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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88화 (89/344)

Chapter 88 - 88화- 죄인들에게 형벌을 내리노라

그로부터 3일 뒤.

"죄인들을 이쪽으로 끌고 와라."

강림의 지시에 따라 병사들이 죄인들을 옛 광장으로 끌고 갔다.

본래 이곳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장소였다. 커다란 분수대가 있었으며, 분수대 가운데에서 신이 포효하는 석상이 세워져 있었다. 포효하는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향해 분노를 내뱉고 있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웅장했던 분수대는 안타깝게도 철거된 지 오래였다. <더 퀸즈>의 일제 포격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무너진 잔해는 강철 군단이 전부 치웠고, 바로 벽돌을 깔아 인도로 만들어 버렸다.

그 인도 위에 옥좌가 있었다. 그 옥좌에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흑발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눈동자 역시 검은색이었던 남자는 모여야 할 죄인들을 자신 앞에 전부 모였다는 걸 깨달았다.

준비가 다 되었음을 깨달은 남자, 강림은 선언했다.

"이제부터 재판을 시작한다!"

그 선언에 주변을 에워싼 병사들이 일제히 손뼉을 쳤다. 누가 보면 드디어 공연이 시작한다고 여겼을 거다.

하지만 이건 공연이 아니다. 엄연히 죄인들을 벌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이며,

죄인이 된 여성들은 자신들이 어찌 될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 아가씨…." "괜찮아. 무서워할 거 없어."

당연히도 죄인 무리 중에는 전(前) 보좌관 테미네르와 <독사> 페르포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앞으로 닥쳐올 미래에 테미네르가 덜덜 떨자 페르포네는 안심시키기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넸으나,

"아가씨야말로 무리하지 마세요. 저보다 더 떨고 계시잖아요." "…."

그 지적에 페르포네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테미네르의 지적대로 페르포네 역시 두 다리가 미친 듯이 떨고 있었다. 테미네르 이상으로 페르포네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저 사악한 황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아니까. 아무 죄 없는 여자들을 데리고 와서 죄인 취급하는 걸 보면 이건 정상적인 재판이 아니다. 그저, 놈의 유희 거리에 불과하다. 그 유희 거리가 된 페르포네는 강림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무서웠다.

하지만 도망칠 구멍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방이 다 막혀 있어.'

사방은 디자이어 제국군이 포진하고 있다. 대다수가 수인들이었다. 만약 허튼짓이 보일 경우, 분명 그 자리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거다.

아니, 허튼짓을 할 수 있다는 명제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죄인들의 목에는 힘을 억제하는 쇠고랑이 채워져 있으니까. 검술도, 마법도 다 쓸 수 없다. 그저 힘없는 새끼 고양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능력자가 되어버린 죄수들은 양손에 포승줄이 묶인 상태로 끌려올 수밖에 없었다.

페르포네와 테미네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조차 목에 쇠고랑이 채워져 있기에 간단한 마법조차 쓸 수 없었다.

그래도 페르포네는 도망치고 싶었다.

'이대로 테미네르와 도망칠 수 없을까?'

마음 같아선 그러고 싶었다. 만약 신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어 틈이 생긴다면, 페르포네는 친구를 데리고 도주하고 싶었다. 영원히 눈앞의 악마의 손에 닿지 않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재산이고 보물이고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고 싶을 정도로 페르포네에게 있어 강림은 공포 그 자체가 되었다.

‘근데, 저 녀석이 변신한 괴물….’

문득, 강림을 보던 페르포네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가 모시던 신이랑 닮은 거지?’

카리타스 교단이 모시던 신과 닮았다. 그 신을 본떠서 만든 분수대 석상과도 닮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분명 신과 닮았다.

단순한 우연일까? 그게 아니면….

그 모습을 본 강림은 이리 생각했다.

'그렇게 당했는데도 아직 기세가 죽질 않았네.'

자신을 노려보는 페르포네를 보며 강림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존심을 심해 저편까지 끌고 내렸는데도 여전히 반항기가 있을 줄이야. 그래도 그 반항도 조만간 끝나게 될 거다. 자신의 실험체로 선정된 이상, 페르포네에게 남은 길은 하나뿐이니까.

실상은 강림이 생각한 거와 달랐지만 말이다.

"지금부터 호명한 죄인은 앞으로 나오도록. 수아, 시작해." "네, 알겠습니다, 폐하."

수아는 명단에 있는 첫 번째 사람을 호명했다.

"기사단장 베라는 앞으로 나와라!"

