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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14화 (115/344)

Chapter 114 - 114화- 결별을 선언하는 보좌관, 떨어진 독사

여우섬으로 끌려간 이후에도 테미네르는 계속 개조 받았다.

“후읍, 후읍, 후읍, 후읍!”

아침에도 당하고, 점심에도 당하고, 저녁에도 당하고. 테미네르는 온종일 수아의 꼬리에 붙잡혀 능욕당했다.

“후끅, 후끅, 후끅, 후끅!”

언제나 복슬복슬한 꼬리가 테미네르의 젖통을 뜯어낼 기세로 옭아매고, 옭아맬 때마다 유두에서 나온 모유가 허공에 곡선을 그려대고,

“우끅, 우끅, 우끅, 우끅!”

언제나 수십 번 넘게 절정에 이를 때까지 꼬리가 테미네르의 사타구니와 입을 범했으며,

“우끄으윽, 후끄으윽, 우끄으으읍!”

언제나 꼬리가 머리를 휘감았고, 언제나 꼬리가 배를 감싸고, 언제나 도망치지 못하게 꼬리가 테미네르의 양팔과 양다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테미네르는 언제나 농락당했으며, 언제나 주입 당했다.

“우으윽, 후으으읍, 우으으으읍!”

순수해서 절대 더럽혀지지 않는 보라색 기운. 수아가 주는 요력에 테미네르의 육신은, 영혼은 침식되어갔다. 인간이 아닌 존재로 점점 변해갔다.

그 증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귀, 내 귀 어디에 있어?”

양옆에 달려 있어야 할 귀가 사라졌다. 머리 위로 여우를 연상케 하는 한 쌍의 귀가 작은 산봉우리처럼 살짝 튀어 올랐을 뿐이다.

“어, 어째서 꼬, 꼬리가….”

꼬리뼈가 있는 부위에 복슬복슬한 게 느껴진다. 그게 뭔지 손으로 더듬은 테미네르는 이제 막 나온 아홉 개의 꼬리였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이었던 자신에게 구미호들만 가질 수 있는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을 근거로 테미네르는 뒤늦게 깨달았다. 수아가 자신에게 새기는 <저주>가 무슨 의미인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야 너는 내 동생이니까.”

수아는 설명했다.

“너는 우리와 달리 인간처럼 태어났어. 그래서 버려지고 말았지.”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수아는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인간을 낳았다면 여러모로 말이 많았을 테니까.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지만, 어렸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 네가 버려지는 걸 눈물을 흘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

“네가 아이스 섬에서 고아로 살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야.”

“하지만, 이제 헤어질 필요가 없어. 이제 함께 살 수 있단다. 내가 그리 만들어줄 테니까.”

연기자처럼 수아는 자연스럽게 대사를 읊었다.

“<저주>를 잘 새기면 널 구미호로 만들 수 있어. 누구도 널 차별하지 못해. 누구도 널 다시 버리자고 소리치지 못할 거야.”

당연히 이는 거짓말이다. 수아와 테미네르는 생전 이별한 언니와 동생 사이가 아니다. 테미네르는 순수 혈통의 인간이다. 구미호의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람이다.

그저, 개조를 완성하기 위한 연극에 불과하다. 완벽한 개조를 위해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이라고 포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 함께 살자꾸나, 테미네르. 이제 헤어지지 말자.”

그래야 완벽하게 동화되니까. 완벽하게 자신이 구미호라고 자각하고, 동족을 위해서 일하니까. 그런 정성이 있어야 <저주>가 제대로 몸에 정착시킬 수 있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고 구미호라는 정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옛 선조들이 붙잡은 인간들을 동족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수아 역시 노력했다. 머리카락 길이만 빼면 모든 면이 판박이라는 점을 이용해 자신과 테미네르는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가족이라고 속였다. 인간이 아닌 구미호라고 속였다.

그 속임수에 테미네르는,

“네, 언니….”

받아들였다.

“앞으로 쭉 함께 살아요.”

