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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49화 (150/344)

Chapter 149 - 149화- 촉수 소굴이 된 엘프섬에서 벌어지는 게임

엘프섬에는 세계수라는 신이 존재했다.

섬의 모든 것을 주관하는 거목. 언제나 땅을 기름지게 해서 항상 풍년을 바랄 수 있었고, 언제나 젖과 꿀이 넘쳐흐르기에 섬에 사는 모든 이가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 나무를 엘프들은 세계수라 부르며 존경했고, 더 나아가 신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세계수를 유일무이한 신이라 여기고, 세계수가 사는 이 섬을 성지라 여기며 살아갔다. 이 낙원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겠다고 엘프족들은 맹세했다.

그렇게 엘프들이 지키고자 했던 세계수는 사라졌다. 세계수가 보호해주는 성지도 사라졌다.

세계수였던 거대한 촉수 나무와 그 촉수 나무에 오염된 작은 섬만 존재할 뿐. 강림이 세계수를 자신의 마기로 침식시켰고, 침식당한 세계수는 강림의 말에 복종하는 사도로 변질하고 말았다.

사도가 된 세계수는 강림이 내린 명령에 따라 섬을 바꾸기 시작했다.

[정액과 촉수로 넘쳐흐르는 낙원으로 만들어라.]

새로운 낙원을 만들어라. 주문을 접수한 거대한 촉수 나무는 섬을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촉수 나무의 뿌리, 검은 촉수들은 섬 곳곳에 퍼져 있었다. 퍼져 있었기에 세계수였던 시절에는 섬 구석구석을 기름지게 만들 수 있었다.

이젠 반대로 기름진 땅을 마기로 철철 흘러넘치는 저주받은 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토양은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변하고 말았으며, 그 땅 위에서 자생하던 수많은 나무도, 풀도, 무수히 많은 종류의 꽃도 전부 오염되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색을 잃고 검은색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절로 생기는 검은색 촉수로 다들 변하고 말았다. 원래 모습을 유지하던 것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숲속에서라면 항상 맡을 수 있는 향기도 더는 맡을 수 없게 되었다.

그저, 달콤한 정액 냄새만 풍겨올 뿐. 검은색 촉수 덩어리가 되어버린 수목들은 끊임없이 정액을 흘리고, 정액 냄새를 퍼트렸다. 한 번 맡는 것만으로도 고꾸라져 버릴 정도로 지독한 정액 냄새가 섬 구석구석에 퍼져나갔다.

섬에 살던 동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마리도 예외 없이 촉수에 붙잡혔고, 붙잡힌 동물들은 전부 촉수로 변해버렸다. 본래 육신은 물론, 영혼마저 갈취당하고, 검은 촉수로 이루어진 괴물로 재탄생했다. 본래 자신들이 누구였는데, 뭘 하고 살았는지 두 번 다시 기억하지 못할 거고, 관심도 두지 않을 거다. 이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오직 하나.

여자를 붙잡고, 주인님의 씨앗을 퍼트리는 것. 퍼트려서 수확의 때를 기다리는 것. 때가 되면 수확해서 주인님에게 바치는 것. 오직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명령을 받았기에 이들은 오늘도 열심히 사냥 중이다.

"모두 흩어져! 어서!"

여기 숲에 고립된 인간 무리가 있었다.

직업은 각양각색이다.

아이스 섬이 제국에게 함락됨과 동시에 길드도 덩달아 멸망하면서 실업자 신세가 된 모험가. 모셔야 하는 주군을 잃어버린 기사. 마탑을 졸업하고 세상 밖으로 나온 마법사. 칼 한 번 제대로 쥐어본 적이 없는 민간인. 모든 걸 잃고 빈털터리 신세가 된 영주.

원래라면 모이기 힘든 직업을 가진 자들이었으나,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다 여자들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디자이어 제국의 포로로 붙잡혔다는 것.

“뭉쳐봤자 먹잇감이 될 뿐이야. 어서 흩어져, 흩어지라고!”

최후의 생존자들을 이끄는 리더, 여 창술사도 제국에게 맞서 싸우다 포로로 붙잡힌 자들 중 한 명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여우섬에 있는 수용소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육노예로 걸맞게 가공 당한 이후 강림에게 따먹힐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창술사를 비롯해 엘프섬으로 끌려온 사람 중 누구도 설마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끌려온 포로들은 숲속 깊숙한 곳에 버려졌고, 그들을 향해 강림은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제시했다.

[해안가에 배가 있다. 만약 해안가에 도달한 자가 있다면 그 배를 타고 도망갈 기회를 주겠다.]

난데없는 제안에 다들 혼란에 빠졌다. 혹시 그리드가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자신들을 우롱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제기되었지만, 거짓이라고 입증할 증거도, 진실이라고 입증할 증거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누구든 도달하기만 하면 다 기회를 줄 거야. 몇 명을 태워서 데려가도 상관없어.]

하나도 없지만,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니까.

[자, 힘내보라고. 내가 특별히 선별했으니까 분발해, 알았지?]

그 매력적인 제안에 거부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평생 쓰레기의 노예로 살 바에야 자유인이 되는 게 낫다! 원래 삶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던 포로들은 강림이 제안한 게임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선언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제 열 명의 생존자밖에 남질 않았으며,

“제, 젠장….”

