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8 - 198화- 목숨을 건 내기의 결과는?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탈리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튕기는 소리를 들은 촉수 가락들은 일제히 글랜디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왔다. 살덩어리 곳곳에 핏방울이 맺혔으나, 이내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후으으, 후으으으, 흐으으으…."
글랜디는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내쉴 때마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고, 새하얀 물이 한 움큼씩, 커다란 물방울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개조당하는 동안에도 물방울은 계속 떨어졌기에 글랜디를 중심으로 이미 새하얀 호수가 이루어져 있었다.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모유가 흥청망청 나오는 젖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요, 용서 아, 안 할 거야."
가슴이 무거워 숨쉬기 힘들어하면서도 글랜디는 탈리아를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바, 반드시 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반드시 날 이, 이 꼴로 만든 걸 따, 땅을 치고 후, 후회하게 할 거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지 오래인데, 이젠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기적적으로 이 생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해도 다신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다. 평생 흉물스러운 지방 덩어리를 단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거다.
이렇게 만든 탈리아가 글랜디는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바, 반드시 너, 널 그, 그리드 놈과, 매, 매장해버릴 거야." "매장이라, 정말 익숙한 말이네."
자신을 죽이겠다는 발언에도 탈리아는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날 매장하겠다고 살벌한 소리를 하는 놈들이 엄청 많았지."
포로로 붙잡은 여자들을 가축으로 가공할 때마다 탈리아는 별소리를 다 들어왔다.
-죽여버리겠다,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죽여버릴 거다!
그리드에게 동료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여기사가 있었다. 그 여기사는 그리드와 탈리아를 죽여 원수를 갚겠다고 울부짖었다.
-날 살려둔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겠어. 천천히 타 죽는 게 어떤지 보여줄 거야.
마찬가지로 그리드에게 패배한 마법사도 있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마법사는 그리드와 그 일당을 태워버리겠다고 협박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가요! 신이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천벌을 받을 거라고요!
카리타스 교단이 모시는 신을 숭배하는 평민 아가씨도 있었다. 자신을 평생 씨받이로 삼는다는 말에 아가씨는 신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회를 떠버릴 거다. 각오하라고! 내가 여기서 나가면 살아남을 생각 꿈도 꾸지 말아라!
도대체 얼마나 까불고 다녔길래 사람을 회로 떠버리겠다고 지껄이는 깡패도 있었고,
-웃기지 말아라! 감히 평민 주제에 귀족을 능멸하겠다는 거야! 금수만도 못한 놈들이 어찌 감히!
패배했음에도 인정하지 못한 채 성질만 내는 바보 귀족도 있었고,
-손대기만 해 봐. 이 자리에서 죽어버릴 테니까. 진짜 죽어버릴 거라고!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자기 목숨을 끊겠다고 발악하는 모험가도 있었다.
탈리아는 별의별 여자들을 다 만나봤으며,
-호꼭, 호꼬오옥! 자,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으니까 푸, 풀어주세요오오오!
-후끅, 후끅, 후끄으읍, 그, 그만…후끄으으응!
-다, 다신 반항하지 않겠습니다. 여, 영원히 추,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살려주세요.
한 명도 예외 없이 그리드의 가축으로 전락하는 결말을 수없이 많이 봤다. 복수한다고 소리쳤지만, 결국 예외 없이 복수를 포기하고 목숨을 구걸하는 쪽을 택했다.
"마님처럼 날 죽이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다들 그리드의 노예가 되었지. 일부는 내 조수가 되었고."
그걸 다 봐왔기에 탈리아는 무섭지 않았다.
최후의 발악을 해도 파멸한다는 결말에서 벗어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러니 당신이 아무리 날 죽이고 싶어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거야."
그 결말을 바꿀 마음이 탈리아에겐 없었다.
"난 그렇게 놔둘 생각도 없고." "흐으윽?"
이미 그리드와 똑같은 흉악 범죄자로 낙인찍혔는데 어찌 변심할 수 있겠는가?
