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2 - 312화- 그렇게 아르웬은 새로운 지옥문을 연다
이렇게 스피어가 끝내 광인(狂人)으로 떨어져 버린 사이.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스피어와 같은 공간에 갇혀 있는 남색 단발머리의 여자, 아르웬 역시 촉수 지옥에 시달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스피어와 마찬가지로 아르웬의 콧구멍에도 촉수가 꽂혀 있었다. 꽂힌 상태에서 촉수는 끊임없이 꿈틀거렸고, 끊임없이 정액을 토해냈다. 코를 통해 쏟아진 정액은 아르웬의 목구멍 아래로 떨어졌다. 들어가지 못한 정액은 구멍에 박힌 촉수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하으윽?"
가랑이 사이에도 촉수가 박혀 있었다.
강림의 물건만큼 매우 굵고, 매우 긴 촉수 두 개가 아르웬의 보지와 항문을 농락하고 있었다. 본래는 아르웬에겐 가랑이 사이에 남자의 성기 역할을 담당하던 촉수가 달려있어서 보지로 들어가는 입구가 막혀 있었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줄곧 아르웬을 괴롭혔던 촉수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안전할 거라고 여긴 보지 역시 촉수에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다.
"흐으윽, 으끄으윽, 으끄으으읍!"
아르웬은 이를 악물고 버티려고 노력했다.
"으끄으읍, 으끄으윽, 으끄으으읍!"
보지 입구로 촉수가 파고들면서 생기는 쾌락을. 촉수가 균열을 뚫고 지나갈 때 생기는 쾌락을. 절대로 뚫릴 일이 없던 자궁구가 촉수에 돌파당하고, 돌파당하면서 생기는 쾌락을. 자궁벽을 촉수가 쿵쿵 찍을 때마다 생기는 쾌락을 아르웬은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애썼다.
"으끅, 으끄윽, 으끄으읍, 으끄으으읍!"
항문을 촉수가 파고들면서 생기는 쾌락을. 촉수가 대장 안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생기는 쾌락을. 촉수가 들락날락할 때마다, 그럴 때마다 창자가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생기는 쾌락을 아르웬은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애썼다.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아르웬은 애썼다. 목구멍에서 교성이 터져 나오기 직전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르웬은 입을 틀어막았다.
'지, 질 수 없어. 질 수 없다고….'
꼴사납게 교성을 마구 질러대면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으니까. 자신은 그리드의 노예임을 인정하고, 인정하기에 교성을 질러대는 꼴이나 다름없으니까. 이젠 제대로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친아버지의 원수인 그 녀석에게만큼은 아르웬은 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참아내자. 무조건 참아내자. 무조건 참아….
"흐꺄아악?"
그 순간, 아르웬의 머릿속으로 이물질이 주입되었다.
"흐아아아, 아아아악, 아, 안 돼…."
스피어와 마찬가지로 아르웬의 뒷머리는 무수히 많은 촉수 가락이 꽂혀 있었다. 두개골을 뚫고 뇌 속까지 파고든 촉수들은 그 상태에서 수많은 촉수를 전개했다.
실처럼 가느다란 촉수들이 튀어나왔고, 아르웬의 뇌 속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뇌라는 토지에 촉수라는 이름의 잔뿌리가 점령해버렸다.
그 상태로 촉수는 방출하기 시작했다.
"아아, 으아아아, 안 돼, 멈춰, 그만…."
마기라는 이름의 극독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한 번 받아들이면 성욕이 극한으로 올라가는 극독이 아르웬의 머리에 퍼져나갔다. 단순히 머리만 한정으로 퍼져나가지 않았다.
신경계를 통해 골고루 마기가 퍼져나갔다. 전신으로 마기가 퍼질수록 아르웬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원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두려움에 떨었다.
'아, 안 돼, 안돼. 이러면 나는….'
쾌락에 굴복할 거다. 굴복하고 마구 소리를 지를 거다. 또다시 그런 일을 겪게 될 거다. 또, 또, 또! 또 녀석의 뜻대로 흘러가게 될 거다.
