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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333화 (334/344)

Chapter 333 - 333화- 결투에서 패배한 아르웬

그렇게 강림이 마지막으로 남은 여사제 리미마저 타락시키던 사이.

-탁, 탁, 탁, 탁!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공방전은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었다.

-탁, 탁, 탁, 탁!

남색 단발머리에 몸이 꽉 끼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여자, 아르웬은 필사적으로 목검을 휘둘렀으며,

-탁, 탁, 탁, 탁!

경기장 가운데에 서 있는 구릿빛 피부의 여전사, 테리스는 미동조차 보이지 않은 채 목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자신에게 쇄도하는 아르웬의 목검을 전부 다 쳐내고 있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양상이었다. 아르웬이 어떻게든 방패를 뚫으려고 노력하나, 그 노력을 테리스는 전부 다 허사로 만들었다. 아무리 아르웬이 빈틈을 노려도 테리스는 번개 같은 속도로 그 빈틈을 다 메꿔버렸다.

무식하게 찔러오는 창과 그걸 다 막아내는 방패. 어찌 보면 이미 승부는 난 거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이던 두 사람 사이에 핏방울이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핏방울의 근원지는 당연히도 아르웬이었다. 테리스는 무조건 방어에는 치중하지 않고 종종 반격에 나섰으며, 반격하기 위해 날린 찌르기에 언제나 아르웬은 생채기를 입었다. 생채기가 늘어날수록 아르웬의 몸 곳곳에 붉은 선들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테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탁, 탁, 탁, 탁!

조금이지만, 테리스의 몸 곳곳에도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허용한 공격에 붉은 선들이 점점 더 많이 그어지고 있었다.

테리스의 철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징조였다.

‘그 녀석이 한 말 대로네.’

아르웬과 대결을 펼치기 전, 강림은 테리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르웬은 강하니까 얕보지 마세요.

확실히 강하긴 했다. 일류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도적을, 사제의 가호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그 도적을 한 방에 제압했으니까. 괴수의 힘을 빼앗긴 상태임에도 아르웬은 초인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을 상대했을 때의 이야기. 괴수의 힘을 빼앗긴 상태에선 괴수의 힘을 각성한 자신에겐 밀릴 수밖에 없을 거다.

테리스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아르웬은 공세를 펼치고 있었으나, 밀리는 건 테리스가 아닌 아르웬이었으니까.

근데, 지금 그 추측이 틀리고 있다. 점점 생채기가 늘어나고 있다. 강림이 경고한 대로 아르웬은 얕봐선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끝내는 게 낫다. 그렇게 판단한 테리스는 목검을 크게 휘둘렀다.

“윽?”

갑자기 테리스가 자신의 목을 향해 목검을 휘두르자 아르웬은 재빨리 뒤로 도약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

몸이 떨려온다. 마치 대재앙을 마주한 것처럼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아르웬은 긴장된 얼굴로 정면을 바라봤다.

테리스가 양손으로 목검을 쥐고 있었다. 몸에서 발산한 푸른색 마기가 테리스의 목검에 집중되었다. 마기는 거대한 칼날이 되었고, 거대한 검이 된 목검을 테리스는 아르웬을 향해 휘둘렀다.

거대한 자칼 형태의 충격파가 아르웬을 향해 쇄도했다. 그걸 본 아르웬이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 그 순간,

이미 자칼의 아가리가 아르웬의 눈앞에 당도한 상태였다.

“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아르웬은 기둥에 처박히고 말았다.

●●●

“비, 빌어먹을….”

결투는 드디어 끝났다.

"그, 그건 바, 반칙이잖아."

결과는 아르웬의 패배. 테리스가 날린 충격파에 아르웬은 박살이 나버리고 말았다. 들고 있던 목검까지 부러졌기에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가 없었다.

“모, 목검으로만 스, 승부를 내는 거 아니었어?”

피가 끌리는 소리를 내며 아르웬은 불만을 드러냈다.

“역시 개새끼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목검으로 승부를 낸다고 말한 적은 없었는데.”

그런 아르웬을 가리는 그림자가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흑청색 단발머리를 한 여전사, 테리스였다. 그녀의 푸른색 눈동자는 아르웬을 내려다보고 있지만,

그 눈동자엔 강자의 오만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대단하네. 그 공격을 받고도 멀쩡하다니.”

오히려 호승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진심으로 나설 걸 그랬나?” “지, 진심으로 나서?” “너 다치게 하면 내 귀여운 제자가 실망할 것 같으니 조금은 참았지.” “….”

말도 안 돼. 죽을 뻔했는데, 그게 힘을 조절한 것이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테리스의 말에 아르웬은 경악했다. 왜냐하면,

지금 아르웬은 걸레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르웬이 신고 있던 군화를 제외하면 옷은 형체도 없이 찢어졌으며, 전신 곳곳에 난도질당한 상처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괴수화의 영향으로 일반인을 상회하는 재생력을 가지게 되었기에 상처는 금방 아물었지만, 재생력도 없었다면 아르웬은 과다 출혈로 사망했을 거다.

