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6 - 176화- 세뇌당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진심입니다
"자, 같이 가요, 어머니."
카르디안은 손을 내밀었다.
"여우섬으로 같이 가요, 어머니. 주인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 어째서…." "음?" "어째서 네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글랜디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물었다.
"호, 혹시 아직도 세뇌당한 상태인 거니? 그래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네치아 왕국 장교 후보생들이 그리드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드는 이 후보생들을 세뇌해 자신의 노예로 삼았으며, 세뇌된 이들은 주인인 그리드를 위해 충성을 바치는 것만이 전부라고 여겼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다 버릴 정도로 맹목적인 충심을 보여줬다.
카르디안도 납치당한 장교 후보생 중 하나였으며, 마찬가지로 세뇌당했다.
세뇌당했다고 알려졌으나, 막상 글랜디가 봤을 때는 멀쩡했다.
세뇌당하기 전과 그 이후에 무슨 일을 해왔는지 카르디안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세뇌당한 다른 후보생들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뇌당했을 때 뭔 일을 당했는지 전혀 기억하질 못한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그래서 글랜디는 카르디안이 멀쩡하다고 여겼다. 멀쩡하지 않다면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을 테니까.
다만, 정말로 세뇌가 풀린 건지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었기에 둘째 아르웬의 의견에 따라 카르디안을 방안에 가두었다.
그런 카르디안이 밖으로 나왔다. 어쩌면 자신처럼 자력으로 빠져나온 걸지도 모른다고 여겼을 거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또 뭐고?”
카르디안 뒤에 서 있는 수십 명의 사람이 멍하니 서 있지 않았다면 글랜디는 그리 여겼을 거다.
"카, 카르디안 정신 차리렴."
좋게 타이르는 어미의 심정으로 글랜디는 카르디안을 설득했다.
"제발 정신 차리렴, 카르디안. 너는 세이렌 섬 영주의 장녀야. 그리드의 노예가 아니라고!"
제발 딸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글랜디는 호소했다.
"그러니까 제발 정신 좀 차…." "어머니."
카르디안은 환하게 웃었다.
"저는 멀쩡합니다."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세뇌에서 풀려났고, 자발적으로 그리드 님을 주인님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미소에는 한 치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건 제 의지입니다. 제 의지대로 이곳에 왔고, 제 의지대로 어머니를 주인님에게 바칠 생각입니다." "어, 어째서…."
글랜디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그리드 놈에게 시달렸는데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그야…."
카르디안은 대답했다.
"이길 수 없으니까요."
절망적인 결과를 입에 담은 카르디안은 왜 그런 결론이 내렸는지 설명했다.
"처음에는 도망치려고 했어요."
강림의 변덕 덕분에 장교 후보생 전원이 세뇌에서 풀려났을 때 그들이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바로 공포였다.
해적에게 납치당한 것도 모자라 해적에게 세뇌당하고, 세뇌당한 상태에서 해적을 도와 사람들을 학살하는 데 앞장섰다. 왕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자신들이 해적을 위해 살육을 밥 먹듯이 즐기는 놈들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부모가 죽어도, 형제가 죽어도, 자매가 죽어도, 심지어 소중한 친구가 죽어도 그들은 좋다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어찌 멀쩡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자신들이 터무니없는 짓들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은 장교 후보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자살을 시도하려는 자도 있었고, 절망한 나머지 미쳐버린 자들도 있었으며, 아예그리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도망치려는 자들도 있었다.
"몰래 빠져나와서 세이렌 섬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으니까요."
카르디안은 이 중 마지막 세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어떻게든 도주해서 고향인 세이렌 섬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기했어요."
그럴 생각이었으나, 카르디안은 포기했다. 남아서 그리드의, 강림의 노예로 영원히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
"주인님은 절대로 우릴 포기하실 분이 아니니까요."
예전 그리드였다면 장교 후보생들도 먹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취급했을 거다. 아무리 유능해도 수틀리면 그냥 다 죽여버렸을 거다.
하지만 강림은 아니었다. 강림은 카르디안을 포함한 장교 후보생들을 일회용품으로 취급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평생 인형으로 취급할 마음도 전혀 없었다. 자발적으로 충성하기를 원할 뿐. 그렇기에,
"포기할 분이 아니셨기에 저희는 겁탈당했답니다."
진심으로 충성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강림은 장교 후보생들을 모조리 다 따먹었다.
"저희의 몸이 정액으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당했습니다."
매일 쉬질 않고 박아댔다. 박은 끝에 임신하게 되어도, 만삭이 되어도, 출산하게 되어도 강림은 계속 박아댔다. 진심으로 따르겠다는 말을 들을 때까지 계속 박고, 박고 박았으며, 강림의 좆 놀림에 장교 후보생들은 하나둘씩 무너져갔다. 무섭다, 도망치고 싶다,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후보생들은 마음마저 꺾여버렸고, 꺾인 마음은 광기 어린 충성으로 재가공되었다. 진심으로 강림의 자지를 좋아하고, 정액을 좋아하며, 아이를 낳는 것이 제일 행복이라고 여기는 가축으로 재탄생했다.
카르디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저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주인님과 몸을 섞었던 그때를."
세뇌에서 풀려 혼란스러웠던 자신을 위해 자지를 박아 주었던 그 날을 카르디안은 잊지 않았다.
"섞으면서 사랑의 결실로 임신하게 된 그 날을."
자궁에다 정액을 하염없이 싸지른 끝에 아이를 가진 그날을 카르디안은 잊지 않았다.
"낳고 임신하기를 반복하던 그 날을."
