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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26화 (127/344)

Chapter 126 - 126화- 여비서는 고백합니다

그리드는 죽었다. 강림은 그리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리드가 죽어야 자신이 이 세상에 있는 이유가 설명되니까.

그리드는 죽었고, 텅 비어버린 주인의 육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아트리아는 영혼을 소환법이 적힌 책을 이용했다. 그 책을 이용해 현실에서 정강림의 영혼을 소환했고, 강림의 영혼을 그리드의 몸에 주입했다. 모든 여자를 손에 넣고 싶다는 강림의 갈망과 모든 여자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그리드의 갈망이 일치했기에 영혼은 손쉽게 육신에 정착했다.

이렇게 그리드가 된 강림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원작 게임에서 맞이한 그리드의 끔찍한 최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다.

그리드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이유가 너무나도 무자비했고, 너무나도 감정적으로 행동했고, 그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증오심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강림은 그와는 다른 길을 걸으려고 노력했다.

되도록 불필요한 살육은 피한다. 자신에게 굴복하여 노예가 된 여자들을 극진히 대접한다. 필요하면 부하들의 의견을 들으며 정복 전쟁에 박차를 가한다. 그리드를 파멸하는 데 크게 일조한 여자라면 수단과 방도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노예로 삼는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렇게 달리느라 강림은 의구심이 들지 않았다.

그리드는 수아의 독에 당해서 정말로 죽었다고. 죽었으니까 자신도 이리 행동할 수 있는 거라고. 죽은 놈은 죽은 놈에 불과하니까 파멸로 향하는 운명에서 벗어나는 일에만 전념하자고.

그래서 의심하지 않았으나,

"아트리아, 제발 대답해줘."

지금 그 의심이 싹텄다. 의심이란 뿌리가 마음속에 내려진 강림은 아트리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드는 정말로 죽었어?" "…죽었습니다."

강림의 질문에 아트리아는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죽었으니까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겁니다. 다 끝난 일을 왜 갑자기 묻는 거죠?" "실은 들었거든."

검은 괴물이 더는 움직이질 못하고, 이로 인해 트루퍼 무리에게 꼼짝없이 죽게 될 처지에 놓였을 때, 강림은 들었다.

"그리드의 목소리가 들렸어." "…네?" "녀석이 도와줬기에 나는 그 썩을 고래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지."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극악무도한 악당의 목소리를. 환청일지도 모를 그 목소리를 강림은 똑똑하게 들었다.

게임 <여우의 은총> 1부 마지막을 장식하는 싸움에서 개발진은 그리드의 목소리를 더빙했다. 냉혹하면서도 광기에 찬 목소리에 다들 소름이 돋았다는 평을 내렸으며, 이는 강림도 마찬가지였다.

그 소름 돋는 목소리가 분명 강림의 머릿속에 들렸다. 절대로 들어서는 안 될 목소리가. 꿈에서나 들려야 했던 목소리가. 그런 목소리가 현실에서 들렸다.

그게 정녕 가능한 일일까?

"실은 환청을 들은 게 아닌가 싶었어." "…." "근데 환청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 환청이라면 어찌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릴 수 있냐는 의구심이 들었어." "…."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어."

어쩌면 진작에 의문을 품었어야 했다.

“나는 그리드가 아닌데 왜 그리드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걸까?”

보통 빙의된 주인공은 본인의 기억만 갖는다. 본래 육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왜 일어난 걸까?

“내 기억도 아닌데 왜 내 거라고 생각되는 걸까?” “우, 우연이 아닐까요?”

아트리아는 물었다.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상하리만큼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으며, 표정도 굳어 있었다.

그걸 강림은 바로 알아차렸다.

“육신에 사념 같은 게 남아있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 사념과 접촉해서….” “그럼, 왜 그 사념을 남긴 거지?”

강림은 추궁했다.

“그리드가 살아있는 대재앙이라는 걸 모르지 않을 네가 왜 사념이 남게 놔둔 거지?” “그, 그건 저도 잘….” “네가 모른다고?” “흐윽?”

강림이 젖가슴을 세게 움켜쥐자, 아트리아는 신음을 흘렸다.

“너는 알고 있었을 거야. 그리드가 이 세상에 남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었을 거야.” “으으으….” “너도 어렴풋이 깨달았을 거야. 그리드가 사라지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걸.” “그, 그건….” “그걸 알면서도 사념을 없애지 않은 게 수상해.”

이는 억지다. 단순히 아트리아에게 영혼을 소환하는 책을 가지고 있으니, 사념을 없애는 방법 또한 숙지하고 있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틀린 추측일 수도 있다.

그래야 하나,

“….”

아트리아는 대답을 머뭇거리고 있다. 평소라면 시원하게 대답할 비서가 우물쭈물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추측이 옳은 게 아닐까? 강림은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 “그리드와 내 영혼을 융합했냐?” “….” “그래서 그리드의 기억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는 거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침묵을 유지하던 아트리아가 대답했다.

"당신이 말한 그분은 죽었습니다. 죽어서 빈 껍데기가 된 육신에 당신의 영혼을 넣었습니다." "…." “그걸로 다 끝난 이야기입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은 전부 해프닝에 불과해요. 당신이 황제가 되는 것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요.” “….” “그런데도 캐물을 겁니까?”

