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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91화 (92/344)

Chapter 91 - 91화-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하으으윽, 흐으으윽, 흐끄으으윽!”

가랑이가 시리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안으로 파고들수록, 차가운 금속이 음부 속에 들어올수록 테미네르 입에선 새어 나오는 신음의 물줄기는 점점 커다래졌다. 커다래질수록 녹색 동공 역시 더더욱 확장되어 갔다.

지금 테미네르가 앉아있는 자리는 바로 삼각 목마. 조교를 위해 마련된 그 목마 위에 앉아있었다. 위로 향해 있는 모서리에 금속판이 붙어있으며,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도록 마법 조치까지 다 되어 있었다. 그런 금속판 위에 걸터앉아 있는 테미네르는 오금이 저려 왔다. 아래로부터 찬 기운이 흘러들어오니 당장이라도 지려버릴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지른 지 오래다. 삼각 목마 밑은 뜨끈한 액체로 호수가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하으으윽, 흐으으윽, 흐끄으으윽!”

이를 만삭인 상태에서 당해야만 하니 고통은 배로 늘어났다. 배의 무게 때문에 점점 모서리가 음부 안으로 파고들고, 파고들수록 찬 기운이 몸 내부에 더욱 퍼져나갔다.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냉기에 테미네르의 육신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

그 창백해져 가는 몸을 수아가 죽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흐으으윽, 이, 이거 풀어, 이거 풀라고!”

전과 똑같이 테미네르는 수아의 아홉 개의 꼬리에 구속되어 있었다. 뱀처럼 길게 늘어난 꼬리들은 테미네르의 얼굴을, 목을, 가슴을, 만삭의 배를, 그리고 다리를 휘감았다. 적에게 공포를 주려는 것처럼 꼬리들은 천천히 테미네르를 옥죄었으며,

“이거 푸…하으으으윽?”

옥죄면서 몸속으로 요력을 주입하고 있었다. 주입된 요력 덕분에 테미네르의 창백해진 몸은 점점 살구색으로 돌아왔으며,

“흐으으윽, 흐아아아, 하아아아악!”

말랑말랑해진 육신 전역으로 요력이 퍼져나갔다. 퍼져나갈수록 테미네르는 술에 취한 사람처럼 정신이 점점 몽롱해져 갔다. 몽롱해진 보좌관의 입에선 달짝지근한 숨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흐아아아, 하으으으, 흐으으으….”

견뎌야 한다. 이 간악한 여우 년의 술수에 넘어가선 안 된다. 놈이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지만, 놈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거다.

누가 이딴 여자를 언니로 받아들일 수 있겠나? 자신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 따로 있는데. 받아들일 바에야 차라리 혀를 깨무는 게 낫다!

그렇게 테미네르는 다짐하지만,

“하우으으, 후으으윽, 그만, 그만….”

저항은 애원으로 바뀌어 가고,

“그만, 그만…하으으윽, 그으으으마아아아안….”

황홀감이란 늪 아래로 테미네르는 점점 빠져들어 갔다.

“테미네르, 다시 한번 물을게.”

그런 테미네르를 향해 수아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내 둘째 동생이 되어주지 않겠니?” “나는, 나는….”

되지 않을 거다, 그런 개소리에 넘어갈 것 같냐! 그렇게 외쳐야만 했다.

“나는, 나는, 나는, 나는….”

그런데, 왜 그 말이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지? 왜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 거지? 왜, 왜, 왜, 왜….

왜 이 녀석의 말에 따르고 싶은 거지?

“나는, 나는 당신의, 당신의….”

동생이 아니야! 그렇게 외쳐야 하나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자꾸만 동생이다, 라는 말만 하고 싶어진다.

왜 이러지? 왜 이러지? 왜 이러지? 왜 이러지? 이 녀석이 적이라는 걸 잘 아는데. 놈이 자신을 노예로 삼고 싶어 온갖 술수를 부리고 있다는 걸 잘 아는데, 놈이 하는 짓은 죄다 가식이나 다름없다는 걸 잘 아는데,

왜 놈이 하자는 대로 따르고 싶은 거지?

‘안 돼, 이래선 안 돼….’

이래서는 놈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그렇다면, 떠올려야 한다.

‘아가씨….’

