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4 - 94화- 왕국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 불쌍한 외교관
‘프테라, 당신에게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아이스 섬 함락된 지 한 달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디자이어 제국과의 관계를 어찌할지 고민하던 제1 왕녀는 결단을 내렸고, 그 결단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자신의 오른팔인 외교관 프테라를 은밀하게 불렀다.
‘당신을 디자이어 제국 사신단 대표로 임명하겠습니다. 가서 황제를 알현하세요. 그에게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조약을 맺으세요.’
그 말을 들은 프테라는 힘들다고 대답했다. 이쪽에선 가지고 있는 패가 하나도 없는 반면에, 저쪽은 무수히 많은 패를 손에 쥐고 있다. 언제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다. 조약이 무사히 체결된다고 해도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문서를 황제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세요. 공물은 있으니까.’
왕녀는 그리 대답했다. 공물이 무엇이냐고 프테라는 물었고,
‘반역자 가문의 영애들 있죠? 그들을 공물로 바칠 겁니다.’
사형당할 운명이었던 영애 100여 명을 그리드의 제물로 바치겠다고 대답했다.
‘그 해적 나부랭이가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놈이라고 들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이 경국지색인 귀족 여식들을 바치면 최소한 우리 말을 들어줄 거예요.’
그리드는 여자를 밝힌다. 상대가 약혼녀든, 유부녀든, 임산부든 상관없이 무조건 자신이 마음에 들면 바로 좆을 박는다. 상대방이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성욕을 풀기 전까지 절대 놓지 않고, 너무 많이 먹어 배가 터질 때까지 계속 박아댄다. 이런 그리드의 성향에 농락당한 여자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며, 그리드의 피를 이어받은 악마의 자식들 또한 셀 수 없이 많았다.
왕녀는 그러한 그리드의 특성을 이용해 환심을 살 생각이었다.
‘그 지랄 같은 성격에 죽어 나가겠지만, 문제없을 겁니다. 이게 다 나라를 위해서인데.’
공물이 된 귀족 영애들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리드는 여자를 많이 밝히는 만큼 엄청 잔인한 악당이니까. 수틀리면 아무리 아끼던 여자라도 그 자리에서 목을 꺾어버리는 정신이상자다. 심지어 자신의 측근마저도 거슬린다는 이유로 죽여버리는 짓도 서슴없이 한다.
마음에 들면 살리고, 안 들면 죽인다. 그것을 원리로 삼아 행동한다. 그게 그리드다.
왜 그러는지 아무도 모른다. 무슨 이유가 있었길래 잔학한 악마가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알려진 사실이라곤 그는 항상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것. 그 분노로 이 세상 전부를 잿더미로 만들고 싶다는 것. 그냥 이 세상의 파멸을 원하며, 그 파멸을 위해 제국을 세웠다는 것 정도다.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고, 그냥 살육만 즐기는 쓰레기. 그런 쓰레기들에게 영애들을 넘기는 것은 미친 짓이지만, 왕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쓰레기에게 쓰레기를 주는 것에 불과한데, 어찌 망설일 수 있겠나?
‘그녀들도 감사히 여길 겁니다. 간신히 목숨만 건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배은망덕한 자들이다. 아비들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졌다면 하늘을 쳐다보지 말고 평생 땅만 보고 살아갈 것을, 왜 멍청한 짓을 또 하는 건가? 자비를 베풀어줬다면 거기에 맞추는 게 도리이거늘, 감히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려 하다니. 한 번 배신자는 영원한 배신자인데, 그런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는 게 왕녀는 너무나 후회되었다.
그렇기에, 영애들을 제물로 바치는 짓에 왕녀는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그녀들의 희생으로 반격을 도모할 절호의 기회가 생기게 되었으니 영광이라고 여겨야 할 거다. 만약 조약을 맺겠다고 왕녀가 결심을 굳히지 않았다면 반역자란 이름으로 참수당했을 테니까.
그러니 감사하게 여겨라, 이 머저리들아. 이건 자신이 주는 마지막 기회이니.
왕녀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이 저지른 실책이 무엇인지 전혀 깨닫질 못했다.