근데, 진심이 아니었다고? 진심으로 나섰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순간적으로 아르웬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 잡담은 여기까지.”

테리스는 왼손을 들고, 손가락을 튕겼다. 땅이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왔다.

“이제 패배의 대가를 치러야지.”

아르웬을 향해 머리를 내민 거대한 촉수는 입을 벌렸다. 벌린 입을 통해 지독한 정액 냄새가 풍겨왔다.

“히익?”

그걸 본 아르웬은 기겁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저 촉수에 먹히는 순간, 끝장이라는 것을.

‘아, 안 돼….’

삼켜지면 또다시 강간당할 거다. 임신과 출산을 또다시 반복하게 될 거다. 영혼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무한 반복하게 될 거다.

그것만은 절대 사절이다. 여기서 또다시 강간당할 순 없다! 어떻게든 다시 결투를 재개해야만 해! 아르웬은 간절하게 빌었다.

“자, 자, 잠깐만!” “다시 결투하자고? 유감스럽게도 기각이야.”

아르웬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대강 눈치를 챈 테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기회는 오직 한 번뿐이야. 넌 그 기회를 다 써버렸어. 그러니 다음은 없어." “그, 그런….” “얌전히 운명에 수긍하도록. 네가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결과에는 순응해야지. 순응하지 못하면 대결이 왜 존재하겠어?” “하지만 이건 공정하지 않잖아!”

아르웬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애초에 대결이라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싸움이잖아. 그런 싸움을 하는데 이게 무슨 대결이야? 공평하지 않잖아!” “공평? 훗!”

아르웬의 말에 테리스는 비웃었다.

“이 대결은 공평하지 않아.”

테리스는 설명했다.

“일방적으로 내가 승리하도록 만들었거든. 내가 아니면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니면 이리스가 이기도록 만들었지.”

이 결투는 불공평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전사라 해도 괴수가 된 그리드의 간부들 앞에선 종이호랑이가 다름없다. 최선을 다해 싸운다고 해도 간부들이 조금이라도 진심을 낸다면 그대로 끝이다. 고작 테리스가 살짝 진심을 낸 충격파에 아르웬이 걸레짝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그렇게 되도록 짜인 판이었다.

“그래도 그 불리한 조건을 다 이기고 승리한다고 풀어주는 건 사실이야.”

이 또한 거짓말에 불과하다. 풀어준다는 말 자체는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에 불과했다.

“왜, 왜 당신은….”

아르웬은 물었다.

“왜 당신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거지? 당신은 전사의 후예라며. 전사의 후예라면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되잖아?”

라미드 섬의 전사들은 명예를 중요하게 여긴다. 반대로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공평한 경기는 명예를 훼손하는 짓에 해당할 터.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짓을 하면 안 되는 게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근데, 왜 하는 거지? 선조들이 내건 가치를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전사가 왜 그러는 거지?

어떻게든 촉수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아르웬이었지만, 진심으로 궁금했다. 제자에게 배신당해 모든 걸 잃은 여자가 왜 그 제자의 편에 선 건지.

“나는 전사가 아니야.”

테리스는 대답했다.

“나는 그리드의 노예이자 씨받이 테리스. 전사 테리스는 이미 죽었어. 그리드에게 패배한 순간, 죽어버렸지.”

그리드에게 패배한 순간부터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제자에게 모든 걸 잃고 노예로 전락한다. 그걸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그게 테리스에게 부여된 결말이었고,

테리스는 그 결말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죽어버렸는데, 공정이 뭐니 그런 걸 따질 것 같냐?”

의미 없는 짓이니까.

바꾸기에는 너무나 늦어버렸다. 그리드는 너무나 강해졌고, 그 그리드가 세운 제국도 너무나 막강했다. 너무나 막강해서 테리스 혼자 뒤집기에는 무리였다.

그리고, 이젠 그리드가 없으면 고향을 지킬 수가 없다. 용병왕으로부터 고향을 지켜내려면, 그 용병왕을 집어삼킬 수 있는 그리드가 무조건 필요했다. 그 그리드의 도움을 받으려면 녀석에게 충실한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따를 수밖에 없다.

물론 원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고향을 고기 둥지로 만들고 고향 사람들을 씨받이로 삼은 것은 테리스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없었지만,

테리스는 체념했다.

“그러니 그런 걸로 내 마음을 흔들 생각이었다면 포기해. 나는 이미 선택했으니까.”

그리드와 협력하는 것만이 지금의 고향과 혈족들을 지킬 유일한 수단이니까.

뭐, 이것 말고도 강림의 자지 맛에 푹 빠져버린 것도 체념한 이유 중 하나였지만 말이다.

“말이 길어졌네, 자 그럼….” “기, 기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거대한 촉수는 아르웬을 집어삼켰다.

“우끕, 우끄읍,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삼켜짐과 동시에 아르웬은 능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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