흩어졌던 남은 아홉 명도 모조리 다 당하는 바람에 여 창술사 한 명만 남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 왜, 왜!’

솜씨 좋은 무술가를 초빙해 창술을 배웠다. 이젠 따로 호위병이 없더라도 혼자서 무뢰배들을 상대할 무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무력 덕분에 영지를 침공한 강철 군단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무력을 지녔으며, 너무나 무력했다. 무력했고, 나약했고, 화가 났다. 또다시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는 사실에 창술사는 분통을 터트렸다.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제 항복하는 건 어때?]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창술사는 즉시 경계 태세를 갖췄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창술사는 바로 알아챘다.

[질질 끌지 말고 그냥 항복해. 다 끝난 게임 살려봤자 재미없거든.]

“우, 웃기지 마.”

창술사는 이를 갈았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 나는 끝나지 않았다고!”

[주위를 둘러봐.]

강림은 지적했다.

[지금 다들 어찌 되었는지.]

처음 게임이 시작되었을 당시에는 수백 명이었다. 그 수백 명은 지금,

-후끅, 후끅, 후끅, 후끅!

-우끅, 우끕, 우끄윽, 우끄으으윽!

-후끄으으윽, 우끄으으윽, 으끄으으윽!

촉수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풀처럼 자생하는 작은 촉수 더미에 붙들려 농락당하고 있으며,

어떤 이는 촉수 나무에 붙잡혀 마치 영양분을 빼앗기는 것처럼 입과 가랑이가 동시에 범해지고 있으며,

어떤 이는 촉수로 이루어진 괴물에 붙잡혀 겁탈당하고 있었다.

다들 강제로 정액을 흡입할 수밖에 없었고, 강제로 자궁 안이 정액으로 가득 채워졌으며,

강제로 길쭉한 귀를 가진 회색 머리 엘프로 변해갔다.

[그냥 포기하고 엘프나 돼. 어차피 너희들은 그럴 용도로 데려온 거니까.]

“그, 그럴 용도?”

[그래. 애초에 놔줄 생각이 없었거든.]

강림은 진실을 얘기해줬다.

[인간도 엘프로 개조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너희들을 데려온 것뿐이야.]

인간이란 종족으로 다른 종족으로 개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엘프로 개조하는 것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마기가 듬뿍 담긴 정액을 계속 먹이다 보면 가능할 것 같은데? 이 섬을 엘프 사육장으로 만들 생각이니 한 번 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신체 능력이 괜찮은 포로들을 데려오라고 강림은 지시를 내렸고, 게임을 방자한 실험을 시행했다.

“그, 그렇다면 배는?”

[그건 있었지.]

강림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돛단배이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창술사를 비웃었다.

“개자식….”

창을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눈앞에 강림이 있다고 여기는 듯이 창술사는 눈을 부릅뜨며 정면을 노려봤다.

“너, 너 가만두지 않겠어. 내 손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그럼 특별하게 너만 탈출하게 해줄게.]

“또 헛소리를….”

[단,]

이때, 무언가가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술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티타니아를 쓰러뜨리면 풀어줄게.]

만삭의 몸을 지닌 엘프가 서 있었다.

“…하아?”

자신 보고 임산부를 상대하라고? 간신히 흉부를 가리는 가죽 갑옷만 입고, 아래는 끈 팬티만 입은 저 엘프를? 창은 들고 있지만,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할 녀석을 쓰러뜨리라고? 지금 자신을 조롱하는 건가? 창술사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얼마나 나를 물로 봤으면….”

이딴 식으로 모욕을 하는 걸까? 창술사는 화가 났지만, 자세를 잡는 일을 잊지 않았다. 창끝을 티타니아를 향해 겨누며 창술사는 말했다.

“원망하지 마라. 다 그 쓰레기 때문이니까.” “….” “죽어도 그 쓰레기나 탓하라고!”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창술사는 돌진했다.

‘어차피 임산부야. 임산부 따위가 이길 리 없잖아?’

오만해도 정도가 있지, 감히 임산부를 내보내? 자신의 아이를 품은 여자는 소중하게 여기는 주제에,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이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 깨닫게 해주마!

창이 닿는 거리까지 근접한 창술사는 두 팔을 치켜들었다. 이에 맞춰 티타니아 역시 한 손으로 창을 들었다. 막는 자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단지,

휘둘렀을 뿐.

“어?”

왜 이러지? 왜 이리 허전하지? 창을 잡는 느낌이 왜 없는 거지? 창술사는 순간 중심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엎어짐과 동시에 무언가가 창술사 눈앞에 떨어졌다.

“어?”

손이다. 창을 잡고 있던 자신의 두 손이다. 깔끔하게 절단된 두 손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뒤이어 엄청난 고통이 찾아오는 걸 느끼고 나서야 창술사는 자신의 두 손이 절단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이게 무슨….” “주인에게 함부로 입을 놀린 죄.”

티타니아가 걸어왔다. 무덤덤한 얼굴로 혼란에 빠진 창술사를 내려다봤다. 티타니아의 몸에는 어떤 생채기도, 멍도 나 있지 않았다.

그녀가 쥐고 있던 창날에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릴 뿐이었다.

“각오는 되었나, 인간?” “으으….”

이렇게 해서 게임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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