그러니 참아야 한다. 참아야….
그렇게 되뇌던 아르웬은,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아아악! 아호호옥, 호오오옥, 후오오오옥!"
거듭 증폭된 성욕의 해일을 한낱 인간이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아르웬은 온갖 괴성을 질러댔다.
"오오오옥, 후오오옥, 오호오옥, 오호오오옥!"
참을 수 없다. 도저히 못 참겠다. 마음에서 팔팔 끓어오르는 이 감정을, 악마가 만들어낸 쾌락이란 이름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주체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할 수 없다.
그저, 발산하고 싶다. 다 발산하고 싶다. 몸속을 가득 채운 독소를, 아니 독소라는 이름의 쾌락을 다 방출하고 싶다.
그 열망에 맞춰 아르웬은 계속 괴성을 질러댔다.
"호옥, 호오옥, 호오오옥, 호오오오옥!"
콧구멍에 박힌 촉수가 더 많이 정액을 주입할 때마다. 보지에 박힌 촉수가 자궁벽을 더 힘차게 두들길 때마다, 항문에 박힌 촉수가 더 힘차게 들락날락하며 창자를 늘어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할 때마다 아르웬은 더 많은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 마기가 몸을 잠식할수록 더욱더 많은 쾌락을 아르웬은 느낄 수 있었다.
느낄 수 있었기에 괴성 또한 그 강도가 높아졌다. 너무 높아서 아르웬의 머리를 삼킨 커다란 촉수가 덜컹거릴 지경이었다.
그렇게 촉수들에게 농락당한 끝에,
"호꼭, 호꼬옥, 호꼬오옥, 호꼬오오옥!"
촉수는 정액을 사출했다.
주인의 새하얀 씨앗을 아르웬의 보지에, 아르웬의 창자에 쏟아냈다. 두 구멍 동시에 정액이 쏟아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부풀어 올랐다. 아르웬은 입을 크게 벌린 채 부들부들 떨다가 고개를 숙였다.
숙임과 동시에 아래에 고인 정액 웅덩이에 머리가 박혔다. 코에서 흘러내린 정액이 끊임없이 흘러내린 끝에 생긴 웅덩이였다.
[좋은 그림이네.]
혀를 축 내민 채 경련을 일으키는 아르웬을 보며 남자는 그리 대답했다.
[이걸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쉽네.]
여기에 다른 이가 들어오는 건 불가능했다.
검은 촉수로 이루어진 공간은 매우 비좁았기 때문이다. 스피어와 아르웬이 간신히 들어가는 공간인데, 제3 자가 들어올 수 있겠는가? 하물며 지금 아르웬은 스피어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촉수에 머리가 감싸진 상태다. 그렇게 감싸진 상태인데, 누가 들어올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남자의 목소리는 들려왔다.
[남겼다면 바로 글랜디와 카르디안에게 보여줬을 텐데….]
아르웬의 정면에 커다란 촉수가 내려와 있었다. 그 촉수를 통해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르웬을 조종했던 촉수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안 그러냐, 페르포네?]
[네, 하앙, 하앙…나중에 사진을 찍는 기능도 넣어 봐요. 주인님은 가능할 거예요.]
페르포네를 안은 상태에서 강림은 물었고, 페르포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사가 숨을 헐떡거리는 소리가 촉수를 통해서도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 그리드으으…."
원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흰자위였던 아르웬의 두 눈이 다시 자주색으로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나오는 촉수를 향해 노려봤다.
"가, 가만두지 아, 않을 거야…."
[그 말을 몇 번 듣는지 모르겠네. 맨날 당하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존경스러울 따름이야.]
여전히 한결같은 아르웬의 반응에 강림은 대단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결말은 정해졌는데 참 고생이 많아.]
물론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조소하는 거였지만 말이다.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 스피어가 망가졌어.]
"스, 스피어 씨가?"
자신과 같이 이 더러운 공간에 갇힌 회색 머리 엘프가 최후를 맞이했다는 소식에 아르웬은 동공이 크게 흔들거렸다.
