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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54화 (255/344)

Chapter 254 - 254화- 무참히 짓밟힐 뿐

대악마 그리드는 분명 괴수 군단을 이용할 거다.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던 네치아 왕국 잔당 세력은 분명히 그럴 거라고 확신했다.

여기를 점령하면 모든 것이 다 끝난다는 걸 대악마도 알고 있을 거다.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강의 카드를 전부 쓸 거다. 안 쓴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러니 괴수 군단에 맞설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잔당 세력은 마탑에서 무기를 구매했다. 잔당 세력에 속한 귀족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탈탈 털어가며 무기를 구매하는 데 돈을 보태줬다. 다행히도 무기 수입에는 그 어느 나라도 방해하지는 않았다. 난민을 받아줄 수 없으나, 그 이외의 것은 할 수 있도록 방관했다. 이중적인 태도였으나, 그래도 잔당 세력은 한시름 놓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잔당 세력은 대 괴수용 병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수십 발 이상의 미사일과 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포대를 마련했다. 그렇게 마련한 결전 병기들을 잔당 세력은 방어선 곳곳에다 배치했다.

이걸로는 괴수 군단을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녀석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다. 우리는 결코 노예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자! 그렇게 다짐하며 잔당 세력은 그리드와의 최후의 결전에 임했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이, 이런, 다들 피해라, 어서!

-세, 세상에 마, 맙소사. 서, 섬들이 사, 사라졌어? 그것도 일직선으로?

-수뇌부와 연락이 되질 않습니다. 이를 어쩌면 좋죠?

시작하자마자 강림이 고주파를 날렸다. 아르웬의 힘을 손에 넣은 덕분에 고주파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한 번 발사한 것만으로도 주변 일대가 해일에 잠겼으며, 강림 눈앞에 일직선으로 존재하던 섬들은 전부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남질 않았다.

사정거리 안에 있던 모든 섬은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잔당 세력의 수뇌부도 이 공격으로 모조리 다 몰살당했다. 처음부터 급소가 터진 잔당 세력은 대혼란에 빠졌다.

그 직후 일방적인 싸움이 벌어졌다.

-뭐야, 이 입자는? 대체 어디서….

-전부 뒤로 후퇴하라! 입자에 손대지 마! 죽기 싫으면 떨어져!

-녀석의 몸을 봐. 녀석의 몸에서 입자가 나오고 있어!

보라색 괴수, 아트리아는 주변 일대에 입자를 흩뿌렸다. 흩뿌려진 입자들은 달라붙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붙었고, 폭발했다. 그 폭발력은 그냥 손을 닿는 것만으로도 원자 분해가 될 정도로 매우 위협적이었다.

닿는 것만으로도 터지는 최악의 폭탄 공격에 당연히 방어선은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는 걸 다 알면서도 그들은 지킬 수가 없었다. 지키고자 하는 마음보다 살포된 입자가 너무나 많았으니까.

이렇게 황제와 여비서의 활약으로 잔당 세력의 주 병력은 궤멸하고 말았다. 준비된 함대는 제국의 함대에 전부 몰살당했다. 적을 사실상 무력화한 걸 확인한 강림은 남은 적들을 소탕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대로 끝낼 수 없었던 잔당 세력은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적이 너무나 강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결전 병기가 방패에 막혀?

-멍청하게 보지만 말고 어서 쏴. 어서 쏘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하, 하지만 더는 미사일이….

은색 갑옷으로 무장한 거인 기사, 이리스는 무자비하게 검기를 날렸다. 쉴새 없이 날린 검기는 그 자리에 있던 건물들을, 병사들을 전부 일도양단을 내버렸다. 이리스를 막기 위해 잔당 세력은 미사일을 쐈지만,

전부 막혀버렸다. 이리스가 전개한 방어막에 마탑이 제공한 미사일들은 허망하게 막히고 말았다. 결전 병기라고 생각했던 무기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는 사실에 병사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렇다고 해도 잔당 세력은 저항을 멈추지는 않았다. 멈추는 순간 끝이라는 걸 잘 알기에 그 누구도 항복한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않았지만,

-으아아악! 몸이, 몸이, 몸이이이이!

