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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21화 (222/344)

Chapter 221 - 221화- 아르웬은 위화감을 느낍니다

'내 몸, 왜 이러지?'

아르웬은 의구심이 들었다.

'왜 이렇게 숨 쉬는 게 힘들지?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 아르웬은 원수인 그리드와 그리드의 부하 년들과 싸우고 있다. 그리드와 부하 년들은 괴수로 변한 상태이며, 이를 상대하기 위해 아르웬 역시 괴수가 되었다.

괴수가 되는 것 말고는 이 망할 자식들을 쓰러뜨릴 수단이 없으니까. 이들을 압도하기 위해 아르웬은 교황이 보내준 흑광을 다량 복용했고, 아르웬은 '초거대화'라는 힘을 손에 넣었다. 본래는 그리드처럼 괴수 군단을 만들어 상대할 계획이었으나, 실험이 대실패로 끝나자 결국 자기 자신이 흑광을 다 복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실패로 돌아갈지도 못할 시도를 아르웬은 악착같이 견뎌서 성공했다.

성공하면서 얻은 힘으로 아르웬은 그리드 일당을 몰아붙였다. 체급 차이부터 하늘과 땅 사이였기에 제아무리 그리드 일당이 날뛴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 덩치가 크고, 엄청 빠르다는 이점을 살려 아르웬은 그들을 몰아붙였어야 했다.

그랬어야 하는데, 아르웬은 밀리고 있다.

[계속 밀어붙여. 생각할 틈조차 줘선 안 돼!]

자신의 얼굴에 돌려차기를 날리는 검은색 괴수, 그리드를 잡아먹으려고 덥석 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빨만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뿐, 살은 씹히지도 않았다. 그리드는 진작에 밑으로 도망친 지 오래였다.

[잠시, 실례.]

반달처럼 생기 외날이 달린 창을 쥔 수인이 접근했다. 고대 이집트 사제복을 입은 이 거대한 자칼 수인의 정체는 테리스. 그리드의 옛 스승인 그녀는 창을 휘둘러 아르웬의 등짝을 크게 베었다. 아르웬은 잡으려고 손을 뻗었으나, 테리스가 먼저 도망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제발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우리 땅 좀 먹자고!]

꼬리를 열심히 움직이며 푸른 화염 세례를 날리는 거대한 구미호가 있다. 갈색 털로 이루어진 이 구미호의 정체는 수아. 구미호족 수장이 날리는 창염의 비가 아르웬을 덮쳤다.

-끼에에에에엑!

아르웬은 입을 벌리고 고주파를 날렸다. 어마어마한 음파가 수면을 가르며 정면으로 나아갔다. 날아오는 화염탄도 전부 다 흩날렸다. 이대로 수아를 강타할 뻔했으나,

닿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하아, 하아, 하아…아흐으으윽?]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 그 순간, 초음파가 아르웬의 머리를 강타했다. 또다시 머릿속이 진동하고, 그 진동에 아르웬은 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아르웬을 향해 거대한 박쥐 괴물이 수직 낙하했다. 낙하함과 동시에 박쥐는 공중제비를 돌았다.

돔과 동시에 검은색 핏방울이 공중에 흩날렸다.

[아아아아악!]

앞이 보이질 않는다. 오른쪽이 보이질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왜 눈을 뜨고 있는데도 보이질 않는 거지? 아니, 왜 눈을 떴는데도 불에 덴 것처럼 아프지? 왜 오른쪽 눈이 텅 비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거지?

[하아, 하아, 하아…망할.]

간신히 진정한 아르웬은 자신이 어떠한 상태에 놓였는지 알 수 있었다.

'눈깔이 뽑히다니. 제기랄.'

오른쪽 눈을 잃었다. 잃었기에 고통스러웠던 거다. 안구가 뽑힌 부위에선 혈관이 뺨을 타고 나와 있었으며, 검은색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그리고 뽑힌 눈은,

거대한 박쥐 괴물의 발톱에 박혀 있었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거대한 박쥐 괴물의 정체는 암살단 대장 스텔라다. 그녀는 초음파를 날려 적을 무력한 다음에 공격하는 방식으로 아르웬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르웬도 스텔라가 어떻게 나오는지 잘 알고 있었으나, 너무 빨라서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다.

몸이 엄청 무거워졌는데 어찌 대응할 수 있겠나?

'이상해. 정말 이상하다고.'

거대화를 했으면 그만큼 빨라야 하는 거 아닌가? 빨랐기에 선전할 수 있었는데 왜 이러는 건가? 거북이처럼 서서히 느려지는 게 정상인가?

아니, 이건 정상이 아니다. 정상이었다면 바닷속에서 촉수 괴물을 어찌 박살을 내고, 기사처럼 생긴 거인을 어찌 날려버릴 수 있었으며, 촐랑촐랑 뛰어다니는 보라색 괴물을 어찌 잡아낼 수 있었을까?

빨랐던 몸이 느려지기 시작한 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상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꼬리에도 더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졌다. 그리드 일행과 난전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쓰질 못했기에 아르웬은 뒤늦게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꼬리를 움직여보려 해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멀쩡했던 꼬리가 갑자기 마비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어쩌면 활동 시간이 다 되었기에 그럴 수도 있으나,

'아니야, 그건 아닐 거야.'

아르웬은 부정했다.

‘먹었는데 제한이 있을 리가.’

괴수는 활동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몸속에 있는 동력실에 제물을 넣지 않으면 얼마 못 가 몸이 굳어진다. 처음 변신했을 때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아르웬은 설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말을 전하는 설화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아무튼 사실이라고 말했다.

괴물을 움직이는 건 성욕이며, 그 성욕을 실시간으로 풀어야 움직일 수 있다. 성욕을 풀기 위해선 제물이 필요하며, 제물로는 여자가 적당하다.

