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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22화 (223/344)

Chapter 222 - 222화- 이대로 배드 엔딩?

[수아!]

강림은 바로 달려갔다. 아르웬이 주먹을 휘둘렀으나, 느려터진 주먹 따윈 강림에겐 방해물조차 되지 않았다. 쏜살같이 현장에 도착한 강림은 수아를 안고 저 멀리 안전한 곳으로 떨어졌다.

[주, 주인님….]

뭉개진 여우의 머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앞이 보이질 않아. 머리가 자, 잡힌 것까진 기억나는데….]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괴수로 변하면 생존율은 극한으로 상승한다. 팔다리가 잘려 나가도, 내장을 쏟아내도, 머리가 터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걸 알고 있다고는 해도 자신의 여자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걸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이 꼴이 되었는데 안심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강림은 급히 달려왔고, 수아가 아직 숨을 쉬고 있음을 알게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함대에 데려갈게.]

강림 곁에 자칼 머리를 한 거대한 수인이 착륙했다. 그리드의 스승인 테리스다. 도착하자마자 사태를 확인한 테리스는 자신이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을 꺼냈다.

[어차피 아르웬이 널 노리고 있으니 벗어날 수도 없잖아?]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수아를 테리스에게 넘기려는 순간이었다.

[너였구나!]

아르웬의 노성에 테리스와 강림은 깜짝 놀랐다. 아르웬 주위를 비행하고 있는 스텔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의 시선은 아르웬에게 향했고,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니만, 네놈 때문이었구나!]

초록색 비늘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이 아르웬에게 목이 잡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네놈 때문이었어. 네놈 때문에! 내가 몰렸던 거야!]

[으으….]

목을 틀어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우드득,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내렸다. 이 뱀의 정체가 누구인지 강림은 물론이요, 남은 두 사람도 잘 알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페르포네였나.]

성국의 제12 군단을 궤멸시키라고 파견한 독사 페르포네다. 이상하게도 모습은 보이지 않은데, 기운은 매우 가까운 곳에서 느껴졌다. 대체 뭘 하고 있길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지 궁금했었는데, 설마 아르웬 근처에 있었을 줄이야. 이런 건 강림도 예상하지 못했다.

[뒤에서 우릴 지원해주는 게 저 사람이었나 보네.]

테리스 역시 예상하지 못했는지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당연히 스텔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거대화를 한 아르웬이 이상하리만큼 약해져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전부 독사 덕분이었음을 드디어 알게 되었다.

[하, 하, 하…이제야 눈치를 채다니. 참 대단하네.]

당장이라도 목이 꺾일 위기의 순간임에도 페르포네는 아르웬을 조롱했다.

[진작에 눈치챘더라면 꼬리를 물고 있던 날 노렸어야지, 바보 아냐?]

페르포네는 정면에 나서지 않았다.

원래는 그녀도 정면에 나설 생각이었다. 강림 일행과 같이 싸울 생각이었다. 12군단을 포식해 힘이 넘쳐나는 독사까지 참전하면 제아무리 덩치가 태산처럼 커진 아르웬이라도 한 방에 녹아내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는 도중에 페르포네는 계획을 변경했다.

'무사히 들어갔겠지?'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설마 가는 도중에 만날 줄은 페르포네는 예상하지 못했다. 파도에 떠밀려서 온 것 같은데, 설마 그 상태로 생존했을 줄은 몰랐다.

그 여자는 아르웬을 쓰러뜨릴 비책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드가 스승과의 대련을 통해 강해졌다고는 하나, 덩치에서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르웬이 이점을 이용해 그리드를 압도한다면 아무리 전투력이 향상되었어도 다 무의미하다.

그러니 녀석을 약화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든 약하게 만들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약하게 만든 틈을 타서 폭탄을 터트리면 이길 수 있다. 이를 위한 비책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자는 말했다. 그 비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페르포네의 힘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페르포네는 그 비책에 따라 움직였다.

'부디 성공하길 빈다.'

페르포네는 간절히 빌었다.

'그래야 이 개고생한 보람이 있으니까.'

몰래 잠수해서 아르웬에게 접근했다. 꼬리를 물어 독을 주입했다. 덕분에 아르웬을 약화하는 데 성공했고, 그녀를 내부에 집어넣는 데도 성공했다. 비록 잡히고 말았으나, 임무는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더벅머리 여자가 제대로 폭탄을 터트리길 기원할 뿐. 목을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된 페르포네는 눈을 감았다.

이대로 목이 꺾인다고 생각했으나,

'…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르웬은 유심히 페르포네를 지켜볼 뿐이었다.

잠시 뒤, 아르웬은 입을 열었다.

[그냥 먹어야겠다.]

[뭐?]

[네놈의 힘은 내가 가져가마.]

약화의 원흉을 찾아냈으나, 너무나 큰 타격을 입었다. 이대로는 그리드 새끼에게 당하고 말 거다.

그렇다면, 이 뱀을 먹는 게 좋지 않을까? 괴수를 먹어서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힘을 흡수한 그리드 녀석처럼 말이다.

아르웬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입을 벌리고 페르포네의 머리를 물었다.

[야, 멈춰!]

이를 본 강림이 즉시 달려들었다. 스텔라도 이를 막으려고 돌진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우드드득!

