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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63화 (264/344)

Chapter 263 - 263화- 대관식을 하게 된 왕녀님?

제1 왕녀 에일로이는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루었다.

"지금부터 대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드디어 왕녀라는 껍데기에서 벗어나 여왕으로 우화(羽化)할 수 있게 되었다. 왕국이 망국이 되는 바람에 머나먼 이상이 되어버린 꿈을 에일로이는 드디어 쟁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다 포기하고 싶었다. 대악마 그리드와의 결전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모든 걸 다 잃었으니까. 더는 악마를 쓰러뜨릴 수단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왕녀는 주저앉고 싶었다. 다 놓아버리고 숨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더는 악마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제 악마는 도망쳤으니까.

"다들 정숙하시길 바랍니다."

수년 동안의 끈질긴 저항 끝에 에일로이 왕녀는 디자이어 제국을 몰아낼 수 있었다. 녀석들을 수인 연합이 존재했던 변방으로 내쫓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적대국의 성장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주변 국가들의 지원 덕분이기도 하나, 가장 큰 성공의 원인은 백성들의 지지였다.

만약 백성들이 대악마 그리드에게 저항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다면, 제1 왕녀인 자신을 믿고 따라주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아 단결되지 않았다면 왕국을 부흥하는 건 불가능했을 거다. 영원히 절망 속에 허우적댔을 거다.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모두에게, 절망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따라준 모두에게 에일로이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여왕님께서 입장하시겠습니다."

구슬픈 노랫소리와 함께 에일로이는 왕국으로 입성했다. 왕녀가 가야 할 길은 끈적끈적한 점액질 카펫으로 이어져 있으며, 카펫을 중심으로 좌우에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것에 에일로이는 기분이 좋았다.

이때만을 위해 목덜미를 다 가리는, 두꺼운 철판으로 만든 목걸이를 착용했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급 투명 재질의 옷을 입었다. 사상 최고의 목걸이를 착용하고, 최고의 옷을 입었으니 백성들의 시선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백성들에게 이러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은 떨어진 왕실의 권위를 높이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에일로이는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앞으로 가자.’

권좌까지 이제 몇 미터도 남지 않았다. 이 길을 걷기 위해 고생했던 걸 생각하니 에일로이는 저절로 감회가 새로웠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에일로이는 앞으로 나아갔다. 발바닥에 밟히는 끈적끈적함에 상쾌함을 느끼며 나아갔다. 나아갈 때마다 초유급 이상으로 커진 가슴이 크게 출렁거렸고, 출렁일 때마다 모유가 바닥에 떨어졌다. 신성한 여왕의 젖통이 흔들리는 모습에 다들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시선을 받는 것에 에일로이는 저절로 흐뭇해졌다.

그래, 다들 그렇게 봐달라. 앞으로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운명이니. 언니들도 자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을 원할….

'…언니들?'

순간, 에일로이는 사고가 정지되었다.

'나한테 언니들이 있었나?'

자신은 장녀다. 가장 먼저 태어난 딸이다. 자신보다 먼저 태어난 형제자매들은 없다. 전부 자신의 동생들 뿐.

근데, 왜 언니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갑작스럽게 생긴 의문에 에일로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으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여왕은 자리에 앉아주시길 바랍니다.”

마침내 에일로이는 권좌에 앉았다. 앉자마자 대관식을 주관하던 신하가 두루마리 하나를 여왕에게 건넸다. 왜 그런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에일로이는 두루마리를 피고, 안에 적힌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모두 들어라."

여왕은 이 자리에서 선언했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우리 네치아 왕국은 다시금 영광을 되찾았다."

"나는 모두의 노력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비극을 겪지 않도록 왕국을 발전시킬 것을 이 자리에서 맹세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을 전부 다 듣도록 에일로이는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의 위대한 주인이신 그리드 님을 위해 우리 전원은 평생 암퇘지가 되…어?"

그 순간, 에일로이는 낭독을 멈췄다.

"왜 그렇습니까, 여왕님? 어서 읽어야죠."

두루마리를 건넨 신하가 재촉했다.

"어서 읽어서 네치아 왕국이 식민지 1호가 되었다는 걸 공표해야죠. 여왕이 대모가 되었다는 걸 알려야죠. 그리드 님의 가축이 된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는 게 대관식의 목표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자, 잠깐만…."

이제야 모든 걸 떠올린 에일로이는 신하를 제지했다.

“왕국이 식민지라고? 백성들이 가축이라고? 나는 대모라고? 그게 무슨,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봉인되었던 기억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새어 나오는 기억에 에일로이는 혼란스러워했고,

“나는, 나는, 나는 분명….”

마침내 떠올렸다.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거야?"

그렇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다. 왕국 잔당 세력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섬에 있어야 했다.

그 섬에서 에일로이는 수인들에게 조교를 당하고 있었다. 보기 흉할 정도로 가슴이 너무나 커져 버렸고, 커진 가슴을 수인들이 제멋대로 희롱했고, 너무나 희롱당하는 바람에 에일로이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그걸 에일로이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야 깨달은 에일로이는 자신이 있는 이 왕국이 가짜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왜 내가 이런 몰골로…."