그래서 아르웬은 먹었다.

-우끕, 우끕, 우끕, 우끕, 우끄으으윽!

자신이 부관으로 삼았던 여성을 삼켰다. 삼켜진 부관은 동력실에 갇혔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남보라색 촉수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후끅, 후끄으, 후끄으으윽!

촉수가 터트릴 기세로 부관의 풍만한 가슴을 쥐어 짜낸다. 부관의 가랑이 사이로 두 개의 굵은 촉수가 인정사정없이 안으로 비집고 들어오고, 인정사정없이 쑤셔댄다. 쑤실 때마다 체액이 하염없이 바닥에 뚝뚝 흘러내렸다.

-우끕, 우끕, 우끕, 우끄으으읍!

입도 가랑이와 똑같이 인정사정없이 범한다. 식도까지 도달한 촉수는 먹이를 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마구 쑤셔댔다. 부관이 힘들다고 고개를 저어도 촉수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범하는 걸 아르웬은 느낄 수 있었다.

부관이 절정에 이를 때마다 힘이 회복되는 것을 아르웬은 느낄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성욕이 해결되고 있기에 아르웬은 움직일 수 있었다.

이렇게 동력실이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몸이 둔해질 이유가 있을까?

'혹시….'

아르웬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다른 녀석이 온 거 아니야?'

현재 그리드 녀석이 보유하고 있는 괴수는 다음과 같다.

1. 검은색 괴수(그리드) 2. 보라색 괴수(아트리아) 3. 갈색 구미호(수아) 4. 분홍색 박쥐(스텔라) 5. 촉수 괴물(탈리아) 6. 기사 거인(이리스) 7. 자칼 수인(테리스)

그리고,

'뱀 녀석은 어디로 갔지?'

거대한 초록색 뱀. 녀석까지 합하면 총 여덟 마리다. 이 중 3마리는 아르웬이 쓰러뜨렸고, 이곳에는 네 마리가 있다.

마지막 한 마리인 뱀은 어디로 갔을까? 뱀이 12군단을 궤멸시켰다는 소식을 아르웬도 들었다. 그 이후 뱀이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밑에 그 뱀이 있는 거 아닐까?

갑자기 왼팔이 뒤로 확 당겨진 건 그때였다.

[윽?]

세 개의 왼쪽 팔 중 가장 위쪽에 있는 것이 뒤로 잡아당겨지고 있다. 아르웬은 즉시 고개를 돌렸고,

[지금이야!]

가죽끈처럼 생긴 아홉 개의 꼬리로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검은색 괴수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검은색 괴수, 그리드는 외쳤다.

[어서 날려, 수아!]

[알았어!]

그 순간, 아르웬은 어마어마한 열기를 느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그녀는,

[이런!]

엄청나게 큰 푸른 화염 구슬이 닥쳐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발사한 장본인은 말 안 해도 비디오다. 화염 구슬이 아르웬의 팔과 충돌하기 직전에 강림은 즉시 구속을 풀고 물러났으며,

-화르르르륵!

화염 구슬에 직통에 맞은 왼팔은 새까맣게 타들었다. 타들어 버린 팔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절단된 면도 타버려서 검은색 피조차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아르웬은 이로써 두 번째 팔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남은 팔은 이제 4개다.

'젠장, 한 눈판 사이에 이 꼴이라니….'

정말 꼴불견이다. 거대화를 한 주제에 이렇게 당하고만 있다니. 복수를 원한다는 주제에 이렇게 당해버리고 있는 자기 자신이 아르웬은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당연히 자기혐오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이대로 더 몰아붙여! 녀석도 이제 곧 있으면 끝이야!]

다시 맹공격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리드 일당의 집단 공격에 아르웬은 또다시 얻어터지기 시작했다. 음파에 살점이 떨어지고, 창날에 베이고, 불꽃 세례에 몸이 타들어 가고, 초음파에 몸이 휘청거린다.

'이, 이대로….'

아르웬은 입을 크게 벌렸다. 고주파를 쏘기 위한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를 본 그리드 일당은 머리를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얼굴이 찢겨나가지만, 아르웬은 끝까지 버텼다.

'당할 것 같냐!'

자신은 원수를 갚기 위해서 온 거지, 당하기 위해서 온 게 아니란 말이다! 아르웬은 크게 포효하며 수면에다 머리를 박았다. 박음과 동시에,

-쿠가가가가가강!

시야를 대 메워버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물보라가 일어났다.

[이런, 다들 피해!]

강림의 지시에 따라 스텔라, 테리스, 수아는 흩어졌다. 물보라가 어마어마하게 일어났기에 앞에 뭐가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잡았다!]

[어?]

물보라를 뚫고 거대한 손이 자신의 머리를 붙잡힐 줄은 수아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르웬은 이때를 노리고 있었다.

[너부터 죽여주자.]

가장 방해되는 건 구미호다. 하도 불꽃 세례를 날려서 다른 놈들에게 신경을 쓸 수가 없다. 이 녀석을 쓰러뜨린다면 포병을 잃은 그리드 녀석은 궁지에 몰릴 거다.

그럴 목적으로 아르웬은 이판사판으로 물보라를 일으켰고, 시야를 차단한 틈을 타 수아를 잡아냈다.

[누, 누가 죽을 줄 알고?]

수아는 꼬리를 들어 올렸다. 들어 올린 아홉 개의 꼬리 끝에 푸른 화염이 맺혔다. 즉시 아르웬의 팔에 날리려는 그 순간,

아르웬은 손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꽈드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 살이 뭉개지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아홉 개의 꼬리 끝에 맺힌 푸른 화염은 사라지고, 꼬리도 축 늘어졌다.

수아의 머리통을 부순 아르웬은 그녀를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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