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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63화 (164/344)

Chapter 163 - 163화- 대책 회의

[악마 그리드가 쓰러졌다.]

[영웅 아르웬이 악마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악마가 쓰러진 지금이 적기다. 저 해적 나부랭이들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줄 차례다.]

강림이 아르웬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지 하루란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르웬이 그리드를 쓰러뜨렸다는 소식이 왕국 전체에 일파만파로 퍼지기에는 충분했다. 정황상 아르웬이 의도적으로 이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며, 퍼진 소문은 지금까지 이루어낸 전쟁의 판도를 뒤바꿔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왕국의 모든 병력이 특정 장소로 모이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왕국은 사분오열로 찢어져 있었다. 왕좌를 차지한 제1 왕녀와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왕위를 계승하겠다는 다른 왕녀들 간의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찌나 사이가 안 좋은지 디자이어 제국이 본격적으로 침공을 개시했음에도 서로 돕겠다는 생각을 일절 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러한 왕족들의 거한 삽질 덕분에 디자이어 제국은 수월하게 왕국을 삼킬 수 있게 되었다. 외부의 적의 등장과 내전으로 인한 혼란으로 이중고를 겪게 된 왕국은 영토의 3분의 1을 고스란히 제국에게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아이스 섬까지 정복한 제국은 왕국 수도까지 위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결국 제1 왕녀는 불가침조약을 맺자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제국을 막는 자는 어디에도 없다. 이대로 계속 전진하면 왕국은 멸망하게 될 거다. 회의실에 있는 모두는 그리 생각했다.

아르웬이 괴수가 되어 강림을 쓰러뜨렸다는 소식이 전국으로 퍼지지 않았다면 정말 그리되었을 거다.

"놈들이 모이는 장소는 이쪽으로 추정됩니다."

벽에 붙어 있는 지도에 X자로 표시된 자리를 펜으로 가리키며 여비서 아트리아는 그리 말했다. X자는 현재 왕국의 모든 병력이 집결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이며,

아르웬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왕녀들이 힘을 합쳤다고 가정할 경우, 약 5만 명이 모였다고 봐야 합니다.” "5만이라…."

잠자코 아트리아의 설명을 듣던 은발의 여기사, 이리스는 그리 중얼거렸다.

"왕국에서 긁어모을 수 있는 병력은 다 모았다고 봐야겠군."

분열되어 있었기에 왕국은 동원령을 내릴 수 없었다. 설사 제1 왕녀가 여왕의 신분으로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다른 왕녀들이 그 말을 들을 턱이 없었다. 디자이어 제국이라는 강적의 등장으로 잠시 싸움을 멈춘 것에 불과하지, 왕위를 도전하겠다는 열망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니까.

그랬던 왕녀들이 아르웬이 승전보를 터트렸다는 이유로 힘을 합치다니. 제1 왕녀의 말은 죽어도 듣지 않던 자들이 주인님의 패배 소식을 듣고 이리도 발 빠르게 움직일 줄이야. 혹시 대립하는 척하면서도 실상은 주인님의 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이건 매우 좋지 않다.

주인님의 패배가 이리도 뼈아픈 결과를 가져오게 될 줄은 이리스는 물론이요, 회의에 참석한 모두에게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럼 우린 이제 어찌할 거지?"

구미호족 수장, 수아는 물었다.

"설마, 왕국 놈들이 사라질 때까지 여기서 숨어있자고 부른 건 아니겠지?"

강림이 패배하고, 왕국이 반격의 준비를 시작한다는 급보가 전해진 이후 이리스는 즉시 회의를 소집했다.

사령관 이리스. 여비서이자 엘프섬 총독 아트리아. 암살단 대장 스텔라. 구미호족 수장 수아. 거북이족 수장 아켈론. 전(前) 토끼족 여왕 레비. 들소족 수장 카우. 악어족 수장이자 악어 공작단 대장 크로커. 그리고 거북이 공작단 대장 테가까지.

현재 제국을 지탱하는 핵심 인물들은 전부 여우섬으로 모였고, 이곳 회의실에 있는 원탁에 모여 앞으로 벌어질 왕국의 침공에 어찌 대응해야 하나 논의 중이다.

"그럴 리가 있나? 우리가 왜 숨어?"

수아의 말에 이리스는 바로 일축했다.

"고작 주인님이 패배했다는 이유로 우리가 무너져야 할 이유는 없어."

강림은 누누이 강조했다.

'내가 없어도 제국은 굳건해야 한다. 나는 허수아비 황제가 될 생각으로 나라를 세운 게 아니다.'

자신이 사라지더라도 제국은 영원히 종속되어야 한다. 너희들은 나라의 기둥이니 절대 무너진다는 생각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자신과 한배를 타기로 마음먹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제국을 지켜라.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끝까지 달리자.

그런 격려를 들었는데 어찌 물러설 수 있겠는가? 이리스는 마음을 굳힌 지 오래였다.

"나는 모든 걸 동원해서 왕국을 쓰러뜨릴 거다. 주인님이 없어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거다. 너희들은 어떻지?"

이리스는 물었다.

"당연히 싸우지."

수아가 대답했다.

"우릴 물건으로 취급했던 녀석들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야."

뒤를 이어 아트리아가 대답했다.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충신의 도리인데, 어찌 버리겠어? 엘프족을 다 동원해서라도 싸울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들소족 수장 카우는 자랑스럽게 손을 들었다.

"우리 들소족한테는 중갑기병이 있어. 기병대로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고. 5만도 기병대 100기면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어." "기병뿐만 아니라 보병도 중요하지."

