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24화 (225/344)

Chapter 224 - 224화- 침몰하는 아르웬

[이게 마지막이다.]

자칼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수인, 테리스는 마지막 남은 대포를 갑판에 실었다.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해 봐. 고장 나면 큰일 나니.]

"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신들을 도와준 테리스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 카르디안은 즉시 옆에 있는 기술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가서 확인해." "아, 알겠습니다."

이 기술자는 헤라에게 붙잡혔던 자였다. 절대로 제국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저항하던 여자였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헤라의 조교를 받았기에 더는 저항할 생각을 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협력자가 되기로 맹세한 그녀는 바로 대포 상태를 확인하러 떠났다.

[갑자기 어디로 가는가 했더니만….]

갑판에 실은 대포를 보며 테리스는 입을 열었다.

[이런 게 다 있었다니.]

지금 테리스가 있는 곳은 4번 섬 해안. 이 해안으로 카르디안이 함대 일부를 끌고 왔다. 수아를 데리고 집결 장소로 향하던 테리스는 갑자기 카르디안이 명령을 어기고 4번 섬으로 가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 생각 없이 함대를 움직일 리 없다고 본 테리스는 즉시 카르디안을 따라갔다.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신병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섬에 이런 게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나, 나도 놀랐어."

창을 지팡이로 삼은 채 서 있는 갈색 머리 구미호, 수아도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아르웬에게 머리가 박살이 나버린 그녀는 이곳으로 옮겨졌다. 간신히 인간 형태로 돌아왔으나, 괴수로서 싸운 여파는 남아 있었다. 한동안은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너무나 컸다.

눈앞에 있는 대포, 정확히는 대포에 꽂혀 있는 무기를 보며 수아는 말을 이어갔다.

"이거 수도에서 봤었는데…."

[수도에 이런 게 있었냐?]

"응, 다만 작았어."

네치아 왕국 수도를 침공했을 때, 당시 왕국군은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마탑으로부터 새로운 병기를 받았다.

통나무처럼 길쭉하고, 끝은 삼각형으로 깎여 있는 모습의 병기였다. 단순한 막대기인 줄 알았으나, 이를 맞상대해본 이리스의 말에 의하면 방패에 닿자마자 바로 터졌다고 한다.

나중에 수도 정복을 끝낸 이후 남은 병기는 전부 여우섬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강림은 이걸 보고는,

"주인님의 말에 의하면 이게 미사일이래."

현대에 있어야 할 무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해서 마탑이 현대 무기를 만들어낸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미사일?]

"주인님의 말에 의하면 그게 정식 명칭이라고 해."

[그러냐?]

"왜 그게 명칭인지 안 알려줬지만."

[으음….]

"왜,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아니, 아무것도.]

말은 그렇게 했으나, 테리스는 살짝 궁금했다.

'이것도 그 녀석이 살던 세상에 나오던 무기인가?'

지금 그리드는 그리드가 아니다. 죽은 그리드의 몸에 다른 세상의 영혼이 정착했다. 즉, 타인이다. 테리스는 단박에 그걸 알아차렸고, 이후 아트리아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강림이 신병기를 미사일이라고 부르며 놀랐다는 것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놀랐다는 건 그만큼 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려주는 증거니까.

'이런 게 대량으로 있다면….'

강림이 주장하는 세계 정복에 박차를 가할지도 모른다. 만약 괴수를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 무기가 대타가 되어주지 않을까? 테리스는 그리 생각했다.

[근데, 이게 통할까?]

함선 하나당 대포 하나씩. 대포 하나에 미사일이 하나씩 장전되었다.

준비된 미사일은 4발. 그 4발을 발사하기 위해 함대 4척이 동원되었다.

그리고 각 함선에는 수뇌부들이 있었다. 두세 명씩 조를 짜서 함선을 운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마탑 녀석들, 우리랑 싸우려고 작정했구나." "당연하다고 봐야지. 주인님이 선전포고한 곳에는 마탑도 포함되어 있는데."

들소족 수장 카우와 토끼족 수장 레비가 한 조가 되어 함선에 타고 있었다.

"나중에 마탑 기술자들을 납치하라는 명령 내리지 않을까?" "그러고도 남을 거야. 이런 걸 보고 주인님이 그냥 방치할 리 없으니."

악어족 수장 크로커와 거북이족 수장의 손녀 테가가 한 조가 되어 함선에 타고 있었다.

"후후, 아들이 이걸 보면 진짜 놀라겠지?" "당연하죠, 주인님은 이런 거 엄청 좋아하실걸요?" "어쩌면 온종일 씨앗을 받을 기회를 줄지도 몰라."

그리드의 새어머니인 헤라와 그녀의 두 딸인 유노와 무트가 한 조가 되어 함선에 타고 있었다.

그리고, 수아와 카르디안,

"여기서 뭐 해?"

아트리아가 한 조가 되었다. 갑판에 나온 아트리아가 수아를 불렀다.

"아프면 안에 들어와서 쉬어. 괜히 사람 걱정하게 만들지 말고." "아니, 미사일이 이렇게 큰 게 다 있나 싶어서…." "음, 확실히…."