-사, 살려줘! 이대로 죽기 싫어, 죽기 싫다고오오!

-다 녹아내리고 있어, 전부 녹아내리고 있어. 나조차도. 아하, 아하하하!

전부 쓸려나갈 뿐이었다. 거대한 초록색 뱀, 페르포네가 내뱉은 독액에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녹아내렸으며,

-아아아아악! 물, 물은 어디에 있어어어!

-바다에 뛰어들자, 어서! 바다에 뛰어들면 살 수 있어!

-아, 안 돼, 또, 또 불꽃이 온다, 모두 피해!

거대한 갈색 구미호, 수아가 날린 푸른 불꽃탄 세례에 병사들은 산 채로 태워졌다.

이런 비참한 상황임에도 병사들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기려고 발악했다. 무기가 없다면 투구로, 투구가 없다면 갑옷으로, 갑옷이 없다면 돌멩이로, 돌멩이가 없다면 맨손으로 맞서 싸웠다.

하지만 무의미했다.

대악마가 거느린 괴수 군단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악마의 군세인 강철 군단을 몰아내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아무리 준비했어도 전부 다 무의했다.

아무리 의지가 하늘을 찔러도, 그 의지를 찍어 눌러버리는 강대한 힘 앞에서는 다 헛발질에 불과했다.

결국, 이틀 만에 네치아 잔당 세력은 전멸했다. 결전 병기도 전부 파괴되었으며, 그리드와 맞서 싸우기 위해 모였던 병력도 대부분 전사했다. 산발적인 저항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진압되었다.

이로써 네치아 왕국은 완전히 멸망했다.

●●●

"포로들이 적네."

전투가 끝난 직후 강림은 인간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사로잡은 포로들을 확인한 강림은 살짝 실망한 투로 중얼거렸다.

"꽤 있을 줄 알았건만." "항복하겠다고 나선 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여비서 아트리아가 대답했다. 그녀도 전투가 끝났기에 인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 옆에는,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하으으으, 흐으으으, 흐끄으으으….

-에헤, 에헤헤, 에헤헤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전부 아트리아가 동력원으로 사용한 산 제물들이었다. 체액을 뒤집어쓴 이들은 정신이 나가 버린 얼굴로 웃고만 있었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도 제정신을 차리기는 어려울 거다.

"간신히 자살하는 걸 막아서 겨우 이 정도만 건져냈습니다." "다들 겁쟁이는 아니었구나."

임시로 만들어진 나무 의자에 앉은 강림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강림은 정면을 바라보았고,

-으으, 분하다.

-한 명이라도 더 길동무로 삼았어야 했는데….

-뭘 꼬라 봐? 눈 안 내려!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잔당 세력의 포로들이 있었다. 전원 사지가 결박당한 상태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수는 대략 천 명. 이 중 200명은 남자였고 나머지는 여자였다. 결전에서 사로잡은 포로들보다 숫자가 너무나 적었다. 적을 수밖에 없었다.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다들 자결했으니까. 도저히 이길 가능성이 없자 병사들은 하나같이 이대로 치욕적으로 살 수 없다며 자신의 목을 벴다. 혹은 자신의 심장을 직접 검으로 꽂아 넣었다. 그것도 안 되면 준비한 독약을 먹어서 목숨을 끊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독하게 나올 줄은 강림은 물론이요, 다른 일행들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강철 군단에 남녀 관계없이 무조건 생포하라는 지시를 늦게 내렸다면 전리품은 챙기지도 못했을 거다.

'뭐, 저러는 것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지만.'

나라가 멸망하면 그 나라에 살던 백성들은 핍박을 받는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나라를 잃은 비참함이 뭔지 강림은 역사서를 통해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이 왜 목숨을 걸면서까지 싸웠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자비라는 알량한 짓을 할 생각 따위 없었다. 이런 짓을 멈출 생각 또한 없었다.

자신은 살고 싶었으니까. 온 세상이 자신을 악마라 부르며 죽기를 원하고 있다. 살기 위해선 악당으로 성공해야 하며,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이요, 자신을 따르는 여자들도 전부 죽는다.

