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00화 (101/344)

Chapter 100 - 100화- 죄송하지만, 금고 자물쇠를 바꿨습니다

“지하에 금고를 숨겨놨다고 들었지만….”

신나게 페르포네를 오나홀 인형으로 마음껏 이용한 이후, 강림은 도심 지하로 내려왔다. 아이스 섬 지하에 페르포네의 금고가 있다는 사실을 테미네르의 입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강림은 정보를 듣자마자 바로 금고를 찾으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 지시를 내린 지 한참이나 지난 끝에 몸소 행차하셨다.

오자마자 맞이하는 커다란 철제문에 강림은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이 정도로 클 줄이야.”

페르포네가 게임상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부를 가진 캐릭터라고 나왔다. 그래서 그녀가 가진 금고도 꽤 클 거라고 여겼다.

도심 전체 면적에 해당할 만큼의 크기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다른 두 섬에 있는 보물 창고도 이 정도는 된다는 소리인가?’

금고는 하나만 존재하지 않는다. 감당하기도 어려운 금은보화가 한 장소에 모여 있으면 위험하며, 다 넣을 수도 없다. 다 넣었다간 금고가 터지게 되니까.

그러니 나누자. 나눠서 보관하자. 페르포네는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3등분으로 나눴다. 하나는 이곳 아이스 섬에 보관하고,

나머지 하나는 엘프들이 사는 대산림에 보관하고,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그리드가 사는 고향 땅에 보관하기로 했다.

설마 대산림과 그리드의 고향에 금고가 있을 줄은 강림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길 정리하고 나면 그리드의 고향으로 가자. 대산림은 맨 마지막에 가고.’

정보를 얻은 강림은 그렇게 가야 할 길을 정했다. 그리드의 고향과 대산림 중 중요도를 따지면 전자니까. 고향 땅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모르지만, 그 땅을 잘 아는 여비서가 존재하니 문제없을 거다.

이 일이 끝나면 아트리아에게 같이 가자고 전서구를 보내자. 강림은 그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정말 터무니없는 마법이 걸려 있네.”

눈앞에 있는 철제문을 강림은 유심히 살펴봤다.

“그래서 열 수 없다고 한 거구나.”

문이 두껍다고 철벽 방어를 무조건 한다고 볼 수 없다. 철옹성이라 불리던 성도 결국엔 함락되듯이 결국은 뚫린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열리게 되어 있다.

그래야 하나, 금고 문을 억지로 여는 데 실패했다.

‘왜 못 뚫었는지 알 것 같네.’

어떤 시도를 해도 금고는 열리지 않는다. 테가가 그리 말했다.

한계치까지 폭탄을 설치해서 터트렸음에도 문이 날아가지 않았으며, 파괴력이 높은 마법을 퍼부었음에도 문에 닿기도 전에 공중분해 되었고, 중장비로 부수려 했으나, 오히려 가지고 온 장비가 망가지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고작 철문에 불과하거늘, 무엇을 했길래 모든 수단이 다 무용지물이 된 걸까? 지하에 내려온 강림은 직접 보고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떡칠해 놨으니까 못 들어가지.’

보인다. 문 구석구석 도배된 마법진들이. 마법진들을 통해 흐르는 마력이. 괴수가 된 영향 탓인지 마력의 흐름을 강림은 저절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철문을 보호하고 있는 마법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강력한 마법진을 걸어놨으니 무엇을 해도 소용이 없었던 거다. 열 수 없으니 페르포네를 데려올 때까지 보류하자는 테가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냥 밀어붙였다면 안에 있는 금은보화를 얻기는커녕 여기 지하가 통째로 무너져내렸을 거다. 지하 위에 있는 도시 역시 한순간에 무너졌을 테고.

“야, 도대체 돈을 얼마나 퍼부었길래 문이 저리도 단단하냐?” “….”

강림이 옆에 선 초록 머리의 여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목에 쇠고랑이 채워져 있는 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입질 않은 여성, 페르포네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야, 대답 안 해?” “하윽?”