‘어떻게든 조약을 성사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시간을 벌 수 있어요.’
단순히 자신의 거점이 무너질까 봐 두려워서 불가침 조약을 맺기로 마음먹은 건 아니다.
‘아르웬이 함대를 완성할 때까지 그리드의 진격을 멈춰야 합니다.’
아르웬. 그리드에 의해 가족을 잃고 그리드에게 복수하기만을 갈망하는 여자. 그리드를 타도하기 위해 아르웬은 함대를 키우고 있다. 단순히 범선이 아닌, 철선으로 이루어진 함대를 말이다.
왕국에서조차 구하기 어려운 철선을, 그 철선을 만드는 방법을 어찌 알아냈을까? 왕녀는 몹시 궁금했지만, 그건 나중에 묻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극악무도한 악당에게 한 방 먹일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처음에는 대립 중이던 왕녀들과 손을 잡아 아이스 섬을 탈환하려 했던 왕녀였지만, 아르웬과 힘을 합치는 게 낫다고 판단해 계획을 변경했다.
따라서 아이스 탈환을 위해 준비한 병력은 전부 아르웬이 다스리는 영지로 옮겨놨으며, 아르웬에게 이들을 통솔할 권한도 부여했다. 이제 함대 준비가 완료되면 아르웬은 바로 디자이어 제국을 공격할 거다.
‘그러니, 프테라. 그 해적 나부랭이를 잘 설득해주세요. 당신 손에 우리 왕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불가침 조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진격을 멈추게 해서 아르웬이 함대를 완성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왕녀의 지시에 프테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으며,
‘저도 공물이 되겠습니다.’
스스로 공물이 되겠다고 자처했다.
‘왕녀님의 오른팔이 인질이 된다면 천하의 그리드도 우리가 진심이라고 깨달을 겁니다.’
왕녀의 핵심 인물이 공물로 바쳐진다. 이것만큼 좋은 보증이 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왕녀는 난색을 보였지만, 프테라는 고집불통이었다.
‘망설이지 마십시오, 왕녀님. 이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일입니다. 저는 그 미래를 위해 희생할 준비가 다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결국, 왕녀는 고심 끝에 프테라 역시 공물로 바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게 너무나 마음 아픈 왕녀는 프테라가 죽어도 그녀의 가족들은 자신이 책임지고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좋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테라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이,
"하오, 호오옥, 호오오옥, 호오오오옥!"
무참히 깨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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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오오오, 호오오옥, 호오오오옥!"
또 절정에 이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프테라의 허리가 곡선으로 휘어지고,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거리고, 땀에 젖은 청록색 머리도 찰랑거린다. 그 상태로 몇 초간 경직된 프테라는 강림이 붙잡고 있던 자신의 팔을 놓자 그대로 침대 위에 엎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하으으윽?"
당연히 휴식은 허락되지 않았다.
"흐아아아, 하아아악, 하아아아악! 그만, 그만, 그만!"
또다시 박힌다. 또다시 겁탈당한다. 또다시 강간당한다. 그렇게 정액을 싸질렀는데도 만족을 못 하는 건가? 이렇게 자신을 만삭으로 만들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해야 이 미친 짓을 그만둘 건가! 이미 낳은 아이들만 해도 두 자릿수를 넘어가거늘!
"뭘 그만해. 아직 본전도 뽑질 못했는데."
그런 프테라의 애원을 강림은 들어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무조건 자지를 박고, 박고, 박고, 또 박을 뿐. 프테라라는 영혼이 가루가 되고, 프테라라는 노예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강림이 멈추는 일은 없을 거다.
"자자, 한 번 더 간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에에에에에!"
프테라의 호소해도 불구하고 강림은 다시금 정액을 싸질렀다. 만삭의 배 안으로 정액의 격류가 쏟아진다. 다 들이붓고 나서야 강림은 허리를 뒤로 뺐다. 자지가 박혀 있던 도끼 구멍에는 애액과 정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이렇게 다 끝나는가 싶겠지만,
"흐윽?"
아직 끝나지 않았다.
