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4 - 334화- 촉수에 삼켜진 아르웬
'어, 어서 빠, 빠져나가야 해.'
테리스와의 결투에서 아르웬은 패배했다.
패배자한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능욕뿐. 패배자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테리스는 거대한 촉수를 소환했고, 아르웬은 그 촉수에 삼켜졌다. 어떻게든 먹히지 않기 위해서 테리스의 마음을 흔들려고 시도했던 아르웬이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미 테리스는 강림의 노예로 살기로 마음먹은 지 오래였으니까. 아니, 애초에 고기 둥지가 되어버린 고향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시점에서 대충 눈치를 챘어야만 했다.
아르웬은 테리스에게도 자신처럼 악마에게 저항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말았다. 그래서 말로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고, 그 결과, 촉수에 삼켜지고 말았다.
삼켜졌지만, 아르웬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이대로 모체가 될 순 없다고!'
아직 자신은 복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는 능욕에 육신은 날이 갈수록 망가져 가고, 영혼이 닳아 없어지고, 절망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다. 자신의 모든 걸 앗아간 그리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꿋꿋이 버틸 거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
이젠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도, 지지해주는 사람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아르웬은 끝까지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우끄으윽?"
그녀의 눈앞에 펼친 생지옥 앞에서는 허튼소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우끅, 우끄윽,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어떻게든 촉수에서 빠져나가려고 아르웬이 몸부림을 치고 있던 순간에 갑자기 기다란 촉수 하나가 아르웬을 향해 쇄도했다. 쇄도한 촉수는 바로 아르웬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온다는 걸 아르웬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촉수가 식도까지 파고든 상태였다. 아르웬의 입을 완벽하게 점령한 촉수는 주입하기 시작했다.
"꾸륵? 꾸르릅, 꾸르르릅!"
고기 둥지에 갇힌 수많은 모체의 유일한 식사 거리인 정액, 대악마 그리드의 정액을 촉수는 자신의 입을 통해 주입했다. 촉수가 크게 꿈틀거릴수록 아르웬의 목구멍 뒤로 넘어가는 정액량은 점점 늘어났다.
"꾸릅, 꾸르륵, 꾸르르릅, 꾸르르르릅!"
여기서도 또 입이 범해지는 것도 모자라 또 강제로 정액을 먹어야 한다니! 촉수에 먹힌 것도 서러운데, 여기에 또 정액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아르웬은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분통이 터지는 것과 별개로 정액을 더 주기를 아르웬은 간절히 원했다.
"꾸릅, 꾸릅, 꾸릅, 꾸릅…."
정액을 먹는 것을 거부하면 자신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망할 독사 녀석만 아니었다면!’
엘프섬에서 독사 페르포네가 아르웬에게 독을 주입했다.
정액이 아니면 해독할 수 없는 독을 주입했다.
그 독이 영구적인 저주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주입했다. 그 결과, 아르웬의 몸 구석구석엔 여전히 독에 중독되어 있다. 아르웬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촉수 덩어리를 통해 몸속으로 정액이 주입되고 있으나, 저주를 완전히 거둬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간신히 고통만 덜어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니 먹을 수밖에 없다. 완전히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더 많은 정액을 먹어야만 한다. 지금 그 정액을 잔뜩 먹을 기회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그러니 먹자. 향긋…아니, 구역질이 나더라도 먹자. 먹고 살아야만 한다.
'이 굴욕, 잊지 않을 거야.'
살아야만 복수할 수 있으니까. 비록 지금은 정액을 먹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지만, 언젠가 뒤엎어 버릴 거다. 반드시, 자신에게 저지른 모든 업보를 그대로 되돌려 줄 거다. 무조건 그렇게 만들 거다.
그러니 지금은 견디자. 견디면서 칼을 갈자.
간신히 감정을 억누른 아르웬은 굳게 다짐했다.
"후으윽?"
갑자기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무, 뭐야? 왜 갑자기 좁아지는 거야?'
난데없이 자신을 삼킨 촉수가 몸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갈색 육벽이 아르웬의 몸에 착 달라붙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아르웬이 당혹스러워하던 순간,
“후윽?”
육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위로 아래로 움직인다. 움직이면서 아르웬은 앞으로 밀어낸다. 육벽이 움직일 때마다 벽에 돋아나 있는 수많은 돌기가 아르웬의 몸을 스쳤고,
"후끄으윽!"
스칠 때마다 아르웬은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후끄윽, 후끄으읍, 후끄으으읍, 후끄으으으읍!"
수많은 돌기가 머리를 스칠 때마다.
수많은 돌기가 얼굴을 스칠 때마다.
수많은 돌기가 유방을 스칠 때마다, 유두를 스칠 때마다.
수많은 돌기가 복부를 스치고, 등을 스치고, 다리를 스칠 때마다.
그럴 때마다 아르웬은 비명을 질렀다. 황홀감에 푹 빠진 교성을 마구 질러댔다.