아르웬은 독사의 머리를 뜯어냈고, 삼켰다. 이어서 남은 몸통도 삼켜버렸다. 순식간에 페르포네를 먹어 치운 아르웬은,

-끼에에에에에엑!

크게 포효했다. 포효와 동시에 전신에서 검은색 마기가 넘쳐 흘렸다. 그와 동시에,

절단되었던 팔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이런….]

다시 회복되어가는 아르웬의 모습에 강림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

[스승님은 수아를 데리고 어서 가세요.]

강림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

[알았다. 금방 오지.]

그 말을 남기고 테리스는 수아를 데리고 현장에서 이탈했다.

[드디어 이긴다고 생각했는데….]

테리스와 수아의 활약으로 6개의 팔 중 2개를 절단하는 데 성공했다. 스텔라의 활약으로 오른쪽 눈깔까지 뽑아낼 수 있었다. 여기에 뒤에서 공작하던 페르포네 덕분에 겨우 승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랬는데, 이게 뭔가? 페르포네가 먹히자마자 원상태로 복구하다니. 잘린 팔들은 재생되고, 오른쪽 눈은 다시 생겼으며, 줄어든 덩치는 다시 커졌다. 아니, 처음 봤을 때보다 더 강해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다 허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강림은 아니었다.

[스텔라, 아까처럼 공격해, 알았지?]

[네!]

여기서 배드 엔딩을 맞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하울링을 연발탄처럼 쏘아대며 강림은 돌진했다. 스텔라는 아르웬의 머리 위쪽으로 날아간 뒤, 초음파를 쉴새 없이 퍼부었다. 두 괴물의 온 힘을 다한 공격에 아르웬은 살짝 몸이 기우뚱거렸다.

강림은 이틈을 놓치지 않고 아르웬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가까이 접근하는 데 성공한 강림은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대로 꿰뚫어주마!'

이판사판이다. 무리해서라도 힘을 추출한다. 삼켜진 페르포네와 새로운 가축들을 꺼내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다. 움켜쥔 손에 힘을 집중시킨 강림은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카아앙!

주먹은 안으로 파고들지 못했다. 쇠붙이에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가고 말았다.

'뭐?'

강림은 뒤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 무슨….'

[왜, 놀랐냐?]

경악하는 강림을 향해 아르웬은 조소했다.

[네놈이 내 배 딱지를 뚫을 거라는 거 다 예상했거든?]

한 번 당했는데 두 번 당할 것 같으냐. 힘을 흡수당한 적이 있는 아르웬은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뱃가죽을 강화했다. 손에 넣은 어마어마한 마기로 전신을 검은색 철갑으로 뒤덮였다. 강림의 주먹이 통하지 않은 건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는 좀 맞자.]

마기가 흘러넘치기에 이런 짓도 할 수 있었다.

[…!]

스텔라를 향해 거대한 두 팔이 뻗어온다. 그것도 팔을 뻗어도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돌파해서. 팔이 한계 이상으로 뻗어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스텔라는 크게 경악했다.

당장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고 했으나,

[잡았다!]

[윽!]

아르웬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스텔라의 한쪽 날개와 몸통을 붙잡은 아르웬은,

-우찌직!

[아아아악!]

스텔라의 날개를 뜯어버렸다. 뜯겨나간 부위에서 검은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비명을 지르는 스텔라를 아르웬은 저 멀리 던져버렸다.

날개를 잃은 박쥐는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스텔라!]

[남 걱정할 때인가?]

[…!]

이어 아르웬은 강림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피할 길이 없었기에 강림은 즉시 양팔을 교차했다.

묵직한 충격음과 함께 강림은 하늘 높이 올라갔고,

교차했던 두 팔이 몸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이, 이런!]

[끝이다!]

공중에 떠 있는 강림을 향해 아르웬은 고주파를 발사했다. 피할 새도 없이 강림은 고주파를 정면으로 맞고 말았다.

[으으으….]

강림은 추락했다. 수면에 떨어지자 거대한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간신히 의식을 잃지 않았기에 몸을 일으킬 수 있었으나,

고주파를 맞은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내장을 쏟아내지 않은 게 기적일 정도로 전신에 금이 가 있었다. 곳곳에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색 피가 쏟아졌다.

그런 강림을 보며 아르웬은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하! 결국은 그 꼴이 되었구나. 이 악마 새끼가!]

실로 통쾌하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죽은 아버님이 이곳에 계셨다면 꼴 좋다고 웃었을 거다. 그토록 죽이고 싶었던 원수를 드디어 없앨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아르웬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어때, 어때? 네가 이룬 게 다 잃어버리는 소감은?]

[….]

[왜,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니? 걱정하지 마. 쉽게 보내주진 않을 테니까!]

아버지 보고 있으세요. 제가 이 망할 녀석에게 지옥을 선사하겠나이다! 아르웬은 강림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고 했다.

[…어?]

분명 뻗었다. 뻗었는데 왜 느낌이 없는 거지? 뻗은 팔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당장 잡아서 저 망할 새끼의 사지를 조금씩 뜯어야 하는데 어디로 갔지? 그리고 왜 이렇게 몸이 가벼운 거지? 위화감을 느낀 아르웬은 몸을 살폈다.

그리고 보았다.

[…에?]

멀쩡하게 돌아왔던 아르웬의 팔들이 썩은 열매처럼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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