강림이 젖가슴을 세게 틀어쥐자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아프고, 또한 짜릿해서 페르포네의 육신은 저절로 부르르 떨었다. 모유까지 입으로 쪽쪽 빨고 나서야 강림은 손을 놓았다.

“하으으으, 드, 듣고도 노, 놀라지 말라고.”

한 차례 고문을 당하고 나서야 페르포네는 겨우 입을 열었다. 하도 강림에게 시달린 탓에 더는 놈의 뜻대로 움직이고 싶지 않아 침묵했건만, 칼자루를 쥔 상대를 무리하게 도발하는 건 독이나 다름없었다.

“…이나 투자했어.” “와, 그만큼이나 썼다고?”

대답을 들은 강림은 입이 쩍 벌어졌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는 말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런 마법을 다른 두 창고에도 걸었고?” “그렇지.” “얼마나 보물을 아꼈다면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 과보호하는 거 아냐?”

그냥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되는 거 아냐? 자신이 살던 현대에서는 그런 식으로 귀중품을 보관하던데. 역시 부자는 금고 역시 남다른 건가? 그런 강림의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페르포네는 뭔 이상한 놈을 다 봤다는 식으로 강림을 쳐다봤다.

“이렇게까지 해야 내가 모은 돈을 지킬 수 있지. 허술하게 하면 다 잃어버린다고. 한 번 당했던 내가 또 그럴 것 같아?” “그 말은 한 번 도둑이 들었다는 거냐?” “그래.”

이젠 숨겨봤자 의미가 없다. 그냥 다 말하자. 말 안 해서 고문당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페르포네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려줬다.

“철저하게 대비했는데도 결국 내 돈을 훔쳐 갔어.” “그래서 이런 터무니 없는 보호 마법을 걸었다는 거구나.” “맞아.”

지금도 페르포네는 후회하고 있다. 만약 지금과 같은 마법을 금고에 걸었다면 <괴도>에게 자신의 밑천을 모조리 다 털리지 않았을 텐데. 다시 금고를 채우느라 뼈 빠지게 일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금고가 털렸다는 걸 알게 된 페르포네는 즉시 <괴도>를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끝내 녀석은 종적을 감춰버리고 말았다.

“그 괴도 자식, 잡히기만 해봐라. 가만두지 않을 거다.”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부자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거다. 남이 힘들게 번 돈을 이용해서 말이다.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 페르포네는 뼛속 깊숙이 새겨두고 싶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열이 나는지 페르포네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괴도라, 괴도면 역시 그 여자밖에 없지.’

그리고 페르포네가 언급하던 괴도가 누구인지 강림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여자도 꽤 성능이 좋은 캐릭터로 알고 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괴도. 그 어떤 마법이 설치되어 있어도, 제아무리 많은 수의 경비병이 배치되어 있어도 원하는 걸 다 훔쳐간다. 왕국은 물론이요, 다른 나라에서도 신출귀물한 녀석이라고 불리며, 이 녀석을 잡기 위해 내건 현상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억대에 육박한다. 그렇게 높은 현상금이 걸렸다면 눈독을 들이는 자들도 상당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괴도가 집히는 일은 없었다.

그 괴도가 반 그리드 동맹에 참여하게 되며, 그리드의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던 설화와 다른 인물들을 구출하는 데 크게 공헌한다.

그런 결정적인 활약상을 보인 괴도를 강림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변수는 최대한 없애는 게 좋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녀석의 약점이 뭔지 알아야 하는데….’

암시는 있었지만, 왜 <괴도>가 반 그리드 동맹 편에 섰는지 의문이다. 단순히 정의감 때문이라 하기에는 워낙 물욕이 심한 인물이다. 동맹이 아닌, 제국 편에 서야 할 캐릭터를 잘못 활용한 거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너무 심하다.

그런 <괴도>가 반 그리드 동맹에 참여한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자기가 잡힐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참가해야 할 이유가 있을 거다.

그게 뭔지 궁금하지만, 강림은 나중에 알아보기로 했다.