자신은 수아의 여동생이니까. 인간처럼 태어났다는 이유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렸으니까. 자신의 진짜 본질이 뭔지 깨달았기에 테미네르는 수아의 말을 거짓이라고 치부하지 않았다.

거짓된 연극을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평생 언니랑 함께 살고 싶어요.”

침식당했으니까. 두개골을 뚫고 뇌 속까지 침범한 요력에 침식당했으니까. 수아의 의지가 담긴 요력에 기억이 조작되었으니까. 처음에는 거부하려고 노력했던 테미네르였지만, 구미호 수장의 집요함은 그 이상이었다. 그 집요함에 결국 테미네르는 받아들이게 되었다.

원래부터 이랬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기게 되었기에,

“후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마무리 가공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는 수아가 강제로 씌운 것에 불과 하나, 본인이 스스로 가면을 썼다고 테미네르는 찰떡같이 믿었다.

완벽한 구미호가 되기 위해서, 다시는 가족들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쓴다. 그 왜곡된 생각을 진실이라 받아들인다.

받아들이게 되면서 테미네르는 변해갔다. 인간의 껍데기에서 벗어나 수인으로 우화(羽化)하기 시작했다.

‘아, 아가씨….’

순간,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존재를 떠올렸으나,

‘미안해요.’

이는 찰나에 불과했다.

‘저는 앞으로 언니랑 함께 살아갈 거예요.’

진짜 가족을 찾았어요. 다시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당신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은 영원히 제 마음속에 간직할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

“우리 헤어져요.”

테미네르는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저는 이제 언니가 없으면 살 수가 없거든요.”

마지막 개조까지 받은 테미네르는 완벽한 구미호가 되었다. 기억도 완벽하게 조작되어 자신이 수아의 여동생이라는 자각을 가지게 되었다.

“당신과 함께한 일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페르포네와 함께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했던 추억의 나날은 여전히 테미네르의 머릿속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헤어져요.”

테미네르는 결별을 택했다.

“저의 진짜로 소중한 사람이 수아 언니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정말로 소중히 여겨야 하는 대상이 뭔지 깨달았으니까. 깨달았기에 아가씨와 함께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언니와 아가씨 중 누굴 택하라고 한다면 테미네르는 전자를 택할 거다.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기억이 조작되었다.

“그러니까, 만약 제가 없다 해도 슬퍼하지 마세요, 아가씨. 저와 당신은 주인님의 노예니 언제든 만날 수 있으니까요.” “아, 아니야….”

페르포네는 부정했다.

“아니야, 아니라고….”

이럴 순 없다. 이럴 수는 없어.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테미네르가 자신을 버릴 리 없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저 구미호 년의 수작질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녀석이 말하지 않았나? 테미네르의 머리를 손댔다고. 그래서 테미네르가 이상해진 거다. 아무 생각 없이 테미네르가 자신과 헤어진다고 통보할 리 없다.

그러니 되돌려야 한다.

“야, 테미네르 정신 차려….”

어떻게든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제발 정신 좀 차려. 녀석은 네 언니가 아니야. 널 개조한 악녀라고.” “악녀가 아닌데요? 왜 언니를 욕하는 거죠?”

원흉을 지목했으나, 테미네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니가 악랄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죠?”

도리어 왜 그런 짓을 하냐며 페르포네를 비난했다.

“왜 언니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건가요? 아, 질투하시는 거죠? 자기 자리를 빼앗겨서 화내는 거죠? 그런 거죠?” “아니야, 아니라고!”

페르포네는 울분이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넌 세뇌당했어. 세뇌당해서 녀석을 언니라고 여기는 거야. 녀석 때문에 강제로 구미호가 된 거고! 넌 이용당하고 있단 말이야!” “이용당하다니, 섭섭한 소리를.”

이게 거짓처럼 보이냐고 시위하듯이 테미네르는 페르포네가 보는 앞에서 수아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절 위해 헌신하는 언니가 소중한 동생을 속일 리가 없잖아요?” “아니라고 했잖아!” “아니어도!”

테미네르는 못을 박았다.

“저는 언니를 따를 겁니다.”

