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53 - 253화- 저항을 선택한 잔당 세력의 운명은?
왕국군이 전멸했다.
이 소식은 네치아 왕국 사람들에게 크나큰 절망을 안겨줬다.
대악마 그리드를 쓰러뜨리기 위해 왕국이 모든 걸 쥐어 짜낸 전력이었다. 대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왕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한 전력이었다. 절대로 물러나서도 안 되며, 절대로 패배해서도 안 되었다. 패배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네치아 왕국은 파멸할 운명이었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빌었다.
부디 승리하기를. 왕국군이 대악마 그리드와 그 수하들을 몰아내기를. 자신들의 모든 걸 앗아간 악마의 군대를 이 세상에서 지워주기를. 멸망의 위기에 처한 왕국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기를. 부디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사람들은 간절히 빌고,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들려온 소식은 절망이었다. 희망은 무참히 짓밟혔다. 왕국군이 승리하기를 바라던 사람들의 염원은 대악마가 일으킨 폭풍에 허망하게 사그라들고 말았다.
-고작 하루 만에 전멸했다고? 그게 말이 돼? 십만 대군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어?
-이제 우린 어쩌면 좋아. 여기는 지켜줄 경비병도 별로 없잖아.
-아, 신이시여. 어째서 악마의 편에 손을 들어주시는 겁니까. 어째서, 어째서어어어!
도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대병력이 하루 만에 전멸할 수 있는 거지? 대체 이유가 뭐지? 수뇌부가 머저리라서 그런 건가? 머저리라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건가? 그런 건가? 패배했다는 절망은 곧바로 책임자들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었다.
사실 아르웬을 비롯한 수뇌부가 준비를 소홀하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기에 철저하게 준비했다.
철선으로 무장한 해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수뇌부는 동원할 수 있는 철선을 전부 동원했다. 아르웬이 세이렌 섬의 자원을 전부 긁어모으며 제작한 철선 함대 역시 결전에 동원되었다.
오늘날 그리드를 대악마로 만든 원흉, 그리드의 아버지가 만들어낸 트루퍼 무리도 결전에 동원되었다. 철선을 그저 따위로 만들고, 그리드마저 죽이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인 트루퍼 무리라면 충분히 악마 군단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수뇌부는 그리 판단했다.
거대한 괴수로 변할 수 있는 그리드와 그 수하들을 상대하기 위해 아르웬은 괴수가 되었다. 다량의 흑광을 몸에 흡수한 결과, 초거대화라는 사기 능력까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제아무리 그리드의 괴수 군단이 강하다고 해도 절대로 아르웬을 이길 수 없을 거다.
여기에 성국에서 제12군단까지 파견해줬으며, 로세움 왕국에서도 소수지만 전투에 전문가인 용병들을 파견해줬다.
이렇듯 수뇌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하지만, 상대는 악마였다.
인간의 상식 따윈 아득히 뛰어넘는 악마. 아무리 악마에 대한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도 악마는 그 복수심마저 농락해버릴 힘이 존재했다.
그 힘에 왕국군은 전멸했다.
힘들게 모은 철선 함대는 모조리 다 수장당했고,
결전 병기라고 생각했던 트루퍼 무리는 허망하게 무너졌으며,
원병으로 온 12군단도, 로세움의 용병들도 전멸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르웬마저 그리드와 괴수 군단에 쓰러지고 말았다.
더는 네치아 왕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이제 없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네치아 왕국 잔당 세력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대악마 그리드에게 항복할 건가, 아니면 결사 항전을 벌일 건가, 그것도 아니면 타국으로 도주할 건가.
이들이 택한 것은 결사 항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항복했을 경우, 자신들은 물론이요, 백성들까지 전부 생지옥으로 빠지게 될 테니까. 대악마가 점령한 땅에서 사람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그들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먼저 남자들은 숙청 대상이다.
암퇘지들에게 뿌릴 씨앗은 자기 자신이면 충분하다는 이유로, 반란의 씨앗은 사전에 없애는 게 답이라는 이유로 그리드는 살아있는 남자들을 전부 참살했다. 실험체로 써먹을 소수의 남자만 살아남았으나, 이들도 탈리아의 잔혹한 실험에 희생되었다. 너무 죽여서 따로 공동 묘지용 섬을 마련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시, 싫어, 더는 박지, 후으으윽?
-후극, 후끅, 후끅, 우웨에에에! 이제 그…후끄으윽?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 제, 제발 살…흐이이익?
신분 관계없이 전부 가축이 되었다. 가축으로 써먹기 위해 한 명도 예외 없이 그리드가 만들어낸 검은 촉수 무리에 농락당했다.
촉수 무리에 강제로 옷이 벗겨지고, 촉수 무리에 의해 강제로 입이 범해지고, 촉수 무리에 의해 강제로 가슴이 희롱당하고, 촉수 무리에 의해 강제로 음부가 농락당하고, 촉수 무리에 의해 강제로 항문까지 농락당한다. 대악마가 만들어 낸 괴물답게 여성 중 누구도 촉수를 끊어내지 못했으며,
-푸륵, 푸르륵, 푸르르릅!
-꾸륵, 꾸르륵, 꾸르르륵, 꾸르르르릅!
-뿌끅, 뿌끄으윽, 뿌그으으읍!
그 누구도 촉수가 방출하는 대악마의 씨앗을 피하지 못했다. 위장이, 자궁이, 창자가 전부 그리드의 정액으로 가득 채워졌다. 다 채워지는 바람에 언제나 세 구멍을 통해 정액이 바닥에 쏟아졌으며,
-아아, 나온다, 나와, 나와, 나와아아아!
