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5 - 315화- 플랜 B 첫 번째 작전: 독을 주입한다
그렇게 페르포네는 애널 섹스를 통해 강림에게 힘을 부여받았다. 힘을 부여받있기에 전보다 더 강력하고, 더 효과적인 독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힘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웬과 스피어가 지상으로 사출되었다. 예상대로 스피어는 굴복했고, 아르웬은 굴복하지 않았다. 따라서 강림은 플랜 B를 실행한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에 따라,
“쮸읍, 쮸읍, 쮸읍, 쮸읍….”
페르포네는 아르웬을 제압했다. 미리 하체를 뱀의 꼬리로 바꾼 뒤, 자신의 꼬리로 아르웬을 칭칭 감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단단히 고정한 페르포네는 바로 아르웬의 목덜미를 물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르웬은 제대로 대응할 수조차 없었다.
“쮸읍, 쮸읍, 쮸읍, 쮸읍….”
페르포네의 날카로운 독니는 아르웬의 경동맥을 꿰뚫었다. 혈관을 꿰뚫은 독니를 통해 페르포네는 독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아르웬을 자신의 곁에서 떨어뜨릴 수 없게 만들어라. 주인님의 이 소망을 이루어드릴 따끈따끈한 신제품이 아르웬의 몸에 퍼져나갔다.
“이,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놓으란 말이야!”
아르웬은 바로 몸부림을 쳤다.
자신에게 독을 주입하고 있다는 걸 바로 깨달았으니까.
‘나, 날 죽일 셈인가?’
<독사>라는 별명을 가진 악독한 대상인이 진짜로 독사가 되었다는 걸 아르웬은 첩보를 통해 어떻게든 알아냈다.
그리고 그 독사 때문에 아르웬은 결전에서 패망했다. 자신의 양분으로 삼기 위해 독사를 삼켰는데, 역으로 독을 발산해서 아르웬을 몰락시키는 데 크게 기여(寄與)했다.
그 여자가 독을 주입하고 있다. 무슨 독인지 모르나, 이걸 주입 당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걸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아르웬은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시끄럽네.” “으아아아악!”
페르포네는 꼬리에 힘을 주어 아르웬의 몸을 더 옥죄었다.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에 아르웬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아으으윽, 으아아아….” “마음 같아선 그냥 찌부러뜨리고 싶지만, 주인님은 그런 걸 바라시지 않으니 이 정도에서 조여줄게.” “이거 놔아아아아. 이거, 이거 노, 놓으란 말이야아아….” “싫어.”
애초에 안 할 거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 숨이 끊어져 가는 목소리로 애원하는 아르웬을 무시하며 페르포네는 그녀를 더 칭칭 감았다. 뱀의 꼬리가 아르웬의 몸을 더 덮어갈수록, 살이 뭉개지는 소리가 날수록 아르웬의 입에선 신음이 더 흘러나왔다.
“아으으, 으으으으, 으으으윽….”
결국, 아르웬은 더는 버티질 못하고 축 늘어졌다. 반항이 사라지자 페르포네는 독액을 주입하는데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무, 뭘 넣는 거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아르웬은 물었다.
“날 죽이려는 거야? 그래서 독살하려는 거야? 독살해서 먹어버리려고?” “그럴 리가.”
아르웬의 물음에 페르포네는 부정했다.
“주인님이 바라시지도 않은 일을 내가 할 걸로 보여? 안 그런가요, 주인님?” “그렇지.”
강림은 부정하지 않았다.
“난 죽이지 않아. 영원히 살릴 뿐이지.” “들었지?” “그, 그럼 대, 대체 무, 뭘 하려고 이, 이런 짓을….”
그렇게 묻던 순간, 아르웬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분명 <독사>는 라미아족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라미아족.
고대에 살았다고 알려진 수인 중 한 종족. 현재는 멸종되었으며, 그 후예인 뱀족이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알려져 있던 고대 종족이 되살아났다. <독사> 페르포네가 라미아족이 되었다. 그것도 악마의 손에 의해서. 정황상 마기를 주입해서 페르포네를 괴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선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라미아족의 특성이 무엇인지 아르웬은 알고 있었다.
‘분명 책에서는….’
상대해야 할 적은 악마뿐만 아니다. 악마를 따르는 하수인 역시 쓰러뜨려야 한다.
<독사> 페르포네는 악마의 하수인 중 하나. 흑광을 만드는 재료를 조달해준 조력자이지만, 악마의 하수인이 된 이상 죽여야만 한다. 죽이는 것만이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일 터. 그녀뿐만 아니라 하수인 되어버린 다른 사람들 역시 안식을 줘야 한다.
그래서 아르웬은 악마의 하수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알아내야 녀석들을 효율적으로 쓰러뜨릴 수 있으니까. 쓸모가 없어지더라도 알긴 알아야 한다.
라미아족에 대해서 알아본 것 다 이런 연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라미아족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르웬은 알고 있었다.
‘라미아족은 여자들밖에 없다. 그래서 번식하기 위해서 그들은….’
다른 종족을 잡아먹는다. 잡아먹고, 그 존재를 동족으로 환생시킨다. 자신이 직접 아이를 낳는 방식으로. 라미아족 여왕의 자식이 된 자는 과거에 누구인지조차 잊은 채 라미아족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라미아족이 되어버린 인간들은 많았다.
