끙, 후끙!

아르웬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농락당하고 있다.

입에 박힌 촉수가 강제로 정액을 먹여 수명을 연장하고 있고,

가슴에 물린 촉수가 강제로 모유를 착취하고 있고,

복부를 감싼 촉수가 쥐어 짜내듯이 조이다 풀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가랑이 박힌 두 개의 촉수는 끊임없이 왕복 운동을 하며 정액을 싸지르고 있다.

승자의 보상을 여자들은 이런 식으로 보답을 받고 있었다.

“전부 너와 같은 신세란다.”

테리스는 설명했다.

"결투에서 이긴 자들이지." “결투에서 이겨?” “그래, 설마 너만 이긴 줄 알았니?”

테리스와의 결투에서 이긴 자는 아르웬이 유일하지 않았다.

수많은 도전자 중 테리스와의 결투에서 이긴 자들이 극소수 존재했다. 테리스가 봐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나, 그 봐줬음에도 이기지 못한 자들이 수두룩했음을 고려면 정말로 대단한 실력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테리스는 이 실력 있는 자들을 이곳으로 끌고 왔다.

“…속인 거냐?”

아르웬은 물었다. 어찌나 분노했는지 목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

“이럴 목적으로 결투를 벌인 거냐!” “맞아.”

테리스는 부정하지 않았다.

“우수한 암컷을 우리가 왜 방출하겠니? 운명하는 순간까지 이용해야지.” “그 제자에게 농락당한 주제에 왜 이런 짓을!” “전에도 말했잖아.”

자신을 향한 분노의 화살을 맞아도 테리스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나는 이미 선택했다고. 못난 제자를 위한 하수인이 되기로 맹세한 지 오래라고. 번복할 마음이 없는데 네가 하는 말에 죄책감이라도 들 것 같니?” “망할 년이….” “그리고 난 약속을 지켰어.” “하아? 약속?”

약속을 지켰다는 말에 아르웬은 기가 찼다.

그리고 다음 테리스의 말에 아르웬은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나는 라미드 섬에서 벗어날 자유를 준다고 했어. 그리고 이곳은 라미드 섬 바깥에 있는 섬이지." “….” “그러니 풀어준다는 약속은 확실히 지켰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야.”

아르웬은 입을 열었다.

“이게 지킨 거야, 응? 이딴 게 지킨 거냐고!”

제자에게 농락당해서 불쌍하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다. 이 망할 여자도 결국은 악마와 한패였다. 어떻게든 말로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봤던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아르웬은 뒤늦게 깨달았다.

"지킨 거 맞는데?"

아르웬이 화를 내도 테리스는 뻔뻔하게 굴었다.

"섬에서 벗어났으니 약속을 지킨 거지, 안 그러냐, 제자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테리스의 물음에 강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섬에서 나가게 해줬으니 당연히 지켰다고 봐야죠. 문제가 될 소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드 말 들었지? 그러니 얌전히 있으렴.” "이 미친 새끼들…"

놈들이 약속은 지키지 않을 거라고 아르웬은 예상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니까. 여자를 가축으로 삼는 걸 좋아하는 미친놈들인데 그 여자들이 도망치게 놔둘 놈들인가? 적과 협력할 게 분명할 텐데 쉽사리 보내주고도 남을까? 함정일 게 분명하다.

그리 여겼지만, 마음 한구석으론 아르웬은 기대하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정말로 이 망할 놈들이 약속을 지킨다면. 정말로 결투에서 이긴 보상으로 자유를 준다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재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도와준 미네 일행과 같이 로세움 왕국으로 도주할 수 있지 않을까?

진짜로 가능하지 않을까? 그 실낱같은 희망이 생길지 모른다고 기대를 품으며 아르웬은 죽을 각오로 결투에 임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드디어 악마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좋아했다.

그랬는데, 아니었다. 결국은 녀석들의 손바닥에 놀아나고 말았다. 또다시 녀석들에게 이용당하고 말았다. 그것이 아르웬은 너무나 치욕스러웠으며,

결국 그리드에게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했다.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눈물조차 나오질 않았다.

