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37 - 137화- 반란을 종용받는 엘프족 수장
"저보고 반란을 일으키라고요?"
엘프섬 중앙에는 섬 전체를 뒤덮는 커다란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나무의 뿌리는 거미줄처럼 섬 전역으로 뻗어 있으며, 섬 전역으로 확장된 뿌리는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기름진 토양 덕분에 수많은 식물이 번성했다. 번성한 덕분에 크고 작은 짐승들이 먹을 것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엘프들은 이러한 낙원을 만들어 준 커다란 나무를 세계수라 부르며 칭송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엘프들이 세계수를 신으로 떠받치는 계기가 되었으며, 세계수를 지킬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세계수 근처에 커다란 목조 저택이 있었다. 엘프족 수장이 기거하는 이 저택에는 한 명의 엘프가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른손에 든 푸른 수정구를 엘프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미쳤습니까?"
엘프, 수장 티타니아는 그리 말했다. 엉덩이 밑까지 내려오는 백금색의 머리에 사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청옥색 눈동자를 지닌 엘프족 수장은 상대방의 요구 조건에 기가 찼다.
[이게 미친 짓인가요?]
수정구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행여 누군가에게 들키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목소리는 변조된 채로 출력되었다.
[그 그리드 새끼와 싸우는 게 미친 짓인가요? 제가 무기를 잔뜩 보내드리지 않았습니까?]
“네, 잘 받았죠.”
디자이어 제국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엘프섬에 온 범선이 있었다. 범선에는 어느 인간 무리가 타고 있었으며, 그들은 반란을 종용할 목적으로 품질이 좋은 무기들을 제공했다.
무기를 제공한 인간 무리의 소속은 세이렌 섬이었다.
"네, 잘 받았죠, 들키지 않도록 잘 숨겼습니다. 그런데…."
티타니아는 시름 섞인 표정을 지으며 한 손으로 이마를 받쳤다.
"지금 반란을 일으키면 다 죽습니다."
[이유는?]
"이유? 당연히 전사들이 없기 때문이죠."
놈들의 대가리에 구멍을 내줄 수많은 화살과 그 화살들을 날릴 수많은 활을 받았다. 놈들을 찢어발길 창과 검, 도끼 등과 같은 근접 무기와 몸을 보호해줄 철제 갑옷도 받았다. 놈들을 한 방에 골로 보내버릴 수 있는 대포와 포탄, 그리고 화약도 받았고, 방어전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마법 도구들도 잔뜩 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사들이 없었다.
"저희 엘프족 전사들은 전원 노예가 되었습니다."
[….]
"그 빌어먹을 그리드를 위해 매일 아기나 낳아야 하는 암탉이 되고 말았다고요."
[….]
"전사들이 그렇게 타락해버렸는데 제가 어찌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드가 함대를 이끌고 엘프섬 침공에 나섰을 당시. 용맹한 엘프족 전사들은 항전했다. 자신들의 성지를 더러운 인간들에 의해 짓밟히게 두지 않겠다며 다들 들고 일어섰다.
전사들은 이렇게 전략을 세웠다.
어떻게든 상륙하는 것을 최대한 저지한다. 저지하면서 왕국에 지원을 요청한다. 하등 종족에게 도움을 구걸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나, 제국의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선 왕국의 힘이 절실하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다음 차례가 왕국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테니 분명 무시하지는 않을 거다.
그 계획은 개전 초기에 처참하게 박살이 나버렸다.
섬을 완전히 포위한 제국 함대는 일제 사격으로 섬을 초토화했다. 전투가 벌어진 지 불과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엘프족들이 세운 모든 방어 시설이 무너졌다. 제아무리 화살을 잘 쏘는 엘프족들이라도 사방팔방으로 날아오는 포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엘프들은 강철 군단의 상륙을 허용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엘프족 전사들은 맞서 싸웠으나 패배했다.
아니, 일방적으로 사냥당했다.
"당신은 그리드를 상대해보지 못해서 모르나 보는데, 그 녀석은 너무 강합니다. 도저히 어찌할 녀석이 아닙니다."