그리드의 측근으로 알려진 자들은 전부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흉악범으로 찍혔다.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는 이유로 사면을 받을 기회는 없는 거나 다름없다.
따라서 살고 싶으면 악당이 되어야만 한다. 악당이 되어 그리드의 세계 정복을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두 다리 쭉 뻗고 편히 잠들 수 있다.
만약 그 목표를 방해하는 년들이 있다면,
배제할 뿐이다.
"만약 다르다면 한 번 보여줘 봐." "흐꺄아아악?"
탈리아의 명령에 굵은 촉수가 글랜디의 가슴을 옭아맸다. 달팽이처럼 가슴 윗부분부터 밑동까지 다 감아버린 촉수는 입을 벌려 글랜디의 유두를 덥석 물었다. 모유가 외부로 분출되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문 촉수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당신이 지금까지 만난 여자들과는 다른지." "후꼬오오옥, 호꼬오오옥, 오꼬오오옥!"
터트릴 기세로 몸을 조이다 풀고, 다시 조이다 풀기를 반복한다. 반복할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도 줄어들었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계속 반복할수록 젖샘이 받는 자극도 강해지고, 자극이 강해진 젖샘을 통해 어마어마한 양의 모유가 생성되었다. 모유가 차오를수록 글랜디의 가슴은 점점 팽창했고, 밑동을 시작으로 점점 벌겋게 물들어갔다.
점점 커지는 유방의 무게에 글랜디는 고통 어린 절규를 내질렀다.
"그, 그만해, 그마아아안! 이, 이미 끝났잖아. 끝났는데 왜 이러는 거냐고오오오!"
가슴 개조하는 건 아까 끝난 거 아니었나? 근데 왜 또 하는 거지? 이에 탈리아는 대답했다.
"당신의 의지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서?" "...머, 뭐?" "아르웬을 만나고 싶다며. 카르디안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다며. 그리고 그리드에게도 복수하고 싶다며. 그렇다면…."
연구 주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 정도 시련쯤은 이겨줘야 하지 않겠어?" "개, 개소리를…아호오오오옥!"
결국, 가슴이 지금보다 서너 배 이상 커지고 나서야 탈리아는 결박을 풀어줬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글랜디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또, 또 커졌어."
지독한 가슴 조이기를 당해 안 그래도 보기 흉한 젖탱이가 더욱 흉해졌다. 이대로 제대로 서 있을 수 있는지조차 걱정이다. 안에 쌓여있는 모유를 빼내면 부피가 줄어들 터이나, 글랜디는 그조차도 할 수 없었다.
짜지 못하게 작은 촉수 덩어리가 유두에 달라붙어 있으니까. 이것이 있는 한 아무리 글랜디가 젖을 짜내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상태에서 과연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기겠다고 다짐했던 글랜디의 마음속 한구석엔 패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싹트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해볼까?"
탈리아는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글랜디의 손을 구속하고 있던 촉수가 스르르 풀렸다. 두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던 검은색 살덩어리도 사라졌다. 덕분에 글랜디는 바닥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한 번 일어나봐." "…."
글랜디는 아무 말 없이 양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붙잡았다. 두 다리로 미끄러운 바닥을 짚은 상태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그 순간,
"아악?"
글랜디는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새하얀 호수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마님의 육신은 새하얀 물로 범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제, 제기랄…." "어때, 무겁지? 무거우니 못 일어날 것 같지? 그냥 포기하는 게 어때?" "다, 닥쳐!"
탈리아의 조롱에 글랜디는 바로 일갈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일어설 수 있으니까!"
다시 바닥을 손으로 짚고 상체를 일으킨다. 어떻게든 균형을 잡은 글랜디가 한쪽 다리를 일으키려는 순간,
"하으윽?"
글랜디는 가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쓰러졌다.
"역시 예상대로네."
그걸 본 탈리아는 더 볼 거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하긴, 그 정도까지 키웠으니 기어 다니는 것 말곤 못하겠지." "네, 네놈이 이렇게 만든 주제에…." "그렇게 만든 놈의 콧대를 부러뜨리고 싶으면 난관을 극복해야지, 안 그런가요, 마님?" "이이…."
