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4 - 144화- 촉수 괴물이 된 사역마들에게 엘프들은 당합니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티타니아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어째서냐, 어째서 저 인간 놈의 말을 듣는 거냐고!’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키워온 자신의 친구였다. 씨앗이란 껍질에서 벗어나 새싹이 솟아날 때부터 지금의 거목으로 성장할 때까지 티타니아는 자신의 사역마를 돌봤다. 행여 시들어지지 않을까, 병이 들지 않을까 수시로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 주인의 정성을 잘 아는지 사역마 역시 티타니아를 소중하게 여겼다. 비가 오는 날이면 눈이 내리는 날이면, 자신의 나뭇가지들을 전개해 주인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티타니아를 보호해줬다.
두 존재가 서로를 소중하게 여겨준다. 마치 핏줄을 이어받은 부모와 자식처럼. 보통 사역마를 노예로 취급하는 인간 마법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고 자란 존재들이니까. 모두 공평하게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들이니까. 사이좋게 축복을 받은 자들인데 어찌 누가 주인이고 누가 노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여겨야지. 어찌 사리사욕을 탐할 수 있겠는가. 축복을 내려주신 세계수 님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순 없다.
이런 게 엘프들은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역마들을 절대로 자신의 하수인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평등하게 여기는 주제에, 정작 인간들을 깔보는 태도를 보이는 엘프들의 인성을 생각하면 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다.
‘리파, 정신 좀 차려. 네가 누구인지 떠올리라고!’
자신의 사역마, 거목 리파를 향해 티타니아를 호소했다. 나무에게 무슨 말을 해도 알아먹을 수 있겠냐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티타니아는 당당하게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거목인 리파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라고. 소중한 친구이기에 자신의 말을 알아먹을 수 있다고. 알아먹을 수 없다면 자신이 종종 위기에 빠졌을 때 도와주는 일도 없었을 거라고. 자신의 의지로 티타니아가 골치 아파하는 일을 해결해주는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러니 단순한 나무라고 욕하지 마라. 자신이 상상 속의 친구를 사귀고 있다 보지 마라. 그렇게 말할 정도로 티타니아는 자신의 사역마를 소중하게 여겼고,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그 소중한 사역마가 검은 촉수 괴물로 변질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후읍, 후읍, 후읍, 후읍!
-후끅, 후끅, 후끅, 후끅!
-우끅, 우끄윽, 우끄으윽!
괴물이 된 리파가 자신의 동족들을 색욕에 젖은 노예로 전락할 때까지 능욕한다는 사실도 믿고 싶지 않았으며,
“후끄윽, 후끄으윽, 후끄으읍, 후끄으으읍!”
자신이 리파에게 능욕당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티타니아는 믿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악몽이라고 믿고 싶었다. 지독한 악몽에 빠졌다, 티타니아는 그리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이건 현실이다.
“후끅, 후끅, 후끅, 후끅!”
리파였던 검은 촉수에 전신이 휘감겨 있는 것도. 촉수에서 흘러내리는 체액에 전신이 더럽혀지는 것도.
“후끅, 후끅, 후끅, 후끅!”
리파였던 검은 촉수가 자궁구를 뚫고 끝인 벽까지 도달해 쿵쿵 찍어대는 것도. 리파였던 검은 촉수가 항문을 뚫고 대장으로, 소장으로, 그 이상으로 깊숙이 도달한 상태에서 앞뒤 운동을 하는 것도.
“우끅, 우끅, 우끅, 우끅!”
리파였던 검은 촉수에 젖가슴이 휘감겨 있고, 휘감긴 상태로 조여지는 것도. 조여지면서 나오는 모유를 유륜에 부착된 검은 촉수가 쪽쪽 빨아먹는 것도.
“후으으윽, 으으으으, 으으으응!”
리파였던 검은 촉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콤한 냄새. 강림의 정액에서 풍겨오던 달콤한 냄새에 점점 빠져드는 것도.
“후끄윽, 후끄극, 후끄그그극, 후끄그그그극!”
전부 다 사실이었다. 리파였던 촉수에 겁탈당하고, 리파였던 촉수에 의해 절정에 치닫고, 리파였던 촉수에 의해 영혼이 실시간으로 갈려지는 느낌에 휩싸여 있는 것도 전부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저 악마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란 말인가?
티타니아의 질문에 강림은 대답할 수 있었다.
“혹시나 했지만, 진짜로 해낼 줄은 몰랐어.”
자신이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을 보며 강림은 자화자찬했다.
“페르포네도, 어머니도 그리 만들었으니 다른 것들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부 주인님 의도대로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그런 강림을 옆에 서 있는 여비서 아트리아는 주인님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주인님 덕분에 엘프들도 친구라 여기던 자들과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리파 뿐만이 아니었다.
“무트라, 그만해, 그만. 이건, 이건 옳지 않…호오옥, 호오오옥!”
무트라라는 개를 사역마로 키운 엘프가 있었다. 덩치 큰 사냥개임에도 귀엽다는 이유로 항상 침대에서 같이 자는 걸 낙으로 여기던 엘프였다.
그 덩치 큰 사냥개가 검은 촉수로 이루어진 개 형태의 괴물이 되어버렸고, 괴물이 된 파트너에게 엘프는 강간당하고 있었다. 만삭 이상으로 커진 엘프의 배를 보면 이미 그녀의 배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다.
“아아아, 아아아악! 나온다, 알이, 알이, 알이이이이!”