그렇게 자조할 정도로 티타니아는 깊은 절망에 빠져버렸다.
"그건 전투조차 아니었어요. 그냥 가축 몰이였다고요."
그 당시의 일을 티타니아는 기억하고 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이 하등한 녀석들아!
-주, 죽여라! 죽이라고! 노예로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아!
-크윽? 자, 잡아당기지 마. 모, 목이 아프다고!
일방적으로 사냥당하던 엘프족 전사들의 모습을. 강제로 옷이 발가벗겨지고, 목에 쇠고랑이 채워진 전사들의 모습을. 전사들이 짐짝처럼 들것에 실려 옮겨지는 모습을. 아무리 전사들이 반격에 나서도 놈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역으로 위치가 노출되는 바람에 잡히는 자들이 많았다.
그렇게 잡혀버린 전사들은 제국이 만든 사육장으로 끌려갔고,
-후윽, 후읍, 후읍, 후으으읍!
-우끅, 우끕, 우끅, 우끄으읍!
-후끅, 흐끅, 흐끄으윽, 흐끄으으읍!
암퇘지로 가공 당하는 형벌을 당했다.
전사들 전원은 분만대란 이름의 의자에 강제로 앉혀졌다. 도망가지 못하게 사지는 구속되었으며, 구속된 엘프 한 명당 직사각형 모양의 기계 장치가 놓였다.
기계 장치에는 두 개의 막대기가 달려 있었다. 자지를 연상케 하는, 크고 굵은 막대기 한 쌍. 막대기 하나는 보지 안으로, 다른 하는 항문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파고든 상태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후읍, 후읍, 후읍, 후읍!
-우읍, 우읍, 우읍, 우읍!
-우끅, 우끅, 우끄으, 우끄으윽!
진흙에 진탕 거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절정에 이르러 애액이 뿜어질 때까지, 괄약근에 힘이 풀려 소변이 흘러내릴 때까지 막대기는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엘프들이 버티지 못해 실신해도 계속 박아댔다.
막대기 내부에 있는 강림의 정액이 엘프들의 자궁 안을 창자 속을 다 채워도 고문이 끝나는 일은 없었다.
가랑이만 범해지지 않았다.
-꾸릅, 꾸릅, 꾸릅, 꾸릅….
-꾸르륵, 꾸르르릅, 꾸르르르릅!
-쿠륵, 쿠르릅, 쿠르르릅!
입에는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재갈이 물려 있었다. 뚫린 구멍 안으로 호스가 박혔으며, 호스는 정액이 가득 담긴 통과 연결되어 있었다. 호스를 통해 엘프들은 언제나 정액을 강제로 먹어야만 했다. 더는 먹질 못해 입으로 정액이 흘러내려도, 더는 버티질 못해 두 눈에 흰자위가 나타나도 엘프들의 몸은 정액으로 한가득 채워져 갔다. 너무 채우는 바람에 뒷구멍으로 정액이 철철 흘러내려도 고문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후끅, 후끅, 후끅, 후끅!
-우으응, 우으으응, 우으으으응!
-후으응, 으으으, 흐으으읍!
가슴에는 수많은 케이블이 꽂혀 있었다. 분만대와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약물이 주입되고, 약물이 스며든 엘프들의 가슴은 충만해질 때까지 부풀어 올랐다. 평생 젖을 짜도 문제없을 정도로 키워졌다. 만약 풀려난다 해도 커진 가슴 때문에 두 번 다시 활을 잡지도 못할 거다.
그렇게 가공 당한 엘프족 전사들은 변해갔다.
-하우으으, 후으으으….
-자지, 자지, 자지, 자지를 줘….
-정액, 정액을 주세요. 저한테 정액을 좀 주세요!
열매보다는 정액을. 훈련보다는 정액을 먹는 것을. 잠자는 것도 아까우니 정액을 먹고 싶다는 열망만이 전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맛있는 정액을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넘쳐났다.
