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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303화 (304/344)

Chapter 303 - 303화- 엘프섬에서 도망자 엘프를 발견하다

엘프섬.

이름 그대로 엘프라는 종족들이 사는 섬이다. 그 섬에는 섬의 생태계를 좌우하는 거목, 세계수가 있으며, 그 세계수가 맺는 열매를 통해 엘프라는 종족이 태어났다. 자신들의 창조주나 다름없는 세계수를 엘프들은 신으로 모시며 살아왔다.

그 엘프섬은 현재 디자이어 제국의 식민지 중 하나가 되었다. 제국이 엘프섬을 점거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길목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스 섬으로 가는 길목 가운데에 엘프섬이 있었기에, 그냥 우회해서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놔두고 갔다가 뒤통수를 당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엘프섬을 점령했다.

당연히도 엘프들은 저항했다. 저항했으나, 무참히 무너졌다. 점령당한 이후에도 섬을 되찾기 위해 엘프들은 반란을 일으켰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반란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섬은 다시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엘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제국의 씨받이가 되었다. 섬의 수호자들은 결국 죽을 때까지 평생 병사를 잉태하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앞으로 세계수가 낳을 수호자들도 평생 제국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엘프섬을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만든 장본인, 강림은 다시 엘프섬을 방문했다.

"다들 별일 없었지?"

함선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강림은 바로 배에서 내렸다. 자신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리 도착한 엘프족 전사들을 향해 강림은 그들의 안부부터 물었다.

“별일 없었습니다. 주인님이 바라시는 대로 저희는 가축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습니다.”

엘프족 전사들을 이끄는 대장이 자신 있게 소리쳤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티타니아는?” “세계수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알았어.”

짧게 인사를 나눈 강림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때, 아르웬? 그 어떤 인간도 방문하지 못한 엘프섬에 온 소감은?”

강림의 뒤에는 남색 단발머리의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으며, 목에는 쇠고랑이 달려 있었다. 쇠고랑은 강림이 왼손으로 쥔 쇠사슬과 연결되어 있었다.

"여, 여기가 에, 엘프섬이라고?"

노예처럼 끌려온 여자, 아르웬은 섬 주변을 둘러보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보물들로 넘쳐나는 섬이라고 들었는데…."

엘프섬에 대한 소문을 아르웬도 들은 적이 있었다.

엘프섬은 아이스 섬의 절반에 불과한 작은 땅덩어리에 불과하나, 그 땅에는 희귀한 보물이 잔뜩 있다. 그래서 엘프들은 보물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간들의 출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만약 그 보물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떼부자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런 식으로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 소문을 진짜로 믿고 정말로 엘프섬에 쳐들어간 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무턱대고 쳐들어갔다가 엘프족들의 화살에 비명횡사하는 최후를 맞이했지만 말이다.

"이건 대체…."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기에 아르웬은 지금 펼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았다.

"대체 이 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촉수다. 검은 촉수다. 항구 도시 저 너머에 거대한 검은 촉수들이 보인다. 엘프섬은 사시사철 변하지 않는 거대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지금 아르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검은 촉수들 뿐이었다.

그리고,

"윽?"

지독한 정액 냄새가 아르웬의 코끝을 찔렀다. 너무나 독해서 아르웬은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렸고,

"하아, 하아, 하아 너,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내 곧 정액 냄새에 취하고 말았다. 강림을 노려보는 아르웬이었으나, 얼굴은 술에 취한 듯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무슨 짓을 하긴. 낙원으로 만들었지."

강림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촉수와 정액으로 이루어진 낙원으로 만들었어. 솔직히 될까 걱정이었는데, 해보니까 되더라고." "어, 어떻게…도대체 무슨 수로…." "세계수를 오염시켰기 때문이야." "히익?"

누군가가 자신의 귀를 깨문다. 살짝 깨무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아르웬이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자신의 귀를 문 존재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아르웬은 고개를 돌렸다.

"이 섬은 세계수라는 나무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세계수와 이 섬은 운명 공동체인 셈이지."

미역처럼 구불거리는 초록 머리를 한 여자였다. 갈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으며, 동공은 뱀처럼 세로로 찢어져 있다. 신체 겉면은 초록색 뱀 비늘로 덮여 있었다.

“따라서, 세계수만 오염시키면 섬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주인님은 그걸 실행했고.”

<독사> 페르포네는 활짝 웃으면서 설명했다. 강림이 엘프섬에 간다고 하자 페르포네도 동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강림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르웬의 귀를 혀로 할짝거리며 페르포네는 설명을 이어갔다. 혀가 닿자마자 아르웬은 몸을 부르르 떨었고, 페르포네는 이를 보고 웃었다.

"주인님은 마기로 세계수를 오염시켰어. 그 결과, 세계수는 거대한 촉수 괴물이 되었지. 창조주가 촉수 괴물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엘프섬 역시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거야." "세, 세계수를 오염시켜?" "그래, 인간이었던 나를 주인님이 오염시켜서 라미아족으로 만든 것처럼." "…."

