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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331화 (332/344)

Chapter 331 - 331화-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여성 사제뿐

"왕이 우리에게 의뢰서를 보냈어."

참극이 벌어지기 이틀 전. 로세움 왕국에서 용병 미네가 이끄는 파티는 용병왕으로부터 의뢰서 하나를 받게 되었다.

"제국이란 괴뢰국을 세워 황제라고 칭하는 얼간이, 그리드를 토벌하라. 녀석의 목을 가져오라는 게 내용이야."

이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대악마, 그리드를 처치해라. 그 증거로 녀석의 수급을 가져와라. 이미 극악무도한 해적으로 수배되었던 그리드는, 이제 무조건 제거해야만 하는 절대 악으로 급부상했다.

세상을 정복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으니까. 수인 연합을 무너뜨리고, 디자이어 제국을 세운 그리드는 세계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의 첫걸음으로 그리드는 네치아 왕국을 멸망시키고, 왕국에 사는 모든 이를 노예로 삼았다.

이제 다음 목표는 용병왕이 다스리는 로세움 왕국과 기사왕이 다스리는 템플 왕국이다. 이웃 국가였던 네치아 왕국이 허망하게 무너진 걸 직접 목격한 두 왕은 언제가 다가올 전면전에 대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하고 있다.

용병왕이 고액의 현상금을 내걸어 그리드의 목을 가져오라는 의뢰를 모험가들에게 주는 이유도 이러한 조치 중 하나였다.

"의뢰서를 보면 알겠지만. 금액은 무한이야. 무한처럼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금화를 얻을 수 있다는 소리지."

한도는 정해져 있지 않다.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 대악마를 쓰러뜨린 너희들에게는 그러한 자격이 충분하니까. 그리드 토벌 시 얻게 되는 현상금이 무한을 뜻하는‘∞’라는 문자가 적혀 있는 건 그런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어떤 의뢰도 이렇게 파격적인 보상을 제시한 적은 없었기에, 모험가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리드 토벌에 나서겠다고 자청했다.

그리고, 누구도 그리드의 목을 가지고 돌아오지 못했다. 씨받이가 된 모험가들만 잔뜩 있을 뿐이었다.

"보나 마나 실패할 거 같은데, 그냥 무시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리드는 이제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탈을 쓴 괴수다. 그 괴수의 힘 앞에 네치아 왕국은 무릎을 꿇고 말았다. 괴수에 대항하기 위한 온갖 수단이 시도되었으나, 그 어느 것도 그리드를 침몰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리드의 부하들 역시 괴수다. 그 괴수들이 지키고 있는 한 악마의 목을 베는 건 어불성설이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과제를 굳이 받아들여야 할까? 도적 네리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른 파티원들도 여기에 동조했다.

“가기 싫어도 가야만 해. 안 가면 우리 파티 파산이야.”

하지만, 그런 파티원들의 의견을 미네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알잖아, 제대로 된 일거리가 없어서 자금이 부족하다는 걸.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어. 그래도 상관없는 거니?”

아이스 섬이 디자이어 제국에 함락되면서 그 섬에 있던 모험가 길드 본부 역시 무너졌다. 모험가들은 의뢰를 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고,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가 있었기에, 그리드 토벌이 이룰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모험가들이 줄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미네의 파티 역시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면 파산이요, 파산하면 해산할 수밖에 없으며, 해산한 이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 꼴을 당하기 싫으면 무작정 의뢰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하아, 젠장. 어쩌다가 우리가 이 꼴이 된 건지. 알았어. 따를게."

별다른 수가 없다는 걸 알기에 네리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남자 동료 세 명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으며,

"신이시여, 저희를 도와주소서."

여성 사제, 리미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제발 우리에게 기적을 일으킬 힘을 주소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이번 싸움은 준비를 잘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잘해도 실패할 수 있으며, 실패하면 전원 노예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실패할 확률이 가장 높다.

그러니 신에게 힘을 빌려달라고 리미가 호소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부디 다 함께 돌아와서 술을 나눌 수 있게 해주소서.”

제발 모두 함께 웃으면서 귀환할 수 있기를. 리미는 부디 그렇게 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하지만,

그 기대가 신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

그리고, 현재.

"대, 대장, 네리…."

리미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동료들을 보고 있었다.

"우끕, 우끕, 우끕, 우끕!"

전투가 벌어지면 항상 앞장서던 대장, 미네. 파티의 리더인 그녀는 어느 상황에서든 굴하지 않는 여장부였다.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그 마음가짐은 리미도 본받고 싶었다.

그 미네가 지금 개조당하고 있다.

"우끅, 우끅, 우끅, 우끅!"

그녀는 지금 알몸이며, 네 발로 엎드려 있다. 머리는 갈색 고기로 이루어진 단지가 씌워져 있다. 그 상태에서 미네는 신음을 토해내고 있다. 단지 내에서 무슨 일을 당하고 있는지 리미는 알 수 없으나,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도적 네리와 마찬가지로 대장 역시 망가져 가고 있다는 것을. 저 단지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알던 단장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걸 미네는 깨달았다.

완전히 망가져 버린 네리처럼 말이다.

