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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19화 (220/344)

Chapter 219 - 219화- 괴수 군단 집결

[허억, 허억…젠장.]

간신히 살아남은 강림은 숨을 헐떡거렸다. 전신은 바닷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시, 십년감수했네.]

강림에게 크게 한 방 먹은 아르웬은 발악했다. 6개의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강림을 내쫓고, 고주파를 조준하지 않고 아무 방향에다 마구 쏘아댔다. 만약 강림이 바닷속 깊숙이 잠수하지 않았다면 무자비하게 쏘아대는 아르웬의 고주파에 맞고 말았을 거다.

더는 하늘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강림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이대로 강림은 다시 반격할 작정이었으나,

[멀쩡…하지는 없네.]

몸 곳곳에 균열이 생긴 걸 강림은 확인했다.

[젠장. 다 피한 줄 알았는데. 어디 스쳤나?]

아르웬이 고주파를 난사했을 때.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고주파를 피하느라 강림은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든 다 피하고 잠수에 성공했다고 여겼는데, 수면 위로 올라와서 확인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검은색 갑주 곳곳에 균열이 생겨 있었고, 갈라진 틈 사이로 검은색 피가 새어 나왔다.

그나마 아르웬이 약체화되어서 망정이지, 완전체였다면 스친 것만으로도 강림은 가루가 되었을 거다.

[으으으….]

강림 정면에 바로 서 있는 초거대 쥐가오리 괴수, 아르웬은 괴로운 듯이 신음을 흘렸다. 이상하게도 거대한 괴물에 생기가 없어 보였다.

'머, 머리가 어지러워.'

조금 전에 강림에게 당했던 탓일까? 아르웬은 정신이 혼미했다. 단순히 목을 집중적으로 가격당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자신의 복부에 강림이 손을 찔러넣었을 때. 찔러넣은 상태에서 힘을 빼앗긴 이후부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괴수의 힘 일부를 빼앗긴 것에 그쳤으나, 그 효과는 컸다. 당장….

'녀석이 아까보다 커 보이네.'

내려다보고 있는 검은색 괴물의 크기가 전보다 커 보였다. 커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르웬의 덩치가 줄어든 것이다.

만약 강림이 계속 힘을 추출했다면 아르웬은 기껏 얻은 '초거대화'라는 무기를 상실하고 말았을 거다.

'소,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그런데 고작 힘을 빼앗겼다고 이렇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가나?

[왜, 힘들어 죽을 것 같냐?]

아르웬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강림은 도발을 시도했다.

[죽을 것 같으면 안아줄게. 너희 어머니도 언니도 다들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우, 웃기지 마!]

아르웬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안길까 보냐. 다신 못하게 잘라버릴 거다!]

[와우, 정말 무섭네. 잘리면 나 고자 되는데….]

그런 말을 하면서도 강림은 실실 쪼갰다.

[근데, 어쩌나. 나한테 엄청나게 깨졌는데 할 수 있으려나?]

[허세 좀 작작 해.]

아르웬은 지적했다.

[네 몸도 정상이 아니라는 거 이 눈으로 똑똑히 다 봤거든!]

[….]

그 말에 반박할 수 없는지 강림은 침묵했다. 입 다물게 한 것에 아르웬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머리는 어지러웠다.

'어, 어서 끝내야 해.'

고작 힘 일부를 잃은 것에 불과한데 이 정도의 후유증이라니.

아니, 정말로 힘 일부를 빼앗긴 게 맞을까? 혹시 그 이상으로 빼앗은 거 아닐까? 그래서 머리가 아픈 거 아닐까? 이상하게도 꼬리에도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이 두 가지 현상이 같은 원인 때문임을, 그 원인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아르웬은 몰랐다.

자신 근처에 기다란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어, 어서 끝내야 해.'

깨닫지 못했지만, 이대로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것을 아르웬은 잘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끌다간 패배는 확정이다.

그토록 원하던 복수도 끝나게 된다.

'어서 원수를 갚아야 해.'

그걸 위해서 아르웬은 지금까지 달려왔다. 오직 복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인간임을 포기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아군의 희생조차 감수하기로 마음먹었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단과 방도를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니 반드시 달성할 거다. 그 앞을 가로막는 게 설령 가족이라 해도 반드시 실행할 거다.

눈앞의 악마는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하는 존재니까!

-키에에에엑!

괴수가 포효한다. 포효하면서 여섯 개의 팔을 강림을 향해 휘둘렀다.

갑자기 아르웬이 푸른 화염에 휩싸인 건 그때였다.

[아아아아악!]

어디선가 날아온 푸른 불꽃탄에 맞은 아르웬은 전신이 불타올랐다. 비명을 질러대는 아르웬은 즉시 잠수했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허억, 허억, 허억….]

산채로 타들어 가는 참사에서 벗어났으나, 신체 곳곳에 새까맣게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위기에서 벗어난 아르웬은 정면을 응시했다.

[내가 너무 늦었나?]

거대한 구미호다. 갈색 털로 뒤덮인 거대한 구미호가 강림 곁에 서 있었다. 아홉 개의 꼬리 끝에는 푸른 화염 구슬이 달려 있었다.