강림의 능력 덕분에 수십 명 이상의 아이를 출산했던 그 날을 카르디안은 잊지 않았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것은 정말 죽을 맛이었으나,
죽을 정도로 너무나 황홀했다.
"절 가축으로 취급하면서도 절 버리지 않겠다는 말에 저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카, 카르디안…." "그리고, 저는 깨달았어요."
카르디안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저는 결코 주인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벗어날 수 없고, 이길 수도 없고, 그분을 위해 봉사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것을."
너무 자연스러워서 보는 글랜디가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악마지만, 가축은 소중히 여기는 그분이라면 충성을 바쳐도 괜찮을 거라고 봐요." "그, 그래서 배, 배신한 거니?"
카르디안의 진심을 들은 글랜디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다.
"이 섬을 통째로 그리드에게 바치려고 우릴 배신한 거니?"
아르웬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디자이어 제국이 알아냈을까? 아르웬이 출국하고 돌아오는 것은 극비로 붙여져 있는데. 어찌 알고 급습할 수 있었던 걸까? 누가 알려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제국에게 이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카르디안 밖에 없었다. 애초에 남들은 강철 군단에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치는 와중에 무리를 이끌고 당당하게 나타난 걸 보면 답은 이미 나온 거나 다름없었다.
단지, 글랜디가 딸이 설마 그런 짓을 할 거라고 부정하고 있었을 뿐.
"네, 접니다."
카르디안은 부정하지 않았다.
"제가 알려줬어요. 아르웬의 첩자들을 이용해서 아르웬이 언제 떠나는지 알아냈어요. 바로 제 뒤에 있는 분들이 다 첩자들이랍니다." "대체 무슨 수로. 아르웬 명령 없이는 움직일 리 없는데…." "이걸로요."
카르디안은 자신의 입을 가리켰다.
"주인님이 저한테 힘을 하사해줬습니다. 노래로 사람을 인형으로 만드는 힘을 손에 넣었죠." "사람을 인형으로?" "네, 이봐 나와."
카르디안의 지시에 따라 한 여성이 따라왔다. 머리가 갈색인 이 여성이었다. 카르디안에게 마지막으로 붙잡힌 첩자였다.
"자, 보세요, 어머니."
카르디안은 여성의 귀에다 대고 노래를 불렀다. 잠시 뒤,
"허억?"
여성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여성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왜, 왜 내가 여기에, 나, 나는 부, 분명…." "옷을 벗어."
카르디안은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들은 여성은 순간 얼이 빠졌다.
“하? 뭐라고?” “옷을 벗으라고. 속옷까지 다. 명령이야.” "우, 웃기지 마! 내가 그딴 명령에 따를…어?"
다짜고짜 옷을 벗으라는 말에 여성은 반발했으나,
"왜, 왜 내가 단추를…어, 어째서, 어째서!"
양손은 상의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저절로 윗옷을 벗고, 바지를 벗고, 입고 있던 브래지어와 팬티도 집어 던졌다. 카르디안이 명령을 내린 치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여성은 알몸이 되었다. 여성은 당장 가슴과 음부를 가리려고 했으나,
“가리지 마. 그래도 있어.”
카르디안의 명령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이게 어찌 된 거야? 왜 내가 이런 짓을!"
어째서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거지? 정신은 돌아왔어도 자신이 여전히 세뇌당한 상태라는 사실을 여성은 깨닫지 못했다.
그런 여성의 귀에다 대고 카르디안은,
"다시 잠들어."
다시 노래를 불렀다.
"아, 안 돼. 나는, 나는…."
여성은 저항하려고 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생기가 돌아왔던 두 눈은 다시 죽어버렸고, 여성은 그대로 굳어졌다. 카르디안이 볼을 꼬집어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이걸 보면 제가 어찌 첩자들을 접수했는지 아시겠죠?“
어때요, 참 쉽죠, 라는 식으로 카르디안은 설명했다.
”아르웬에게 가장 중요한 손발을 잘라버렸으니 아르웬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겁니다.“ "카, 카르디안."
충격적인 광경에 글랜디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를 향해 카르디안은 다가왔다.
"어머니, 무서워하지 마세요. 저는 어머니를 세뇌하지 않을 거예요." "카, 카르디안 저, 정신 좀 차려." "저처럼 가공할 생각이에요. 오직 주인님만 바라보는 바보로 만들어드릴게요." "이, 이러지 마. 제발. 넌 이런 여자가 아니잖니?"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는 누구인가? 카르디안인가? 카르디안의 탈을 쓴 악마인가? 너무 무서워서 글랜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지 말라고 부탁하는 것 말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으나, 카르디안은 들을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잔당 청소까지 끝나면 다른 세 명이랑 사이좋게 어머니를 가공할게요." "오, 오지 마." "싫어요."
코앞까지 다가온 카르디안은,
"후읍?"
어머니의 입술을 덮쳤다.
”후으읍, 후으으읍, 후으으읍!"
어머니가 도망치지 못하게 카르디안은 양손으로 글랜디의 뒷머리를 붙잡았다. 붙잡고, 더 들이댔다. 입술에 힘을 주어 억지로 입을 열었다.
혀는 넣지 않았다. 단지, 노래를 부를 뿐. 감미로운 노래를 들은 글랜디는,
"후으으으응…."
두 눈이 풀리고, 몸이 축 늘어졌다. 카르디안이 입술을 떼자 글랜디는 무릎을 꿇었고, 카르디안은 어머니를 양손으로 안아 들었다.
"자, 갑시다. 어머니."
어머니를 안고 카르디안은 저택 마당으로 향했다.
"주인님을 위한 노예로 제가 잘 가공해드릴게요."
역할을 마친 세 괴수가 모여 있는 마당으로 카르디안은 당당하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