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311화 (312/344)

Chapter 311 - 311화- 이렇게 스피어는 망가진다

"꾸륵, 꾸륵, 꾸륵, 꾸륵…."

여기는 어디인가? 어두워서 잘 보이질 않는다. 팔을 움직이고 싶어도 늪에 빠진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고, 두 다리 역시 마찬가지로 꼼짝할 수가 없었으며, 목을 돌리고 싶어도 단단한 무언가에 고정된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다.

혹시 근처에 누군가가 있는지, 있다면 대답 좀 해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할 수가 없었다. 입에 무언가가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뭔지 모르나, 목 부분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렇게 막아버리니 신음을 내는 것 말곤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알아야만 한다. 여기가 지옥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중간인지 알아야 한다. 몸을 꼼짝할 수 없다면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자.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하던 여자는, 이내 곧 차분해졌다. 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를 차분히 기다린 뒤, 여자는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고, 점차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여자, 스피어는 깨달았다.

'그래, 생각났어. 나는….'

지옥 한복판에 있었구나. 드디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스피어는 눈 앞에 펼쳐진 검은색 벽, 아니 검은색 육벽을, 자신을 사방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육벽을 스피어는 보고 떠올릴 수 있었다.

'난, 촉수에게 먹혔어.'

아르웬은 그리드에게 항복했다. 노예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저항을 멈추고 굴종하기로 했다.

더는 버틸 수가 없었으니까. 똥고집을 부리면 이 좁은 공간은 정액으로 가득 차게 될 거고, 자신은 아르웬과 사이좋게 익사하게 될 테니까. 익사 당하면 그리드는 자신과 아르웬을 언데드로 살릴 거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한 채 평생 그리드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인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스피어는 굴복을 택했다. 그리드의 목적이 자신의 항복이라는 걸 알았기에, 항복할 때까지 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자신이 알아서 고개를 숙이면 그 악마가 미친 짓을 그만둘 거라고 여겼다.

그리 여겼으나, 착각이었다.

그리드는 항복을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 천장에 정액이 쏟아지는 걸 멈추지 않았고, 커다란 촉수로 아르웬과 스피어의 머리를 삼켜버렸다.

지금 스피어의 사방에 검은색 육벽에 보이는 이유도 스피어가 촉수에 머리가 삼켜졌기 때문이었다.

'이 망할 악마 새끼가….'

감히 약속을 저버려? 자신이 한 약속은 지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굴욕을 참으며 노예가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오답이라고? 뭐가 오답이라는 건가? 자신들을 우롱하는 건가? 마음 같아선 스피어는 당장이라도 그리드의 목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꾸륵, 꾸륵, 꾸륵, 꾸륵…."

지금 촉수에 잡혀 있는데 어찌 목을 칠 수 있단 말인가? 촉수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스피어가 할 수 있는 일은,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그저, 당하는 것뿐이었다.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입에 꽂힌 촉수는 끊임없이 꿈틀대고 있다. 꿈틀대면서 자신의 입으로 정액을 토해내고 있다. 토해낸 정액은 식도를 타고 위장에 안착했다.

당연히도 한 번 싸지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촉수는 끊임없이 토해냈다.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끊임없이, 끊임없이, 끊임없이 촉수는 정액을 토해냈다.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릅…."

위장이 가득 채워질 때까지 촉수는 계속 정액을 토해냈다. 더는 위장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도 촉수 계속 정액을 토해냈다. 식도까지 정액이 넘쳐나도 촉수는 멈추지 않았다.

"푸륵, 푸륵, 푸륵, 푸륵…."

식도까지 정액으로 꽉 차도 촉수는 멈추지 않았다.

"푸릅, 푸릅, 푸릅, 푸릅…."

촉수는 끊임없이 정액을 토해냈다. 입안이 가득 찰 때까지 촉수는 정액을 토해냈다. 스피어의 양 볼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촉수는 정액을 토해냈다.

"푸르륵, 푸르르릅, 푸르르르릅, 푸르르르르륵!"

촉수가 끊임없이 토해내는 정액을 스피어는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더는 삼키지 못한 정액이 스피어의 입술에서 흘러나왔고, 흘러나온 정액은 턱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다.

아래에 떨어지는 정액은 점점 많아졌고, 이내 곧 스피어의 턱 밑에 웅덩이가 생길 지경에 이르렀다.

"푸릅, 푸르릅, 푸르르릅, 푸르르르릅!"

유감스럽게도, 스피어는 입만 고문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뿌륵, 뿌르릅, 뿌르르릅, 뿌르르르릅!"

콧구멍 양쪽에도 촉수가 박혀 있었다. 깊숙이 박힌 두 개의 촉수도 마찬가지로 정액을 토해냈다. 코로 정액이 역류해도 두 촉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림이 명령한 대로 정액을 주입할 뿐. 그렇게 주입하다가 목으로 넘어가지 못한 정액은 촉수를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코를 통해 정액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마치 코피를 쏟아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해,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고!'

