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0 - 210화- 탈출을 시도하는 12군단 단장
"내, 내게 무, 뭘 주입한 거야?"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 사지가 말라비틀어질 것만 같다. 말 한마디, 한 마디 꺼내는 것만으로도 오장육부를 토해내는 것 같다. 손가락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고, 발가락도 더는 움직이질 않는다. 서서히 감각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 목덜미에 꽂힌 촉수가 무언가를 주입할수록 티아스의 몸은 점점 화석이 되어갔다.
[뭘 주입했긴. 독을 주입했지.]
그런 티아스를 향해 페르포네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내가 괜히 풀어준 줄 알았어?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런 거라고.]
"도, 독이라고?"
[아, 맞아. 하나로는 안 되겠구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흐끄으윽?"
촉수가 꽂혔다.
티아스의 정수리에도 꽂히고, 양 가슴에도 꽂히고, 유두에도 꽂히고, 팔과 다리에도 꽂히고, 배에도 꽂혔으며,
"흐꺄아아악?"
음핵에도 촉수가 꽂혔다. 날카로운 바늘침이 티아스의 몸 깊숙이 파고들었으며, 침 끄트머리를 통해 무언가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티아스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독이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 그만하지 못해? 이, 이 나쁜…후오오오옥!"
당연히도 티아스가 항의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페르포네가 동정심이 생겨 이를 멈추는 일 또한 없었다.
[내가 왜 멈춰야 하는데?]
그저, 되물을 뿐이었다.
[너는 단장이야. 성국을 대표하는 무력 집단 대표지. 그 대표들은 하나같이 무섭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 정상 아니겠어?]
성국의 최강 무력 집단을 통솔하는 자들의 우두머리인 만큼 단장들이 가진 개개인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페르포네가 직접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나, 한 명, 한 명의 실력이 일개 대대급 이상이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었다.
티아스도 그런 평을 받는 단장 중 한 명이다. 허망하게 페르포네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으나, 만약 바다가 아닌 육지였다면 상황이 다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다르다고 해서 패배라는 결말에서 벗어나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말이다.
[걱정은 하지 마. 이건 맹독이 아니니까.]
더는 티아스가 움직임을 멈추고 죽은 물고기처럼 축 늘어지고 나서야 촉수 무리는 행동을 중단했다. 임무를 마친 촉수 무리는 티아스에게서 떨어졌다. 신체 곳곳에 핏방울이 맺혔지만, 이내 곧 사라졌다.
"아오오오, 우아아아…"
티아스는 죽기 일보 직전에 놓인 사람처럼 덜덜 떨기 시작했다.
'모, 몸이 우, 움직여지지 않아.'
간신히 벌린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고작이다. 아니, 이 숨을 쉬는 것도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도 희미해지고, 시야도 흐려져 간다.
이대로 죽는 건가? 진짜로 죽는 건가? 신을 위해서 목숨도 바치겠다고 맹세했으나, 이런 식의 최후는 바라지 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는 거지? 왜, 왜!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죽을 순 없다. 죽을 수 없어. 이겨내야 한다.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일어서야 한다. 티아스는 그렇게 다짐했으나, 마비된 몸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했다.
[테미네르, 네 차례야.]
"푸하!"
페르포네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테미네르의 입을 범하고 있던 촉수가 스르르 빠져나왔다. 가랑이를 범하던 촉수도 떨어져 나갔다. 사지를 묶고 있던 촉수도 알아서 물러났고, 자유의 몸이 된 테미네르는 티아스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딱히 타격은 없었는지 바로 일어섰다.
일어선 테미네르를 향해 페르포네는 속삭였다.
[저 불쌍한 단장님에게 해독제를 먹여드리렴.]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테미네르는 티아스에게 다가갔다.
"무, 뭘 하려고?"
혹시 자신을 죽이려는 건가? 죽여서 남은 시체로 무언가를 할 속셈인가? 티아스는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테미네르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티아스 머리 위에 멈추고, 티아스 머리 위에 소변을 누는 자세로 쪼그려 앉고, 두 손으로 티아스의 머리를 붙잡은 뒤,
"후으윽?"
티아스의 머리를 끌어안을 뿐이었다. 티아스의 입술이 자신의 보지 입구에 닿도록 테미네르는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등바등하는 티아스를 무시하며, 테미네르는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달짝지근한 숨소리를 내며 운동하는 테미네르. 숨 막혀서 괴로워하는 티아스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섹스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자지를 박는 것처럼 테미네르는 힘차게 허리를 놀려댔고, 티아스 얼굴은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갔다.
그렇게 몇 분간 박아댄 끝에,
“하앙, 하앙, 하아앙, 하아아앙!”
테미네르는 티아스의 머리를 세게 끌어안은 채로 허리가 뒤로 휘어졌다. 휘어짐과 동시에 보지에서 애액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내렸다.
“푸르르륵, 푸르르릅, 푸르르르릅…”
애액은 홍수가 되어 모든 걸 다 집어삼키고 말았다. 홍수를 뒤집어쓴 티아스의 꼴은 마치 물에 빠져 간신히 살아온 귀를 연상케 했다.
밖으로 튀지 않은 애액은 티아스의 목을 타고 흘러 흘러내려 갔으며,
"우으으윽?"