토끼족 수장 레비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당장 명령을 내려 사령관. 지금이라도 동원령을 내릴 테니까." "차라리 수도를 치는 게 어떻습니까?"

암살단 수장 스텔라가 우위를 점할 방도를 제시했다.

"수도를 점령하고 여왕을 사로잡으면 녀석들도 크게 동요할 겁니다. 아직 수도에 대군이 왔다는 말이 없으니 괜찮을 겁니다." "그 의견엔 찬성."

거북이 공작단 리더 테가는 스텔라의 말에 동의했다.

"우두머리를 잃으면 놈들의 사기는 팍 떨어지고도 남을 거야." "그럼 이러지 말고 당장 움직이자."

악어족 수장 크로커가 몸을 일으켰다.

"당장 가서 그 왕녀라는 년을 사로잡자. 어차피 그년 카우 때문에 자기 방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잖아? 나랑 테가, 스텔라가 힘을 합치면 왕녀 하나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어."

이렇게 다들 왕국을 어떻게 해서 박살을 내버릴 까란 분위기로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 열기에,

"저기, 의지가 충만해서 보기 좋네만."

거북이족 수장 아켈론이 찬물을 끼얹었다.

"아르웬이라는 인간은 어찌 상대할 건가? 그게 가장 큰 문제 아닌가?"

그 말에 모두 다 입을 다물었고,

“““하아….”””

땅이 꺼질 기세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아르웬이 남았지.'

현재 디자이어 제국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총 3만. 철선 함대는 기함 15척에 호위함 60척. 총 합해서 75척. 그 이상을 찍어야 하나, 조선소가 박살이 나버렸기에 더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승부를 봐도 괜찮을 거다. 놈들에게 추가 병력이 없는 이상,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

하지만, 괴수는? 괴수에게 맞설 수단이 자신들에게 있는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싸워도 아르웬에게 통하겠는가? 괴수가 되었던 타이에게 여우섬이 초토화될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

그 점이 이리스에게 있어선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아무리 전략을 잘 짠다 해도 그걸 다 뒤엎어버리는 막강한 존재가 있는 한, 모든 것이 다 무위로 돌아갈 테니까.

"…여차하면 내가 싸울게."

수아가 자신해서 나섰다.

"나도 괴수가 될 수 있으니까."

비록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요력석을 강림에게 헌납했기에 본모습인 구미호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요력석이 체내에 없어도 수아가 구미호로 변신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탈리아가 만들어냈다는 흑광 있지? 그걸 나한테 줘. 그걸 먹으면 변신할 수 있을 거야."

흑광을 사용하면 괴수가 될 수 있다. 아르웬이 성공했는데 자신이라도 성공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수아는 자신의 의견을 내비쳤으나….

"기각."

이리스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 약물을 먹고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가 나오냐?"

흑광을 이용해 괴수 부대를 만든다. 아르웬이 그랬던 것처럼 강림도 그런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세웠지만, 결국은 백지로 돌려야 했다.

실험체로 쓰인 인간 전원이 괴수가 되기는커녕 피를 토하며 죽었으니까. 그걸 이리스도 잘 알기에 수아의 말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괜히 줬다가 수아를 죽게 만든다면, 주인을 볼 낯이 없으니까.

"그럼, 여기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고?"

수아는 물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주인님을 기다리자는 거야?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 마당에?" "…."

강림의 패배는 비단 왕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건 아니었다.

-악마가 쓰러졌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제국을 무너뜨리자, 고향을 되찾자. 녀석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모두 힘을 합쳐 해적들을 몰아냅시다!

강림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점령지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봉기하기 시작했다. 수용소에서도 소식이 전해졌는지 폭동을 일으키려는 조짐도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강철 군단이 이들을 전부 진압하고 있으나, 한 번 타오른 불길을 끌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위험하다는 이유로 하지 말라는 거냐? 오히려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수아의 주장에 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아의 말이 옳긴 한데….'

아르웬이라는 괴수를 이길 그림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제아무리 포탄을 퍼부어도 살아남을 거고, 가진 병력을 전부 투입해도 쓰러뜨리긴커녕 몰살당할 거다.

괴수에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괴수뿐. 이 당연한 상식을 뒤덮을 힘이 이리스에겐 없었다.

'해야 하나?'

주인님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당인데 무턱대고 기다릴 순 없다. 그렇다고 주인님의 총애를 받는 구미호를 죽게 만든다면 그거대로 더 위험해질 거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을 벌어야 할까? 그게 아니면….

-똑, 똑, 똑.

누군가가 회의실 문을 두드렸다. 모두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들어와."

이리스가 답하자, 문이 열리고 수아와 똑같은 갈색 머리의 구미호가 나타났다. 전 페르포네의 보좌관이었던 테미네르였다.

"테미네르? 네가 왜…."

수아의 질문에 테미네르는 편지를 보여줬다.

“주인님께서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말에 전원 몸을 벌떡 일어섰다. 편지를 보냈다는 것은 강림이 깨어났다는 증거니까. 테미네르는 말을 이어갔다.

“이 편지를 모두에게 알리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럼 어서 읽어 봐.” “알겠습니다.”

이리스의 대답에 테미네르는 즉시 편지가 적힌 종이를 펼쳤다.

"모두에게 전한다."

모두에게 잘 들리도록 테미네르는 또박또박 큰 소리로 읽었다.

●●●

"…이상입니다."

다 읽은 테미네르는 고개를 숙였고, 명령을 들은 일동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신 나갔지만, 대담한 작전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피어 나왔다.

"그럼, 서둘러야겠군."

이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부터 왕국 멸망전 준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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