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25 - 225화- 왕녀는 그저 웃습니다(2부 챕터4 끝)
[드디어, 드디어 끝났다.]
아르웬이 쓰러졌다. 주인님을 궁지에 몰아넣은 초거대 괴수가 마침내 쓰러졌다. 주인님은 초거대 괴수가 가진 힘을 빼앗았다. 힘을 빼앗긴 괴수는 남색 단발머리를 가진 여성으로 돌아왔다. 주인님의 품에 안긴 여자는 카르디안의 기함으로 끌려갔다. 지금까지 반항한 자들의 결말을 생각하면 아르웬 역시 그리될 것이다.
그 광경을 한 거인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기사를 연상케 하는 은색 갑주로 무장한 거인이었다. 오른팔은 사라졌고, 전신은 크게 함몰되어 있으나, 거인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기에 거인, 이리스는 마무리 일격을 날릴 수가 있었다.
[이걸로 주인님을 위협하는 자는 전부 없어…윽?]
순간, 이리스가 크게 휘청거렸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아 쓰러지는 걸 면했으나, 몸이 떨리는 건 감출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너무 무리했나?]
당연히 무리했다.
아르웬의 고주파에 오른팔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아르웬이 날린 일격에 전신이 으스러지고 말았다. 이런 상태에서 아르웬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해 이리스는 자신의 검에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과 마기를 집중했고, 자신의 모든 힘을 담은 검을 이리스는 아르웬을 향해 날렸다.
그런 짓을 해버렸으니 당연히 버티기 힘들 수밖에 없다. 수아와 아트리아처럼 이리스 역시 한동안은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을 거다.
그래도 이리스는 기뻤다.
[그래도 왕국은 이제 우리 거니까 괜찮을 거야.]
강림이 원하는 네치아 왕국 정복이 드디어 끝에 도달했으니까. 이리스는 자신의 옆에 있는 철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르디안이 제때 함선을 보내줘서 천만다행이야.'
아르웬에게 일격을 맞고 나가떨어진 이리스에게 철선 한 척이 다가왔다. 카르디안이 보낸 함선이며, 전투 해역에서 이탈한 이리스를 수색하기 위해 급히 파견되었다고 한다.
철선을 지휘하던 함장은 자신의 입을 통해 카르디안의 말을 전달했다.
-아르웬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려주세요.
지금 아르웬을 쓰러뜨리기 위해 다들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주인님을 향한 아르웬의 복수심은 상상을 초월하고, 상상을 초월한 만큼 끈질기다. 동생은 마지막까지 발악할 거다.
그러니 만약 미사일로 공격해도 아르웬이 움직인다면, 총사령관인 당신이 끝내달라. 염치없지만 아르웬을 제압할 수 있게 조력해달라.
이리스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 자신을 날려버린 아르웬에게 복수하고 싶었으니까. 단, 몸이 엉망진창이라 헤엄칠 수 없고, 갈 수 있어도 제시간에 도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그래서 이리스는 검을 던졌다. 양날 검을 아르웬의 목을 향해 투척했다. 빠르게 쇄도한 검은 정확히 아르웬의 목을 꿰뚫었으며, 결국 아르웬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왕국 정복에 가장 방해되는 여자를 주인님을 대신해서 쓰러뜨렸다. 그렇기에, 전신에서 고통을 호소해도 이리스는 너무나 기뻤다. 기뻐서 어쩔 수가 없었다.
'더는 우릴 방해할 자는 없어.'
주인님의 가장 큰 골칫덩어리였던 아르웬을 처단하는 데 성공했다.
아르웬이 이끄는 왕국군 전 병력 역시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제국 함대에 가장 큰 위험 요소였던 트루퍼 무리는 탈리아가 전멸시켰다. 이번 결전에서 큰 변수라고 여겼던 성국의 제12 군단은 페르포네에 의해 전부 잡아먹혔다. 수만 명 이상이 전사했다.
이에 비해 강철 군단의 사상자는 고작 수천 명에 불과했다.
명실상부 디자이어 제국의 압승이었다.
'이렇게 될 줄은 꿈도 꾸지도 못했는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고 이리스는 그리 생각했다.
제아무리 디자이어 제국이 연전연승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왕국의 전력이 분산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일이었다. 한참 내전 중에 침략했기에 제국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왕국이 정신을 차리고 하나가 되었다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게 될 거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물론 주인님이 가진 괴수의 힘이 있으니 전력의 우위는 이쪽에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 괴수화의 촉매제인 흑광을 아르웬이 비밀리에 모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이것이 변수가 될지 모른다고 이리스는 예상했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주인님이 쓰러지셨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쪼개지는 줄 알았는데….’
아르웬이 괴수의 힘을 얻는 데 성공했다. 괴수로 변한 아르웬은 주인님을 쓰러뜨렸다. 주인님의 패배로 제국 수뇌부는 대혼란에 빠졌고, 주인님이 졌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바람에 점령지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네치아 왕국은 모든 병력을 집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해적 국가의 성장을 아니꼽게 보던 성국이 제12 군단을 왕국의 원병으로 파병했으며, 용병 국가 로세움에서도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원병을 파병했다.
내우외환에 빠진 제국에 있어선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리스는 주인님이 깨어나지 못할 것에 대비해 방어전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신들에게도 괴수의 힘이 있으니까. 주인님과 질퍽한 섹스를 통해 얻은 괴수의 힘을 이리스는 얻었다. 다른 동료들도 괴수의 힘을 손에 넣었다. 손에 넣었기에 변신할 수 있게 되었다.
