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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09화 (210/344)

Chapter 209 - 209화- 12군단까지 노리는 이유

“아니, 12군단도 상대한다.”

왕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강철 군단은 왕국군이 집결한 장소로 진군했다. 본래는 성국 영토에 숨어있는 왕국군을 섬멸할 작정이었으나, 그 왕국군이 주둔 장소를 왕국과 성국 국경 지점으로 바꿨다는 소식에 바로 방향을 틀었다.

국경에 도착할 때까지 강림을 포함한 제국 수뇌부는 왕국군을 어떻게 제압할지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성국의 제12 군단을 어찌 처리할 거냐고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했고,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살려서 아군으로 삼는다. 티아스 단장은 무조건 살린다.”

강림은 수뇌부 전체의 의견과 전혀 반대되는 주장을 밀어붙였다.

"주, 주인님. 진짜로 하시려고요?"

상상도 하지 못한 대답에 사령관 이리스는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고 되물었다.

"굳이 흘리지 않을 피를 흘려야 합니까?"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여비서 아트리아도 이리스의 말에 동조했다.

"우리의 현재 목표는 왕국이지, 성국이 아닙니다. 괜히 건드려서 해야 할 일이 늘어나면 우리만 개고생합니다."

현재 이 세계관에서 성국은 강대국이다. 성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요소에는 십자군이 있다.

십자군은 총 12개의 군단으로 이루어진 군대. 신에게 권능을 받았다는 많이 있을 정도로 어떤 적이든 다 압살해버렸다. 매우 호전적인 북해의 이민족들조차 성국과의 싸움을 피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그 무시무시한 군단 중 하나가 이번 결전에 참전한다. 이 소식을 들은 제국 수뇌부는 처음에는 성국과 전면전을 벌일 각오로 싸움을 벌일 작정이었다.

그랬으나, 정찰을 나간 스텔라의 보고를 듣곤 계획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이유는 적들의 군사 배치도에 있었다.

"어차피 뒤꽁무니를 뺄 놈들인데 건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12군단은 현재 왕국군이 집결한 장소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섬에 자리를 잡았다. 그것도 왕국 영토에 속한 섬이 아닌, 자기 나라 영토에 속한 섬에 주둔하고 있다. 중요한 싸움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둔했다는 건 뭘 의미하겠는가?

여차하면 발을 빼겠다는 의미다. 싸워도 적당히 싸우다가 뱃머리를 돌려 집으로 돌아갈 심산이라고 볼 수 있다. 이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인데 놈들도 목숨 걸고 싸우고 싶진 않을 거다. 훗날을 위해 현명하게 도주를 택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할 놈들을 굳이 건들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방해꾼이 하나 줄어드니 왕국군을 섬멸하는 데 더 집중하는 게 이득 아니겠는가?

그런 식으로 수뇌부가 다시금 강림을 설득했으나,

"아니, 난 바꿀 생각 없어."

강림은 고집불통이었다.

“어차피 우리한테 괴수의 힘이 있잖아? 그 힘만 있으면 십자군을 십자가에 다 매달아버릴 수 있는데, 왜 우리가 겁을 먹어야 하지?”

천하의 성국도 꼼짝 못 하게 만들 힘이 자신들에게 있다. 괴수로 성국을 짓밟아 버릴 수 있다. 분명 괴수 무리를 제국이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성국에도 전해졌을 터. 군단 하나가 전멸한다 해도 바로 복수하지 못할 거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거다.

고작 괴수 한 마리를 왕국은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고 연전연패를 이어간 끝에 패망했다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고작 군단 하나로 괴수를 쓰러뜨릴 수 있겠는가?

'뭐, 다른 수단이 있다면 골치 아프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애초에 그런 결전 병기가 존재했다면 처음부터 끌고 나왔을 거고, 적극적으로 싸움에 임했을 거다. 훗날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니 맘껏 유린(蹂躪)해도 좋다.

그런고로 걱정할 필요 없다. 강림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12군단을 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나는 십자군 전체를 먹을 생각이야."

강림은 자신의 계획을 수뇌부에게 밝혔다.

"이를 위해 12군단을 손에 넣을 생각이고."

십자군이 최강이라는 말은 갓난아기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사실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를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게임상 이야기에서도 그리드 세력을 수십 번 넘게 패퇴시켰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비록 성국이 멸망하는 결말을 바꾸진 못했지만, 끊임없이 그리드에게 수모를 안겨 녀석을 분노케 했다는 걸 보면 참으로 유능한 군대라고 볼 수 있다.

강림은 그 군대를 손에 넣고 싶었다. 십자군이 강철 군단에 편입된다면 군단은 더 막강해질 거고, 막강해진 군단을 본 다른 나라들도 알아서 꼬리를 내릴 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손에 넣을 건가? 강림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계획을 모두에게 알려줬다.

"일단…."

●●●

[성국을 두 나라로 쪼갤 거라고 했어.]

그 계획을 들은 페르포네는 티아스에게도 알려줬다.

[너희들, 교황에 반발하는 세력이 꽤 있잖아? 주인님은 그들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해.]

‘반발하는 세력? 설마….’

그 말을 들은 티아스는 지난번 회의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현 교황님을 부정하는 불순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각 군단의 단장들이 모이는 날이 있었다. 성국에선 이를 원탁회의라고 부른다. 이 회의 때마다 단장들은 성국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저번 달에 회의 주제는 바로 반교황파 세력에 관한 거였다.