떠올려야 한다. 녀석이 아닌,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자신이 지켜야 할 아가씨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그래야 녀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걸 멈출 수 있다.

저항할 방도는 그것밖에 없다. 어서 머릿속에서 아가씨의 모습을….

‘어라?’

그리려고 했지만, 테미네르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 이게 어찌 된 거지?’

아가씨와 함께 지내 온 지 수십 년이나 되었다. 그 수십 년 동안 같이 지내왔기에 아가씨의 이목구비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고 있고, 가슴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알고 있으며,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고, 꺼리는 음식은 무엇인지도 알고 있고, 아이스 섬의 어느 풍경을 좋아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

누군가가 페르포네에 대해 어떤 것을 물어봐도 테미네르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그러니 페르포네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래야 하는데,

왜 떠오르지 못하는 걸까?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그토록 소중하던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마치 검은색 물감으로 덧칠해놓은 것처럼 아가씨의 모습만 보이질 않는다. 어릴 적에 함께 한 아가씨의 모습도, 고된 일을 마치고 함께 석양을 바라보던 아가씨의 모습도, 함께 목욕할 때 가슴을 놀리던 아가씨의 모습도, 같이 하룻밤을 보냈던 아가씨의 모습도 다 보이질 않는다.

유일하게 머릿속에 보이는 건,

눈앞에 있는 이 가증스러운 여우 년뿐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놈이 수작을 부렸기 때문이다. 놈이 아가씨의 머리를 떠오르지 못하게 이상한 짓을 한 거다. 그렇지 않고선 머릿속에 저 여우 년이 나올 리가 없다.

‘떠올릴 수 없다면….’

지금의 아가씨를 보면 된다. 하지만 지금 아가씨는 그리드에게 농락당하고 있고, 그걸 보면 테미네르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아프지만, 봐야 한다. 추억이 오염되어 더는 지푸라기로 써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현실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피눈물을 흘리겠지만, 녀석의 수작질에 벗어날 수 있다면….

그리 생각하며 테미네르는 강림에게 머리채가 붙잡혀 있는 페르포네를 향해 고개를 돌렸으나,

“어?”

어째서 안 보이는 거지? 이곳은 꿈이 아니라 현실인데, 왜 검은 물감에 덧칠해진 것처럼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 거지? 분명 눈앞에 있는데 왜 안 보이는 거지? 왜, 왜, 왜, 왜! 테미네르는 엄청 당혹스러워했으며,

“왜, 안 보여서 미칠 것 같지?”

그런 테미네르를 수아는 비웃었다. 겁에 질린 테미네르의 두 녹색 눈동자는 어느 순간 보라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 구미호를 얕보지 말라고. 현실도 조작할 수 있는 게 우리야. 괜히 눈 돌린다고 될 것 같아?”

원래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제아무리 구미호족이 요력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종족이라고 한들, 눈앞에 있는 사람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조작하는 섬세한 작업까진 하지 못하니까. 수장인 수아조차 무리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저주> 역시 정신 조작도 병행해야만 한다. 이것이 수아가 <저주>를 사용하는데 망설이던 이유 중 하나였다.

<저주>에 걸린 자는 과거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잊지 못하기에 동족에게 깊은 원한을 품게 되며, 그 원한으로 인해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언제든지 동족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

그 폭탄이 터지지 못하게 아예 핀을 없애버리는 게 옳다. 그래서 정신 조작도 병행해야 한다고 <저주>와 관련된 서적에선 그렇게 서술되어 있었다. 만약 하질 않으면 정말로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

그래서 수아는 강림의 요구에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림의 압박에 결국에는 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역시 정액을 마구 먹어서 그런가? 너무 쉽네.’

자신의 성욕을 풀기 위한다는 목적하에 수아는 강림에게 따먹힌 적이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때까지 따먹히고, 목이 쉴 지경까지 비명을 지르며 아이들을 낳았다. 굶주리게 두지 않겠다는 명분으로 강림은 수아의 입에도 자지를 박았고, 그 자지에서 나온 정액을 수아는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삼켰다.

그렇게 정액을 토할 때까지 위장에 꾸역꾸역 집어넣은 결과, 예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전이라면 불가능했을 푸른 화염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수아는 아주 순조롭게 <저주>를 테미네르에게 걸 수 있었다.

