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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39화 (140/344)

Chapter 139 - 139화- 이것이 자비다

“흐아아, 아아아아, 아아아악!”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배가 아프다.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프다! 안에 있는 장기들이 한꺼번에 부풀어 올라 터져버릴 것 같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 정도로 티타니아는 어마어마한 복통에 시달렸다.

아니, 복통이 아니었다.

“아아아, 아아아, 어, 어째서, 어째서 아기가….”

진통이다. 배 속의 아이가 나가고 싶다고 심하게 발버둥을 치고 있다. 배를 차댈수록 티타니아는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에 시달렸다. 이대로 계속 방치하고 있다간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이, 이상해. 이렇게 아, 아플 리가 없는데….”

배 속의 아이가 발버둥을 치는 느낌을 티타니아는 수시로 받은 적이 있었다. 출산의 때가 코앞으로 다가온 최근에서는 발버둥이 점점 심해졌다. 최후의 방어선이 붕괴하는 날에도 예외는 없었으며, 너무 아픈 나머지 티타니아는 다른 이에게 지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을 산 채로 뜯어버릴 지경까지 고통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숨쉬기 힘들어졌다는 것 정도만 빼면 살만했다. 이렇게까지 무자비하게 자신을 후려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그 약물에 뭐가 들어있길래 진통이 이리도 심해진 거지? 이를 악물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티타니아는 아트리아를 노려봤다.

“대, 대체 나, 나한테 뭘 주사한 거야?” “일종의 증폭제입니다.”

아트리아는 친절하게 설명했다.

“한 번 주입되면 진통이 수십 배 이상 증가하는 약을 당신에게 주사했죠.” “지, 진통을 즈, 증가한다고?” “네, 당신과 같은 만삭의 죄인들을 고문하기 위해 만든 약물이죠.”

이걸 만든 게 매우 자랑스럽다는 듯이 얘기했다.

“주인님의 축복을 받아도 반항하는 자들이 많답니다. 특히, 왕족들이 심했죠.” “하아, 하아, 아, 왕족들?” “주인님의 자비 덕분에 살아남은 주제에 악마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며 주인님을 매도하던 어리석은 여자들이었죠.”

왕국과의 불가침 조약을 맺는 조건으로 강림은 왕녀들을 요구했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제1 왕녀와 맞서 싸우다 패배하고, 포로로 붙잡힌 다른 왕녀들. 그런 왕녀들을 따르던 귀족들과 사용인들을 전부 자신에게 보내라. 본래는 처형하거나 유배를 보내는 척하면서 암살할 생각이었던 제1 왕녀는 강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받아들여진 결과로 왕녀들과 귀족들, 그리고 사용인들은 디자이어 제국 수도인 여우섬으로 끌려갔다.

남자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탈리아의 실험체로 희생되었으며, 여자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강림의 씨받이로 사용되었다.

씨받이가 된 여자들은 대개 강림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길을 택한다. 복종 말고는 다른 선택지 따윈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역시 높으신 분들의 자존심 때문이라고 할까? 왕녀들은 물론이요, 귀족들과 심지어 사용인들도 쉽사리 굴복하지 않고 그리드를 매도했다.

언젠가 천벌이 내려질 거라고,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이런 치욕을 준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고 대놓고 강림 앞에서 소리쳤다.

강림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목숨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다니. 이런 배은망덕한 여자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아트리아는 그리 여겼다.

“그런 여자들에게 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매를 만들어달라고 탈리아에게 부탁했죠.”

그래서 강림의 허가를 받고 이들을 굴복시킬 방도를 연구해 달라고 아트리아는 탈리아에게 부탁했고,

그 부탁의 결과가 티타니아에게 주입한 약물이었다.

“역시 말을 안 듣는 사람에겐 매가 답이었습니다. 한 번 주입하니까 다들 잘못했다고 싹싹 빌었다고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미, 미쳤어….”

여전히 고통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티타니아는 그리 말했다. 가슴은 물론이요, 만삭의 배 역시 파르르 떨렸다.

“이, 이런 마, 말도 안 되는 약을 만들다니….” “말도 안 되긴요, 되니까 만든 거죠.”

아트리아는 반박했다.

“어차피 죽는 것도 아닌데 뭐가 걱정입니까? 당신도 배 속의 아이도 무사할 텐데 뭐가 말이 안 되는 건가요? 고작 진통이 심해졌다고 세상을 하직할 것 같습니까?” “주, 죽지 않는다고? 이런 짓을 해도?”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건가? 고통이 심해지면 아이도 산모도 다 죽는 게 일반 상식이거늘, 그게 아니라고 하는 게 말이 돼? 이런 미친놈들이 세상에 다 있다는 사실에 티타니아는 경악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미친놈들에게 영원히 시달려야 하는 게 그녀의 처지였다.

“아, 맞아. 정보를 캐묻고 이걸 주입해야 하는데….”

깜빡했다는 듯이 아트리아는 손뼉을 쳤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주입할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아트리아는 새로운 주사기를 꺼냈다. 주사기 안에는 아까 티타니아에게 주입한 약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걸 본 티타니아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하, 하지 마….”

한 번 고통을 준 거면 충분하잖아? 왜 또 하려는 건데? 이미 고통을 줬으니 어서 질문을 하라고. 질문하면 다 말할 테니까. 말할 테니 제발 그 주사기 좀 치우라고!

그런 티타니아의 바람과는 달리,

“아뇨, 할 겁니다.”