굳어져 가던 티아스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이게 어찌 된 거지?'
손가락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꺼져가던 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한다. 흐려졌던 시야도 다시 맑아지고, 의식도 또렷해진다. 고작 이 구미호 년이 싸지른 더러운 애액을 마셨을 뿐인데, 움직일 수 있게 되다니. 티아스는 당혹스러웠으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후음?"
바로 양손으로 테미네르의 두 팔을 잡은 티아스. 돌발 행동에 테미네르는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후아아악?"
뒤로 있는 힘껏 테미네르를 집어던졌다. 반격을 당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테미네르는 그대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지금이다!'
티아스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마비가 풀리지 않은 오른 다리를 질질 끌며 초록색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한 벽면을 향해 갔다.
[어딜 가려고!]
페르포네가 즉시 티아스를 향해 촉수를 전개했으나, 티아스는 잽싸게 몸을 구르며 피했다.
'어, 어서 빠져나가야만 해!'
더 있다간 이보다 더한 험한 꼴을 당하게 될 거다. 그 꼴이 되기 전에 도주해야 한다. 간신히 벽에 도달한 티아스는 오른손을 들었다.
"나는 신의 사도요."
다시 내뱉기 싫은 영창을 티아스는 빠른 속도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신을 위한 방패요, 신을 위한 검이요, 신을 위한 제물이니라…"
영창을 외우면서 오른손에 검은색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제물은 신을 위해 존재하고, 검은 신이 있어야 휘두를 수 있으며, 방패는 신이 있어야 지킬 수 있으니라…."
영창이 끝에 다다를수록 검은색 빛은 점점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무지막지한 크기의 대검이 티아스의 손에 쥐어졌다.
“흐이이이익?”
순간, 전신을 혀로 핥는 감각에 티아스는 몸서리를 쳤다.
'차, 참아야 해. 참아야….'
티아스는 그렇게 되뇌었으나,
"흐이이이익?"
강렬한 쾌감이 하복부를 강타했다. 티아스는 두 다리를 배배 꼬았고, 겹친 허벅지 사이에서 애액이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하아, 하아 이래서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영창을 사용하면 언제나 이런 식으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왜 영창을 쓸 때마다 신이 신도들의 몸을 희롱하는 걸까? 왜 영창을 쓸 때마다 남자도 여자도 전부 예외 없이 발정이 난 짐승이 되는 걸까? 완전히 색욕에 빠지라고 대놓고 밀어주는 거 아닌가? 어째서 이러는 건가?
신을 진심으로 모시는 티아스도 이것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잡생각은 버리자.’
어차피 의문을 표해도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고, 지금은 그 의문에 탐구할 여유도 없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티아스는 양손으로 검 자루를 쥐었다.
[누가 그렇게 하게 놔둘 줄 아냐!]
이때 수많은 촉수 무리가 티아스를 향해 날아왔다. 이를 본 티아스는 씨익, 웃었다.
“머, 머저리같은 놈. 그런 걸로 이걸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의 은총으로 만들어낸 성스러운 검이다. 이 검 앞에서는 그 어떤 적도 살아남지 못했다. 괴수인 너라도 멀쩡할 것 같을까?
이 자리에서 독사, 네놈을 처형하겠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촉수 무리를 향해 티아스는 검을 휘둘렀고,
검은 그대로 촉수에 흡수당했다.
그대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뭐?”
[엥?]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두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
“이, 이게 무, 무슨….”
검이 사라진 것에 티아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무,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페르포네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네. 단장들이 만든 무기를 흡수할 수 있다는 말은 주인님도 하지 않았는데….]
영창을 이용해 거대한 무기를 형성한다. 십자군 단장들은 티아스처럼 육신을 대가로 지불(支拂)하는 것으로 이 능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티아스가 그 능력을 이용하려는 걸 보고 페르포네는 당황했으나, 최악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아아아,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아.]
황홀했다. 마치 주인님이 내리신 힘에 취해지던 그때와 똑같은 기분을 페르포네는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성국에서 말하는 신성력이 주인님의 마기와 똑같은 건가?
[너, 혹시 마기를 쓰니? 진짜로 영창 쓴 거 맞아?]
"마, 말도 안 돼. 이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신의 힘을 빌려서 만든 신성한 무기가 괴물에게 흡수당하다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티아스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는 티아스 뿐만 아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12군단 여성들도 경악했다. 단장님이 만들어낸 검이 괴물에게 흡수당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이 공간뿐만 아니라, 뱀의 몸도 절단되어야 한다.
그래야 하거늘, 어째서 흡수당했단 말인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에 누구 하나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깨닫기 시작했다.
단장님마저 실패한 상황에서 더는 답이 없다는 것을. 이 생지옥에서 빠져나갈 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독사가 마음을 바꿀 때까지 영원히 능욕당해야 한다는 것을.
[자, 이제 다시 시작해볼까?]
페르포네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촉수가 티아스에게 다가왔다. 쓰러졌던 테미네르도 티아스를 향해 걸어왔다.
[가슴 철렁하게 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할 테니 각오하고 있으라고. 알았지, 단장님?]
"아아, 아아…."
잠시 뒤, 단장의 비명이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