"우끄윽, 우끄으읍, 우끄으으읍!"

대장 옆에는 덩치가 큰 여성이 누워 있었다.

키는 대장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가슴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매우 비대했다. 비대하면서도 너무 밑으로 쳐지지 않았다. 골반도 너무나 넓었고, 허벅지도 골반에 맞춰 굵었으며, 엉덩이도 허벅지에 맞춰 큼지막했다.

이 여자가 리미와 함께 파티 후위를 담당하던 도적 레미다. 그 말을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거다. 도저히 도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육신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레미 본인이 맞았다.

"우끙, 우끙, 우끙, 우끙!"

머리에 갈색 고기로 이루어진 단지가 씌워져 있고, 가슴에 커다란 촉수가 달라붙어 있는 이 여자는 도적 레미가 맞았다.

악마에 의해 마기를 잔뜩 주입 당하는 바람에 레미는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정신도 오염되었기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떠오르지도 못할 거다.

그리고 리미의 소중한 동료 두 명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은,

"이제 너만 남았구나."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감싼 상태에서 흑발의 남자는 사제 리미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사제복을 입고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았으나, 주무르니 감춰서 있던 폭유가 겉으로 다 드러났다.

"하아, 하아, 제, 제발 요, 용서해주세요."

리미는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용서를 구했고,

"뭘 용서해달라는 거지?"

흑발의 남자, 강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시치미를 뗐다.

"다, 당신을 노리고 온 것에 대해 요, 용서해주세요. 제발 저희를 풀어주세요. 집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리미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뭐든지 다 드릴 테니까 제발 풀어주세요." "그러면…."

강림은 리미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네 몸을 내놔." "…네?" "병사들을 생산하게 네 몸을 내놔. 한 500명 정도 낳으면 풀어줄게." "무, 뭐라고요?"

터무니도 없는 요구에 리미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런 리미를 향해 강림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갈 수 있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나는 그 자비의 조건을 제시한 것뿐이란다. 그걸 따를지 말지는 네 손에 달려 있고." "5, 500명이라니. 그냥 여기서 평생 나가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잖아요!" "그래, 맞아."

강림은 부정하지 않았다.

"여기서 평생 살아. 평생 나를 위한 씨받이로 살아. 난 너희들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어. 여기서 살아갈 장소를 소개하면 모를까, 도망치게 놔두지 않을 거야." "그, 그런…." "그리고, 어차피 돌아가면 역병 취급받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 있겠냐?" "돌아갈 겁니다!"

더는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리미는 용기를 잃지 않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다 같이 돌아간다고 했단 말이에요! 여기서 갇혀 지낼 순 없단 말이에요!" "하지만 졌잖아?" "흐으윽?"

강림이 가슴을 세게 틀어쥐자 네리는 신음을 흘렸다. 너무 틀어쥐는 바람에 옷이 약간 찢어졌다. "패배자에게 남은 것은 몰락뿐. 몰락한 자에게 기회는 없다. 그게 상식이거늘, 왜 받아들이지 못하니?" "바, 받아드릴 수 없습니다.“

리미의 두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맺힌 상태로 리미는 말했다.

“누, 누가 이런 결말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까? 절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강림은 리미의 가슴에서 손을 뗐다. 왼손 검지를 들었다. 검지 끝에 마기가 맺혔다. 맺힌 상태로 리미의 목덜미에 왼손 검지를 갖다 대고, 밑으로 그었다.

리미의 사제복이 일직선으로 양단되기 시작했다.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밖에….” “흐으윽….”

옷이 찢어져 속옷 차림이 되고, 속옷까지 찢어져서 알몸이 되어도 리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저, 치욕스러워서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신이시여….”

왜 자신들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는 겁니까? 저희는 악마를 토벌하러 왔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악마를 없애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랬는데, 왜 우리가 이 꼴이 되어야 하는 겁니까? 왜 제국에 돌입하자마자 잡혀야 하는 겁니까? 왜 눈앞에서 동료 세 명이 총사령관이 불리는 여자에게 죽는 걸 봐야만 했던 겁니까? 왜 눈앞에서 대장이 노예가 되는 것을 봐야 하는 겁니까? 왜 눈앞에서 친우가 노예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겁니까?

저는 당신을 믿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믿고 싶은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저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죠? 저희가 사람들을 해코지한 적도 없고, 민폐도 끼친 적도 없는데 왜 생지옥에 빠져야 하는 겁니까?

"제발,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에게 이 고난을 이겨낼 힘을 주세요. 야만으로 가득 찼던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던 것처럼 저희에게 힘을 주세요. 이젠 당신에게 기대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신도의 부탁을 거부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창조주여. 리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이었다.

"도와줄까?"

물론 그 기도를 들어주는 이는 신이 아닌 악마지만 말이다.

"그렇게 괴로워한다면 내가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피, 필요 없습니….” “네 의견은 묻지 않았어.”

강림은 사제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자신을 향해 고개를 확 돌렸다. 돌리면서 생긴 아픔으로 벌려진 리미의 입을 향해,

“후으윽?”

강림은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후끄으으으윽!”

입술을 통해 사악한 마기가 리미의 입 안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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