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33화 (134/344)

Chapter 133 - 133화- 첫째 누나는 먹혀서 뱀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헤라가 데스 나이트로 개조당하고, 강림에 의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던 사이.

“사, 살려줘….”

헤라의 첫째 딸이자, 그리드의 누이인 유노의 고문도 막바지에 이른 상태였다.

“자, 잘못했으니까, 요, 용서해줘. 살려줘. 자비를, 자비를….”

숨이 꺼져가는 목소리로 유노는 애원했다. 만약 그녀를 아는 사람이 이곳에 있었다면 자존심은 다 내다 버리고 목숨을 구걸하는 유노의 모습에 크게 경악할 거다. 지아비를 닮아 귀족의 긍지를 가장 우선시하는 여자였으니까.

아니, 유노가 아니라 해도, 유노보다 자존심이 높은 귀족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을 거다.

“다, 당신은 우, 원래 이, 인간이었잖아? 아, 아직 마음이 있잖아? 그러니까 제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경험을 쉴새 없이 반복하고 있으니 제아무리 귀족의 긍지를 내세운 영애라도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유노는 단단한 성벽에서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가루로 변해가고 있으며,

“응, 싫어.”

가루로 만들고 있는 장본인, <독사> 페르포네는 유노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했다. 강림에 의해 개조당한 그녀는 라미아가 되었으며, 그 증거로 하반신은 초록색 비늘로 이루어진 커다란 뱀의 꼬리가 달려 있었다.

“난 이미 괴물이거든.” “으으윽?” “괴물인 내가 인간인 너의 말을 들을 이유가 있겠니?”

페르포네는 자신의 커다란 꼬리로 유노의 몸을 칭칭 감은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조이니 유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페르포네가 꼬리에 힘을 줄수록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유노의 몸에서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아…제, 제발 저, 정신 차려…다, 당신은 이, 이런 사람이 아, 아니었잖아….” “하아, 저기 유노 양.”

페르포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하아, 하아, 하아….” “나는 이제 인간이 아니야.”

페르포네도 저항하던 때가 있었다. 천하의 오물인 그리드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끝까지 발악하려던 순간이 있었다. 자신이 돈에 눈이 먼 일개 상인에 불과하더라도 자존심은 있었다. 얄팍한 자존심일지라도 자신의 모든 걸 앗아간 악마에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저항했고, 그래서 절망을 맛보았다. 재산도, 명예도, 자존심도, 친구도, 자기 자신도 다 잃어버렸다. 다 잃고 나서야 페르포네는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라미아야.”

악마에게 저항해봤자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아무리 저항하려 애써도 악마에게 있어서는 그저 단순한 유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은 그저 악마를 위한 연극에 불과했다는 것을. 놈에게 있어 남의 불행은 자신의 행복에 불과하다는 것. 그 행복을 위해 자신은 어리석은 짓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도,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

“당신이 알던 인간 페르포네는 죽었어. 당신이 어찌 기억하든 간에 제가 돌아올 일은 없을 거야.”

페르포네는 미쳐버렸다.

“내가 바라는 건 주인님을 위해 사는 것.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하는 게 나의 사명이야.”

광기에 빠져 버린 뱀 공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주인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괴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기에,

“그러니까, 나를 설득 하겠다는 생각 꿈도 꾸지 마.” “으아아아악!” “네가 뭐라 하든 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테니까.”

지금 유노를 죽일 때까지 고문하는 것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강림이 바라는 일이었으니까.

그 바라는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과정이기에 페르포네는 멈출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하으윽?”

가슴을 무는 것 역시 멈출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쮸읍, 쮸읍, 쮸읍, 쮸읍…."

날카로운 두 송곳니로 풍만한 살덩어리를 꿰뚫는다. 신선한 피를 마시며 동시에 젖을 빨아 먹는다. 피와 우유가 섞인 혼합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오니 페르포네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좋아서 평생 마시고 싶었다.

"흐으으윽? 그, 그만해, 제발…."

당연히도 유노는 아니었다.

"제발 그만해. 그만둬주세요."

존댓말까지 써대며 유노는 간곡하게 빌었다. 페르포네가 젖을 빨면 빨수록 유노의 얼굴은 시체처럼 새하얘졌다.

"그, 그만, 그만, 그만…그만…."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지고, 말도 심하게 더듬기 시작했다. 죽기 일보 직전에 놓인 사람처럼 유노는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아니, 죽어가고 있는 게 맞다.

"그만, 그만, 그만…제, 제발 그, 그만…."

페르포네는 젖을 빠는 것과 동시에 독을 주입하고 있으니까. 서서히 심장을 멈추게 하는 맹독을 페르포네는 두 송곳니를 통해 주입하고 있었다. 라미아가 되면서 페르포네는 진짜 독사처럼 먹이를 꼼짝 못 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독사의 먹잇감이 된 유노는 매일 이렇게 독을 주입 당하는 신세였으며,

"이제 오른쪽을 먹어야지."

페르포네는 손도 쓰기 어려울 지경까지 독을 주입하고 나서야 가슴에서 입술을 뗐다. 뗌과 동시에 반대쪽 가슴을 있는 힘껏 물었다. 마찬가지로 송곳니를 꽂아 피 맛을 보고, 모유를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으며,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유노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해독제를 주입하고 있으니까. 언제나 페르포네는 독을 주입하고 나면 항상 해독제를 주입했다. 덕분에 유노는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으나,

"흐윽?"

지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흐아아아, 이제 그만해, 그만하라고!"

해독이 끝난 직후에 다시금 왼쪽 가슴을 문다. 젖을 마시면서 독을 다시 주입한다.

"끄어어억! 그만, 제발 그만해…."