목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노예들에게 착용하는 쇠고랑이었다. 투명한 옷 따윈 없었다. 그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였다. 권좌에서 성문까지 이어진 것은 카펫이 아닌 정액이었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수인들에게 농락당한…."

대관식에 참여한 구경꾼들도 다 알몸이었다.

자신과 똑같이 여성들이었으며, 자신과 똑같이 비대해진 가슴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신과 똑같이 알몸이었다. 알몸인 상태로 대관식을, 아니 대관식을 가장한 사기극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카우의 손에 의해 가축으로 가공되었던 포로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전부 일어난 것에 에일로이는 혼란스러웠다.

"나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왜 이런 곳에서 대관식을 가장한 굴욕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려고 했던 걸까? 카우에게 농락당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은 또 뭐에 당한 걸까? 에일로이 왕녀는 크게 혼란스러웠다.

"이런, 이런 벌써 깨시다니, 정말 아쉽네."

이때 신하가 아쉽다는 투로 말하며 망토를 벗었다. 쫑긋하게 세운 여우 귀가 드러났다. 신하의 얼굴을 본 에일로이는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너, 너는…." "주인님 말대로 대충 연극을 만들어봤는데, 쉽게 간파당하고 말았네."

구미호족 수장, 수아가 아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양 갈래로 땋은 갈색 머리에 초록색 눈동자를 지닌 구미호는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제대로 연극을 꾸며보려고 직접 꿈속까지 들어왔는데도 실패라니. 욕 바가지로 먹겠네." "꾸, 꿈이라고? 여, 여기가?" "그래."

수아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꿈이라는 무대를 이용해 왕녀를 우리들의 동생으로 삼는다. 주인님의 조력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실패하게 될 줄은 몰랐어." "누, 누가 네놈들의 동생이 된다는 거야!"

개소리하지 마! 그 말에 격분한 에일로이는 즉시 일어나서 수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윽?"

갑자기 무게가 앞으로 쏠린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에일로이는 바닥에 엎어졌다. 엎어졌지만, 코가 깨지는 일은 없었다. 출렁이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얼굴이 살구색에 파묻혔을 뿐. 간신히 고개를 든 에일로이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가, 가슴이…."

가슴이 커졌다. 지금보다 더 이상으로, 자신의 신체를 전부 뒤덮을 정도로 커졌다. 카우에 의해 개조당했던 것 이상으로 말이다. 당혹스러워하는 에일로이를 보며 수아는 키득거렸다.

"크크, 왕녀님, 여기는 꿈속입니다. 꿈속이니 미친 짓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이런 망할…." "자, 그럼 플랜 B로 넘어가자."

수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튕김과 동시에 대관식이 열리던 왕궁이 전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성도, 백성들도 전부 녹아내린다. 역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정액이 되어간다. 순식간에 주변 일대가 정액 늪으로 변해버렸고, 에일로이는 그 늪에 몸이 절반가량 잠긴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는 수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후아아, 역시 주인님이 있어서 다행히야. 이런 건 주인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재현하지도 못했을 거야."

늪에서 풀풀 풍겨오는 향기로운 냄새에 수아는 헤벌쭉 웃었다. 본래라면 형태만 완성되는 것에 그치지, 냄새까지 재현하지 못했을 거다. 주인님이 자신의 부름에 응해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왕녀님도 좋지? 주인님 정액 냄새가 너무 그리웠지? 그렇지? 이 기회에 잔뜩 먹어봐. 앞으로도 계속 먹겠지만." "미친 소리 하지 마!"

에일로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딴 버러지 같은 것을 내가 왜 좋아해야 하는데!" "그러면 좋아지도록 만들어야지."

점점 늪 속으로 빠져드는 수아는 오른손을 들었다. 마법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처럼 손을 휘저었다.

정액 늪에서 수많은 촉수 더미가 솟구쳐올랐다.

"무, 뭐야 이건?" "뭐긴, 촉수지. 주인님의 정액으로 만들어낸 귀중한 촉수라고."

정액을 뚝뚝 흘리는 촉수 더미를 향해 수아는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널 지옥으로 이끌 저승사자들이기도 하지. 이게 플랜 B의 정체고." "무, 무슨…."

수아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꺼냈는지 에일로이는 바로 깨달았다.

"…!"

수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촉수 더미가 에일로이를 감쌌다. 제물을 구속한 촉수 더미는 에일로이를 늪 아래로 끌어당겼다.

"이, 이거 놔, 이거…푸르륵, 푸르르릅!"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에일로이 왕녀는 가라앉았다. 공기 방울이 몇 개가 수면 위에 올라왔으나, 이내 곧 사라져버렸다.

"이따 현실에서 보자, 왕녀님.“

턱 밑까지 가라앉은 상태임에도 수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액 없인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그 말을 한 직후, 수아 역시 늪 속에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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