-갑자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갑자기 이러니 누가 선동하는 것 같아.

현 교황이 모든 후보자를 배제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과정이 너무나 떳떳하지 않다는 이유로, 교황이 된 이후 무자비한 숙청을 벌였다는 이유로, 이런 짓을 저지른 교황을 믿을 수 있겠냐며 현 교황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보다 못한 교황이 십자군을 이용해 단속에 들어갔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한 번 퍼진 말은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갔다.

혹시 누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거 아닐까? 일부러 교황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려서 신도들의 마음을 뒤흔들려는 게 아닐까?

물론, 이건 억측일 뿐이다. 진짜 배후가 있는 것조차 불투명하다. 어쩌면 소문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른 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보니까 진작에 우리 몰래 시작하고 있었더라고. 사이트 수녀를 통해서 말이야.]

'무, 뭐라고?'

그리고 이 자리에서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티아스는 알게 되었다.

'그, 그리드가 배후라고?'

[응. 주인님은 그들을 모아서 배교자 집단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해. 신을 부정하고 주인님을 모시는 신흥 종교로 만들 작정이지.]

사이트 수녀를 비롯해 타락한 성직자들을 필두로 삼아 반교황파 세력을 결집한다.

[그 집단에 십자군도 넣을 작정이고.]

세력이 와해하는 걸 막기 위해 무력 집단으로 십자군을 포섭한다.

[어떻게 십자군을 포섭할지는 이곳을 봐도 알 수 있겠지?]

오직 능욕을 통해서 말이다.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기에 이 방식이 실패할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티아스 단장. 당신은 배교자들을 위한 십자군이 되어줘야겠어. 내가 당신과 수하들을 먹은 이유도 이 때문이야.]

'…웃기지 마.'

진실을 알게 된 티아스는 분노했다.

'웃기지 말란 말이다! 이 천벌 받을 녀석들아!'

당장이라도 촉수를 뜯어낼 기세로 티아스는 격하게 몸부림을 쳤다.

'나보고 배교자가 되라고? 배교자들을 위한 검이 되라고? 개 같은 소리도 정도껏 해라!'

자신은 신을 모시는 검이요, 신을 지키는 방패이며, 신을 위한 제물이다. 제물이 될 신도들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 전사다.

그런 자신이 어찌 성국을 배신할 수 있겠는가? 육신이 망가지고, 영혼이 부서져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거다. 굴복할 바에야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어버리는 게 낫다!

'난 타락하지 않아. 절대로 타락하지 않을 거야!'

[사이트 수녀도 그리 말했다고 주인님한테 들었지.]

그 말에 페르포네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다른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였고. 근데, 지금은 어찌 되었는지 알려줄까?]

페르포네는 상세히 설명했다.

[주인님을 죽이고 싶어 했던 사이트 수녀는 주인님에게 따먹힌 끝에 고개를 숙였지. 늠름한 신의 자지 앞에서 평생 충성하겠다고 맹세했지.]

[맹세한 이후로는 제국으로 오는 성직자들을 타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지.]

한때 현 교황의 측근이었으나, 지금은 강림의 성노예로 전락한 수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줬고,

[사이트 수녀가 오기 전에 포로로 잡혔던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야. 그들도 주인님에게 복종하겠다고 맹세했어.]

[다들 이름값 꽤 하는 집안 출신들이라서 그런지 영향력이 대단하더라고. 세력 모으기가 쉬웠다고 들었어.]

본래 사이트 수녀가 구출하려 했던 포로들이 현재는 어떤 꼴이 되었는지도 알려줬고,

[제국에 신의 가르침을 전파하겠다고 온 성직자들도 주인님의 자지가 위대하다는 걸 알리는 전도자가 되었지.]

성국과 교류함에 따라 제국에도 성당이 세워졌다. 그 성당을 관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성직자들이 파견되었고, 이드 전원이 그리드의 노리개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다들 신앙이 어쩌고저쩌고했는데, 결국 다 버리더라.]

'….'

[단장인 너라도 안 그럴 것 같을까?]

'아무리 그런 소리를 해도….'

마치 눈앞에 페르포네가 보이는 것처럼 티아스는 살기 어린 눈으로 정면을 노려봤다.

'난 겁먹지 않아. 구걸하지도 않아. 난 티아스. 제12 군단의 단장이다! 성국을 지키는 검이 고작 이런 것에 쓰러지지 않을 거다!'

[음, 그래? 그러면….]

"푸아악?"

그 순간, 티아스의 입을 막고 있던 촉수가 빠져나왔다.

"이, 이게 무…윽?"

뒤이어 가슴을 옭아매던 촉수가 스르르 풀렸고, 가랑이 사이를 범하던 촉수도 빠져나왔다. 사지를 구속하던 촉수까지 풀리자마자 티아스는 바로 바닥에 떨어졌다. 살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왜, 왜 날 풀어준 거지?"

[누가 풀어줬다고 그래?]

"으윽?"

순간, 목덜미에 무언가가 꽂혔다. 강렬한 통증에 표정을 찡그린 티아스는 간신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목덜미에 굵은 촉수가 꽂혀 있었다. 촉수는 바로 꿈틀거리면서 무언가를 티아스에게 주입하기 시작했고,

"후꺄아아악?"

티아스는 바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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