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9 - 249화- 항복했어도 믿지 않을 거다
"죄, 죄송합니다. 아버지."
덜덜 떠는 목소리로 아르웬은 사죄했다.
그녀의 등을 지배하던 촉수 덩어리는 이제 없다. 항문 속을 파고들어 창자를 괴롭히던 촉수도, 입 안으로 억지로 파고들어 식도까지 농락한 촉수도 이젠 없었다. 몸을 가득 채우던 점액질도 사라졌다. 촉수 덩어리는 아르웬 옆에 떨어졌으며,
강림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사라졌다. 점액질까지 사라졌기에 방에 악취가 남겨지는 일은 없었다.
“죄송해요, 아버지.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마어마하게 커졌던 배도 아르웬이 출산하면서 되돌아왔다. 멀쩡하게 돌아온 아르웬은 바닥에 얼굴을 박고, 둔부를 천장을 향해 쭉 내뺀 채 엎드렸다. 경련을 일으키는 양 허벅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애액과 점액질이 섞인 혼합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상태에서 아르웬은 사죄했다. 자신을 보고 실망했을 죽은 아버지를 향해 연신 사죄했다.
"보, 복수해야 하는데, 그러니 참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결국 아르웬은 항복을 선언했다. 두 손을 들어 항복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아르웬의 입으로 직접 말하라고 강요했다. 진짜로 노예가 되겠다는 선언을 이 자리에서 하라고 압박했다. 이를 위해 강림은 입에 박힌 촉수를 제거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점액질을 토하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아르웬은 소리쳤다.
-저, 저는 이제 그, 그리드 님의 노예로 살겠습니다아아아!
정말로 입에 담기 싫은 말이었다. 철천지원수를 위한 노예가 된다. 그 말을 직접 내뱉어야 한다니. 아르웬은 정말로 하기 싫었으나, 할 수밖에 없었다.
안 하면 목숨을 잃게 될 테니까. 배가 터져서 죽음을 맞이했을 테니까. 죽어도 강림에 의해 언데드로 되살아나고도 남을 테니까. 언데드가 되어 평생 꼭두각시로 이용당했을 테니까. 아르웬은 그렇게 되기가 싫었고, 그렇게 되는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어머니처럼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맹목적으로 그리드를 따르는 것이 아르웬은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백기를 들었다. 가장 원하지 않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 않기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백기를 들었고, 항복을 선언했다.
그 이후 어찌 되었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아, 아아악, 아아아악!
강림의 지시에 따라 촉수는 고문을 중단했다. 점액질을 전부 회수한 촉수 덩어리는 그대로 바닥에 내려왔고, 강림의 명령에 따라 소멸했다. 이어 강림도 능욕을 중단하고 자지를 빼냈다.
그 직후, 아르웬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아아악! 나와, 나와, 나온다아아아!
배 속의 핏덩이가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고, 아르웬은 그 발버둥을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배가 만삭이란 개념을 한참이나 뛰어넘을 정도로 커져 버렸고, 무거워졌기에 아르웬은 바닥에 엎드린 그 상태로 출산할 수밖에 없었다.
자식의 다 큰 머리가 나오고, 어깨가 나오고, 두 팔이 나오고, 몸통이 나오고, 두 다리까지 다 나올 때까지 아르웬은 어마어마한 격통을 견뎌야만 했다. 양수도 어마어마하게 흘러나왔으며,
-꺼어억, 어어어억, 으아아아악!
목이 쉴 때까지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질러댄 끝에 아르웬은 딸을 낳았다.
"이거 봐라, 아르웬. 너와 나 사이에서 낳은 딸이야."
엉덩이까지 감쌀 정도로 자라난 풍성한 남색 머리. 머리 중간, 중간에 검은색도 섞여 있었다. 어미의 피를 진하게 이어받았기 때문인지 풍만한 가슴은 물론이요, 잘록한 허리와 튼실한 허벅지 등 자신이 낳아 준 친모와 쏙 빼닮았다. 만약 눈동자까지 자주색이라면 아르웬 주니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거다.
강림은 다 자란 딸의 몸을 손수 수건으로 닦아줬다. 양손에 딸을 안은 채로 어서 여기를 보라고 아르웬에게 권유했다.
당연히도 아르웬은 그 권유에 따를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신이 나가버렸으니까. 지독한 고문에 시달린 탓에 아르웬은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두 눈은 떠 있으나 그뿐, 생기를 잃어버린 눈동자에는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저는, 저는, 저는…."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가 보네."
반응이라도 보이면 재밌었을 텐데. 살짝 실망한 강림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불려온 병사에게 자신의 딸을 떠넘겼다.
"시설로 데려가." "알겠습니다."
딸이지만, 그래도 병사다. 병사인 만큼 육성을 해야지. 강철 군단을 대표하는 훌륭한 전사가 되기를. 병사에게 안긴 채 떠나는 딸을 향해 강림은 그리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 죄송…." "시끄러우니까, 자고 있어."
강림은 한 손으로 아르웬의 머리를 붙잡았다. 붙잡은 채로 마기를 머릿속에 흘려보냈으며,
"흐윽?"
아르웬은 살짝 경련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대로 아르웬을 집어 든 강림은 우리 속에 넣어버렸다. 빠져나오지 않도록 문을 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대로 탈리아에게 보내면 되겠네." "여기서 끝나는 거 아니었습니까?"