그 꼴을 볼 순 없다. 당하기도 싫다. 그러니 강림은 멈추지 않을 거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고 해도 말이다.

"자, 모두 주목."

분위기를 환전시킬 목적으로 강림은 손뼉을 쳤다.

"현 시간부로 네치아 왕국은 멸망했다. 이제부터 왕국은 식민지 1호가 될 예정이며, 너희들은 전부 노예가 될 것이다."

이를 듣는 포로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바라지 않았던 일이 기어이 벌어졌으니까. 그걸 막지 못한 것에 다들 분통을 터트렸다.

강림은 이를 무시하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나와 한배를 탄 몸이니 왈가왈부하지 말도록. 해적과 엮인 자들은 다 죽여버리는데 설마 정신 나갔다고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타국에선 그리드와 연관된 자들은 모조리 다 공범이니 다 죽여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원 타락했으니까. 자존심 다 팔아먹고 대악마에게 굴복했으니까. 다신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그런 놈들을 어찌 믿고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억울하게 개조당했다고 해도 믿어선 안 된다. 믿는 순간, 대악마를 위해 자신들의 뒤통수를 날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고, 강림도 이를 알고 있었다.

게임에서 그리드 사후 그와 관계된 자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집단 린치를 당하거나, 아니면 공개 처형을 다 하는 내용이 게임 이야기에서 나왔으니까. 강제로 협력했다고 변명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고 교수형을 당한 단역 캐릭터들을 강림은 보았다.

강림은 그렇게 죽게 만들지 않을 작정이다. 그렇게 만들 바에야 전부 노예로 만들 작정이다. 평등하게 노예가 되면 누구는 죽여야 한다고 소리칠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 얌전히 따르도록. 괜히 나가서 끔쌀 당하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당연히 그 말에 곧이곧대로 따를 사람은 없었다.

“아, 맞아. 남자들은 살려줄 생각 없으니까 그런 줄 알아야. 나는 여자만 살릴 거야.”

당연히 그 말을 들은 포로들은 즉각 반발했다. 즉시 강림을 향해 온갖 욕설이 쏟아졌다.

-죽어라, 이 개새끼야!

-누가 네놈의 노예가 될 것 같아? 나가 죽어라 망할 놈아!

-죽어, 죽어버리라고, 이 악마 놈아!

“….”

강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손가락을 튕겼을 뿐.

-탁!

튕김과 동시에 거대한 촉수 무리가 포로들이 앉은 자리 밑에서 솟구쳐 올랐다.

-무, 뭐야 이건?

-다, 다들 피…으윽?

-이, 이런 망…후으으윽?

촉수는 공평하게 포로들을 대우했다.

-흐어어어어….

-으아아아아, 아아아아!

-다, 다들 정신을, 정신을….

남자들의 머릿속으로 촉수가 파고들었다. 파고들어서 뇌를 죽였다. 뇌를 죽이고, 자지를 통나무 이상으로 키웠다. 너무 키우는 바람에 바지가 찢어지고, 흉악한 기둥이 솟아났다. 이 광경을 보고 여자들은 경악했으나, 남자들은 반응이 없었다.

그저, 죽어가는 사람처럼 침만 질질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후끅, 후끕, 후끅, 후끄으읍!

-우끅, 우끅, 우끅, 우끅!

-푸끕, 푸끕, 푸끄으윽, 푸끄으으읍!

촉수에 능욕당했다.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입이 범해지고, 가랑이도 범해진다. 저항하려고 노력해도 무의미했다. 강림의 힘에서 태어난 촉수 무리는 여자들의 완력 따위 무시할 수 있었으니까.

“자, 감상은 어떠니?”

무너져가는 포로들을 보며 강림은 앞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남색 단발머리에 전신이 흠뻑 젖어 있는 알몸의 여자가 형틀에 묶여 있었다.

“아르웬, 내가 무슨 짓을 할지 한 번 맞춰 볼래?” “너, 너 뭘 하려는 거야?”

형틀에 목과 두 팔이 묶여 있는 여자, 아르웬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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