아트리아는 또다시 주사기를 티타니아의 배에다 꽂았다. 밀대를 밀어 약물을 주입했다.

“흐으윽?”

티타니아는 또다시 어마어마한 진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악!”

질문을 하는 게 먼저 아닌가? 대답을 듣고 고문을 이어갈지 말지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정반대로 가는 건데? 티타니아는 그리 따지고 싶었으나, 입에서는 오로지 비명만 터져 나왔다.

“자, 한 번 더 가겠습니다!” “자, 잠까…아아, 아아아악!”

아트리아는 한 번 더 주사기를 배에다 꽂았다.

“또 갑니다.” “그, 그만해. 그…아아아아악!”

또다시 주사기를 꽂고,

“아아아악! 그만해, 그만하라고오오오!”

꽂고, 꽂고, 꽂고 계속 꽂았다. 가지고 온 주사기를 다 쓸 때까지 아트리아는 계속 약물을 주입했다,

“아으으으, 그만, 그만해주세요오오오오….”

수백 배 이상 증폭된 진통에 티타니아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애원했다. 이미 가랑이 사이로 맑은 물이 잔뜩 흘러내려 바닥을 흥건히 적셨으며,

맑은 물과 다른 물 역시 섞인 채로 가랑이 사이로 계속 뿜어져 나왔다.

“다, 다 말할 테니까 제발, 제발 더는 하지 말아주세요오오오….”

고통의 해일에 이리저리 휩쓸려 나간 끝에 처참하게 망가져 버린 티타니아는 전부 실토했다.

“아르웬, 아르웬이 시켰어요.”

반란을 종용한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 전부 실토했다.

“아르웬이란 자가 반란을 일으키라고 저한테 제안했어요.” “….” “필요한 지원은 계속해줄 테니 그리드의 시선을 끌어달라고. 한 달만 버티면 그리드를 죽일 병기를 주겠다고 했어요.” “그 병기가 뭐죠?” “그건….”

티타니아는 대답했고,

“으음….”

이를 들은 아트리아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벌써 준비했을 줄이야.’

강림은 괴수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직접 괴수가 되어 적군을 일방적으로 유린(蹂躪)할 수 있다. 괴수가 될 수 있었기에 디자이어 제국은 빠르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으며, 왕국과의 싸움에서 언제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왕국에겐 괴수를 쓰러뜨릴 수단이 사실상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강림을 상대할 수단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다.

‘그런 게 아르웬에게 있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데….’

트루퍼 무리에게 하마터면 강림이 골로 갈 뻔한 상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강림은 무적이 아니다. 괴수와 맞먹는 힘이 존재한다면 강림도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어떻게든 괴수에 필적하는 자들을 차례대로 완승을 가져갔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아르웬과의 싸움 역시 무조건 승리할 거란 보장도 없을 거다.

‘숨어버린 것도 다 그것 때문인가?’

세이렌 섬에 있던 철선 제조 시설이 크로커가 이끄는 악어 공작단과 스텔라가 이끄는 암살단에 의해 파괴된 이후 아르웬은 자취를 감췄다. 어디로 가버린 건지 그 행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아르웬이 행방을 감춘 이유가 티타니아가 말한 그것 때문이라면.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제국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피해버린 거라면. 기어이 그것이 완성되었다면,

강림에게 크나큰 위협으로 다가올 거다.

‘주인님께 보고를 해놓자.’

주인님도 알고 계셨을지 모르나, 일단은 말해놓자. 말한 뒤에 대책을 논의해도 늦지는 않을 거다. 아트리아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마, 말했으니 이제 아, 안 놓을 거지?”

티타니아는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다. 백금의 머리는 물론이요, 전신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다 말했으니까 이제 안 할 거지? 그치?” “네, 고맙습니다, 티타니아 씨.”

아트리아는 활짝 웃었다.

“당신 덕분에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어요.” “그, 그럼!” “그러니까….”

-푹!

무언가 뾰족한 것이 파고든다. 순간, 티타니아는 시간이 느려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배를 쳐다봤고,

커다란 주사기가 자신의 배에 꽂혀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더 줄게요.” “어, 어째서….” “어째서라뇨.”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티타니아를 보며 아트리아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반역자이니까요.” “하, 하지만 자, 자비는 베풀어 준다고….” “이게 자비랍니다.”

아트리아는 그리 말했다.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고문하는 게 자비예요.”

아트리아는 강림이 했던 말 그대로 전해줬다.

“죽이지는 않되, 죽음에 준하는 형벌을 내려라. 주인님은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 그런….” “그러니까, 티타니아 씨.”

아트리아는 밀대를 오른손 손바닥에 받친 채로,

“잘 버텨주세요.”

꾹, 눌러버렸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의 약물이 티타니아의 배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아아, 아아아, 아아아악!”

티타니아의 입에선 고통 어린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파서 죽을 것 같다. 죽을 것 같다. 죽을 것 같다. 아니, 진짜로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 진짜로 죽는다. 죽기 싫다. 죽기 싫다. 죽기 싫다! 이런 식으로 죽기 싫단 말이다! 산 채로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에 티타니아는 크게 발작했다. 바닥에 고정된 분만대가 크게 덜컹거렸다.

“계속 그렇게 비명을 질러주세요.”

아트리아는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어느 순간 아트리아의 손에는 커다란 마개가 달려 있었다.

“그래야, 주인님이 왔을 때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아, 안 돼. 그건 넣지 마. 넣지 마아아아아!”

당연히도 엘프족 수장의 애원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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