탈리아의 조롱에 글랜디는 열불이 났다.
"난 일어설 거야, 일어설 거라고!"
고작 가슴이 무겁다는 이유로 포기할 것 같나! 바닥이 미끄러워도 반드시 일어선다! 글랜디는 이 악물고 일어서려고 노력했다.
"나는 할 수 있…아흑?"
일어서려다 넘어졌다.
"할 수 있으니까 가만히 보고 있…꺄아악?"
또 일어서려다 넘어지고,
"되, 됐…아아아악!"
간신히 한쪽 다리를 올리는 데 성공하고, 나머지 다리를 올리려는 순간 글랜디는 또 앞으로 넘어졌다.
몇 번이고 계속 시도했지만, 쇳덩어리처럼 무거워진 살구색 왕 푸딩을 지닌 채로 일어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설사 일어서기 일보 직전까지 가더라도 모유로 미끄러워진 바닥에서 중심을 잡는 것 또한 힘들었다.
"아무래도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네."
약 10분 동안 글랜디의 발악을 지켜본 탈리아는 결론을 내렸다.
"놀이는 이쯤에서 하고 슬슬 세뇌를…."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글랜디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제발 기회를 줘! 제발 한 번만!" "이미 기회는 충분히 준 것 같은데?"
탈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받아들이세요, 마님. 뭘 해도 피할 수 없다는 걸 마님도 잘 알 것 아닙니까?"
이미 볼 건 다 봤는데 그 이상 하는 게 뭔 의미가 있냐고 탈리아는 그리 말했지만,
"할 거야, 할 거라고!"
글랜디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 추억을 너 같은 놈들에게 빼앗기지 않을 거라고!"
여기서 포기하면 가장 소중한 걸 잃게 된다. 가족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다. 다 잃어버리고 녀석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될 거다.
그렇게 될 것 같나. 육신이 너덜너덜해지더라도 추억만큼은 반드시 지킬 거다!
"하아, 그렇다면 10초 줄게."
마지 못한 얼굴로 탈리아는 손가락을 폈다.
"10초 내로 일어나지 못하면 개조 진행합니다, 알았죠?"
그렇게 선언한 뒤, 탈리아는 엄지 하나를 내렸다.
"하나…." "으끄으으윽!"
글랜디는 다시금 바닥에 손바닥을 짚었다.
"둘…." "으꺄아아아악!"
손을 지지대로 삼아 글랜디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순간, 어깨가 빠질 뻔했으나, 글랜디는 어떻게든 버텨냈다.
"셋…." "하아, 하아, 하아, 흐으으읍!"
잠시 숨 고르기를 한 뒤, 글랜디는 오른쪽 다리를 굽혔다. 굽힌 상태에서 글랜디는 몸을 일으켰다.
"넷…." "아, 안 돼!"
순간, 가슴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몸이 기우뚱거렸으나,
"다섯…." "됐다, 됐어!"
어떻게든 글랜디는 이 악물고 버티는 데 성공했다.
"여섯…." "후우, 후우, 후우…."
이제 마지막 한고비만 남았다.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동시에 나머지 오른쪽 다리도 들어 올리면 된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일곱…." "으아아아아악!"
글랜디는 기합을 지르며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오른쪽 다리도 들어 올렸다. 순간적으로 두 다리에 가해지는 압력에 힘이 풀릴 뻔했으나, 글랜디는 악착같이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됐다, 됐어, 됐어!"
글랜디는 몸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드디어 일어섰어. 일어섰다고!"
이제 세뇌당할 필요가 없다. 추억을 지켜냈다. 녀석도 분명 인정하겠지? 그리 생각하며 탈리아를 향해 몸을 돌린 그 순간,
"어?"
순간,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콰앙!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글랜디의 시야는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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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글랜디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아, 안돼. 이럴 순 없어…."
글랜디는 또다시 검은색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분만대에 구속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