미약 성분이 가득 들어 있는 강림의 정액을 쉬질 않고 먹었으니 전사들이 색녀 집단으로 타락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섬의 유일무이한 무력 집단의 몰락을 직접 목격했기에 티타니아는 함부로 반란이란 말을 꺼낼 수가 없었으며,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저는…."
만삭의 몸을 가진 자신이 반란을 주도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설사 일으킨다고 해도,
실패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잘 알기에 티타니아는 여자의 말에 따를 수가 없었다.
[싸우세요.]
그런 건 전혀 고려할 마음이 없는지 수정구 너머의 여성은 그리 요구했다.
[싸워서 놈과 맞서세요. 고향을 되찾으세요. 이대로 놈의 뜻대로 흘러가게 놔둘 겁니까?]
"아까 말했다시피 전사들은 이미…."
[주민들은요? 엘프들은 천성적으로 사냥꾼 기질을 타고났다고 들었는데요? 그들도 훈련 시키면 전사가 되지 않나요?]
"그, 그건!"
그나마 전사들이 능욕당하는 선에서 끝났다. 티타니아는 자신의 몸까지 강림에게 내주는 조건으로 주민들을 일체 건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강림은 그 조건을 수락했고,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엘프들은 그나마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엘프들마저 싸우라고 독촉한다? 그렇다면 어찌 되겠는가? 엘프라는 종족은 영원히 녀석의 가축으로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걸 티타니아는 두려웠다.
[하아, 티타니아 씨.]
그런 티타니아의 마음을 꿰뚫어 봤는지 여성은 지적했다.
[그리드 녀석은 엘프들을 전부 가축으로 삼을 겁니다.]
"…."
[고작 전사들을 먹은 것에 만족할 녀석이 아닙니다. 희귀한 종족인 엘프들을 어떻게든 자신의 종으로 삼고 싶을 겁니다.]
"…."
[그냥 놔둘 생각이었다면 왜 수시로 엘프들을 징발하는 걸까요?]
"그건…."
엘프섬 총독으로 부임한 아트리아는 엘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거주지에서 일주일에 열 명의 엘프들을 바치라고. 바치지 않으면 거주지를 전부 불태워버릴 거라고. 싸울 힘이 없는 엘프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포들을 제물로 바칠 수밖에 없었으며,
제물로 바쳐진 엘프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강림의 자식을 낳는 씨받이로 전락했다.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두지 않았다. 영원히 도구로 써먹기 위해 엘프들을 서서히 아사시켜 나갔다 이대로 정책이 지속되면 거주지에는 단 한 명의 엘프도 남지 않게 될 거다.
사이좋게 정액만 탐하는 돼지로 전락할 거다.
[티타니아 씨, 반란을 일으켜도 죽고, 안 일으켜도 죽을 겁니다.]
여성은 말했다.
[어느 쪽을 택해도 결말이 하나뿐이라면, 적어도 발버둥은 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면."
티타니아는 물었다.
“당신은 그리드 녀석을 죽일 방도가 있습니까?”
[….]
“죽일 방도가 있으니까 저보고 싸우라는 소리를 하는 거죠? 그렇죠?”
[네, 있습니다.]
여성은 부정하지 않았다.
[저는….]
●●●
이후 대답을 들은 티타니아는 반란을 일으키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봤자 사이좋게 그리드의 노예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였으니까. 무력하게 당하다가 끝날 바에야 차라리 추하도록 발버둥 치다 싸우는 게 낫다.
그리고 여성이 제시한 방법은 괜찮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사실 여성이 반란을 부추긴 것도 그리드의 이목을 엘프섬에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엘프섬에 집중하는 동안 자신은 그리드를 쓰러뜨릴 수단을 완성한다. 사실상 이용당하는 거나 다름없지만, 티타니아는 그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그 수단이 완성된다면 암흑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 그 수단이 완성될 때까지 버티자.
그렇게 다짐했던 티타니아는,
“어리석은 엘프 씨, 되지도 않을 싸움을 왜 해서 고생을 해요?” “으으….”
아트리아에게 사로잡히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