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20화 (121/344)

Chapter 120 - 120화- 별장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별장에 숨겨놨을지도 모릅니다."

강림의 이야기를 들은 아트리아는 그리 대답했다.

“현재 발견된 금고 이외에 비밀 장소라고 할만한 곳은 거기 말곤 없으니까요.”

헤라를 통해 사라진 돈의 행방을 알아낸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헤라를 들소족으로 개조까지 다 했음에도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소리쳤고,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던 강림은 결국 헤라의 말이 진짜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돈은 어디에다 숨겨둔 걸까? 그리드 섬을 이 잡듯이 뒤져도 놈의 은밀한 공간은 나오질 않았다.

혹시 아트리아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강림은 질문을 던졌는데,

그냥 처음부터 아트리아에게 물어볼걸, 괜히 힘을 뺐음을 깨달았다.

근데, 별장은 어디에 있는 걸까? 강림은 물었다.

"아트리아, 네가 말한 별장은 어디에 있니?" "이 섬에는 없습니다."

아트리아는 짧게 대답했다.

“섬 밖에 있거든요. 항상 일요일이 되면 휴가를 내서 부하들을 데리고 별장으로 가셨습니다.” “그래?” “네, 부인이나 딸들은 데려가지 않았고요.” “음, 듣고 보니 이상하네….”

그리드는 천한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이유로 아들 취급조차 하질 않았다. 반면에 정실인 헤라와 그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은 진심으로 사랑했다. 쓰레기인 주제에 부인과 두 딸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였다. 그 사랑의 절반만큼 그리드를 사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들 취급을 제대로 해줬다면 본인은 물론이요, 부인과 딸마저 배드 엔딩을 맞이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 남자가 혼자 별장에 간다? 가족들을 데려가지 않고? 항상 일요일마다 휴가를 내서? 그렇게 할 정도로 여유롭나?

아니, 그보다 별장을 왜 섬 내부가 아닌 외부에 놔둔 거지? 보통은 본섬에 있는 게 정상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강림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기, 아트리아. 진짜로 별장이 밖에 있어?” “네, 항상 봤으니까요.” "혼자 별장 간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냐?"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라고 아트리아는 운을 뗐다.

“있었지만, 다들 입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하는 순간 다 사라지니까요.” “….” "이게 뭘 뜻하는지 더는 말 안 해도 알겠죠?" "그렇게 할 정도로 밝히기 싫은 건가?"

별장에 가는 것을 두고 수상하다고 수군거리면 그 즉시 참수했나?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걸까? 뭘 숨기고 있기에 의심하는 것만으로도 소리소문없이 처리하는 걸까?

‘잠깐만.’

문득, 강림은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가족들도 몰랐나?’

별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족들도 몰랐을까? 왠지 가족들에게도 뭔가 언질을 줬을 것 같은데? 강림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당신도 의심했습니까?" "하으윽, 흐으윽, 흐아아아…."

지금 강림과 아트리아가 있는 곳은 침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고, 둘 앞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의자에 백발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아아아아, 아으으으으, 흐으으으윽!”

전신은 붕대로 감겨 있었다. 머리, 목, 가슴, 배, 다리 등 물에 적신 붕대가 안 감긴 곳이 없었다. 여성을 감싼 붕대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젖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약물로 절여놨으니까. 한 번 흡수하면 모유가 매일 끊임없이 나오는 약물로 절인 붕대였으니까. 들소섬에서 나는 약초를 이용해서 만든 약물이기에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을 거다.

자, 붕대에 감긴 순백의 여성, 헤라의 젖가슴을 봐라.

"하아, 하아, 가슴이, 가슴이 너무, 무, 무거워…너, 너무 아파…."

젖이 너무 충만해지는 바람에 아래로 축 처졌고, 축 처진 가슴에서 모유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너무 흘러내려 바닥은 새하얀 호수가 형성되어 있었다.

약물이 제대로 스며들었다는 증거다. 붕대에 감긴 상태로 하루 동안 묵혀두면 매일 모유를 짜내야 하는 사명에 시달려야만 할 거다.

안 짜면 젖이 너무 꽉 차는 바람에 터질지도 모르니까.

그러기 전에 도망치는 게 답이겠으나, 유감스럽게도 헤라는 도망칠 수 없다.

"제, 제발 풀어줘. 제발. 나 못 버틸 것 같다고…."

도망치지 못하게 사지를 꼼꼼하게 묶어놨으니까. 일반인에 불과한 헤라가 이를 푸는 건 불가능했다. 누군가가 풀어줘야만 나갈 수 있겠으나,

"싫습니다."

당연히도 강림은 헤라를 풀어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제가 뭐가 예쁘다고 당신을 풀어줍니까? 절 쓰레기로 여긴 당신이?" "그, 그건…." "사과해도 받을 생각 없으니까, 꿈 깨세요, 어머니."

강림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평생 모유나 짜세요. 평생 짜서 저한테 바치세요. 그게 당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니까요." "으으…너, 너어어어…." "잡담은 여기까지. 자, 어서 제가 한 질문에 답하세요."

강림은 다시금 물었다.