그 말에 붉은 단발의 여인이 강림 앞으로 나왔다. 걸을 때마다 비대해진 가슴이 저절로 출렁거리는 모습을 강림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 여자는 분명 수도에 나오는 인물 중 한 명이었어. 그리고….’

그리드에게 살해당한 불쌍한 여자다. 이 세계에선 아이스 섬 지원을 위해 왔다가 붙잡히게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강림은 이 여인에게 참수형을 내릴 생각 따위 없었다.

"음…이 녀석은 사냥을 방조했다는 의혹만 있고, 확증은 없군."

손에 든 서류를 유심히 살피며 강림은 그리 말했다.

"사실이라면 형벌이 더 추가되었을 텐데, 아쉽게 됐네."

지금 재판에 나온 여자 200명은 수인 사냥과 관련된 핵심 인물이다. 수인들에게 노예로 팔린 따까리들까지 합하면 약 700명. 현재까지 잡힌 놈들만 해도 이 정도이며, 어쩌면 그 이상도 있을지도 모른다.

강림은 수인 사냥에 연루된 200명에게 형벌을 내릴 생각이었다.

“보통은 보류해야 하지만, 연루가 된 건 맞으니 벌은 내려야지. 그게 규칙이니까.”

강림은 침공 이전부터 수인 사냥과 연관된 인간들을 모조리 다 처벌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에 각 대표 종족 수장들은 그 약속에 반대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인간들에게 시달려온 그들에게 있어서 재판으로 인간들에게 벌을 내리겠다는 발상에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죽는 게 자비라 여길 정도로 잔혹한 벌을 내리기를 다들 원했다.

당연히도 강림은 그리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나?" "…네놈은 천벌을 받을 거다."

더는 확인할 게 없다. 이제 선고하면 된다. 선고하기 전에 유언 하나 정도는 말해줄 자비 정도는 베풀자. 그런 생각으로 강림은 물었고, 기사단장 베라는 분노 어린 눈으로 강림을 노려봤다.

"내가 패배했지만, 언젠가 네놈을 죽일 자가 반드시 나타날 거다!" "그래, 알았어. 좋은 대답 고마워. 그럼 선고할게."

강림은 선고했다.

"기사단장 베라는 200명의 병사를 낳아라."

그 말을 들은 죄인들은 크게 동요했다.

-2, 200명? 그 200명을 낳으라고?

-마, 말도 안 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설마, 우리도?

당사자인 베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봐선 표정 하나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얼굴은 새파래져 있었다.

"아, 걱정하지 마. 형벌 받은 놈들은 전부 내가 관리할 테니까."

강림은 그리 말했다.

"이 섬의 방위를 낳을 모체들인데 함부로 다룰 순 없지."

이 재판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오랫동안 인간들에게 사냥감 취급당했던 수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 그 한을 풀어준다면 자신에게 더욱 충성을 맹세할 거다. 눈물 콧물 쏙 빠질 때까지 조교 당한 탓에 굴복당한 지 오래라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는 씨받이로 써먹기 위함이다.

'그 왕녀도 멍청하게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수도로 직행하는 중요한 관문이 해적에게 빼앗겼다. 그걸 제1 왕녀가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다.

그게 빈말이 아닌 듯, 현재 왕녀가 아이스 섬을 탈환하기 위한 병력을 소집 중이라는 첩보가 들려왔다. 병력 소집을 위해 대치 중이던 왕녀들에게까지 손을 뻗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나 모을지 모르나, 여전히 왕족에게 충성을 바치는 자들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꽤 많은 수가 모일 거라고 추측된다.

그렇다면 강철 군단을 계속 이곳에 주둔시키면 되지 않나? 유감스럽게도 그럴 순 없는 노릇이다.

아이스 섬 말고도 지켜야 할 섬들이 많으니까. 전력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고, 그로 인해 다른 섬들은 방위가 약해졌다는 사실을 알면 분명 쳐들어올 거다.

실제로 아이스 섬에 전력이 집중되었다는 사실에 제국의 영토를 공격한 멍청한 지방 영주가 있었다. 지금까지 침공을 강행한 영주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면서도 자신은 그리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그 자신감을 강림은 철저하게 짓밟아줬다. 바로 병력을 이끌고 침략자들을 몰살시키고, 그 영주가 다스리는 섬은 물론이요, 영지민들까지 전부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멍청한 영주는 본보기로 참수당했고, 해안가 절벽에 효수당하는 결말을 맞이했다.

그런 일들이 있었기에 계속 아이스 섬만 신경 쓸 수 없었다. 어떤 형태로는 아이스 섬에 주둔할 병력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강림은 이 죄수들을 써먹기로 마음먹었다.

