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3 - 313화- 창은 부러졌고, 복수귀는 어리석은 저항을 계속합니다
아르웬과 스피어가 늪 속으로 가라앉은 지 몇 시간이 지난 뒤.
태양이 땅 밑으로 꺼지고, 숲이 어둠 속에 잠길 무렵이 되자 정액으로 이루어진 늪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잠시 뒤, 검은색 고기들로 이루어진 고치가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정액을 흘리며 지상에 강림한 모습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에 바닐라를 끼얹은 모습과 같았다.
"열어라."
주인인 강림의 명령에 따라 고치는 반응했다. 꼭짓점을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선이 그어지더니, 그 선들을 따라 고치가 갈라졌다. 갈라진 고기들은 수면 위에 하나씩 천천히 내려왔다. 처음 보여준 모습이었던 검은색 연꽃 모양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연꽃 안에 두 여자가 있었다.
"…." "…."
머리가 커다란 촉수에 삼켜진 채로 두 여자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죽은 것처럼 보이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봐선 아직 살아있는 것 같다.
강림이 연꽃에 집어 던졌던 건방진 암퇘지들, 아르웬과 스피어였다. 강림은 아르웬을 굴복시키기 위해 그녀를 스피어와 같이 연꽃에 집어 던졌으며, 제물을 받은 연꽃은 꽃잎을 모아 고치가 되었다. 고치가 된 연꽃은 늪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갇힌 상태에서 아르웬은 스피어를 망가뜨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망가뜨리지 않으면 둘 다 사이좋게 죽을 팔자였으니까.
그 꼴을 면하기 위해서, 죽어서도 언데드가 되어 강림에게 복종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는 걸 피하고자 아르웬은 필사적으로 스피어를 겁탈했다. 살고 싶다면 항복해줄 것을 아르웬은 스피어에게 부탁까지 했다.
그리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끝내 스피어가 항복한다고 선언했음에도 강림은 오답이라 여기고, 두 사람을 사이좋게 조져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강림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으니까.
살기 위해서 아르웬은 자존심 다 버리고 스피어를 덮친다. 스피어라는 달걀이 깨질 때까지 끊임없이 허리를 놀린다. 쉬질 않고 정액을 싸질러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스피어를 괴롭힌다. 아르웬의 가랑이에 달린 촉수를 이용해서 말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강림은 자신의 분신인 촉수를 아르웬의 가랑이 사이에다 부착했다. 부착된 촉수는 아르웬의 육신을 지배했고, 촉수에 육신을 빼앗긴 아르웬은 원치 않은 강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간을 억지로 하게 해서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한다. 자신의 손으로 지켜줘야 할 무고한 피해자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더욱 고통을 가한다. 자신이 한 만행에 충격을 받고, 자기 자신을 혐오하며, 끝내는 스스로 인정하도록 만든다.
영원히 대악마 그리드에게 벗어날 수 없고, 영원히 대악마 그리드에게 놀아날 수밖에 없음을 인정토록 한다. 인정하고 광기에 빠진다. 그렇게 광인(狂人)이 되어버린 아르웬을 강림은 손에 넣을 작정이었다.
그럴 작정이었지만,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설마 당당하게 노예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칠 줄이야.'
스피어는 울며불며 노예가 되겠다고 소리칠 줄 알았다. 자신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오직 절망뿐이라는 걸 깨달은 얼굴로 노예가 되겠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랬는데, 설마 당당하게 소리를 칠 줄이야. 그렇게 당했음에도 소리칠 힘이 남아 있을 줄은 강림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동시에 괴롭힐 맛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에 강림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뭐, 덕분에 재밌는 장면을 다 볼 수 있었지만.'
저항한다. 이 말은 곧 망가뜨릴 요소가 남아 있다는 것이며, 그 요소가 남은 여자를 강림은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었다.
정신이 나가버릴 때까지, 정신이 광기에 오염될 때까지, 오염되어 더는 돌이킬 수 없게 될 때까지 강림은 스피어를 괴롭혔다. 아르웬을 괴롭혔다. 영혼이 조각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끊임없이 정액을 먹이고, 먹이고, 또 먹였다.
그렇게 먹인 결과 아르웬과 스피어의 배는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만삭 그 이상으로 부풀어 올랐다. 현실로 치면 고도 비만처럼 보인다고 할까? 너무 부풀어 올라서 바늘로 배를 찌르면 바로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본인들이 초래한 결과이니 강림은 딱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보기가 좀 그렇네.'
몸매가 망가진 모습은 그다지 눈에 담고 싶지 않았다. 저렇게 배불뚝이가 된다며 아무리 외모가 아름다워도 먹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그래서 강림은 자신의 분신인 촉수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원래 모습으로 돌려놔."
그 말을 들은 직후, 아르웬과 스피어 머리를 감싸던 커다란 촉수가 약간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우끄으으으읍!" "우끕, 우끄윽, 우끄으읍, 우끄으으읍!"