"흐아아아, 하아아아, 아아아아…."
진통이 시작되었다. 너무나 아픈 탓에 프테라는 배를 양팔로 감쌌다. 뒤이어 양수가 터지고, 프테라는 비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아아악, 아아아악!"
몇 분 뒤. 프테라는 무사히 다섯 명의 아이들을 낳았다. 전부 남자였다.
"시설로 보내."
강림의 명령에 시녀들은 아기들을 안은 채 밖으로 나갔고,
"하으으으, 흐으으으으…."
그 광경을 프테라는 또 봐야만 했다.
"아직 자면 안 돼, 프테라." "하으윽?"
강림은 또다시 자지를 쑤셔 넣었다. 쑤셔 넣은 상태로 스스로 이불이 된 것처럼 프테라를 껴안았다. 양손으로 가슴을 있는 힘껏 움켜쥐자 새하얀 모유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내 가축이 되었으니 적어도 100명은 낳아야 하지 않겠니?"
그렇게 프테라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며 강림은 어느 한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년들도 그리했는데, 너도 그리해야지, 안 그래?"
강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알몸의 여성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우으으, 흐으으으, 이제 그만해, 그만해주세요….
-더는 낳고 싶지 않아. 더는 낳고 싶지 않다고….
-죄송해요, 아버지. 더럽혀진 이 못난 딸을 용서해주세요….
공물이라고 왕국이 강림에게 바친 귀족 영애들이었다. 강림은 이들을 이곳 지하 시설로 데려왔고, 죄수들에게 그리했던 것처럼 한 명도 빠짐없이 가랑이 사이에다 자지를 쑤셔 넣었다.
강제로 옷을 찢어서 알몸으로 만들고, 힘으로 다리를 억지로 벌리고, 그 사이로 자지를 쑤셔 넣는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쑤신다. 그만하라고 울부짖어도 쑤시고, 절규해도 쑤시고, 절규가 광소(狂笑)로 바뀌어도 쑤신다. 임신해도 쑤시고, 만삭이 되어도 쑤시고, 출산한 이후에도 쑤신다.
쑤시고, 쑤시고, 쑤시고 계속 쑤신다. 가축으로서의 소임을 다 할 때까지 강림은 절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강림에게 농락당한 영애들은 무너졌다. 극악무도한 악당에게 강간당한 것도 모자라, 악당의 피를 이어받은 수많은 자식을 낳고 말았다. 이 일을 이틀 내내 당했으니 영애들이 당한 정신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거다. 당연히 이를 치유해줄 의사는 존재하질 않는다. 고통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만들 폭군만 존재할 뿐. 끝까지 저항하다 파멸을 맞이한 호랑이족 수장 타이처럼 귀족 영애들 역시 그리될 거다.
프테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놈이 여자에게 환장한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미친 짓을 저지르는 놈이었을 줄이야. 프테라도 이것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자들을 노예로 삼는 걸 좋아하고, 그런 여자들을 먹고 버리는 일회용품으로 여기는 악당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강철 군단을 유지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 유지하는 수단으로 자신과 영애들이 쓰이게 될 걸 생각하니 프테라는 저절로 몸서리쳤다.
'만약 놈의 요구대로 영애들의 가족들까지 끌어들인다면….'
전원 평생 그리드의 자식만 낳는 기계로 전락할 거다. 그들이 낳은 자식들은 디자이어 제국의 강철 군단의 병력이 되어줄 거고, 이는 곧 왕국의 위협이 될 거다.
왕국을 위해 희생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역으로 왕국을 멸망시키는 수단이 되어버리고 말 거다.
'괜찮아, 괜찮아.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떨리는 마음을 프테라는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지금 아르웬도 서두르고 있을 거야. 그때까지 버티면 돼.'
아직 아르웬이 있다. 그리드와 맞서 싸울 철선 함대 완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리드와 싸울 전력이 완성되면 분명히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아, 맞아. 너한테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있네."
이때, 강림이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프테라에게 전해줬다.
"너희 가족들도 끌고 오라고 지시했어."
그 말을 들은 프테라의 주황색 동공은 세차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