“영주 새끼에게 한 번이라도 의심한 적이 있었습니까? 뭘 꾸미고 있다고 의심은 해봤나요? 알아볼 생각은 안 했나요?” “아, 아까도 말했듯이 난 아무것도 몰라.” “의심했는지 안 했는지 물어보는 것뿐입니다. 뭘 알고 있는지 묻는 게 아니라고요.”

어차피 별장에 뭐가 있는지 모를 게 뻔한데 그런 걸 물어볼 것 같나? 그저, 남편이란 작자를 의심했는지, 남편이 헤라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지 강림은 궁금할 뿐이다.

‘어쩌면 별장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약간의 힌트라고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강림이 질문을 던진 의도였다.

"만약 대답해주시면 편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 "…?"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거죠.” “…!”

그 말을 들은 헤라는 귀가 쫑긋해졌다.

'아, 알려준다면….'

진짜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건가? 아니, 그보다 고작 그런 것에 대답해서 풀어주긴 할까? 어쩌면 자신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은데 해방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나? 어차피 주도권이 저 녀석에게 있는 이상 빠져나갈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대답해서 녀석을 만족시키자. 만족시켜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자. 그리 생각하고 헤라는 대답했다.

"이, 있었어."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머리를 짜내며 대답했다.

"맨날 휴가를 가서 뭐 하는지 궁금했어. 한 번 뭐하러 가냐고 물었지." “….” “우리 가족을 위해서라는 말만 남겼어.” “그 외에는?” “없어.” “….”

가족을 위해서라. 남부를 넘어 왕국 전체를 정복하고 싶어 했던 영주 새끼의 성향을 생각하면, 왕국을 전복하기 위한 수단이 별장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가족을 위해서라는 대답을 한 게 아닐까? 강림은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자, 이제 대답했으니까 편하게 해줄 거지?" "…."

헤라의 말에 강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아트리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따라 아트리아는,

"후으윽?"

헤라의 입에다 재갈을 씌웠다.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린 재갈을. 대체 뭘 하려는 거지? 헤라가 그런 의문이 든 순간, 아트리아는 구멍에 호스가 꽂아 넣었다. 꽂아 넣음과 동시에 무언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후끄으으윽?"

호스와 연결된 통속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정액이 헤라의 입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정액은 강림의 것이다. 미약 성분이 가득 들어있는 강림의 정액. 그 정액을 잔뜩 삼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후으으으…."

약에 취해버린 헤라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숙였음에도 장치가 멈추는 일은 없었고, 정액이 꾸역꾸역 들어오는 일 역시 멈추는 일은 없었다.

'제가 풀어줄 거라고 여겼나요? 멍청하긴.'

헤라를 풀어줄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다. 들소족이 된 어머니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시작된 개조다. 개조가 완료되면 평생 모유를 짜낼 수밖에 없을 테고, 신선한 모유를 매일 마실 수 있을 거다.

그 개조를 중간에 멈출 리가 있나? 수아도 견뎌냈으니 당신도 견뎌보세요. 경련을 일으키는 헤라는 놔두고 강림은 아까 중단한 얘기를 다시 꺼냈다.

"아트리아, 그 별장 어디에 있는지 알아?" "네, 이걸 보세요."

아트리아는 가슴골에 넣어둔 지도 한 장을 꺼냈다. 왜 거기에다 넣은 건지 궁금했으나, 강림은 묻지 않았다.

“여기가 바로 별장이 있는 곳입니다.”

지도를 펼친 아트리아는 한 곳을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지목한 곳에 붉은색으로 그어진 X자가 있었다.

"폐허가 된 저택에서 찾아냈습니다. 영주도 자신의 별장이 어디에 있는지 잊지 않으려고 일부러 표시한 것 같아요." "음…."

표시된 장소가 어디인지 깨달은 강림은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 바다잖아?"

표시된 구역은 그리드 섬을 중심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이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작은 무인도도, 암초도 없는 망망대해.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이리스 가문이 다스렸던 섬과 맞닿는다. 그런 곳에 별장이 있다고? 강림은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심해에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주인님. 고대인들도 그 정도까지의 기술력은 없다고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으음…."

망망대해에 별장이 있다. 별장이 있다면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숨겨져 있다면 숨긴 방도는 무엇인가?

답은 바로 나왔다.

"결계네."

결계를 쳐서 별장이 있는 섬을 은폐했다. 그것 말곤 상식적인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은 의구심은 하나.

왜 영주 새끼는 별장을 은폐한 걸까? 단순히 자신을 노리는 자들이 올까 봐? 목숨이 아까워서 별장을 숨겼다? 그런 거라면 그냥 휴가를 내지 말고 본 섬에 있지, 왜 자꾸 별장을 들락날락했을까?

'이런 건 원작에서도 잘 나오질 않았는데….'

진짜 모르겠다. 원작에서 제대로 영주 새끼를 제대로 조명해줬다면 뭐가 있는지 알았을 텐데. 개발진 녀석들은 이런 것도 염두 해뒀을까?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일단, 한 번 가보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돈이 숨겨져 있다면 가야만 한다. 가서 되찾아야만 한다. 제국을 위해 쓸 돈을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강림은 아트리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트리아, 이리스에게 연락해. 조사할 데가 있으니 함대 좀 빌리자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