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8 - 188화- 타락한 혈족들의 목소리에 혼란에 빠진 스승님의 어머니
"왜, 왜 혈족들의 목소리가…."
살해당하는 줄 알았다. 계속 반항한 것에 화가 난 그리드가 기어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는 줄 알았다. 빼앗고, 자신의 시신을 개조해서 괴물로 써먹을 줄 알았다.
그랬는데, 이게 대체 뭔가? 왜 더러운 촉수 괴물을 통해 혈족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지?
아니,
왜 혈족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거지?
-좋아, 좋아, 촉수에 농락당하는 거 정말 좋아!
-더 박아주세요, 더 박아주세요. 더, 더, 더!
-더 낳고 싶어. 더 낳고 싶어. 더 낳고 싶어!
어째서 혈족들이 색욕에 찌든 목소리를 내는 거지? 왜 촉수에 농락당하는 걸 즐기고 있는 거지? 어째서 촉수를 원하고 있는 거지? 어째서 정액을 바라고 있는 거지? 어째서 이 악마의 아이를 낳고 싶다고 바라고 있는 거지? 저항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처럼 치욕적인 굴욕을 당할 바에야 죽을 때까지 버텨야 하는 거 아닌가?
뭔가 잘못되었다. 위대하신 선조 님들의 피를 이어받은 혈족들이 고작 이틀 만에 무너진다고?
그럴 리가 없다. 자존심이라곤 로세움 용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 라미드 섬 혈족들이다. 패배와 굴복을 치욕이라 여기고, 전장에서 죽는 것이 명예다. 이 가르침을 어렸을 때부터 다들 귀에 박히도록 교육받았고, 오늘날까지 이 가르침은 계속 이어져 왔다.
그렇게 교육받은 혈족들이 왜 성노예처럼 굴고 있는 거지? 고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들 백기를 들었다고? 백기를 들고 이 악마의 가축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무, 무슨 지, 짓을 한 거야…."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혀, 혈족들에게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벌어져서도 안 되는 일이다.
"왜, 왜, 왜 다들…네, 네놈의…."
거룩하신 주인님의 성노예가 되다니.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는 건….
"왜 다들 주인님의 노…어?"
순간, 람세스는 멍해졌다.
"왜, 왜 내가 그런 생각을…."
그리드의 성노예가 되는 일이 기적이라고?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한 거지? 뭐가 좋다고 기뻐한 거지? 아무리 자지에 벗어날 수 없다 해도 이 녀석을 혐오하는 건 변함 없다. 변함없는데, 어째서 되도 안 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지?
-주인님, 주인님, 정액을, 정액을 주세요.
-저희에게 정액을 주세요. 정액을, 정액을.
-우리 모두에게 정액을 하사해주세요. 아이 많이 낳을게요.
혈족들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명예도 긍지도 다 버린 노예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가축들의 울음이 람세스의 머릿속에 계속 메아리쳤고,
"아, 아냐. 나는 노예일 리 없어. 조, 좋아할 리 없다고. 없단 말이야…."
그 목소리에 람세스는 점점 동화되어갔다.
"나는 위대하신 그리드…아니, 선조 님들의 피를 이어받은 노예…아냐, 나는 전사, 전사! 전사이자 노예…아냐! 난 그런 게…."
자신은 누구인가? 위대하신 누군가를 모시는데 그 누군가는 누구인가? 선조들인가, 아니면 그리드인가? 자신은 노예인가, 아니면 전사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기억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인 람세스는 대혼란에 빠졌다.
혼란에 빠지는 람세스를 보며 강림은 히죽, 웃었다.
'혹시나 했는데, 효과가 굉장하네.'
람세스는 위대하신 선조 님들의 피를 이어받은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위대하신 선조 님들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굴복이란 선택지는 없다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자신과 똑같이 선조 님들의 피를 이어받은 혈족들도 마찬가지라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강림은 생각했다.
만약 혈족들이 타락했다면?
람세스가 생각한 거와 달리 진작에 타락한 지 오래였다면?
타락한 혈족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어 람세스를 버티게 해줬던 원동력을 없애버린다면?
그렇게 되어버리면 람세스도 무너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강림은 연결했다. 배양실에 갇힌 라미드 섬 혈족들의 마음의 목소리를 촉수를 통해 람세스가 들을 수 있게 했다. 단순히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목소리에 동화되도록 조치까지 했다.
"나는 전사, 전사, 전사, 전사, 전사…."
지금 람세스는 동화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고 있으나,
"에헤, 에헤헤, 나는 전사 에헤헤, 노…아니, 전사, 에헤, 에헤헤, 에헤헤…."
실성한 듯이 웃고 있는 모습에 강림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어머니."
그런 람세스의 젖통을 테리스는 더 세게 쥐었다. 살덩어리를 꽉 쥔 손가락 사이로 새하얀 모유가 흘러나왔고,
"흐아아아아앙!"
람세스는 비명을 내질렀다. 허리가 빳빳해지고,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제 말이 맞죠? 그러니 받아들이세요, 라미드 섬의 영광은 이제 끝났어요." "아, 아니야, 나는, 나는, 나느으으은!"
테리스가 손을 주물럭 할수록 람세스의 갈색 젖통은 흰색으로 변했다. 흰색으로 변한 가슴에선 우유가 뚝뚝 떨어졌다. 모유 범벅이 된 어머니의 가슴을 테리스는 계속 주물렀고, 주무를 때마다 람세스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를 때마다 머리에 들어오는 혈족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람세스에게로 흘러들어왔다.
'좋아, 더 하자.'
이를 본 강림은 이리 생각했다.