진작에 스피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초월했다. 그런데도 촉수는 멈추지 않았다. 삼키지 못하고 분출하는 정액량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촉수는 계속 꿈틀거렸다. 몸속을 가득 채운 정액 때문에, 그 정액에서 나오는 마기 때문에 스피어가 매우 힘들어해도 촉수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주인님의 명령이니까.

그렇기에,

"우끄으으윽?"

명에 따라 숙주의 아랫도리도 범한다. 꽃봉오리와 도끼 구멍에도 파고든다. 강림의 물건만큼 크고 굵은 두 개의 촉수는 비어 있는 스피어의 두 구멍까지 범했다.

"푸끅, 푸끄윽, 푸끄으윽!"

도끼 구멍에 파고든 촉수는 균열을 단숨에 뚫었다. 앞을 막고 있는 자궁구마저 뚫어버리고 그 너머에 있는 벽에 도달했다. 자궁벽을 부술 기세로 촉수는 머리 박치기를 세차게 반복했다. 벽에 부딪힐수록 촉수의 입에서 정액이 쏟아졌다.

"뿌끕, 뿌그읍, 뿌끄으읍, 뿌끄으으읍!"

꽃봉오리에 파고든 촉수는 창자 깊숙이 들어갔다. 들어간 직후, 앞으로 들어갔나, 뒤로 빠지고, 다시 들어갔다, 다시 빠져나오는 동작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창자가 쪼그라들었다가 늘어나기를 반복했고, 그리 반복 당할수록 스피어가 겪는 고통 역시 심해졌다.

당연히도 창자에 들어온 촉수 역시 정액을 토해냈다.

"푸끕, 푸끄으읍, 푸끄으으읍, 푸끄으으으읍!"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어의 자궁은 정액으로 가득 찼다. 파고든 균열에도 정액으로 가득 찼으며, 다 들어가지 못한 정액으로 밖으로 흘러내렸다.

창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장부터 시작해, 소장까지 정액으로 가득 찼다. 들어가지 못한 정액은 밖으로 흘러내렸다.

용량이 초과해서 더는 정액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임에도 촉수는 계속 움직였다. 끊임없이 움직였다. 끊임없이 정액을 토하고, 토하고, 계속 토했다.

입에 박혀 있는 촉수도, 코에 박혀 있는 촉수도, 보지에 박혀 있는 촉수도, 항문에 박혀 있는 촉수도, 그 어느 것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기에 스피어는 배가 점점 비대해졌고, 비대해질수록 생긴 복통에 고통스러워했다.

'멈춰, 멈추란 말이야!'

이대로 가다간 정말로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 정말로 배가 터져 죽을 거다! 촉수들이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진짜로 그렇게 될 거다!

촉수가 꿈틀거릴수록, 꿈틀거리면서 정액을 토해낼수록, 그 정액으로 인해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를수록, 부풀어 오를 때마다 대형 쇠못에 박히는 고통을 느낄수록 스피어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공포는,

'하, 항복해야. 항복, 항복, 항복을….'

스피어의 이성을 상실케 했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죽고…먹고 싶어. 먹고 싶어. 죽고 싶어. 먹고 싶어. 먹고, 먹고, 먹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죽기 싫어, 먹을래, 죽기 싫어, 아니, 먹을래, 먹을래, 먹을래!'

스피어의 뒷머리에는 수많은 촉수 가락이 꽂혀 있었다. 뇌 속까지 파고든 촉수들은 스피어가 거대 촉수에 머리가 삼켜진 직후에도 쉬질 않고 마기를 주입하고 있었다.

머리로도 마기가 주입되고, 강제로 먹인 정액을 통해서도 마기가 주입 당한다. 성욕을 극한으로 증폭시켜주는 효과를 가진 마기에 잠식당한 스피어는 마음이 두 개로 분단되었다.

하나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다른 하나는 정액을 계속 먹고 싶다는 열망.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두 가지가 혼합되었으니 스피어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살고 싶은데 먹고 싶어. 먹고 싶은데 죽기 싫어. 죽기 싫은데 먹고 싶어!'

자신은 뭘 하고 싶은 걸까?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이곳에서 있고 싶은 걸까? 죽기 싫은 건가, 죽고 싶은 건가? 먹고 싶은 건가, 아니면 먹히는 건가? 자신은 누구이고, 뭘 하는 걸까? 뭘 위해 이곳에 있는 걸까?

뭘 위해, 뭘 위해, 뭘 위해, 뭘 위해….

뭘 위해서 사는 걸까?

'아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이젠 자신이 뭘 위해 버티기로 마음먹었는지조차 스피어는 잊고 말았다. 뭘 위해서 하다가 이 꼴이 되었는지도 스피어는 잊고 말았다. 왜 잊었는지 그 이유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이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푸륵, 푸륵, 푸륵, 푸륵, 푸륵!"

어쩌면 이것이 자신이 바라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촉수에 주는 정액을 먹으면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냥 정액을 받아먹으면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죽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정액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은 전혀 없으니까.

"푸륵, 푸륵, 푸륵, 푸륵!"

그렇게 스피어라는 여자도 강림의 의도대로 망가져 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