'보기 좋네.'

분노로 넘실거리던 아르웬의 두 눈이 점점 죽어가는 것을 보며 강림은 작전이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발악이 없는 게 좀 아쉽지만.'

그 생각대로 아쉬웠다. 속았다는 걸 알고 크게 부정할 줄 알았는데, 담담히 받아들이다니. 어쩌면 자신에게 끌려다니면서 자신이 어떤 짓을 할지 다 꿰뚫어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발악을 강제로 끌어내게 할 순 없을까?

이대로 온종일 모체로 이용해서 정신을 붕괴시킬 수도 할 수 있으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좀 더 절망을 맛보게 해야 한다. 자신의 복수는 덧없고,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는 걸 확실하게 깨닫게 해줘야 한다.

그걸 가능하게 할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강림은,

"…미안해요." "음?"

작게 중얼거리는 아르웬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신들이 열심히 도와줬는데 제가 다 망치고 말았어요. 저는, 저는…." "아, 맞아. 그녀들이 있었지."

목소리를 들은 강림은 아르웬이 누굴 언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르웬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 세 사람은 그녀들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그녀들을 이용해서 자신이 바라는 상황을 끌어낼지도 모른다.

"스승님, 잠시 라미드 섬에 다녀올 테니 아르웬 좀 봐주세요. 허튼짓하면 바로 고문하시고." "그래, 알았다."

스승에게 아르웬을 맡은 뒤, 강림은 곧장 라미드 섬으로 향했다. 괴수가 울부짖고, 동굴이 크게 흔들거렸다. 무슨 일이 있는지 대충 알아낸 테리스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벌집에 갇힌 모체들은 갑작스러운 이변에 두려워했다.

잠시 뒤, 다시 한번 더 괴수가 울부짖었고, 동굴이 크게 흔들거렸다.

"아르웬, 선물을 가져왔다."

그리고 강림이 나타났다.

"네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맞지?"

강림과 똑같이 검은색 군복을 입은 여자들이 걸어왔다. 이들을 본 아르웬은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딩신들은…." "미네, 네리, 리미. 이름은 들어봐서 알겠지?"

미네 일행이었다.

그리드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리려 제국에 잠입했다가 붙잡힌 모험가들이었다. 라미드 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결투를 벌였으나, 끝내 패배한 자들이었다. 패배한 대가로 강림에게 강간당한 것도 모자라 개조까지 당했다.

개조당했지만 사실 정신은 멀쩡한 상태였으며, 악마를 속이려고 일부러 미친 짓을 저질렀다. 아르웬은 알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둥지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자신들에겐 그럴 힘이 없으니 대신 아르웬을 키우는 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다.

용병 미네는 모든 걸 잃을 것을 대가로 자신의 전투 경험을 아르웬에게 전수했다.

도적 네리는 모유를 먹여 아르웬의 힘을 한계치까지 증폭시켰다.

사제 리미는 수많은 가호를 걸어 아르웬의 신체 능력을 한계치까지 증폭시켰다.

이 세 사람의 헌신 덕분에 아르웬은 일시적이지만 테리스를 몰아붙일 수 있었고, 승리할 수 있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아르웬은 또다시 패배했을 거고, 모체로 이용당했을 거다.

그렇기에, 지금 이 꼴이 되어버린 사실에 아르웬은 죄책감이 들었다.

만약 이겨서 자유를 얻는다면 전원 로세움 왕국으로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자신과 똑같이 모체로 착취당하고 있을 거란 생각에 아르웬은 너무나 죄스러웠다.

그랬던 세 사람이 이곳에 나타났다. 그것도 강림과 똑같은 군복을 입고.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것이 옳은데, 다들 재밌다는 듯이 웃고만 있었다. 이를 본 아르웬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아르웬 씨.”

미네가 입을 열었다.

“연극에 어울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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