축 늘어진 두 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몸을 심하게 비틀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두 여자의 항문을 통해 정액이 봇물 터지듯 콸콸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꽃잎, 아니 검은 촉수 무리가 두 여자의 배를 감쌌다. 감싸고, 인정사정없이 조르기 시작했다.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우끄으으으윽!" "우끄읍,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보지 입구에서도 정액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왔다. 두 여체를 가득 채우던 점액질이 빠져나가자 흉물스러웠던 두 여자의 몸은 점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남은 정액까지 다 빼내고 나서야 촉수는 행동을 중지했다. 배를 감싸던 촉수 무리는 원래 모습인 꽃잎으로 돌아갔고, 간신히 고통에서 해방된 두 여자는 숨을 크게 헐떡거렸다.
"이쪽으로 데리고 와."
강림은 지시에 따라 두 여자의 머리를 삼켰던 커다란 촉수가 몸을 일으켰다. 아르웬과 스피어를 든 상태로 두 개의 촉수는 강림 앞으로 나아갔다. 주인님 앞에 당도하자 촉수들은 입을 열었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두 여자가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얼굴은 물론이요, 머리까지 전부 점액질로 범벅이 되어 있다. 코로도,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입에도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점액질로 흠뻑 젖은 회색 머리의 엘프, 스피어는 드디어 생지옥에서 빠져나왔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두 눈은 그저, 허공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으으, 흐아아아, 하오오…."
아르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의 남색 머리도, 얼굴도 다 정액 범벅이었다. 코로도, 입으로도 정액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초점을 잃은 두 눈은 강림이 아닌, 허공만 보고 있었다.
"자, 두 사람 모두 일어나야지."
그 두 사람의 앞머리를 강림은 각각 한 손으로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머리가 잡아당겨지는 아픔에 두 여자는 신음을 흘렸다.
신음을 흘리는 두 여자를 향해 강림은 물었다.
"다시 한번 물을게. 너희들은 내 노예가 될 거냐?" "되, 될게요."
가장 먼저 대답한 사람은 스피어였다.
"노예가 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씨받이가 되겠습니다. 영원히 제국을 위한 모체가 되겠습니다."
인간에서 엘프로 강제로 개조당한 상태였음에도, 이 섬에 갇혀 씨받이로 이용당하고 있는 처지였음에도 스피어는 절망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가 탈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고, 언젠가 그리드를 타도할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리 믿었기에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 희망이 깃들어 있었다.
그 희망은 사라졌다. 희망이 죽어버린 검은색 눈동자에는 오직 절망만 남아 있었다. 절망밖에 남지 않은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영원히 당신을 모실 수 있게 해주세요."
주인에게 봉사하는 것. 봉사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정액을 먹는 것. 지금 스피어가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오직 그것만 생각하는 광인(狂人)으로 스피어는 전락하고 말았다. 영지로 돌아가겠다고 맹세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음, 그래. 얘들아.”
강림은 티타니아와 엘프 장로들을 불렀다.
“돌아온 자매를 잘 씻기도록. 씻기면 이쪽으로 데려와.” “““알겠습니다.”””
강림에게서 스피어를 받아든 엘프들은 스피어를 데리고 떠났다. 드디어 자매가 자신의 운명이 무엇인지 깨달았으니 이들 역시 매우 기쁠 수밖에 없을 거다.
“자, 그럼 아르웬은?”
아르웬을 향해 강림은 물었다.
“넌 내 노예가 될 건가?” “좆…까.”
정신을 차린 아르웬은 대답했다.
“좆 까라고, 개새끼야.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다 죽어가는 눈으로, 그 눈으로 강림을 노려보며 아르웬은 대답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항복 따위 하, 하지 않을 테니까. 절대로!” “예상은 하고 있었지.” “윽?”
강림이 손을 놓자 아르웬은 바닥에 엎어졌다. 엎어진 아르웬 앞에 강림은 쪼그려 앉았다. 앉아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창조주가 어리석은 미물을 내려다보는 구조처럼 보였다.
“그러니 플랜 B로 가야겠네. 아무래도 그게 답인 듯하니까. 전부 네가 초래한 일이니 잘 감당해, 알았지?” “뭘 하든 절대로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플랜 B가 무엇이든 간에 놈에게 놀아나지 않을 거다. 절대로! 이제 곧 시작될 생지옥 앞에서도 아르웬은 당당하게 있으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이 최악의 형태로 보상을 받게 될 거란 사실을 아르웬은 전혀 깨닫질 못했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해볼까? 페르포네.” “네.” “…?”
뱀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섬뜩한 기분이 든 아르웬이 고개를 뒤로 돌린 순간,
“으윽?”
거대한 뱀의 꼬리가 그녀를 감쌌다. 순식간에 아르웬을 제압한 꼬리는 자신의 주인에게 제물을 갖다줬다.
“각오하라고.”
초록 머리의 뱀 여자, 페르포네는 불길한 혓소리를 내며 말했다.
“우린 주인님처럼 상냥하게 다뤄주지 않을 테니까!”
그 말과 동시에 페르포네는 아르웬의 목덜미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