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6 - 86화- 폭군은 구미호와 밀약을 맺었습니다
"나는 그 두 사람을 재무 장관과 부장관으로 임명할 생각이야."
강림은 매일 밤 시중을 받는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여자와 관계를 맺었기에 오늘은 몇 명이랑 할 건지 일정이 다 잡혀 있다. 원래는 서너 명 정도 시중을 들었으나, 괴수로 변한 이후 시중을 드는 여자가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괴수로 변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시중을 드는 여자는 점점 더 늘어났다.
그날은 수아와 그녀를 따르는 구미호들이 시중을 드는 날이었다. 한 50명 정도가 강림의 침실로 들어왔으며, 수아를 제외한 모두가 기절하고 말았다. 배가 볼록해질 때까지 정액을 싸질렀으니 분명 내일모레 중으로 임신 소식이 들려올 거다. 비록 괴수로 변한 직후가 아니라 바로 임신하는 건 아니었으나, 대신 임신할 확률이 높아졌으니까.
강림에게 안겨 있는 수아 역시 내일모레 중으로 좋은 소식이 전해질 거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수아는 매우 기뻐했으나,
"재무 장관? 그 새끼들에게?"
페르포네와 테미네르를 제국의 국고를 책임지는 장관과 부장관으로 삼겠다는 강림의 말에 수아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그 녀석들에게 그런 중요한 자리를 주려는 건데?" "그야 돈을 잘 버니까."
강림이 <독사>와 그 독사의 오른팔인 보좌관을 중요 보직에 앉히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뒤가 구리긴 해도 돈을 어마어마하게 번 놈들이야. 재주가 없었다면 왕실조차 능가하는 부자가 될 수도 없었겠지."
게임상에서 페르포네는 반 그리드 동맹의 재정을 책임진다. 그리드의 침공으로 기지가 초토화되어도 바로 새로운 기지를 장만하고, 새로운 인력과 물자를 다 확보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재력을 보여준다. 언뜻 보면 든든한 맏언니처럼 보이겠으나, 실상은 아니다.
경쟁자를 암살하거나, 인신매매에 개입하거나, 수인들 사냥에 지원하는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도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반 그리드 동맹의 같은 편이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존재라면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야말로 도덕 따윈 개나 줘버리라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녀를 돕는 테미네르도 마찬가지고. 그리드라는 살아있는 대재앙 때문에 동맹을 돕는 거지, 만약 그리드가 없었다면 진짜로 상대해야 할 적은 페르포네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놈들이라면 맡겨도 문제없을 거다. 피도 눈물도 없는 방식으로 돈을 긁어모으는 놈들의 방식을 써먹을 수 있다면 국고를 지금보다 몇 배 더 확장할 수 있는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을 거다.
뭐, 그 전에 노예로 굴복시키는 게 먼저지만.
"난 그 재능을 사고 싶어." "꼭 그래야 해?"
수아는 되물었다. 그녀는 불만으로 가득 찬 눈으로 강림을 째려봤다.
"난 그 새끼들 싫은데…." “싫어도 받아들일 거야.”
살벌한 눈초리를 봐도 강림은 입장을 번복할 생각이 없었다.
“놈들을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서 이용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야.” “으….” “돈이 있다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 너도 잘 알잖아?” “그래도 싫은데….”
굴복한 이후 강림의 말에 토를 달지 않던 수아였으나, 이번만큼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아마 수아 말고도 다른 수장들에게 물어봤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왜 이러는지 강림은 잘 알고 있었다. 살랑거리는 수하의 꼬리를 매만지며 강림은 질문을 던졌다.
"그 두 녀석이 너희들의 사냥을 지원했다는 거 때문에 싫어하는 거지?" "…."
수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 이해하고 있어. 철천지원수를 아군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納得)할 수 없겠지."
모험가들에게, 용병들에게, 심지어 지방 영주들에게 수인들은 짐승처럼 사냥당했다. 그 사냥을 페르포네와 테미네르는 방조했다. 방조한 것도 모자라 물자와 자금을 대줬다. 수인들을 팔아치우는 게 이득이라는 이유로. 이 사실을 모르는 수인들은 한 명도 없었으며, <독사>와 보좌관을 증오하지 않는 수인들도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단죄하겠다며 두 여자를 치지 못했다.
왕국이 <독사>의 편에 서 있으니까. 수인들에게 있어서는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여자이나, 왕국은 아니었다. 왕국 역시 페르포네 덕분에 짭짤한 수익을 벌고 있었으니까. 무엇을 하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는 <독사>를 왕국은 쉽게 내칠 생각이 없었다.
물론 끈끈한 우정은 아닌지라 만약 수인 연합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스 섬을 침공하면 왕국은 망설임 없이 페르포네를 버릴 거다.
그리고 이것을 명분으로 삼아 수인 연합을 정복해 식민지로 삼았을 거다.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수인들은 원수가 눈앞에 있어도 속으로 분을 삭이며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놈이 자신들에게 붙잡혔고, 드디어 복수할 기회가 찾아왔다.
찾아왔는데, 놈을 죽이지 않는다니.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수아가 반발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필요해. 이 나라를 위해서 그 독사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해."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강림은 일을 밀어붙일 작정이었다.
