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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96화 (97/344)

Chapter 96 - 96화- 힘없는 외교관의 분노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어, 어째서 페르포네가 저 옷을 입고 있는 겁니까?”

페르포네가 입은 허름한 원피스. 아껴서 입을 작정이었는지 곳곳에 바느질한 흔적이 보였고,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찢어진 부위가 여전히 많았다. 누더기나 다름없는 저 옷의 주인이 누구인지 프테라는 알 수 있었다.

“왜 어머니의 옷을 페르포네가 입고 있는 겁니까!”

저 허름한 원피스의 주인은 어머니다. 프테라가 철야를 새우며 공부한 끝에 임용 시험에 합격하여 왕국에 취직한 이후 처음으로 받은 봉급으로 사준 옷. 그 당시 프테라는 말단 관리에 불과했기에 받은 봉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싸구려 옷을 사줄 수밖에 없어서 너무나 죄송스러웠으나, 어머니는 크게 좋아하셨다.

이후 세월이 흘러 옷 곳곳에 실밥이 빠지고, 구멍이 뚫린 부위가 늘어나는 등 점점 입기에는 민망해질 정도로 걸레짝이 되어갔다. 그래서 프테라는 어머니를 설득했다.

자신이 새 옷을 사줄 테니 그 옷을 버려라. 언제까지 그 거지 옷을 입고 다닐 거냐. 이제 자신은 말단이 아닌, 제1 왕녀의 측근이며, 옛날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거주하는 넓은 집만큼이나 비싼 옷을 많이 사줄 수 있다.

그러니 더는 미련을 두지 말아라. 우리는 이제 빚에 허덕이는 평민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프테라의 하소연에 어머니는 이리 대답했다.

‘싫어. 우리 딸이 사준 옷을 어찌 버릴 수 있니?’

생애 처음으로 딸이 사준 옷이다. 싸구려라고는 하나, 딸이 사준 옷인데 어찌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걸레짝이 되었다고는 해도 이건 절대 버릴 수 없다. 새 옷을 사줘도 이 옷만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거다.

그런 어머니의 고집에 프테라는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이 사준 옷을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프테라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싸구려라 내심 기분이 나쁘다고 할 줄 알았는데,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고 프테라는 그리 생각했다.

그 옷이, 자신과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옷이 어째서 <독사> 페르포네가 입고 있는 걸까? 혹시 자신을 뒤흔들 목적으로 똑같이 복제한 옷을 준비한 걸까? 프테라는 그리 생각했으나, 바로 고개를 저었다.

원피스 치마에 지어지지 않는 얼룩이 묻어 있다. 요리하다가 실수로 국물이 튀는 바람에 생긴 얼룩이며, 닦아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오직 어머니의 원피스에서만 볼 수 있는 흔적이며, 이러한 흔적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 어머니의 것이 맞다.

그렇다면….

이미 어머니는 그리드에게 납치당했다는 소리인가?

"당신, 저한테 거짓을 고했습니까?"

프테라는 물었다.

"어머니를 납치해놓은 주제에 납치하겠다고 저를 협박한 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수아, 너 뭐 들었니?"

일부러 모른 척하는 투로 강림은 수아에게 바통을 넘겼다.

"아니, 못 들었는데?"

자신의 꼬리로 열심히 테미네르를 조교 하느라 정신없는 수아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나는 그쪽 분야가 아니잖아. 물어볼 거면 스텔라에게 물어봐야지. 그 녀석 암살 부대 대장이잖아?" "아, 맞아. 그렇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강림은 대답했지만,

"근데, 어쩌나. 지금 크로커랑 같이 임무 수행 중이라 답변을 듣기 어려운데…."

곤란한 척하는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니, 프테라. 네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기 힘들다. 그러니 양해해주라." "지금 절 놀리시는 겁니까!"

이런 싸구려 연극에 프테라는 크게 분노했다.

"알면서도 저를 겁박하는 겁니까! 황제라는 작자가 이렇게 사람을 우롱해도 되는 겁니까!" "응, 그래도 돼."