[이제 외로운 늑대처럼 싸우지 않아도 될 거야. 엘프들과 사이좋게 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 그런…."
[그러니 너도 어서 항복해라, 아르웬. 다들 나한테 고개를 숙였는데 너만 안 숙인다고 뭐가 바뀔 것 같니?]
그 말은 사실이었다.
[슬슬 현실을 인정해. 아무도 너를 도와주지 않아. 왕국 밖에 있는 녀석들도 마찬가지지. 네가 가치 있는 존재라면 당장 구하러 왔을 텐데, 안 오잖아?]
아르웬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서 기적적으로 도망칠 수 있다 해도 아르웬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녀가 돌아갈 고향은 사라졌고, 그녀가 돌아왔다고 반겨줄 사람도 없었다. 그녀가 통솔할 함대 또한 없으며, 그녀가 갖고 있던 괴수의 힘 또한 없다.
남은 거라곤 그리드와 그 일당에 의해 영혼이 바스러질 때까지 개조당한 육신과 가루가 되기 일보 직전인 영혼뿐.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그 골목에서 빠져나올 방도도 없으며, 발악해도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생각해보면 스피어를 망가뜨린 공은 너한테도 있겠지. 나한테 저항하겠다는 얄팍한 꿈을 이루겠다며 그녀를 망가뜨렸으니까. 스피어가 망가진 건 전적으로 네 책임이야.]
"그건 네가!"
[그래, 내 책임이지. 나도 일조했으니까. 하지만….]
아르웬의 반박에 강림은 말했다.
[네가 굴복했다면 스피어가 처참하게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
"…."
[그건 부정 못 하겠지?]
자신의 손으로 스피어를 망가뜨리게 한다. 악마와 다를 바 없는 짓을 하게 만들어서 아르웬의 정신을 붕괴시킨다. 붕괴시킨다면 굴복 엔딩으로 향하는 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다.
결말이 좀 꼬이긴 했으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성공했다.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아르웬을 보라. 충격에 빠져서 말을 못 하는 게 훤히 보인다. 아마 속으로 자기 자신을 탓하겠지. 탓하면서 자기 자신을 학대하겠지.
그렇게 학대한 아르웬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럴 수 있다면 굳이 플랜 B로 진행할 필요는 없….
“…기지 마.”
[음?]
갑자기 아르웬이 중얼거리자 강림은 머리에 물음표가 생겼고,
“웃기지 말라고, 이 개새끼야!”
아르웬은 격노했다.
“다 네놈이 저질렀으면서. 다 네놈이 저질렀으면서! 다 네놈 때문인데 감히 나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해? 이 망할 자식아!”
[….]
“난 쓰러지지 않아. 쓰러질 수 없어. 절대로! 네놈 뜻대로 놀아나지 않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널 죽일 거야!”
[…와우.]
아직 일갈할 힘이 남아있었던 건가? 이 정도면 정신이 붕괴하고도 남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싸우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건가? 허세인지 아닌지 모르나, 아르웬의 태도를 보고 강림은 방침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플랜 B로 가야 할 것 같네. 티타니아. 비둘기들 좀 준비해. 편지 좀 보내게.]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또다시 터무니없는 짓을 하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아르웬은 물었다.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오늘 같은 선택을 한 날을 후회하게 될 거고.]
“대체 무…후윽?”
아르웬은 그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후끕, 후끕, 후끕, 후끄으윽!”
강림의 목소리가 나오던 검은 촉수가 아르웬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더는 스피커가 아닌, 원래 능욕 전문 도구로 돌아온 촉수는 무한 피스톤 운동에 돌입했다.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할수록 아르웬의 입에선 추잡한 소리가 끊임없이 분출되었다.
“우끕, 우끕, 우끅, 우끄으으읍!”
플랜 B라니. 대체 또 뭘 꾸미는 거지? 대체 어떤 지옥에 자신을 빠뜨리려는 거지?
정액을 토할 때까지 먹고 기절하는 순간까지 강림이 말한 플랜 B가 무엇인지 아르웬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