"그러니 네가 도와줬으면 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기 위해선 수아의 협력이 필수다. 자신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 수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녀석들을 파멸시키기 위해선 너의 도움이 꼭 필요해." “아까는 죽이지 않는다면서.” “죽이지 않을 뿐이지, 놈들을 파멸시키지 않는다곤 하지 않았다.”
강림은 바로 정정했다.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서 지옥을 맛보게 한다. 그 정도는 수인들도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아하….”
수아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런 거라면 문제없지.”
살려서 지옥을 맛보게 한다. 참수해서 목을 광장에 내거는 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이다. 그런 식으로 고문해서 망가뜨린다면 복수를 울부짖던 다른 수인들도 괜찮다고 여길 거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나온다면 이런 식으로 설득하면 돼!" "흐이익?"
느슨한 박자를 다시금 빨라진다. 자궁구를 뚫어버릴 기세로 있는 힘껏 자지로 박아대자 수아의 머릿속은 번쩍거렸다.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빛이 점멸한다. 점멸하는 빛은 간신히 유지되었던 이성의 끈을 완전히 태워버렸다.
"흐이이익, 히이이익, 히아아아…."
이성이 날아간 갈색 머리 구미호의 얼굴은 광기에 침식당했다. 초록색 눈동자는 위만 쳐다보고, 혀를 축 내민 체 침만 질질 흘려댔다.
"이것 말고 좋은 설득 수단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
그렇게 말하며 강림은 수아를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넘어뜨림과 동시에 양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움켜쥔 상태로 더욱 세차게 자지를 박아댔다.
"흐이익, 히이익, 흐아아아아…."
커다란 흉부가 움켜쥔 강림의 손에 맞춰 짓뭉개진다. 안쪽까지 파고든 손가락 사이로 하얀색 즙이 흘러내린다. 그 상태에서 강림이 손바닥으로 수아의 가슴을 문질러댔다. 살구색 푸딩은 흰색 푸딩으로 변했다. 변해버린 가슴처럼 수아의 얼굴은 광란에 빠져들었다.
“히헤헤, 에헤헤헤, 에헤헤헤헤!” "내가 황제인데 누가 내 말에 불만을 제기해? 다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그, 그럼 녀, 녀석들에게 어떤 지옥을 보여줄 거야?”
헐떡거리는 숨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수아는 물었다.
“우리처럼 막 고문할 거야?” “재판을 열 거야.” “재판?” “지금까지 저지를 죄를 단죄하기 위한 재판. 섬을 점령하면 거기서 열 거야.”
그것이 지금 강림이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처럼 법대로 놈들을 심판하자. 솜방망이 처벌은 내리지 않을 거다. 아주 끔찍한 형벌을 그들에게 내릴 거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놈들이라도 여자인 이상, 그런 형벌이 내려지면 울고불고 난리를 칠 거다. 설령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들이 처한 운명에 얼굴이 새파래질 거다.
"너희들이 만족하는 벌을 내릴게. 그러니 나 좀 도와주라." "어떤 벌을 내릴 건데?" "그건 말이야…."
페르포네와 테미네르가 받을 천벌이 뭔지 강림은 얘기했다.
"그거라면 다들 만족하겠네."
얘기를 들은 수아는 속이 다 후련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우리랑 똑같은 처지가 되면 그놈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되네."
자신들을 사냥하겠다고 쳐들어왔다가 포로가 된 모험가들이 있었다. 남자들은 감정과 기억이 절제되어 영혼 없는 병사로 되었고, 여자들은 무한정 병사를 생산하는 씨받이로 전락했다.
그런 잔혹한 운명에 처한다는 깨달았을 때 그 간악한 놈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수아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살려달라고, 이러지 말아 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싹싹 비는 모습이 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다. 자신들을 짐승으로 여기던 녀석들이 감히 그딴 소리를 하다니. 가축 이하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처음부터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지. 위선자가 다름없는 태도에 수아는 정말 구역질이 났다.
그놈들처럼 그 두 녀석도 똑같은 얼굴을 할까? 하면 얼마나 추해질까? 운명이 정해졌을 때도 과연 오만방자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강림의 계획에 반대했던 수아였지만, 이젠 아니었다. 계획대로 놈들이 어떻게 파멸할지 진짜로 궁금해졌다.
"그, 그럼 그렇게 벌을 내리고 끝낼 거야?" "당연히 아니지."
강림은 고개를 저었다.
"놈들을 무너뜨려서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고작 벌을 내린다고 끝나겠냐? 백합물 찍는 두 여자를 쪼개버려야지."
부수고, 재조립한다. 복수하기를 원했던 구미호족 수장 수아가 굴복해서 애첩이 된 것처럼. 자신에게 대항하던 악어족 수장 크로커가 굴복해서 자신의 충복이 된 것처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저항했던 호랑이족 수장 타이가 굴복하고 망가진 끝에 자신의 육노예가 된 것처럼 페르포네와 테미네르 역시 그리 만들 거다.
놈들의 끈적끈적한 애정 관계는 폭군 앞에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보여줄 거다.
이를 위해서라도 수아의 협력은 필수다.
"그러니 수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슬슬 사정할 때가 오자 강림은 막판 스퍼트를 위해 세차게 박아대기 시작했다. 박으면서 수아에게 물었다.
"너희 선조들이 금지했던 <저주> 알고 있지? 그 <저주>를 테미네르에게 쓸 수 없을까?"