'더 몰아붙여야 해.'
이대로라면 람세스 타락은 확정일지 모르나, 쐐기를 박아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갔다가 뒤통수 당하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기 위한 수단을 강림은 이미 만들어냈다.
"자, 와라."
강림은 손가락을 튕겼다. 천장 위에서 갈색 촉수가 내려왔다. 끝에는 역시나 주삿바늘이 달려 있었다. 그걸 본 람세스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또, 또, 또 무, 뭐 하려고?"
진짜로 죽일 작정인 건가? 람세스는 두려움에 떨었으나,
-푹!
"으윽?"
꽂힌 사람은 람세스가 아니라 강림이었다. 자지의 뿌리에 꽂힌 촉수는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자지에 집어넣었다. 다 집어넣은 뒤 촉수는 물러났다.
잠시 뒤,
"오오오, 이거 좋은데, 아주 좋은데!"
음경이 커졌다. 도저히 사람의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굵어지고, 길어졌다. 넘쳐나는 원혼의 힘에 강림은 기쁨에 몸을 떨었다.
"무, 뭐, 뭐한 거야? 왜 저게 커진 거지?"
가뜩이나 큰 자지를 더 키우다니. 무슨 생각으로 저런 짓을 한 거지? 저걸로 또 뭐 하려고? 자신을 죽이려는 건가? 내장 파열시켜서 죽여버리려는 건가?
"선조 님들입니다."
람세스의 의문에 답한 사람은 테리스였다.
"선조 님들의 사념이 그리드의 자지에 담겨 있어요." "그, 그건 또 무, 무슨 개, 개소리야?" "개소리 아닙니다."
테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선조 님들의 유해와 사념을 녹인 액체를 주입한 겁니다. 지금 그리드는 선조 님들의 힘을 받아들이고 있고요." "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가능해."
부정하는 람세스에게 다가오며 강림은 대답했다.
"내 어머니한테도 써먹은 방법이거든."
새어머니인 헤라에게 죽은 영주 새끼의 사념과 유해를 녹인 액체를 먹인 적이 있었다. 먹여서 헤라를 언데드로 강제 개조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촉수들을 이용해 아직 흙으로 돌아가지 못한 람세스의 선조들의 유해를 발굴했다. 그 유해와 그 유해 속에 남긴 사념과 자신의 마기를 섞여 액체로 만들었다. 그 액체를 자신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가 바로 어마어마하게 커진 자지였다.
"뭐, 나는 시체가 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마기의 주인이 자신의 마기에 당해서 언데드가 될 수 있겠는가? 먹히지 말고 이용해야지. 강림은 사념들에 담긴 기억을 흡수했다.
'이것이 람세스가 말한 선조들의 기억인가?'
머릿속에 들어온다.
까마득한 과거. 사분오열로 찢어진 혈족들을 통일하기 위해 싸우던 람세스의 선조들이 보인다.
그들은 싸우면서 강해졌다. 적이 강하면 그 힘을 역이용해 싸우는 방식을 썼다. 무식하게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만 쓰는 돌머리들이었으나, 그런 돌파를 쓸 정도로 그들의 힘은 무지막지했고, 그걸 고수할 수많은 전투법을 개발했다.
그들이 쓰던 전투법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정면 돌파를 위해 사용한 그들의 전투 방식이 머릿속에 새록새록 들어온다. 이걸 그리드의 전투법에 적용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거다.
그리고 이걸 준 대가를 원혼들에게 줘야 한다.
[육신을, 육신을….]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에게 육신을, 영위할 육신을….]
[주인을 위해 봉사할 육신을, 육신을, 육신을!]
[어서 육신을, 육신을, 육신을, 육신을!]
새로운 몸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신들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원혼들이 강림에게 매달려 있다. 람세스와 테리스는 보이지 않겠지만 강림에겐 보였다.
이 세상에 다시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하소연하는 해골바가지들의 모습이. 환영에 불과하나, 해골바가지들에 둘러싸인 모습은 누가 봐도 섬뜩할 수밖에 없다.
강림이 다 이렇게 만들었다.
'그래, 그래. 줄게.'
사념을 개조했다. 전사로의 기억이 아닌, 주인을 모시는 기억을 주입했다. 자신의 마기를 써서. 사념들은 이에 저항하지 못했다. 영혼이 멀쩡한 상태였다면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르나, 유감스럽게도 이들은 찌꺼기에 불과하다. 세상에 미련이 남아 버리는 바람에 본체와 같이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상에 남아 버린 찌꺼기. 세월의 풍파에 이겨내지 못하고 마모된 찌꺼기들이 악마의 술수에 저항한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했다.
그렇게 개조당한 사념들은 강림에게 자신들의 전투법을 전부 내어줬다. 내어준 대가로 강림을 모실 새로운 육신을 주기를 원했다.
그 육신을 만들어 줄 산 제물 두 명이 이 자리에 있었다.
"악!"
강림이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람세스 정수리에 꽂힌 촉수가 빠져나갔다. 람세스는 그대로 푹, 쓰러졌다. 사지를 구속하고 있던 촉수도 풀렸으나, 람세스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전사야. 노, 노예가 아니야. 나는, 나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 혈족들의 음탕한 마음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싸우고 있었으니까.
"자, 두 사람 모두 엎드리도록."
강림은 지시를 내렸다.
"선조 님들이 다시 태어나길 바라고 계시니 얼른 서두르자." "서, 선조 님?"
왜 저놈이 선조라는 말을 입에 담는 거지? 람세스는 순간 의혹이 들었고,
그 의혹을 몸으로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