잠자코 보고 있던 아트리아가 질문을 던졌다.
“항복하겠다고 선언했는데도요?” "당연히 아니지."
강림은 대답했다.
"말로 항복했을 뿐이야. 살려고 그런 말을 꺼낸 것에 불과한데 제대로 복종할 리가 있겠냐?"
항복하라고 종용했고, 항복하라는 말을 입에 담으라고 압박했다. 아르웬은 치욕을 머금고 강림이 하라는 대로 따랐다.
그걸 강림은 곧이곧대로 믿을 생각이 없었다.
계속 고문을 받아도 자신에게 복수하겠다, 자신을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여자다.
그 여자가 지금 항복했다고 그게 진심으로 항복인 걸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에 불과하다는 걸 뻔히 아는데 멍청하게 그걸 믿을까 보나? 한 번 품은 원한이 십 년, 백 년 이상 가는 걸 아는데 어찌 방심할 수 있겠나?
그러니 강림은 철저하게 갈 작정이었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모조리 다 빼내야지. 그렇게 하고 나서야 진짜 항복했다고 할 수 있지, 안 그래?"
탈리아의 실험실에 가서 아르웬의 육신을 개조한다. 뒤풀이에서 보여준 발작을, 아니 그 발작 이상으로 개조한다. 괴수가 된 탈리아와 자신이 힘을 합친다면 능히 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개조한 다음에 강림은 아르웬을 데리고 앞으로 벌일 전쟁에 데리고 다닐 작정이었다.
'왕녀와 함께 조국이 무너지는 꼴을 잘 봐두렴.'
이제부터 디자이어 제국은 네치아 왕국 잔당 토벌에 나설 예정이다.
공격 목표는 아직 점령당하지 않은 왕국 영토. 그 영토에서 여전히 항복을 거부하는 네치아 왕국 세력을 말살한다. 로세움 왕국과 템플 왕국이 선수를 치기 전에 먼저 먹어버린다. 기껏 결전에서 이겼는데, 빼앗기면 모든 게 다 허사로 돌아갈 테니까.
그래서 지금 이리스, 카르디안, 수아, 카우, 레비 등 수뇌부들을 모아 토벌을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 계획이 완성되면 강림은 바로 공격할 작정이었다.
'보고 제발 미쳐주렴, 알았지?'
왕국이 파멸하고, 파멸한 땅 위에 남은 백성들이 가축으로 착취당하는 걸 보여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오직 복종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걸 머릿속에 제대로 각인시킨다.
생지옥을 보게 해서 복수심을 알아서 버리도록 만든다. 그게 강림의 계획이었다.
‘그래야 널 내 것으로 삼을 수 있으니까.’
물론 그런 걸 본다고 아르웬이 꺾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복수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그래도 강림은 괜찮았다.
어머니와 동생이라는, 천하의 아르웬도 침몰시킬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이 강림에게 있으니까. 정복 이후에도 아르웬의 생각이 변함없다면 강림은 또다시 카르디안 모녀를 사용할 방침이었다.
"확실히, 이 여자는 가시가 많이 나 있죠."
강림의 말에 아트리아는 긍정했다.
"수아보다 엄청 많은데 제대로 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빼낼 수 있어."
강림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다 빼내서 벌거숭이로 만들 거야. 안 되더라고 그리 만들 거야." "안 되면 저한테 맡기세요."
만약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후속 공격을 자신이 맡게 해줄 것을 아트리아는 요청했다.
"혼자서 안 되면 둘이서 같이 하는 것도 좋고요." "잔당 청소가 끝나면 고려해볼게."
혼자 하기 힘들면 조력자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트리아의 요구를 강림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보다 말이야…."
강림은 아트리아를 향해 다가갔다. 바짓가랑이는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너 하고 싶지 않니?"
그렇게 말하며 강림은 아트리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바짓가랑이는 아까보다 더 부풀어 올라 있었다. 너무 커서 남대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하고는 싶습니다만…."
아트리아는 거부하지 않았다.
"괜찮겠습니까? 회의에 늦어질 수도 있을 텐데요?"
연구실도 들려야 하고, 회의에도 참여해야 한다. 근데, 여기서 섹스를 하면 늦지 않을까? 아트리아는 살짝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괜찮아."
강림은 우려의 목소리를 단숨에 일축했다.
“어차피 나 없이도 회의 진행하는데 늦게 가도 상관없어. 어차피 난 도장만 찍으면 그만이야.”
가끔 의견을 내기도 하나,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총사령관 이리스다. 이리스와 수뇌부가 의견을 내면 자신은 그 의견대로 실천하라고 도장을 찍을 뿐. 보통 회의는 그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회의가 어린아이들 장난처럼 뚝딱 끝나는 것도 아니다. 좀 늦게 가도 회의가 끝났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까…."
강림은 한 손으로 바지를 내렸다. 두툼한 고기 기둥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하자. 한발만, 응?" "…네."
아트리아는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호꼭, 호꼬옥, 호꼬오오옥!"
비서의 교성이 방에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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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바탕 싸지르고 나서야 강림은 만족했다. 아트리아의 출산까지 다 하고 나서야 강림은 일정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낳은 아이를 시설에 맡기고 강림은 아트리아와 함께 탈리아가 있는 실험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도둑이 들었다고?"
난데없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