자신이 소중히 여겼던 사람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저한테는 이제 언니밖에 없으니까요.” “테, 테미네르….” “그런고로….”

흐응, 신음을 내며 테미네르는 부르르 떨었다. 언니의 손가락이 쑤시고 있는 음부에서 맑은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언니를 욕하지 마세요, 아가씨.”

테미네르는 경고했다.

“언니를 욕하면 다시는 아가씨 얼굴 보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 테미네르 말대로야.”

좀 더 강하게 테미네르를 끌어안으며 수아는 말했다. 테미네르의 가슴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자 모유가 잔뜩 바닥에 흘러내렸다.

“이제 네가 있을 곳은 없으니 더는 테미네르를 갖고 뭐라 하지 마.” “무, 뭐라고?” “이제 테미네르는 내 것이니까. 안 그래, 테미네르?” “네.”

황홀감에 찬 얼굴로 테미네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에게 귀여움을 받는다는 사실에 입꼬리는 귀에 걸려 있었다.

“저는 영원히 언니의 소유물이에요.”

그래, 자신은 언니의 물건이다. 몸도, 마음도, 영혼도 전부 수아 언니 거다. 언니를 위해 사는 게 가장 행복하거늘, 이를 어찌 부정할 수 있단 말인가. 이를 부정하는 자가 있다면 용서하지 않을 거다. 그것이 설령 자신의 소중한 아가씨라 할지라도.

그런 테미네르의 태도에 페르포네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 어째서….”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어째서 헤어지겠다고 하는 거야? 그 여자는 적이야. 널 엉망을 만든 놈이라고. 언니가 아니란 말이야. 근데, 왜 그 여자 편에 서는 거야. 왜 함께 살겠다는 맹세를 버리는 거야? 우리 우정이 그렇게 하찮은 거였어?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너는 희망이었는데,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도 되는 거야?

왜 일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냐고!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냐고….” “왜 일어났냐고?”

그 질문에 강림이 대신 대답해줬다.

“그야 내 적이니까.” “적…이라고?” “그래, 내 적이어서 너희들을 파멸시켰다, 그게 이유야.” “고, 고작 그런 이유로….” “그런 이유로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원작에서도 페르포네와 테미네르는 그리드의 적이었다. 그래서 강림을 이 둘을 파멸시켰다. 꿈을 앗아가고, 괴물로 전락시켰다. 영원히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씨받이로 만들었다.

“적이 되어 날 위협할 바에야 차라리 부수는 게 나아.”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날벼락일 거다. 평화롭게 살던 두 사람의 행복을 난데없이 부순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래도 강림은 후회할 마음은 없었다.

“날 위협하는 놈이라면 어떤 놈이 되었든 다 부술 거야. 부수고 노예로 삼을 거야. 평생 내 좆이나 빨며 사는 가축으로 삼을 거야.”

어차피 돌이킬 수 없으니까. 자신은 악당이고, 악당답게 사는 것 말곤 살아남을 길이 없으니까. 페이크 보스로 전락하기 싫으면, 전락해서 끔찍하게 죽는 최후를 맞이하기 싫으면 진짜 악당이 되어야만 한다. 악당이 되어 이 세상을 지배하고, 모든 여자를 노예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방도다. 그 유일한 방도를 강림은 버릴 생각이 없다. 단순히 살고 싶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잘 부탁해, 페르포네. 평생 내 아이를 낳아줘.”

이런 짓을 하는 게 너무나도 즐거우니까. 즐거우니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 위대한 제국을 위해서라도 힘내, 알았지?”

페르포네를 껴안으며 강림은 그리 속삭였다.

“아하하하….”

그 말을 들은 페르포네는,

“아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소중한 친구를 빼앗겼다는 절망.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 뭘 해도 이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페르포네의 마음속에 무언가가 뚝, 끊겨버렸다. 끊겨버렸기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

당연히 이를 말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축하해, 페르포네. 드디어 떨어져서.’

강림 혼자만 속으로 기뻐할 뿐.

마침내 <독사>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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