작은 종달새를 자신의 사역마로 삼은 엘프가 있었다. 새가 아침마다 부르는 노래에 엘프는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그 종달새가 검은 촉수로 이루어진 괴조가 되어버렸고, 괴조가 된 파트너에게 엘프는 겁탈당했다. 종달새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바람에 엘프는 만삭이 되었으며, 만삭의 몸이 된 엘프는 끊임없이 알을 낳고 있었다.
“후읍, 후읍, 후윽, 후으읍!”
인간 남자를 사역마로 삼은 엘프가 있었다. 우연히도 배가 난파당하는 바람에 섬으로 흘러들어온 남자였으며, 본래라면 아이스 섬으로 추방하는 게 옳으나, 엘프는 한눈에 남자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래서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어서 사역마로 삼았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는 세계수 님도 이 정도는 눈 감아 주실 거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그 합리화한 결과로 남자는 촉수 괴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오직 체액만 토해내고, 정액은 토해내지 못하는 괴물이 되어 엘프를 능욕당하고 있다. 그 엘프가 바라는 대로 영원히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들 괴물이 되었다. 엘프들이 소중히 여기던 친구들은 전부 강림에 의해 검은 촉수 괴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괴물로 변해버린 자들은 엘프들을 따먹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다 자신들이 바라는 일이니까. 다 주인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 자신들이 바라는 것은 곧 주인님을 위한 것. 주인님을 위한 거라면 친구의 육신이 토막이 나도 기어이 받아들일 거다.
죽어도 먹으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테니까.
강림은 이런 식으로 엘프들과 사역마들의 우정이 영원히 지속되도록 만들었다.
“결국은 내 아이를 낳게 되는 꼴이지만, 뭐, 상관없겠지?”
그 영원함 속에서 엘프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능욕당해야 하는 운명에 빠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상관없을 겁니다, 주인님. 다들 행복하니까요.”
쾌락에 미쳐가는 엘프들의 모습을 보며 아트리아는 그리 말했다.
“그건 그렇네. 그것보다 뭔가 좀 부족한데….”
리파라고 불렸던 검은 촉수 덩어리 괴물에게 농락당하는 티타니아를 보면서 강림은 뭔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 화끈하게 해버리고 싶은데….”
자신의 마기로 촉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만들어냈지만, 그 이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괴물이 된 강아지가 자신의 주인에게 정자를 주입해서 임신시켰고, 괴물이 된 새가 자신의 주인에게 정자를 주입해서 임신시켰다.
그렇다면,
촉수의 체액을 자신의 정액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가능성이 있는데도 왜 안 했던 걸까?
‘나도 참 멍청하지.’
능력이 안 되니까 체액이 한계라고 여긴 자신이 바보다. 체액에 자신의 정액 냄새를 섞일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야 했는데.
자신의 아둔함에 책망하며 강림은 검은 촉수 덩어리에 손을 댔다. 손을 댄 부위를 중심으로 사악한 마기가 주입되기 시작했다.
마기는 순식간에 덩어리 전체에 퍼져나갔고, 주인이 주신 은혜에 덩어리는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강림은 명령을 내렸다.
“내 정액을 주입해라.”
이제 너의 체액은 주인의 정액으로 이루어지게 될 거다. 주인의 정액을 주입할 수 있게 될 거다. 달콤하기 그지없는 설탕을 듬뿍 주입할 수 있는 몸이 될 거다.
“네가 먹고 있는 엘프들에게, 옛 주인에게 내 정액을 주입해라.”
그 몸으로 정액을 주입해라. 피부에다, 근육에다, 혈관에다, 뼈에다, 세포에다. 전신 구석구석 자신의 정액을 주입해라. 주입해서 영원히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노예로 만들어라.
폭군이 내린 지시에 촉수 덩어리는 바로 시행했다.
-후윽?
-후끄윽?
-우끄으으윽!
촉수 덩어리에 농락당하던 엘프들은 이변을 감지했다.
가느다란 촉수 가락들이 엘프들의 육신에 파고들었다. 피부를 뚫고, 근육을 뚫고, 뼈까지 도달한다. 몸을 이루는 모든 장기에 촉수 가락들이 박혔다. 귓속으로도, 콧속으로도, 머릿속으로도 들어간다.
엘프들의 신체를 장악한 촉수 가락들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면서 끈적끈적한 설탕을 마음껏 주기 시작했다.
엘프들의 몸을 이루는 근간이 전부 강림의 정액으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저, 정액? 이건 대체 무슨….’
티타니아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의 몸속으로, 뇌 속으로 파고든 촉수 가락이 주입하는 게 강림의 정액이라는 것을. 그 정액이 자신의 일부로 동화되어가고 있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그 증거로,
지금 가랑이에 박힌 촉수를 타고 흐르던 애액이 어느 순간 끈적끈적한 흰색 물로 바뀌었다.
‘아, 안돼. 이러면, 이러면, 이러면….’
정액밖에 떠오르지 못한다. 오직 녀석의 정액 말곤 떠오르지 못한다. 녀석의 정액을 먹는 것만 떠오르게 될 거다. 아침, 점심, 저녁 끼니마다 정액만 생각하게 될 거다. 오직 녀석의 정액에 파묻히는 것만 떠오르게 될 거다.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얼마나 황홀한 일일까?
‘왜,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빠졌다는 사실에 티타니아는 경악했다. 경악했지만,
“후윽, 후읍, 후읍, 후읍!”
그것과 별개로 정액은 끊임없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고오오오!’
소중한 친우에 의해, 친우였던 괴물에 의해 더욱 타락한다는 현실에 티타니아는 절규했다.
그 절규를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우으으, 흐으으으, 으아아아….”
정액 범벅이 된 채로 흙바닥에 떨궈질 때까지 엘프족 수장은 무력하게 당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