아트리아는 보라색 갑주로 이루어진 괴수가 되었다. 공식 후계자답게 외형은 주인님과 쏙 빼닮았다.
탈리아는 전신이 검은색 촉수로 이루어진 괴수가 되었다.
페르포네는 독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대한 초록뱀이 되었으며,
스텔라는 다소 우스꽝스럽기는 하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하는 거대한 분홍색 박쥐가 되었다.
수아는 선조들의 본래 모습인 거대한 구미호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인님의 스승인 테리스는 자칼 머리를 한 거대한 수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리스는 자신의 이상향을 그대로 반영된 거인 기사가 되었다.
탈리아가 주도했던 괴수화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서 얻지 못할 거라고 여겼으나, 주인님은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자신들에게 신의 힘을 하사해주었다.
탈리아가 실패했던 실험을 주인님은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었던 걸까? 사이트 수녀가 말한 대로 신이기 때문일까? 그 이유에 대해선 이리스도 알지 못하지만,
이 힘 덕분에 전세를 역전시킨 것은 사실이었다.
'앞으로 바빠지겠네.'
이 결전에서 승리했기에 네치아 왕국 멸망에 쐐기를 박을 수 있게 되었다. 패전 소식이 전해지면 왕국 전체는 크게 동요할 테고, 그 틈을 타서 왕국의 남은 영토를 먹어 치우면 된다. 다 먹어 치우면 제국은 한 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될 거다.
물론 여기서 끝나지는 않을 거다.
'성국도, 로세움도, 템플도 어떻게 나올지 봐야만 해.'
제12 군단이 궤멸했으니 당연히 성국은 움직일 거다. 흑광 제조술이 성국에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아르웬과 똑같은 방식으로 제국을 위협할 거다.
로세움 왕국도 자신들이 파견한 원병이 전멸했으니 이를 빌미로 제국과의 전쟁을 선포할지도 모른다. 로세운 왕국의 용병왕은 그러고도 남을 여자니까.
템플 왕국도 마찬가지다. 기사왕이 침묵을 지키고는 있으나, 자기 왕국이 위협받는 상황이 도래했으니 더는 묵인하지 않을 거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큰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리스는 걱정이 전혀 되지 않았다.
'주인님과 함께라면 이길 수 있을 거야.'
자신들을 지켜주는 주인님이 계시니까. 주인님이 계시는데 어찌 불안할 수 있겠는가? 제국의 위기라고 생각했던 이번 싸움도 주인님 덕분에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문제는 없다. 주인님이 있는 한,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거다.
[잘 지켜봤습니까?]
이리스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리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동력실이 있는 가슴 상단 부분.
동력실에는,
[왕녀님?]
-후끅, 후끅, 후끅, 후끄으으윽!
왕녀의 교성이 메아리쳤다.
●●●
'져, 져버렸어….'
이리스의 동력실. 은색 촉수 더미로 이루어진 공간에 한 여성이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은 사지가 촉수에 구속되어 있었다.
구속된 상태로 촉수에게 희롱당하고 있었다.
“후끕, 후끕, 후끕, 후끕!”
폭유급 이상으로 큰 가슴을 촉수가 터트릴 기세로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고 있다. 조일 때마다 커다란 유두에서 새하얀 물줄기가 쏟아졌다. 끊임없이 모유를 쏟아낸 탓에 동력실 바닥은 흰색 바다가 된 지 오래였다.
“우끕, 우끕, 우끕, 우끕!”
여성의 입에도 촉수가 박혀 있었다. 식도까지 침범한 촉수는 끊임없이 들락날락하고 있다. 쉼 없이 움직이는 촉수에는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가고, 여성의 얼굴은 흥분으로 젖어갔다.
“후끅, 후끅, 후끅, 후끄으윽!”
짝 벌어진 가랑이 사이도 두 개의 촉수가 꽂혀 있었다. 하나는 항문에 꽂혀 있고, 다른 하나는 음부에 꽂혀 있다. 꽂힌 채로 앞뒤 운동을 쉼 없이 하고 있다. 질척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애액인지 소변인지 모를 액체가 가랑이 사이에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우끅, 우끅, 우끅, 우끄으으윽!”
이런 식으로 여자는, 제1 왕녀 에일로이는 농락당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절정에 이르며 이리스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이리스가 쓰러지지 않고 마지막 일격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로 왕녀님의 희생 덕분이었다.
그 희생 덕분에 에일로이 왕녀는 왕국이 멸망하는 순간을 보게 되었다.
‘져버렸어, 져버렸어, 져버렸어….’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집결했던 왕국군의 전 병력이 전멸했다.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은 트루퍼 무리도 전멸했다.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원병으로 온 성국의 십자군도 전멸하고 말았다. 그리고,
제국을 무너뜨릴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르웬마저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 왕국에 희망은 없다. 이대로 영토는 해적들에게 삼켜질 거다. 백성들은 노예가 될 것이며, 자신을 포함한 왕족들 역시 악마에게 길러지는 가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절망해야 하는데,
‘에헤헤헤, 져버렸어, 져버렸어, 져버렸어….’
왜 웃음이 멈추지 않는 걸까?
뭐가 좋다고 자신은 웃는 걸까? 이럴 때는 분노해야 하는데, 왜 이러는 걸까? 그 이유는 왕녀는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웃어. 무슨 일이든 웃어넘기라고, 알았지?
망할 구미호 녀석이 저주를 내렸으니까. 무엇이든 웃으면서 넘기라고 저주를 심어서 왕녀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웃고 싶지 않아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에헤헤헤, 우린 이제 어찌 되는 걸까?’
망국의 왕녀가 되어버린 에일로이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웠다.
두려우면서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