"우끅, 우끄읍,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지르면서 아르웬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를 때마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맑고 투명한 물과 뜨끈한 소변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 광경을 보고 촉수는 즐기는 건지 더 세게 아르웬을 조이고, 자신의 수많은 돌기로 아르웬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왜, 왜….'
왜 스칠 때마다 가버리는 거지?
아무리 그리드에 의해 육신이 개조된 상태라고는 해도, 그 이후로 계속 조교를 당하고 있음에도 아르웬은 버틸 수 있었다. 보지에 자지가 박혀도, 항문에 자지가 박혀도, 입으로 자지가 박히고, 박히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절정에 이르는 불구가 되었어도 아르웬은 버틸 수 있었다.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버티지 못했다면 아르웬은 일찌감치 강림에게 항복을 선언했을 거다.
그렇게 버티던 자신이었는데, 왜 지금은 견디지 못하는 걸까? 고작 피부를 스치는 것만으로도 왜 가버리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끅, 우끄읍, 우끄으읍, 우끄으으윽!"
지금 돌기 하나하나에 정액이 묻혀 있으니까. 그 정액에 찐득한 마기가 감돌고 있으니까. 정액으로 코팅된 수많은 돌기가 피부를 스치고, 스치면서 피부에 정액이 묻으며, 묻은 정액에서 나온 마기가 아르웬의 몸속으로 스며든다. 스며든 마기는 아르웬의 성욕을 증폭시키고, 증폭된 성욕은 아르웬을 끊임없이 절정에 이르게 했다.
끊임없는 결정은 끝도 없는 쾌락이 되었고, 끝도 없는 쾌락은 거대한 해일이 되었으며, 해일은 끊임없이 아르웬을 덮쳤다.
끊임없이, 끊임없이 아르웬을 무너뜨리기 위해 해일은 끝도 없이 그녀를 덮쳤다.
'겨, 견뎌내야 해.'
여기서 굴복해선 안 된다.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 무조건 버텨야 한다. 버티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복수도 잃어버리고, 가족도 잃어버리게 된다. 그 사태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전신을 스치는 말캉한 촉감에 아르웬은 정신이 날아가 버릴 것 같지만,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애썼다.
'견뎌야 해. 견뎌야 해. 그래야, 그래야….'
그렇게 견딘 끝에,
'더 크게 갈 수 있어어어!'
아르웬은 망가졌다.
'더 크게, 더 크게, 더 크게. 에헤, 에헤헤헤….'
마기에 너무 침식당한 끝에 아르웬은 이성이 마비되고 말았다. 지금까진 강인한 정신력으로 나락까지 떨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가도 버티던 아르웬이었으나,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는 아니었다.
쉴새 없이, 사방팔방으로 밀어닥치는 마기에 어찌 대항할 수 있겠는가? 이미 마기에 끊임없이 절어진 육신이라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망가지기 쉬운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버틴다는 말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촉수에 삼켜진 상태에서 결말은 예견된 거나 다름없었다.
'더, 더, 더 크게, 크게, 크게에에에!'
"후끙, 후끄응, 후끄으응, 후끄으으응!"
좀 더 자신을 괴롭혀 줘. 좀 더 쾌락을 줘. 좀 더, 좀 더, 좀 더 자신을 망가뜨려 줘. 아무것도 생각나지 못하게 망가뜨려 줘. 망가뜨려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못하게 만들어 줘.
편하게 만들어 줘! 본의 아니게 아르웬은 본심이 튀어나왔지만,
"후끙, 후끄응, 후끄으응, 후끄으으응!"
이내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후끄응, 후끄으응, 후끄으으응, 후끄으으으응!"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아르웬은 콧소리를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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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허억, 허억…."
철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아르웬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아르웬을 내뱉은 거대한 촉수는 땅 밑으로 사라졌다.
"허억, 허억…여, 여기는…윽?"
아르웬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바로 엎어지고 말았다.
촉수 내부에서 끊임없이 절정에 치닫는 바람에 다리에 힘을 줄 수가 없었다. 어찌나 많이 가버렸는지 여전히 가랑이 사이에선 두 가지 색상의 분수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신은 땀과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고, 너무나 잔뜩 묻어 있어서 피부가 흰색으로 변한 게 아닌가 착각될 정도였다.
아르웬은 자신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알기 위해 어떻게든 눈동자를 굴렸다.
굴리다가 세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아르웬은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이 방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용병 미네가 그리 말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으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당신을 강화할 겁니다."
미네 옆에 있는, 흉부가 어마어마하게 큰 여자, 도적 네리가 그리 대답했다. 미네와 마찬가지로 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신이 당신의 승리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그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겁니다. 그러니 거부하지 마세요."
네리 옆에 서 있는 사제 리미는 그리 말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알몸이었다.
"다, 당신들은…."
결투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육노예로 개조당한 모험가 삼인방이 아르웬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