독 주입이 끝나면 다시금 오른쪽 가슴을 문다. 젖을 마시면서 해독제를 다시 주입한다.

왼쪽을 물면 독을, 오른쪽을 물면 해독제를. 매일 번갈아 가면서 상반된 물질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유노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으며,

육신 역시 반복되는 중독 작용으로 서서히 새하얀 시체로 변해갔다.

단순히 가슴이 빨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윽? 후읍, 후읍, 후으읍!"

키스를 통해 중독과 해독을 반복하고.

"흐아아아악? 모, 목은 이제 그…아아, 아아아악!"

흡혈귀처럼 목을 무는 방식을 통해 중독시키고, 해독하는 짓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유노는 벗어나려고 수없이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몸을 옥죄는 뱀의 꼬리 때문에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으으으, 으으으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지옥. 제아무리 해독제를 주입한다 해도 육신이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독을 이용한 페르포네의 고문에 계속 시달리면 유노는,

"죄, 죄송합니다. 아버지."

고개가 축 늘어졌다.

"어머니, 무트 미안해. 저는 이제…."

죽음이 임박했음을 깨달은 유노는 가족들에게 사죄했다.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죽은 이 못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빌며 정신을 잃었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얕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다. 유노가 반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 걸 확인한 페르포네는 그녀를 풀어줬다. 풀어졌음에도 유노는 미동조차 보이질 않았다.

"자, 그럼…."

페르포네는 양팔로 유노의 어깨를 붙잡은 뒤,

"잘 먹겠습니다."

입을 크게 벌렸다.

"아우으읍…."

뱀처럼 커진 입으로 페르포네는 유노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발까지 다 삼키는 데는 수 초도 걸리지 않았다.

"꺼억, 잘 먹었다."

페르포네는 빵빵해진 자신의 배를 두들겼다.

"조금만 기다려, 유노 양."

배 안쪽에서 쾅쾅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뒤늦게 먹혔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노가 발버둥을 치고 있는 거다. 이 발버둥을 태교로 여기며 페르포네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게 새로워질 거야."

"살려줘어어어어어!"

배 속에서 유노의 절규가 들려왔으나, 누구도 이를 들어주는 자는 없었다.

●●●

"우으으으…."

여긴 어디지? 자신은 누구고?

왜 눈을 뜰 수 없는 걸까? 왜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거지? 왜 입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거지?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유노는 당혹스러웠다. 눈은 전혀 떠지질 않아 오직 어둠만이 그녀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유노는 떠올리기 위해 애썼으나,

'나는, 나는….'

누구였지? 유노는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자신이 한때 남부의 패권을 넘어, 왕국을 전복하고자 했던 영주의 장녀였다는 사실을. 영주가 그리드에 의해 사망하고 자신과 어머니, 그리도 동생 무트가 그리드에게 범해졌다는 사실을. 범해진 끝에 아이를 낳았고, 그 직후 자신은 <독사>에게 고문당했다는 사실을.

고문당한 끝에 <독사> 페르포네에게 잡아먹혔다는 사실을 유노는 전혀 기억하질 못했다.

"…노. 유노, 유노…"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유노는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 말캉한 느낌이 얼굴 전체에 느껴졌다. 따뜻하고, 포근해서 눈물이 절로 나올 것 같았다.

"아아…."

이건 어머니다. 자신을 낳아 주신 어머니의 품속이다. 배 속에서 자신을 키워 주신 어머니의 가슴이다. 어머니의 이름은 모르지만, 유노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안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눈꺼풀이 떠지기 시작했다.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고,

"유노, 이제야 일어나는구나, 이 잠꾸러기."

땀에 흠뻑 적은 녹색 장발의 여인이 유노를 반겼다.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 배, 그리고 다리 전체도 땀에 젖어 있었다. 가랑이 사이에는 탯줄이 달려 있었으며,

그 탯줄은 유노의 배꼽과 연결되어 있었다.

"어, 어머니…."

어머니라는 걸 확신하게 되자 유노는 어리광을 부리듯이 머리를 비벼댔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그래, 그래. 엄마 여기 있단다."

페르포네는 활짝 웃으며 유노의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후후, 이렇게 쉽게 될 줄이야.'

인간 유노는 죽었다. 페르포네에게 삼켜져 그대로 녹아내렸다. 녹아내리기 직전까지 '살려달라'는 절규를 페르포네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녹아내린 유노가 다 성장한 상태로 잉태하게 된 지금 이 상황 역시 페르포네는 잊을 수가 없었다.

'주인님, 소중한 딸을 줘서 정말 고마워요.'

지금까지 강림과 떡을 치면서 수많은 라미아들을 낳았다. 이들은 전부 시장에 납품하는 물건처럼 그대로 시설로 보내졌다. 인간 시절 받은 형벌, 만 명의 병사를 낳으라는 지시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드 섬으로 돌아온 강림과 매일 떡을 쳤기에 페르포네는 목표량에서 절반을 다 해소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페르포네는 계속 낳고 있으며, 낳은 아이들은 계속 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하지만 유노는 달랐다. 유노는 직접 키워도 된다고 강림이 허락해줬다. 사상 처음으로 직접 딸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페르포네는 너무나 기뻤다.

앞으로는 소중하게 키우리라. 자신의 딸을 주인님을 위한 훌륭한 여자로 가르치리라. 다 가르치고 나면 함께 주인님의 봉사를 하러 가리라. 설령 자신의 친모를 만난다 해도 문제없으리라.

유노는 완벽하게 페르포네의 딸로 다시 태어났으니까.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자신을 먹은 존재가 페르포네였다는 사실을. 그 페르포네에 의해 자신의 인생이 망가져 버렸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채 유노는 계속 머리를 비벼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