-싫어, 싫어, 낳기 싫어, 낳기 싫어어어!
-신이시여,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오오오!
언제나 만삭이 되었고, 언제나 출산해야만 했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임신과 출산을 위한 촉수 윤간을 여성들은 당해야만 했다.
물론 전부 촉수 능욕에 당하는 건 아니었다. 아직 암퇘지로 써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들은 예외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조건에 충족하지 않았을 뿐이다. 조건이 충족하는 날이 오면 이들도 촉수 무리에 농락당할 거다.
항복해도 지옥이고, 항복을 안 해도 지옥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다 지옥인데, 어찌 항복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타국으로 도주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대악마가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으니까. 대악마가 본격적으로 네치아 왕국 침공에 나서자 수많은 백성은 물론이요, 귀족들까지 타국으로 망명을 시도했다. 시도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악마의 군단에 사로잡혔다. 사로잡힌 자중 남자들은 처형당했고, 여자들은 그리드를 위한 암퇘지가 되었다.
설사 그리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우리 템플 왕국은 난민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돌아가라.
-로세움 왕국은 현재 국경을 폐쇄했습니다. 돌아가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 발포하겠습니다.
-성국도 밀려드는 난민 때문에 받아줄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세 나라 모두 입국을 거부하는 바람에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들은 뱃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네치아 왕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은 언제고, 막상 왕국이 망할 조짐이 보이자마자 입을 다물다니. 당하는 자들에게 있어선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일이었으나, 이를 해결할 방도는 없었다.
결국 네치아 왕국 잔당 세력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싸운다는 것 말곤 그들에게 남겨진 선택지가 없었다.
싸우는 것밖에 없다면 싸우자. 목숨을 다해 싸워서 최소한의 안전권을 보장받자. 아무리 악마들이 강하다고 한들,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이겨낼 수 있을 거다. 우리는 결코 노예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자!
따라서 잔당 세력은 준비했다. 모을 수 있는 모든 무기를 모으고, 무장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무장했다. 성벽을 보수하고, 방어선을 구축하고, 쓸 수 있는 함선들을 전부 끌어모았다. 귀족들도, 평민들도, 그 이하 사람들도 하나가 되어 싸움에 대비했다.
그렇게 대비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대악마가 움직였다. 대악마 그리드와 악마의 하수인들이 네치아 왕국 잔당을 토벌하기 위해 대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후의 결전이 다가왔음을 직감한 잔당 세력은 이 구호를 외치며 단결했다.
-네치아 왕국에 영광을! 악마에게 정의의 철퇴를!
그렇게 외치며 악마의 군세와 맞서 싸웠다.
그리고,
●●●
[정의의 철퇴라, 참으로 좋은 말이네.]
잔당 세력이 외친 구호를 강림은 꽤 괜찮다는 평을 내렸다. 검은 괴수로 변한 강림은 주변 일대를 파괴하며 계속 전진했다.
[역시 나라가 멸망의 기로(岐路)에 서면 단결하는 건 당연한 건가.]
역사에도 많이 나온다.
나라가 외적에 의해 멸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이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저항하던 자들이 있었음을. 그 결과가 시궁창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들의 행동을 전부 부정할 수 없으며, 부정해서도 안 된다.
지금 네치아 잔당 세력의 저항 역시 역사에 기록된 자들과 유사했다. 유사했기에 강림은 잔당 세력의 싸움이 무의미하다고 매도할 생각은 없었다.
소시민이라 전부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저 사람들의 편에서 생각해보면 살짝 공감은 되니까.
공감은 되지만,
[뭐, 우리한테는 의미 없는 짓이지만.]
어디까지나 공감이 될 뿐. 이들을 위해 봐준다는 생각 따위 강림에겐 없었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놈들이 들어온다. 막아, 막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라! 여기서 저지하지 못하면 우린 끝이다!
-한 명이라도, 한 명이라도 더 좋으니 죽여라! 죽여서 저승길 동무로 삼자!
처음부터 그 길을 택했을 거다. 저렇게 강철 군단에 맞서 왕국군이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도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끝내자.’
시간 끌어봤자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자신의 눈에 들어온 왕국군을 향해 강림은 오른팔을 들었고,
-콰직!
그대로 내리쳤다. 내리침과 동시에 토마토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리친 곳을 중심으로 핏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강림은 손을 들었다.
[….]
왕국군, 아니 왕국군이었던 곤죽이 강림의 팔뚝에 묻었다. 피와 살점으로 더럽혀진 팔뚝을 강림은 손으로 털어냈다.
뭔가 살짝 찔리는 기분이 강림은 들었으나,
[신경 쓰지 말자.]
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양심 타령을 하냐?]
이미 손에 피를 잔뜩 묻혔다. 아니, 이 세상에 오기도 전에 피를 묻혔다. 지울 수도 없으며, 은폐할 수도 없다. 평생 악마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만약 여기서 쓰러지면 자신이 여태까지 함락한 여자들도 사이좋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 꼴은 절대로 볼 수 없다. 볼 수 없기에,
강림은 학살을 주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좀 더 힘 좀 내봐, 아르웬.]
자신의 동력실에 있는 제물을 향해 강림은 속삭였다.
[그래야 오늘 싸움이 끝나니까!]
아직도 저항 중인 왕국군을 향해 강림은 돌진했고,
-후끅, 후끅, 후끄윽, 후끄으으윽!
아르웬의 절규가 동력실에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