어쩌면 그리드는 이러한 사실을 알았기에 <저주>를 쓰라고 한 게 아닐까? 자신에게 따먹힌 구미호들이 전반적으로 능력치가 향상되었으니까 <저주>를 써도 무방하다고 본 게 아닐까? 그래서 죄인들을 따로 끌고 가 <저주>를 사용하라고 지시를 내린 게 아닐까?

속셈은 모르지만, 수아는 강림의 바람대로 작업을 속행할 생각이었다. 진짜로 자신이 <저주>를 제대로 걸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제, 제발, 제발 그만해, 그만해주세요….”

자신들을 상품으로 여기던 만악의 근원 중 한 명이 저리도 공포에 떠는 모습이 은근히 재밌었으니까. 벌벌 떨며 애원하는 테미네르를 향해 수아는 제안했다.

“그만두고 싶어? 그러면 아까 내가 부탁한 걸 직접 입으로 말해봐.” “….”

그 말을 들은 테미네르는 표정이 굳어졌다. 뭘 원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네 주인 앞에서 말해 봐. 앞으로 나를 언니로 모시겠다고.” “….” “자, 어서.”

이 정도까지 궁지에 몰리면 말하겠지? 그리 생각했던 수아였으나,

“웃기지 마, 이 망할 여우 새끼야.”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네놈은 네 언니 따위가 아니야! 나는 아가씨를 모시는 몸이다. 너 같은 여우에게 고개를 숙일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

와, 자존심이 장난 아니게 세네? 소중한 존재가 안 보이기에 울며불며 매달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저런 마음이 있었을 줄이야. 끝까지 신념을 고수하려는 모습에 수아는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그 보답으로,

“후으으윽? 후으으으읍!”

작업의 강도를 좀 더 높이기로 했다.

“후으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읍!”

머리를 조이고, 가슴을 더 틀어쥐고, 만삭의 배를, 다리를, 팔을 더 옭아맨다. 입에도 꼬리를 쑤셔 넣는다. 터트릴 기세로 세게 조이고, 꿰뚫어버릴 기세로 깊숙이 쑤신다. 동시에 요력을 아까보다 더 많이 주입한다.

“후으으윽,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요력이 주입되면 버티질 못할 거다. 아마 폐인이 되고 말겠지. 그래도 수아는 상관없었다.

폐인이 되면 자신의 입맛대로 개조하면 그만이니까. 심하게 몸을 비틀어대는 테미네르를 보며 수아는 그리 생각했다.

“테, 테미네르….”

자신의 친구가 점점 망가져 가고 있는 모습에 페르포네는 피눈물을 흘렸다.

“불쌍하면 명령을 내려.”

그런 페르포네에게 강림은 조용히 속삭였다.

“버티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자존심 다 버리고 녀석의 동생이 되라고. 더 망가지기 전에 놈의 노예가 되라고 해. 그러면 이 광경을 보지 않아도 돼.” “…웃기지 마.”

그 제안을 페르포네는 거절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할 것 같아?” “안 하면 네 친구 망가질 텐데, 그래도 자존심을 내세울 거야?” “테미네르는 내가 그러기를 원하질 않을 거야.”

페르포네는 반박했다.

“만약 그러고 싶었다면 거절하지도 않았을 거야.” “하지만 거절하는 바람에 저렇게 당하는 중이지.”

그렇게 말하며 조교 당하는 테미네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흐오오오옥, 교성을 지르며 절정에 이르다가 축 늘어지는 테미네르. 수아는 기절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꼬리로 그녀를 계속 농락했다.

“친구가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한들, 무조건 존중하는 게 옳냐? 친구 살리겠다며 재산 다 주겠다고 한 주제에 왜 여기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니?” “그건….” “뭐, 저래도 상관없지.” “후윽?”

머리를 자신을 향해 돌린 뒤, 자지를 박는다. 페르포네가 저항할 틈조차 주지 않고 강림은 자지를 쑤시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후윽, 후윽, 후윽, 후윽!” “그러니 잘 생각해 봐. 무엇이 너희들을 위한 길인지.”

뭐, 뭘 선택하든 결말은 정해져 있지만. 사정할 때까지 강림은 쉬질 않고 허리를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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