제대로 뚜껑 열린 프테라 앞에서도 강림은 뻔뻔스러운 태도를 일관했다.

"황제이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그게 왕 아니냐?" "왕은 백성을 잘 보살펴야 하는 존재입니다."

분을 애써 참아내는 목소리로 프테라는 조목조목 따졌다.

"백성들을 보듬어줘야 하는 게 왕이고, 백성들의 슬픔을 공유해야 하는 게 왕이며, 백성들의 고통을 공감해줘야 하는 게 왕입니다." "…." "당신은 아무것도 하질 않았습니다. 보듬어주지 않고, 공유해주지도 않고, 공감해주지도 않았습니다." "…." "당신은 그저 황제 놀이나 하는 얼간이에 불과합니다!"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건 극악무도한 악당, 그리드다. 사람 죽이기를 취미로 가진 대악당 앞에서 이렇게 쏘아붙이면 그 즉시 목이 날아갈 거다.

그걸 알면서도 프테라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얼간이라면 이런 추잡한 짓 따윈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기 어머니를 납치했으니까. 납치했으면서 뻔뻔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니까. 어떻게든 냉정함을 유지하며 녀석의 말에 고분고분 따를 생각이었으나, 어머니를 인질로 잡았다는 사실에 프테라는 꼭지가 돌아버렸다.

이런 얼간이에게 고개를 숙일 바에야 그냥 죽는 게 낫다! 이딴 놈이 뭐가 두렵다고 저자세로 나와야 하냐? 하는 짓이 죄다 추잡스러운 놈이거늘. 왕녀님에겐 미안하지만, 도저히 이딴 놈의 비위를 맞춰주고 싶지 않다. 소중한 어머니를 인질로 잡았으니 프테라가 참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강림은,

"그래, 나는 얼간이가 맞지." "하으윽?"

젖탱이를 꽉 움켜쥐고, 세게 비트는 것으로 보답해줬다. 분홍색 첨단에서 희멀건 용암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황제의 자질도 없는 멍청이지. 현실에서 이런 놈이 황제가 되었다면 그 나라는 멸망했을 거야."

강림은 부정하지 않았다.

"근데, 이를 어쩌나. 이 세상은 얼간이가 왕이 되어도 문제없는 세상인데."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프테라를 조롱했다.

"그 얼간이가 세운 나라에 왕국이 멸망 직전에 놓였는데, 과연 네 말이 옳다고 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프테라의 지적대로 자신은 얼간이다. 역사서에 나온 역대 국왕들처럼 나라를 통치하기 위한 교육은 받지 않았고, 어떻게 백성들을 이끌어야 하는지도 정하지 않았으며,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저,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자기 마음대로 여자를 따먹고, 자기 마음대로 여자를 임신시키고, 자기 마음대로 여자를 조교하고, 자기 마음대로 여자를 협박하고, 자기 마음대로 여자를 굴복시키고, 자기 마음대로, 자기 마음대로, 자기 마음대로 살아간다. 백성들이란 인간들도 단순히 자신이 가지고 놀 유희 거리에 불과하다.

이런 막장 국가는 진작에 무너지는 게 옳다.

옳지만, 강림은 무너지게 둘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네 말이 아무리 맞아도 현실은 냉혹한 법이란다. 힘이 없으면 네가 아무리 뭐라 해도 의미가 없어. 그저, 개가 왕왕 짓는 소리에 불과하지."

이렇게 살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착하게 사는 게 불가능하다면, 그나마 이곳에서 맘껏 욕망을 분출하는 게 가능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을 만들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여자를 자신의 것으로 삼은 낙원을 만들고 싶다. 현실에 절망하여 하루하루를 비관하며 살던 직장인의 삶이 아닌,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해 먹는 절대자의 삶을 누리고 싶다. 이것이 강림이 바라는 소망이자, 욕망이요, 바람이다.

그 바람을 위해서라면….

"그러니까, 프테라." "하으으으윽?"

죄 없는 모녀를 지옥으로 떨구는 일도 서슴없이 할 거다. 강림은 다시금 허리를 흔들며 선언했다.