'200명 정도면 충분할 거야.'

이 200명을 씨받이로 써먹자. 한 사람당 100명 이상을 낳으면 적어도 4만 명은 확보할 수 있다. 사육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도 마련되었다. 어차피 보물 창고를 뒤지는 건 급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떡을 치는 일에 집중해도 큰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다.

누가 들으면 미친 소리를 하는 거냐고 하겠으나, 강림은 가능하다. 누군가의 방해 없이 쉬질 않고 허리를 놀려대면 충분히 4만 명을 낳을 수 있다. 이미 여우섬에서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적이 있다. 그보다 숫자가 좀 많다고 안 될 리가 있겠나?

정신이 나갈 때까지 해 보자. 강림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죄인을 욕탕으로 데려가도록. 푹 고아야 한다." "자, 잠깐, 잠깐!"

베라가 소리쳤으나, 강림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명령을 받은 병사 두 명은 베라의 양팔을 붙잡고 목욕탕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난 사냥하지 말라고 했어. 위에서 무시하라고 압박당해서 묵인할 수밖에 없었어. 어쩔 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울부짖어도 강림이 판결을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훗, 그렇다고 의혹이 다 사라지나?'

이유가 어찌 되었든 연루가 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벌을 내릴 뿐이다. 설령 위에서 압박을 받아 입 다물 수 없다고 해도, 그것이 면죄부가 되어주진 않는다. 언젠가 치러야 할 대가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지, 추잡하게 변명만 늘어놓다니. 게임상에선 나름 신념이 존재하는 기사라 생각했던 강림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 다음 사람."

얼른 끝내버리자. 강림은 다음 죄수를 호명했다.

●●●

"이제 너희 둘만 남았구나."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200명의 죄인의 심판도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하우으으윽, 흐으으으윽….

-나가게 해줘. 제발. 낳고 싶지 않아!

-누가 좀 도와줘. 신이시여 제발!

형벌이 내려진 죄인들은 욕탕에 갇혔다. 배란을 끊임없이 해주는 효과를 가진 약초로 진하게 우려내서 만든 욕탕이니 온종일 몸을 담가두면 앞으로 병력을 많이 낳을 수 있게 될 거다.

당연히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죄인들은 빠져나가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게 병사들이 막아섰다. 적어도 내일 아침이 될 때까진 욕탕이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

마지막 남은 두 사람, 페르포네와 테미네르 역시 이와 비슷한 지옥을 받게 될 예정이다.

"너희들은 뭔가 할 말이라도 있니?" "그냥 죽이세요."

강림의 질문에 페르포네는 표독스러운 목소리로 일갈했다.

"이렇게 치욕을 주지 말고 그냥 죽이세요! 어차피 뭘 해도 저흴 죽일 생각이잖아요!" "날 오해하고 있구나, 페르포네."

정말 아둔한 녀석. 강림은 실망했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난 죽이지 않아. 그 새끼처럼 냉혈한이었다면 그리했겠지만 난 아냐."

자신은 그리드가 아니다.

"살려서 내 노예로 삼을 거야."

그리드가 아니기에 녀석과 다른 길을 걸을 거다.

"죽는 날이 오더라도 평생 나를 따르게 할 거야. 아니, 아예 죽지 않는 불멸자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렇게 몸매 좋은 여자들이 수두룩한데 무작정 죽인다는 게 말이 되나? 오히려 수틀리면 사람 목숨 파리처럼 여기는 그 새끼가 미친놈이다. 이런 여자들이 많다면 전부 손에 넣어 자신의 첩으로 삼아야지. 죽이는 게 말이 돼? 그런 미친놈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강림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정작 이런 짓을 하는 강림도 정신이 나갔지만 말이다.

"말이 딴 데로 샜네. 아무튼, 너희 둘에게도 선고하지."

강림은 선고했다.

"네놈들의 죄는 추악하다. 사냥을 묵인하고, 지원까지 했으며, 심지어 신성한 재판에도 황제인 나를 노려보는 불경한 짓까지 했지." "잠깐, 그건…." "시끄러, 입 다물어."

페르포네의 반박을 씹고 강림은 바로 선고했다.

"이를 종합해서 너희들에게 병사 만 명을 낳으라는 형벌을 내리겠다." "…하?"

그 말에 페르포네는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강림은 다시금 말했다.

"한 명당 만 명씩.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라. 십만이든 백만이든 더 낳게 했을 수도 있었어."

그 말을 들은 페르포네와 테미네르는 세상의 종말을 본 것처럼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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