이런 아트리아의 질문에

"응."

강림은 긍정했다.

"너는 넘어갈 수 있어도 나는 아니야."

갑자기 가슴을 쥐던 손을 놓는다. 일어서서 아트리아를 네 발로 엎드리게 했다. 자신을 향해 쭉 내민 아트리아의 엉덩이를 강림은 양손으로 있는 힘껏 잡았다.

"아무 문제 없다고 넘어갔다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적이 있거든." “인생의 쓴맛?” “뭐, 그런 게 있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이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온다. 강림은 현실에서 겪어본 적이 있으며, 그 재앙 덕에 하마터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걸 잃을 뻔했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겪었기에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대답해 주라. 네가 숨기고 있는 모든 것을. 날 이 세계로 소환한 밥값은 해야지?”

강림은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 그리고 목표물인 도끼 구멍을 향해,

"끝까지 입 다물고 있을 생각이라면…." "하윽?"

1mm의 오차도 없이 구멍을 향해 발기된 자지를 쑤셔 넣었다. 넣고, 있는 힘껏 박기 시작했다.

"말할 때까지 계속 박을 거야." "하으으윽, 흐으으으…." "뺄 생각도 없으니까 각오하라고!"

이렇게 해서 여비서 심문이 시작되었다.

●●●

"솔직히 말해서 약간 의심하긴 했어."

열심히 허리를 놀리며 강림은 고백했다.

"고작 독에 중독되었다는 이유로 그리드가 쉽게 죽을 인물일까?" "흐오오옥, 호오오옥, 오오오옥!"

강림의 허리 놀림에 네 발로 엎드린 아트리아의 입에선 교성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명색이 최종 보스인 녀석이 고작 독 한 첩에 죽을 놈일까?" "호오오, 호오오옥, 호오오옥!" "수아가 아무리 독을 잘 만든다고 해도 천하의 대악당이 고작 그런 걸로 죽을까?"

박으면서 계속 물었다.

"애초에 그렇게 죽었다면 이야기는 시작도 되질 않았을 거야." "후오오오, 호오오옥!" "그런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건 그리드는 살아남았다고 봐야겠지." "흐끄으으, 무, 무슨 얘기를 하, 하고 싶은 겁니까?" "그러니까…." "흐이익?"

강림은 아트리아의 등 위로 자신의 몸을 덮쳤다. 덮친 상태로 양손을 밑으로 뻗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움켜쥔 상태로 더 세게 달음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후오오, 호오오옥, 호오오오옥!"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주인의 굵은 통나무에 아트리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예전이라면 좋아 죽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흐으으, 흐으으으윽…."

쾌락이 아닌, 고통을 수반한 마기를 강림이 주입하고 있으니까. 양손을 통해 주입된 마기에 아트리아는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하으으으, 흐아아아, 제, 제발 빼, 빼주세요…."

끊임없이 오는 진통에 아트리아는 폐사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마기라는 극독까지 덮치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 헤아릴 수 없었다.

"아니, 내 얘기 마저 들어."

아트리아의 애원을 무시하며 강림은 말을 이어갔다.

"네가 개입한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하고 있어." "흐으으, 제, 제가요?" "그래, 네가 있었기에 그리드는 부활할 수 있었다고 봐."

추측에 불과한 이야기를 강림은 술술 풀어냈다.

“원래대로였다면 너는 그리드를 살렸어야만 했어. 하지만 지금의 너는 살리는 걸 포기하고 날 소환했지.” “흐오오, 호오옥, 후오오옥!” “왜 그랬는지 알려줄 수 없을까?” “그, 그건, 그건….”

아트리아가 원작과 다른 길을 택한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강림은 몹시 궁금했다.

"좀 알려 줘. 내가 널 죽이는 것도 아닌데 대답해 주는 게 그리도 힘드냐?" "하아, 하아, 하아…." "얼른 말해 봐." "흐으으윽?" "배 터지기 전에 어서."

아까보다 한층 더 부풀어 오른 배를 가리키며 강림은 협박했다.

강림이 서너 번 이상 안에다 싸질렀기 때문이다, 싸지른 정액은 배 속으로 흡수되었고, 정액을 흡수한 덕분에 배 속의 새싹은 크게 자랐으며, 크게 자란 덕분에 배도 더욱 커졌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계속 박으면 아트리아의 배는 터지게 될 거다.

물론 자신의 자식은 물론이요, 아트리아를 죽게 할 마음이 강림에겐 없었으나,

"대답 안 하면 더 할 거야."

죽기 직전까지 심문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난 알아야겠어."

정말로 이 몸뚱이를 쓰는 게 안전한지. 정말로 사념에 불과하니 신경을 안 써도 되는지. 왜 사념의 목소리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린 건지. 대체 아트리아가 뭘 숨기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겠다.

큰일이 아니라고 넘겼다고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했어요."

마침내 아트리아가 입을 열었다.

"제가 했습니다. 제가 했어요!"

그동안 비밀로 해왔던 것을 전부 털어놨다.

"제가 그리드를, 그분을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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