"얌전히 내 노예가 되어라. 왕녀랑 같이 세트로 취급해줄 테니까." "여, 역시 당신은 처음부터 조약을 맺을 생각이 없…." "아니, 맺을 거야." "하으으윽?"

허리와 둔부가 결합한 곳에서 펑펑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터지는 횟수는 점점 빨라지고, 프테라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괴성도 점점 다양해졌다.

"나도 잠시 숨을 골라야 하니까." "하으으윽, 흐아아아, 아호오오옥?" "자신 있게 돌진하다가 작살나면 망신살이잖아? 그 꼴 당하기 싫으면 조약을 맺고 재정비하는 게 낫지."

단, 이라고 강림은 덧붙였다.

"내 방식대로 갈 거야." "다, 당신 방식대로?" "그래, 이런 식으로 말이지…."

강림은 프테라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프테라는,

"역시 당신은 처음부터 우리를…." "당연한 거 아니야?" "하으윽?"

강림은 더 세차게 허리를 흔들었다. 가슴도 더 세게 틀어쥐었고, 모유도 콸콸 쏟아져 나왔다.

"너희들은 내가 먹어야 할 고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고기가 하는 말에 사냥꾼이 따라야 할 이유가 세상에 어디 있니?" "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왕녀님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인물이…." "그것도 알고 있지."

나라를 잃고, 복수를 위해 반 그리드 동맹을 결성했지만, 처참한 패배 이후 원수의 노예가 되었고, 원수의 아이까지 낳으며 비참한 인생을 살아온 왕녀. 그런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꿋꿋하게 일어섰고, 기어이 그리드에게 복수하는 데 성공한 왕녀. 제1 왕녀가 어떤 캐릭터인지 강림도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기에 무슨 짓을 꾸미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크로커가 이끄는 공작단과 스텔라가 이끄는 암살 부대를 파견했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왕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타격을 입은 왕녀는 자신의 손으로 쇠고랑을 자신의 목에 걸 수밖에 없을 거다. 강림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잘 아니까 제발 배신 좀 해라, 응? 썩은 동아줄에 탈 필요는 없잖아?" "써, 썩은 동아줄이라도 저, 전…하으윽, 흐으으윽!"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도 강림은 프테라를 얼른 나락으로 떨구고 싶었다. 완전히 자신의 책사로 만들어 왕녀를 더욱 고립시키고 싶었다. 고립시킨 끝에 스스로 백기를 들게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한 비장의 패는 확보했으나,

'아직은 보여줄 때가 아니야.'

지금은 이르다. 적어도 균열이 갈 때까지. 페르포네처럼 균열이 너무 가서 더는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할 때까지 몰아붙여야 한다. 그 시기가 올 때 비장의 패를 꺼낼 거다.

'부탁한다, 탈리아.'

네놈의 손에 이 승부에 미래가 달렸단다. 부디 잘 개조해주라. 죽이지는 말고. 여우섬에서 고생하고 있을 자신의 연구 주임이 성공하기를 속으로 빌며 강림은 막판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자, 간다, 프테라. 잘 먹고, 잘 낳으라고!" "안 돼, 안 돼, 싫어, 더는, 낳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애원해도 강림은 기어이 정액을 싸질렀다. 걸쭉한 흰색 영양분이 배 속의 태아로 흡수되었고,

"흐아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악!"

강림이 자지를 빼자마자 바로 출산이 시작되었다. 비명과 함께 나온 아이를 강림은 양손으로 받았다.

"이번에도 아들이네."

병사로 잘 써먹어야지. 강림은 그리 생각하며 아들을 시녀에게 맡겼다. 시녀는 아기를 안고 바로 지상으로 올라갔다.

"하으으으, 흐으으으…."

프테라는 그대로 엎어졌다. 강림이 뒤집었는데도 미동조차 보이질 않았다. 하도 시달린 탓에 울부짖을 힘조차 프테라에겐 없었다.

당연히도 이대로 놔둘 강림이 아니었다. 강림은 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에게 명령을 내렸다.

"세 사람 모두 침대 위로 올라와. 김밥 놀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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