대포에 장착된 미사일을 보며 아트리안은 턱을 쓰다듬었다.

"여우섬에서 봤던 것 이상이네."

수도에서 가져온 미사일보다 수십 배 이상 컸다. 당연히 폭발력도 그 이상일 터. 고작 4발에 불과하나, 하나만 맞아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거다. 만약 이 무기가 정상적으로 쓰였다면 왕국군과의 결전에서 큰 차질을 빚게 되었을 거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에 아트리아는 크게 안도했다.

[그나저나, 제독은 괜찮은 거 맞아?]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테리스는 물었다.

[자기 동생과 싸우는 건데….]

아무리 그리드에게 충성을 맹세한 노예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가족이다. 테리스조차 혈족과 싸우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데 카르디안도 다르다고 볼 수 있을까? 괜히 나섰다가 상처만 입을지도 모른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그 의문에 카르디안 본인이 대답했다. 각 함선에 실은 대포 상태를 다 확인하고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이미 저는 가족을 바치기로 맹세했거든요."

[진짜로?]

"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왜 어머니를 주인님께 바쳤겠나요?"

이미 자신은 맹세했다.

주인님에게 충성하기로. 충성의 증거로 가족을 바치기로. 가족을 살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 노예가 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니 동생과 싸운다고 해도 발사 버튼을 누르는 걸 카르디안은 주저할 생각이 없었다.

주인님을 위한 가축이 되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일이 잘못되면 그 사람이 마무리를 지어줄 겁니다."

[그 사람?]

"간신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실패하면 그때 나서줄 겁니다."

[누군데?]

"당연히…."

이후 준비를 마친 4척 함대와 테리스는 전투 해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

[어, 언니이이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카르디안은 미사일을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목표는 아르웬의 머리. 자신의 기함을 포함해 4척 모두 발사 준비를 끝마치자 카르디안은 즉시 쏘라고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대포가 발포했고, 대포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카드리안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4발 모두 아르웬의 턱에 적중했다.

결국, 언니가 날린 미사일로 인해 아르웬은 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턱을 잃어버린 상태임에도 그녀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자신을 공격한 거야? 자신은 언니를 위해 싸우고 있는데. 언니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죽은 아버지를 위해 이 개새끼를 죽이려는 것뿐인데. 어째서 자신을 공격하는 거야? 어째서 하나뿐인 동생을 향해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거야?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어어어어!]

분노와 배신으로 섞인 포효를 내지르며 아르웬은 카르디안을 향해 돌진했다.

[이 망할 년아. 당장 멈춰!]

아르웬에게 붙들고 있던 강림은 즉시 하울링을 연거푸 쏟아냈다. 살점들이 사방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으나, 아르웬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결국, 하반신이 떨어져 나갔으나, 아르웬은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이, 이런 미친….]

페르포네에 의해 독에 중독되었다. 그래서 몸이 녹아내리고 있으며,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진흙 괴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탈리아가 기생했기에 전신이 촉수에 감겨 있다. 미사일까지 맞아 더는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도 아르웬은 멈추지 않았다. 탈리아가 촉수로 억세게 조여도 전혀 멈추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아르웬의 끈질김에 강림은 물론이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멈춰라!]

카르디안 일행과 같이 온 테리스가 아르웬 앞을 막아섰다. 즉시 도약해 아르웬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윗부분이 잘려 나갔다.

[비켜어어어어!]

[윽?]

잘려 나갔음에도 아르웬은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테리스를 들이받았다. 부딪친 테리스는 옆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젠장, 멈춰, 멈추라고!]

강림이 아르웬을 멈춰 세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두 손으로 잡아당기고, 하울링을 쉬질 않고 퍼부었다.

하지만,

[이, 이런!]

강림이 먼저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두 손에는 붙들고 있었던 검은색 살점들만 남아 있었다.

[언니이이이이이!]

기어이 아르웬은 카르디안 앞에 섰다.

"아르웬…."

괴수가 코앞에 있어도 카르디안은 겁먹지 않았다. 다들 경악한 상황임에도 그녀만은 침착했다.

흉한 몰골이 되어버린 동생을 보며 카르디안은 말했다.

"이제 끝내자."

[그래, 끝내줄게. 돌아오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내가!]

"아니…."

카르디안은 왼손 검지를 들고 아르웬을 가리켰다.

"우리가 아니라 너 말이야."

[왜, 여기서 목숨 구걸이라고 하….]

-푹!

무언가 박히는 소리와 함께 아르웬의 말은 중도에 끊겼다.

[…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목에 뭐가 박힌 거지? 아르웬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검?]

거대한 양날 검이었다.

대체 어디서 이 검이 날아온 거지? 왜 갑자기 날아와서 자신을 방해하는 거지?

아르웬은 그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너무 무리한 탓에 끝내 한계가 찾아오고 말았다. 몸을 휘청거리던 아르웬은,

[드디어 죽일 수 있게 되었는데 왜 이렇게….]

침몰했다. 침몰하면서 생긴 파도에 함선들이 크게 흔들거렸다.

"좋은 타이밍이야, 이리스 사령관."

자신의 지시에 따라 마지막 공격을 날린 총사령관을 향해 카르디안은 크게 감사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