“자자, 잡담은 그만하고 얼른 문이나 열자.”

지금은 서둘러 금고를 여는 게 중요하니까. 강림은 쇠사슬을 잡아당겼고, 쇠사슬과 목에 달린 쇠고랑이 연결되었기에 페르포네는 그대로 끌려갔다.

“윽, 잡아당기지 마!” “흥, 누가 들을 것 같냐?”

페르포네의 불만을 씹으며 강림은 걸음을 옮겼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내 말에 복종해. 먼저 떠난 친구를 보고 싶다면 말이야.”

그 말에 페르포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친구는 끔찍하게 아끼는구나. 그 친구가 어떤 꼴이 될지 모르면서. 페르포네를 보며 강림은 속으로 비웃었다.

‘수아와 탈리아가 잘할 거야.’

수아와 테미네르, 그리고 프테라는 수도인 여우섬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테미네르는 수아에 의해 최종 조정을 받게 될 거다.

‘잘만 하면 진짜 동생이 될지도 모르겠어.’

수아는 그리 말했다.

의외로 <저주>가 잘 먹혀서 진행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작업인 정신 조작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잘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수아는 자신했다.

테미네르 뿐만 아니라, 죄인이 된 여성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우섬에서 들려온 정보에 따르면, 현재 죄인들 역시 <저주>에 잘 침식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중에선 이미 가공이 끝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 나오고 있다 한다.

<저주>를 통해 우화(羽化)한 그녀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신을 반길지 강림은 벌써 기대되었다.

‘프테라는 탈리아가 주문대로 해줬으면 좋겠네.’

프테라 조교는 탈리아에게 맡겼다. 게임상에서도 유능한 외교관으로 나왔기에 머리 회전이 빨리하는 쪽으로 개조해줄 것을 주문했다. 먹음직스러운 암캐로 개조해달라 한 건 덤이고.

개조당한 이후 절망할지, 아니면 더 큰 시련을 겪고 무너질지 강림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건 뭐야?”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 눈앞에 놓인 이상한 물건을 보고 페르포네는 크게 당혹스러워했다.

“왜 목마가 여기에 있는 거야?”

목마였다. 거대한 지하 금고 문 코앞에 놓여 있는, 성인 말에 필적하는 크기의 목마였다. 목마 위에는 안장이 놓여 있었고, 안장 양쪽으로 등에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등자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언제든 박을 수 있도록 두 개의 막대기가 안장 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었다.

왜 이 목마가 자물쇠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한 건지 페르포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장치는 따로 있을 텐데?”

이곳에는 지하 금고를 열 장치, 일명 <자물쇠>가 있어야 한다. 길쭉한 기둥이 여기에 있어야 하고, 기둥 위에 마법으로 코팅되어 녹이 슬지 않는 커다란 구가 있어야만 했다. 그 공에 손을 넣는 공간이 있으며, 그 공간에 페르포네가 손을 넣으면 자동으로 보호 마법은 사라지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된다.

그 장치가 어디로 사라진 거지? 강림은 대답 대신, 손가락을 어디론가 가리켰다.

그곳에는 박살이 난 장치가 널브러져 있었다.

“미안하지만, 자물쇠는 바꿨어.”

<자물쇠>가 부서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페르포네에게 강림은 친절하게 설명했다.

“문은 부수지 못해도 자물쇠는 바꿀 수 있다고 하더라. 어떻게 가능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막장 성인 능욕 게임이라서 가능한 걸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버젓이 일어났고, 강림 본인도 직접 경험했으니까. 그러니 이런 사소한 문제에 걸고넘어질 필요는 없다.

자물쇠를 바꿀 수 있다면서, 왜 보호 마법은 해제할 수 없는지 여전히 궁금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나는 자물쇠를 저렇게 바꾸었지. 여는 방식도 바꾸었고.” “대체 뭐로 바꿨는데?”

앞으로 벌어질 일을 직감한 듯 페르포네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직감은 정확했다. 강림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목마에 탑승해서 아이 다섯 명을 낳아. 그러면 열릴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