터무니도 없는 사실을 들은 아르웬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나간 놈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짓을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도 못했다.

'섬이 이렇게 변해버릴 정도라면….'

이 섬의 주민들인 엘프들은 어떤 꼴을 당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엘프들 좀 봐라.

“저, 주인님. 괜찮으시면 해 줄 수 있나요?” “이번 일 끝나면 해 줄게.”

대놓고 섹스해달라고 부탁하는 엘프들이 정녕 숲을 수호하는 전사들이란 말인가? 얼마나 시달렸으면 그리드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자신이 알던 엘프의 환상이 깨져가는 현실에 아르웬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 그럼 가보자." "윽?

강림이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아르웬은 그대로 끌려 나왔다. 순간, 아르웬은 발을 헛디뎠으나,

“어이쿠, 조심해야지.”

강림이 바로 아르웬은 받아줬다.

“소, 손 치워….”

아르웬은 쌀쌀맞게 굴었으나,

“후읍?”

강림은 기습 키스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후끅, 후끕, 후끅, 후끄으윽!”

찐득한 타액이 바닥을 흥건히 젖을 때까지 진한 키스를 나누고 나서야 강림은 입술을 뗐다. 아르웬이 발버둥을 쳐도 강림은 그녀를 놓지 않았다.

“어때, 좀 진정되지?” “하아, 하아, 너, 너어어….”

아르웬은 증오 서린 시선으로 강림을 노려보았다.

노려보았으나,

“가, 가만 두, 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반드시….”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정은 된 것 같네. 자, 그럼 어서 티타니아가 있는 곳으로….”

소란이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저쪽으로 갔다, 잡아라!” “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소리가 난 쪽으로 강림은 고개를 돌렸다.

“허억, 허억, 허억….”

회색 머리의 엘프가 있었다. 누더기만 걸친 엘프는 숨을 크게 몰아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엘프에겐 손이 없었다. 무언가에 절단된 듯이 어깨부터 팔꿈치만 있는 부위만 남아 있었다.

“저 여자는….”

양팔이 절단된 엘프가 누구인지 강림은 바로 눈치챘다. 강림은 페르포네에게 지시를 내렸다.

“페르포네, 저 엘프 잡아 와.” “알겠습니다.”

명령을 들은 페르포네는 즉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두 다리는 거대한 뱀의 꼬리로 변했다. 페르포네는 잽싸게 몸을 움직여 엘프가 서 있는 곳에 도달했다.

“무, 뭐야, 너, 넌…윽?”

페르포네가 자신 곁에 온 걸 엘프도 알게 되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엘프의 뒤를 잡은 페르포네는 꼬리로 그녀를 칭칭 감아버렸다.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엘프는 발버둥을 쳤으나,

“흐꺄아악?”

페르포네가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독사의 송곳니가 목의 혈관을 뚫었고, 송곳니를 통해 독이 주입되었다. 독이 주입되자마자 엘프는 파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아, 안 돼. 이, 이대로 또, 또 끌려갈 순 없어어어….”

간신히 정신을 잃지 않았으나, 무력화된 상태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주인님, 여기 잡아 왔습니다.”

임무에 성공한 페르포네는 강림에게 전리품을 보여줬다. 페르포네의 꼬리에 감긴 엘프는 간신히 눈동자를 움직일 수 있었고,

“너, 너는!”

강림을 보자마자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강림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지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졌다.

그런 엘프를 보며 강림은 입을 열었다.

“역대 수장들이 널 완전히 무너뜨린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구나. 생각보다 강인한 여자였네.” “어, 어째서, 왜, 왜 네놈이 여기에….” “일이 있어서 왔지.”

강림은 그렇게 대답하며 엘프의 턱을 한 손으로 쓰다듬었다.

“근데, 너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설마, 도망치려고 했니?” “으으….” “표정을 보아하니 맞나 보네.”

더는 창을 휘두를 수 있는 몸이 아닌데도 도주를 시도하려고 했을 줄이야. 만약 강림과 마주치지 않았다면 정말로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엘프는 붙잡혔고, 도망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 대가를 강림이 직접 나서서 치르게 할 작정이었다.

“아무튼, 도망치려 했으니까 벌을 내려줄게.” “하, 한 번 해봐.”

덜덜 떠는 와중에도 엘프는 허세를 부렸다.

“나, 난 네, 네가 뭐라고 해도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아니, 무너질 거야.”

강림은 단언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말한 여자 중 버틴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까. 그러니….”

엘프의 이마를 쿡쿡 찌르며 강림은 그녀를 조롱했다.

“쓸데없는 고집 좀 피우지 마세요, 알았죠, 스피어 씨?” “찌르지 마. 찌르지 말라고!”

강림의 조롱에 엘프, 스피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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