구미호족 수장 수아다. 아르웬에게 푸른 화염 구슬을 날린 장본인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

[아니, 딱 좋은 타이밍이었어.]

강림은 수아를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했다.

[두 명 늘어난다고 될 것 같냐!]

수가 늘어난다고 달라질 건 없다! 아르웬은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갑자기 위에서 음파 공격이 아르웬을 덮친 건 그때였다.

[끄아아아악!]

두개골을 뚫고 뇌 속을 후벼파는 음파 공격에 아르웬은 크게 괴로워했다. 너무 괴로운 바람에 경계가 느슨해졌고,

-끼에에에에엑!

하늘 위에서 낙하하는 거대한 분홍 박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으아아악!]

공중에서 수직 낙하한 박쥐와 충돌했다. 박쥐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상태로 아르웬과 충돌했으며, 아르웬의 머리에 지워지지 않은 흉터를 새겨졌다. 박쥐는 강림 곁으로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발톱에 아르웬의 살점이 묻었다. 아르웬의 머리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괜찮으십니까, 주인님?]

분홍색 박쥐 괴물, 스텔라는 강림의 안부부터 챙겼다.

[난 괜찮아. 그보다 페르포네는? 녀석은 아직 안 왔어?]

[네, 저희도 보지 못했습니다.]

강림의 물음에 스텔라는 송구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디에서 뭐 하는 거람?]

수아도 스텔라도 도착했다면 페르포네도 와야 할 터.

근데 오질 않았다고? 분명 근처에서 기운이 느껴졌는데. 어디 숨어 있는 건가 강림은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나오질 않았다.

[찾을까요?]

[아니.]

스텔라의 제안에 강림은 거절했다.

[지금은 아르웬을 상대하는 게 급선무야. 페르포네는 나중에 찾자고.]

뭐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 근처에 있다면 분명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을 터. 배신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조교 했으니 승리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을 거다.

그렇게 믿으며 강림은 아르웬과의 싸움을 우선하기로 했다.

[하아, 하아, 이,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아르웬은 다시금 포효를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가장 위쪽에 있는 오른팔에 무언가 푹, 박히는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다.

[어?]

아르웬은 시선을 돌렸다.

[뒤는 봤어야지, 아가씨.]

반달처럼 생긴 외날이 아르웬의 팔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 외날에는 기다란 자루가 달려 있었고, 그 자루를 자칼 머리를 한 수인이 붙잡고 있었다.

아르웬에게 일격을 날린 수인, 테리스는 양팔에 힘을 주었다.

[흐음!]

날은 조금씩 안으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고,

-콰지직!

[아아아아악!]

거대한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검은 피가 울컥 쏟아지고, 아르웬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트리아는 무사해.]

강림 곁에 온 테리스는 그리 대답했다.

[사지는 멀쩡하니까 문제없을 거야.]

[그건 정말 다행이군요.]

아트리아가 무사하다는 소리에 강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나 싶었는데….'

괴물이 된 상태에서 상처를 입어도 본체는 멀쩡하다. 사지가 잘려 나가도, 머리가 터져도, 장기 자랑을 한다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 당장 강림 자신도 아르웬과의 1차전에서 처참하게 당했음에도 살아남은 적이 있었다.

그랬으니 아트리아도 멀쩡하지 않을까 강림은 그리 여겼으나, 내심 불안했다. 행여 자신만 특수한 사례에 속하고, 나머지는 아닐지 모른다고. 그렇게 되어버리면 아트리아는 평생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불안마저 들었다.

다행히도 아트리아가 멀쩡했으니 강림은 안도할 수 있었다.

'이리스는 괜찮을 거고, 탈리아도…멀쩡하겠지?'

맨 처음 아르웬에게 당한 탈리아는 흔적도 보이질 않았다. 아르웬이 무차별적으로 고주파를 난사하는 바람에 곳곳에 흩어진 검은 촉수 잔해들도 보이질 않았다. 희미하게나마 탈리아의 기운이 근처에 느껴지고 있으나, 생사를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멀쩡할 거야, 분명.'

아무리 몸이 산산조각이 났다 해도 무사할 거다. 그리 믿자. 만약 등장하지 못하면 직접 찾으러 가자. 강림은 그리하기로 다짐했다.

[다음 작전은 뭐야?]

수아가 물었다.

[그냥 무작정 공격?]

[아니.]

강림은 지시를 내렸다.

[저 팔부터 뜯어내자.]

지금 아르웬 공략을 애먹게 하는 원인은 그녀의 팔이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저 팔들을 마구 휘두르는 바람에 강림도 애를 먹었다.

그 팔들을 전부 잘라낸다.

스승님 활약 덕분에 6개의 팔 중 다섯 개만 남았다. 나머지 팔들도 없애버리면 아르웬은 무방비 상태가 될 거고, 공략도 쉬워질 것이다.

[한 사람당 하나씩. 잘라내지 못하면 아직이라도 내, 알았지?]

[알았어.]

[명령 접수.]

[알겠다.]

강림의 지시에 수아와 스텔라, 그리고 테리스는 대답했다.

[누가, 누가 당할 줄 아냐아아아아!]

아르웬은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고,

[전원 돌격!]

강림의 지시에 따라 괴수 군단 역시 아르웬을 향해 달려들었다.

본격적인 싸움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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