제1 왕녀 에일로이를 따르던 신하들과 시녀들은 물론이요, 그리드의 누나 중 한 명인 유노도 인간에서 라미아족이 되었다.
페르포네가 직접 포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서, 설마….’
자신을 먹으려는 거 아닐까? 먹기 위해서 독을 주입하는 거 아닐까? 먹잇감이 얌전히 있어야 잘 삼킬 수 있으니 독을 주입하는 거 아닐까? 그리드가 자신을 죽일 생각이 전혀 없다고는 하나, 되살아난다는 걸 전제로 삼으면 죽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까? 어머니인 헤라를 죽여서 언데드로 만들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결론 도달한 아르웬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 그만둬.”
페르포네를 향해 아르웬은 말했다.
“그만둬, 그만두라고! 당장 그만두란 말이야!” “쮸읍, 쮸읍…누가 멈출 것 같아?”
아르웬의 애원을 페르포네는 단칼에 거절했다.
“얌전히 있더니만, 갑자기 왜 이러니? 드디어 현실을 깨달은 거니?” “그만둬, 그만두라고! 난 뱀이 되고 싶지 않단 말이야!” “뱀?”
뱀이라는 말에 페르포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아, 그렇구나.”
아르웬이 무엇 때문에 겁에 빠져 있는지 깨달았다.
‘라미아족이 될까 봐 두려워하는구나.’
그것 때문에 아르웬이 공포에 빠진 표정을 지은 거다. 아무래도 자신이 어떻게 동족을 늘려가는지 알고 있기에 덜덜 떠는 거겠지. 물론 생각은 없지만, 당하는 자에게 있어선 충분히 오해를 살만할 거다.
그러면 어찌할까? 페르포네는 강림을 향해 양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어찌할까요? 얘기할까요?
강림은 바로 대답했다. 아르웬과 마찬가지로 양손으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아니, 이대로 진행. 다 끝날 때까지 입 다물도록.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페르포네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속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두려움을 이용한다. 이용해서 더욱 절망에 빠뜨린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불명이나, 아르웬을 조교 하는 데 효과적일 거다.
공포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으니까.
“두려워할 것 없단다, 아가야.”
페르포네는 목덜미에서 입을 뗐다. 때자마자 송곳니가 박힌 부위에서 핏방울이 맺혔고, 이내 곧 그쳤다.
“아프지만, 그것도 한순간뿐이지.”
마치 어미가 된 것처럼 페르포네는 아르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당연히도 아르웬에게 있어선 자신을 포식하려는 독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지금의 너는 죽겠지만, 새로 태어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다. 평생 주인님을 모시면서 말이지.” “싫어, 난 그러고 싶지 않아!” “아니, 하게 돼. 할 수밖에 없어.”
양손으로 아르웬의 턱을 붙잡는 페르포네. 악력을 써서 억지로 아르웬의 입을 벌린다. 벌린 상태에서,
“그게 우리의 운명이니까.” “웃기지…후윽?”
입술을 덮쳤다. 그리고 깨물었다. 깨물고, 뒤로 고개를 뺐다.
페르포네의 독니에 꽂힌 아르웬의 혀가 끌려 나왔다.
“그, 그마아안, 제, 제바바랄. 사, 사려 줘어어어, 나느으은, 이, 이대로 주, 주고 시, 싶지 아, 않아아아!” “훗.”
그런 아르웬의 태도에 페르포네는 비웃었고,
“하하, 나한테는 굴복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페르포네에겐 살려달라고 애원하다니. 남녀 차별이냐?”
강림 역시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어디 한 번 계속 울부짖어봐라, 망할 년아.’
누가 널 구원해줄지 보자. 아무도 구해주지 않을 테니까.
강림은 그리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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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 됐다.”
약 두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페르포네는 아르웬에게서 떨어졌다. 아르웬이 축 내민 혀에 두 구멍이 선명하게 생겼고, 피가 고였으나, 금방 굳어졌다.
“하으윽, 흐으으윽, 흐아아아아….”
아르웬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독이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진 탓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숨은 점점 가빠지고, 시야는 점점 흐릿해져 갔다.
그런 아르웬을 페르포네는 놓아줬다.
“하윽?”
땅바닥에 떨어진 아르웬. 드디어 자유로워졌으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독이 너무 퍼진 탓에 사지를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아르웬을 보며 페르포네는 웃었다.
“후후, 라미아족으로 만들까 봐 무서웠지? 근데 안 해서 유감이지?” “으으, 너, 너어어….”
다행스럽게도 페르포네는 아르웬을 먹지 않았다.
애초에 동족으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는가? 최악의 전개로 흘러가지 않았으니 아르웬은 안도해야 할 것이나, 할 수가 없었다.
페르포네가 주입한 독으로 인해 삼도천에 건너가기 일보 직전이니까.
“살고 싶지? 죽고 싶지 않지?”
자신을 노려보는 아르웬을 향해 페르포네는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살고 싶으면 해독제를 먹으면 돼. 자.”
해독제가 어디에 있는지 페르포네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은,
“주인님의 정액을 먹으면 돼. 그게 네가 살 길이야.”
잔뜩 부풀어 오른 강림의 바지춤이 가리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